# 124
더 소울(The Soul) - 살기 위해 강해진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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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력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마이너스 에너지가 곧 혼력이라고 주장했지만 그건 너무나도 잘못된 생각이었다.
마이너스 에너지와 혼력 사이에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존재했다.
마이너스 에너지가 경계의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라면 혼력은 그 마이너스 에너지가 여러 방법으로 재구성된 힘이었다.
당연히 혼력의 종류는 다양했다.
혼력은 분명 마이너스 에너지가 변형되어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변형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뒤섞였기 때문에 마이너스 에너지와는 전혀 다른 기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소울러들은 마이너스 에너지의 농도가 보통의 경계보다 수십 배는 더 짙은 곳에 간다고 지니고 있던 혼력이 늘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짙은 농도의 마이너스 에너지가 자시만의 혼력 흐름을 방해해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분명 혼력은 마이너스 에너지를 소울러가 일정한 형식(영혼단련법)을 통해 가공해 몸에 쌓아 놓거나 혹은 맹약으로 묶인 고대의 영혼으로부터 직접 받아서 사용하는 힘이었다.
물론 대부분 자신의 몸에 자신만의 영혼단련법을 통해 쌓은 혼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고대의 영혼들이 지니고 있는 마이너스 에너지의 양이 워낙 컸기 때문에 소울러들이 직접 쌓은 혼력의 양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적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고대의 영혼들이 지니고 있는 마이너스 에너지는 통혼(또는 강림과 승천)이라는 아주 손쉬운 방법을 통해 곧장 혼력으로 변형되었기 때문에 사용하기도 훨씬 편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혼단련법을 통해 소울러의 확고한 의지가 녹아 들어가 있는 혼력이 고대의 영혼에게 받아쓰는 혼력보단 강력하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수십 년 동안 매일 같이 혼력을 쌓아도 겨우 9등급 수준의 영혼이 보내줄 수 있는 혼력의 양보다 훨씬 적다는 점과 강하긴 강한데 고대의 영혼이 보내주는 혼력보다 압도적으로 강하진 않다는 점 때문에 소울러들은 자신의 몸에 쌓는 혼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노력에 비해 성과가 적으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맹약만 맺을 수 있다면 몸에 쌓아 놓은 혼력 정도는 그냥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맹약을 맺지 못한 소울러들은 이 미약한 혼력에 매달리기도 했지만 그래 봤자 그들은 제대로 된 영혼단련법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애초에 제대로 된 영혼단련법을 얻을 정도의 소울러라면 거의 어떤 식으로라도 고대의 영혼과 맹약도 맺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이제 소울러들에게 영혼단련법이라는 것은 그저 고대의 영혼에게 혼력을 받을 때 몸이 그 혼력에 좀 더 빨리 반응할 수 있도록 아주 기본적인 환경을 만드는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었다.
이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몰랐다.
소울러도 결국 인간이었고 인간은 본시 효율을 중시하는 존재였다.
비록 위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훨씬 더 쉽게 똑같은 능력을 얻는 방법이 존재하는 마당에 굳이 효율도 안 높은 방법을 고집할 사람은 없었다.
결국, 영혼단련법으로 쌓는 혼력이 압도적인 위력을 지니지 않는 이상 그것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영혼의 혼력에 밀리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지금 당연하게 생각되던 그 사실을 완벽하게 산산조각 내버린 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백건.
바로 살기 위해 강해지려고 노력하는 이였다.
건은 소울러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영혼단련법은 보조적인 수련이라는 상식을 과감히 깨버렸다.
천원에 들어와 살기 위해 발악하던 그는 머릿속에 간단한 의문이 떠올렸다.
‘천원에 존재하는 막대한 마이너스 에너지 덕분에 혼마들이 진화했다. 그런데 왜 소울러에겐 이 막대한 마이너스 에너지가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거지?’
별거 아닌 의문이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그 의문을 파고들었다.
