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25화 (124/175)

# 125

더 소울(The Soul) - 종말의 괴수

@ 종말의 괴수.

소울러가 아무리 상식이 통하지 않는 비상식의 힘을 지녔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그들은 모두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소울러들은 당연히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몇몇 한계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한계가 바로 제혼력(制魂力)이었다.

제혼력은 소울러가 얼마나 혼력을 잘 다룰 수 있는지를 일정한 수치로 표현한 것이었다.

소울러는 제혼력이 0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혼력을 잘 다룬다고 인정받았다.

소울마스터들의 경우엔 거의 0.1도 되지 않는 수준의 제혼력을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그랜드마스터라고 불리는 이들은 0.01수준의 제혼력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졌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소울러라고 해도 그 수치가 0이 되진 못했다.

이게 바로 인간의 한계였다.

혼력은 본래 인간에게 허락된 힘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혼력이라는 혼력의 손실 정도를 측정하는 수치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제혼력이 0이 된다는 것은 말 그대로 혼력을 100% 활용한다는 뜻이었는데 이건 오로지 혼마나 암괴 같은 괴물들만 가능한 일이었다.

괴물들은 몸 자체가 마이너스 에너지로 구성된 녀석들이었기에 제혼력이란 수치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놈들이었다.

결국, 제혼력이라는 것은 소울러들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족쇄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 건은 그 족쇄를 완전히 부숴버렸다.

환골탈태를 거치며 재구성된 그의 육체는 이제 인간이 당연히 지니고 있어야 할 한계 같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제혼력?

지금의 건에게 제혼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굳이 수치로 얘기하자면 건의 제혼력은 0이었다.

제혼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결국 혼력을 있는 그대로 100%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약간의 지연이나 손실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사용.

이게 가능한 것은 그의 몸이 혼력에 의해 재구성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재구성된 그의 몸은 기존의 몸보다 몇 배는 더 많은 혼력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것을 다시 채워야 하는 일이 남아 있었지만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가 넘치고 넘치는 천원이 아직 존재하는 이상 그것을 다시 채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후우…….”

깨달음을 얻고 환골탈태를 경험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환골탈태를 통해 완벽하게 달라진 몸에 적응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거의 한 시간 정도를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던 건은 크게 호흡을 정리하며 눈을 떴다.

“주, 주인님…… 이게 도대체…….”

건이 눈을 뜨자 그동안 그의 옆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던 백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혼마가 나타나진 않았네.”

건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만약 그가 환골탈태한 몸에 제대로 적응도 하지 못했는데 혼마가 나타났었다면 살짝 위험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정말 괜찮으신 거예요?”

“괜찮아. 아니, 오히려 아주 좋아.”

건은 걱정하고 있는 백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그는 한 시간 동안 달라진 자신의 몸을 상세히 살폈었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이 몸이 얼마나 변했는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런 기연을 얻을 줄이야…….’

건은 지금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환골탈태를 통해 재구성된 그의 육체는 너무나도 완벽했다.

특히 혼력과 관련해서는 이 육체보다 더 완벽하게 혼력을 소화할 육체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심지어 혼마들의 육체보다 더 대단한 느낌이었다.

“주인님 기세가 변했어요. 분명 예전의 기세도 그대로 있긴 하지만 그 안쪽 더 깊숙한 곳에서는 느껴지는 이건…… 마치 혼마들에서 느껴지던 기세와 비슷해요.”

“그래? 하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라면 느낄 수도 있겠구나.”

백의 말을 들은 건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백이 느낀 그 기세는 바로 재구성된 건의 육체에서 흘러나오는 아주 미약한 기세였다.

사실 육체만 놓고 본다면 건은 인간보다는 혼마 쪽에 더 가까워진 상태였다.

원래 혼마들의 육체가 혼력에 최적화된 육체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걸 쉽게 느낄 수 있는 건 절대 아니었다. 백은 워낙 기운에 민감하고 거기다 건의 기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작은 변화를 단번에 느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주인님은 예전과는 또 다른 존재가 되신 거 같아요.”

“또 다른 존재라……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겠네. 확실히 난 전과 달라졌지. 하지만 아직 멀었어. 난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거든.”

건은 슬쩍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환골탈태까지 경험하며 엄청난 힘을 손에 얻었음에도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제대로 된 기초공사를 끝냈을 뿐이다…… 아직 이 위로 쌓아 올릴 것들이 한참 남았으니 만족할 수가 없지.’

건은 환골탈태를 통해 얻은 육체는 그저 기초공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직 그는 새롭게 얻은 육체에 제대로 혼력도 채우지 못한 상황이었다.

‘일단 꾸준히 다시 혼력을 쌓으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건이 천원에 들어온 지도 벌써 20일이 넘게 흘렀지만, 여전히 그는 천본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특히 최근 열흘 동안은 혼력을 집중적으로 쌓다 보니 아무래도 전진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이젠 좀 더 과감하게 이동해야겠다.’

건은 환골탈태를 통해 또 하나의 벽을 넘은 상태였다. 그 얘긴 조금 더 과감해져도 괜찮다는 뜻이었다.

* * * *

건이 천원에서 자신의 영혼을 끌어당기는 뭔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그 순간 ‘신의 흔적’에 들어온 다른 소울러들은 모두 ‘신의 흔적’에서 가장 외곽지역에 해당하는 천외(天外)를 헤매고 있었다.

