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28화 (127/175)

# 128

더 소울(The Soul) - 천왕(天王)의 보고(寶庫) [1]

@ 천왕(天王)의 보고(寶庫).

건이 천원에 들어선 지는 60일.

그리고 천본에 들어선 지는 30일이 지났다. 두 달이란 시간은 짧다면 짧을 수도 그리고 길 다면 길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건은 그 두 달의 시간 동안 너무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다른 사람들은 몇십 년을 노력해도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불과 두 달 만에 경험하다 보니 아무리 건이라고 해도 살짝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은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그 변화를 힘겹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 건은 척준경의 힘은 그저 생각하는 것만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 익숙해졌고 광개토대제의 네 가지 힘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영혼사문(靈魂四門), 인중삼문(人中三門) 지통이문(地通二門)과 마지막 천원일문(天元一門)으로 불리는 대제의 네 가지 힘은 상식을 뒤집을 수도 있을 만큼 대단한 힘이었다.

건은 척준경의 힘으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기초 공사를 끝낸 후 그 위에 광개토대제의 힘을 통해 너무나 거대하고 튼튼한 성(城)을 쌓았다.

이렇게 되자 천본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마왕급 혼마들도 충분히 상대할만해 졌다.

천본에는 거의 마병(魔兵)급 혼마와 비슷한 수준의 힘을 가진 무시무시한 최상급 암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무리를 지어 등장했지만 정작 건에게 놈들은 아무런 위협이 되질 못했다.

혼마들에겐 여전히 군림언이 제대로 먹히질 않았지만 적어도 최상급 암괴들에겐 제대로 먹혔다.

군림언이 먹힌다는 것은 곧 단번에 쓸어버리는 게 가능하단 뜻이었다.

만약 건에게 군림언이 없었다면 아무리 건이라고 해도 상당히 귀찮아질 수 있었다.

강력한 최상급 암괴 떼와 싸우면서 동시에 마왕급 혼마를 상대하는 것은 꽤 힘겨운 일이었을 테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건도 조금씩 데미지가 누적되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최상급 암괴는 건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로지 마왕급 혼마와의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건이 120% 이상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군림언 덕분이었다.

어쨌든 건은 정확히 60일 만에 천본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지역까지 도달했다.

이 지역이야말로 ‘신의 흔적’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당연히 이곳에 1등급 영혼보물도 존재하고 있었다.

건이 그곳에 도달했을 때 즈음 다른 소울러들은 천본의 수문장이라 할 수 있는 초대형 마제급 혼마와 한바탕 큰 전투를 치르고 있었지만, 건이 그 사실을 알 리는 없었다.

설사 건이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지금 건은 그쪽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건의 앞에 나타난 커다란 청동 거울.

높이는 대략 20m는 되어 보였고 넓이도 10m는 되어 보이는 아주 커다란 청동 거울이었다.

‘여기가 끝인 건가? 아니야…… 저 거울 안쪽에서 여전히 내 영혼을 끌어당기고 있어.’

이제 정말 거의 다 와서 그런 것일까?

건의 영혼을 잡아당기는 인력은 너무나도 강해져 있었다.

‘이곳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가?’

건은 당장에 청동 거울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 영혼의 갈망을 꾹 참으며 청동 거울을 차분하게 살펴보았다.

그다지 특별함이 느껴진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의 흔적’을 탄생시킨 영혼보물과 이 청동 거울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였다.

‘좀 많이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 저 안으로 들어가야겠군.’

건은 청동 거울 너머에 분명 자신을 위협할 뭔가가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설사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일지라도 나아가는 걸 멈출 순 없었다.

“가자.”

결국, 건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청동 거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이이잉.

건이 가까이 가자 청동 거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거울 표면이 물결이 치듯 흔들렸다.

건은 그것을 보며 망설이지 않고 거울 안쪽으로 계속 걸음을 옮겼다.

스르르륵.

청동 거울로 들어가는 건.

그렇게 건은 당당하게 청동 거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콰과과과과과과!

건은 청동 거울 안으로 들어간 순간 자신의 몸을 사정없이 찍어 누르는 엄청난 압력을 느낄 수 있었다.