그리곤 결국 아무도 열지 않았던 금단(禁壇)의 문을 열고 천원의 마이너스 에너지를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신의 흔적’도 기본적인 개념으로 따지면 유적과 같은 곳이었기 때문에 이곳에 존재하는 마이너스 에너지는 모두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였다.
물론 ‘신의 흔적’은 다른 유적들과 비교하면 그 일그러진 정도가 조금 약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분명 조금이라도 일그러져 있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상식적으로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는 영혼단련법을 거친다고 해도 절대 몸 안에 쌓을 수가 없었다.
쌓인다고 쌓이는 에너지도 아니었고 혹시나 쌓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자칫하면 그 에너지의 영향으로 스스로 암괴나 혼마가 될 수도 있었다.
이래저래 상식이 있는 소울러라면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를 몸에 쌓으려고 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건은 그런 상식을 깨버렸다.
어쩌면 소울러들의 금기(禁忌)를 깨어버린 것일 수도 있었다.
그는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를 몸 안으로 받아들였다.
당연히 아무 생각 없이 막연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건도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미친 짓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살아남기 위해선 당장 강해져야 하는 건이라고 해도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 짓을 할 리는 없었다.
건은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한 가지 좋은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애초에 이것을 떠올리지 못했다면 그는 절대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를 몸 안으로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가 떠올린 방법의 중심엔 ‘흑룡아’가 존재했다.
흑룡아는 마이너스 에너지를 먹어치우는 살아있는 존재였다. 그와 동시에 흑룡아는 건에게 완전히 귀속되어 건의 일부분이 되어있었다.
그렇기에 건은 흑룡아가 흡수해 몸 안에 쌓아놓고 있는 마이너스 에너지를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었다.
건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흑룡아는 건과 달라서 얼마든지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었다.
그렇게 흑룡아는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해 곧장 자신의 몸에 그것을 저장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저장된 마이너스 에너지는 건이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건은 바로 이 마이너스 에너지라면 어쩜 자신이 흡수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주 우연히 떠올린 다소 무모한 방법이었지만 당장 아무리 손톱만큼이라도 무조건 강해져야 했건 건은 이 무모한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먼저 흑룡아를 소환하고 흑룡아를 이용해 최대한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동시에 건은 그렇게 흑룡아가 흡수해 몸에 쌓은 마이너스 에너지를 건식수련법(乾式修鍊法)을 통해 혼력으로 바꾼 후 자신의 몸 안에 쌓았다.
한 마디로 흑룡아는 마치 정수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더러운 물(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를 깨끗한 물(마이너스 에너지)로 만드는 흑룡아.
덕분에 건은 아무런 문제 없이 마이너스 에너지를 마구 흡수할 수 있었다.
처음엔 그저 ‘과연 될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혼마와 싸울 때를 제외하곤 모든 시간 동안 계속 미친 듯이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한 지도 벌써 열흘이 넘어가고 있었다.
‘신의 흔적’에 들어온 지는 대략 20일이 흐른 상황.
당연히 그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혼마를 쓰러트렸다.
그 과정에서 상당히 위험한 순간도 몇 번 있긴 했었지만 그래도 천원의 수준을 생각하면 생각보단 훨씬 더 잘 버티고 있었다.
아니, 지금은 버티고 있단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건은 정말 놀랍게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가 열흘 동안 흡수한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의 양은 그냥 정상적인 상황에서 적당히 쓸 만한 영혼단련법을 이용해 마이너스 에너지를 모았을 경우로 계산하면 거의 60년을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영혼단련만 해야 모을 수 있는 양이었다.
한 마디로 건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혼력을 몸에 쌓고 있는 것이었다.
현실에선 당연히 60년 동안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영혼단련을 하는 인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금 건이 몸에 쌓은 혼력의 양은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이었다.
콰아아아아아!