천외는 천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의 농도가 옅었지만 그래도 다른 경계들과 비교하면 훨씬 짙은 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다른 유적들과 비교해도 몇 배는 높은 수준이었으니 절대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천외에서 등장하는 놈들은 주로 최상급 암괴였는데 당연히 ‘신의 흔적’답게 아주 강력한 놈들이 자주 등장했다.

특히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 최상급 암괴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소울러들은 절대 방심을 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신의 흔적’에 들어온 소울러들은 모두 어느 정도 능력이 되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었지만 적어도 그들의 이동을 방해할 정도는 되었다.

현재 ‘신의 흔적’에 들어온 이들은 대략 400여 명 정도였다.

물론 국적 같은 경우는 매우 다양했는데 그나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적은 한국이었다.

한국의 소울러들은 대략 50명 정도가 들어왔는데 문제는 이들이 모두 한 소속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나머지 소울러들은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등등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소속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다.

이렇다 보니 한국은 가장 많은 숫자가 ‘신의 흔적’으로 들어왔다고 마냥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어쨌든 그렇게 ‘신의 흔적’에 들어온 소울러들은 대부분 ‘천원’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천원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고 온갖 괴물들이 이동을 방해했기 때문에 그들의 이동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특히 그들은 무작정 천원을 향해서만 이동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신의 흔적’ 전체에 뿌려져 있는 영혼보물까지 수습하면서 이동을 했다.

아무리 핵심은 천원 안쪽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1등급 영혼보물이라고 해도 뻔히 눈앞에 있는 영혼보물을 모두 무시하고 이동하기는 힘들었다.

‘신의 흔적’에 있는 영혼보물들은 보통 유적의 있는 영혼보물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포기할 수가 없었다.

30일이 지난 지금 그들의 위치는 천원을 대략 100km 남겨 두고 있었다.

물론 모든 소울러가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 소울러들은 천원은 아예 포기하고 그냥 천외 지역에 존재하는 영혼보물들만 찾으러 돌아다녔었다.

하지만 국가단위에서 투입된 소울러들은 아무래도 가장 큰 목적인 천원 안쪽에 있는 1등급 영혼보물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천원을 향해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들 중 가장 앞서 있는 이들은 뜻밖에 중국 쪽 소울러들이었다.

그들의 위치는 천원을 대략 50km 정도 남겨둔 곳이었다.

그들 다음으로는 미국의 소울러들이 80km 거리를 두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아직까진 소울러들끼리의 충돌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신의 흔적’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이곳에 들어온 소울러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을 리는 절대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충돌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힘의 균형…… 지금 ‘신의 흔적’ 안에선 아주 살얼음판과 같은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 균형을 깨려면 결국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그 누구도 그런 불리함을 짊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그 균형은 30일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제일 덕을 본 것은 대형 세력에 속하지 않고 천외 지역의 영혼보물만 찾으러 돌아다니는 소수의 소울러들이었다.

‘신의 흔적’에 들어온 소울러들은 대략 400명이었는데 그중 100명 정도가 그런 소울러들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카페 헤븐의 세 사람도 그런 소울러들 중 한 명이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휴, 이쪽에서도 느껴지지를 않아요.”

연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흐음…… 정말 이곳에 들어오지 못한 걸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리가 없는데…….”

철민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벌써 30일째 ‘신의 흔적’을 돌아다녔지만, 어디에서도 건의 기운을 느낄 순 없었다.

“만약 들어왔다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글쎄…… 지금은 도통 감을 못 잡겠어. 이미 우린 건을 찾기 위해 아예 천외 지역의 가장 외곽을 한 바퀴 빙 돌아본 상황인데도 찾지 못했어. 그 얘긴 건이 천외 지역에 없을 가능성이 높단 뜻일 거야.”

“천외 지역에 없다면…….”

“천원…… 그곳뿐이겠지.”

“으음…… 아무리 건이라고 해도 그곳은…….”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 그 녀석의 실력이라면 그곳에서 버틸 수 있는 수준은 되거든.”

“결국, 남은 것은 천원뿐인가요?”

“위험하더라도 그 녀석을 찾으려면 그곳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영혼보물 몇 개에 욕심을 내는 것보다는 그 녀석의 안위를 걱정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네, 제 생각도 그래요.”

철민과 연희에겐 영혼보물보다 건이 훨씬 중요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 이상 영혼보물을 찾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한 그 순간에도 건은 그들이 상상도 하지 못한 곳에서 상상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

크어어어어어엉!

건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거대한 혼마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천원에서 30일의 시간을 보낸 그는 드디어 천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천본 지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천본에 들어선 그 순간 그의 앞에 초대형 혼마가 나타났다.

무려 80m가 넘는 크기의 괴물.

겉모습은 마치 공룡처럼 생긴 거대한 혼마였다.

건은 압도적인 크기의 그 혼마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긴 정말 미친 곳이야…… 아무리 마이너스 에너지가 뻥튀기되어서 탄생한 것이라고 해도 어떻게 마제(魔帝)급 혼마가 나타날 수 있는 거야?”

본질은 마왕(魔王)급 혼마.

하지만 지니고 있는 마이너스 에너지의 힘은 마제급과 같은 초대형 혼마.

흔히 종말의 괴수라 불리는 그 괴물이 건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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