건의 몸을 칭칭 감고 있는 거대한 검은 용은 한껏 입을 벌리고 사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를 한껏 흡수했다.
흑룡아에게 이곳은 천국이었다.
지금껏 흑룡아는 이렇게 마이너스 에너지가 많이 쌓여 있는 곳은 본 적이 없었다.
보통 경계에 존재하는 마이너스 에너지의 농도가 1이라고 하면 천원에 존재하는 마이너스 에너지의 농도는 거의 2000 정도는 되는 느낌이었다.
무려 2,000배였다.
그러다 보니 흑룡아는 말 그대로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흡입하듯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를 한껏 먹어치울 수 있었다.
물론 그런 흑룡아의 뒤에는 흑룡아가 먹어치우는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의 양만큼 똑같이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는 건이 있었다.
워낙 흑룡아가 먹어치우는 양이 많다 보니 덩달아 건도 거의 무아지경의 상태로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해 그것을 다시 혼력으로 바꾸고 있었다.
이렇게 꼬박 열흘이 지나자 건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몸에 혼력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까지 혼력을 쌓았기에 더는 혼력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 순간 건은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계라는 건가? 결국, 날 그릇이라고 생각하면 내 그릇에 채울 수 있는 혼력의 양은 여기까지뿐이라는 건가?’
건은 뭔가 아쉬웠다.
여기서 좀 더 혼력을 흡수하면 그릇에 물이 가득 차 넘치듯이 혼력이 자신의 몸 밖으로 방출될 것이란 걸 깨닫게 되자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그나마 건은 다른 어떤 소울러보다 그릇의 크기가 큰 편이었다.
만약 다른 소울러였다면 열흘이 아니라 사흘 만에 혼력이 가득 차 넘쳤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건은 전혀 만족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끝낼 수 없어. 아직 난 좀 더 강해져야 해!’
건은 적당히 만족하고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더 많은 혼력을 자신의 몸 안에 받아들일 방법을 계속 찾고 또 찾았다.
‘혼력을 압축한다면 좀 더 담을 수 있을까? 아니야…… 혼력을 압축해서 쌓는 것은 오히려 내 몸 안에 폭탄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야.’
혼력을 압축시키면 작은 충격에도 그 압축된 혼력이 순간 터져버릴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약점을 만드는 꼴이 될 수 있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지 혼력을 더 쌓을 수 있을까?’
계속되는 고민.
물론 그 순간에도 흑룡아는 계속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었고 건 역시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해 혼력으로 바꾸고 있었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물을 담는 그릇의 크기를 키우는 거다. 그릇을 키운다……, 키운다…….’
건은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천천히 자신의 생각에 자신의 몸을 하나로 합쳐갔다.
그 순간.
건의 머릿속에 한 줄기의 또렷한 길이 나타났다.
파아아아아아앗!
그것은 깨달음이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 잠깐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깨달음이었지만 그것만으로 건은 엄청난 기연(奇緣)을 맞이할 수 있었다.
두두두둑.
순간 건의 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며 그의 몸 전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릇을 키우면 되는 거야. 어차피 혼력은 넘치게 많잖아? 그 혼력을 전부 소모해 그릇 자체를 키운 후 그렇게 커진 그릇에 다시 혼력을 모으면 되는 거였어!’
건이 선택한 것은 그릇, 그러니까 자신의 몸 자체를 키우는 것이었다.
건이 그동안 쌓았던 엄청난 분량의 혼력은 건의 의지와 결합하며 곧장 건의 몸을 변화시켰다.
인간의 육체가 지니고 있는 수많은 한계를 제거되는 동시에 혼력과 완벽하게 동화될 수 있는 육체가 되어갔다.
건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를 허물을 벗듯 훌훌 털어버리고 혼력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뼈대를 토대로 전혀 새로운 육체를 얻게 되었다.
이것은 바로…… 소울러들에게 알음알음 전설처럼 전해지던 ‘환골탈태(換骨奪胎)’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