지구의 중력과 비교하면 거의 수십 배는 차이가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건은 꿋꿋이 그 압력을 견뎌냈다.

보통 사람이라면 압력에 짓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겠지만, 건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하군.’

척준경의 힘을 모두 개방했는데도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라는 것은 어지간한 소울러는 이곳에 발을 들여 놓은 순간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할 수 없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도대체 여긴 어디지?’

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 들어오긴 했는데 이곳이 정확히 어딘지는 알지를 못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건의 머릿속에 한 줄기의 음성이 울려퍼졌다.

[천왕(天王)의 보고(寶庫)에 들어선 삼족오(三足烏)의 연자(緣者)여. 삼족오와 천왕의 인연(因緣)으로 인해 보고의 문이 열렸지만, 아직 그대는 보고의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지금부터 시작될 오방(五方)의 시련을 모두 통과한다면 너는 천왕의 유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라. ‘청제(靑帝), 백제(白帝), 적제(赤帝), 흑제(黑帝), 황제(黃帝)’로 이어지는 오방의 시련은 네가 상상하는 그 어떤 것보다 혹독하고 힘겨울 것이다.]

그 음성을 듣는 순간 건은 자신이 들어온 이곳이 천왕의 보고란 곳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천왕의 보고…….”

건은 이제야 자신의 영혼을 끌어당긴 존재가 누군지 눈치챌 수 있었다.

‘역시 삼족오의 인장이 날 여기로 이끈 건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긴 했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존재가 삼족오의 인장을 끌어당겼는지는 알지 못했었다.

“이곳은 치우천왕(蚩尤天王). 그 무적의 전신(戰神)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던 거야.”

이제야 모든 걸 이해한 건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건은 모든 걸 이해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렇지만 가벼운 마음이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츠리리릿!

바닥에서 순간 푸른색 기운이 치솟아 올라오며 건의 몸을 휘감았다.

“헛!”

건은 깜짝 놀라며 그 기운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놀랍게도 그 기운은 건의 몸을 완벽하게 집어삼켰다.

이것은 바로 오방의 시련 중 첫 번째인 청제의 시련이었다.

그렇기에 건은 이걸 피할 수도 그리고 막을 수도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견뎌내는 것뿐이었다.

* * * *

건이 오방의 시련을 겪고 있던 그때 다른 소울러들은 여전히 공룡의 모습을 한 초대형 마제급 혼마와 싸우는 중이었다.

종말의 괴수라 불리는 마제급 혼마는 역시 강했다.

하지만 그에 맞서는 소울러들도 만만치는 않았다.

특히 그들은 단일 세력이 아니란 연합 세력들이었다.

물론 연합이란 특수성 때문에 처음엔 서로 몸을 사렸지만 결국 그렇게 몸을 사리기만 하다간 오히려 피해가 커진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는 제대로 싸우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이 연합한 쪽은 유럽의 소울마스터들이 적극적으로 공룡 혼마의 공격을 견뎌내고 있는 사이 미국 쪽 소울러들이 압도적인 화력으로 공룡 혼마에게 데미지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비록 이 전투로 유럽 쪽은 소울마스터 셋을 포함해 꽤 많은 소울러들을 잃었고 미국 쪽도 최정예라 할 수 있는 ‘S-알파’의 병력이 11명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상당한 타격이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슬슬 공룡 혼마가 쓰러지려고 하나는 점이었다.

아무리 공룡 혼마가 마제급 혼마에다가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적합한 초대형 혼마라고 해도 거의 12시간이 넘는 전투를 치르며 미국과 유럽의 소울러들에게 입은 누적 데미지는 대단히 큰 상태였다.

이제는 정말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화력을 집중시켜. 이제 이 지겨운 전투를 끝내자.”

아이언마스터 아담은 너무나도 지겨운 이 싸움을 인제 그만 끝낼 생각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마제급 혼마 때문에 그들이 입은 피해는 너무나 컸다.

앞으로 또 어떤 괴물이 더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피해를 보았으니 당연히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아담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S-알파의 대원들은 자신들이 탑승하고 있는 소울 머신(Soul Machine)에 장착된 모든 종류의 무기를 사용해 공룡 혼마에게 화력을 집중시켰다.

콰과과과과광!

그에 보조를 맞춰 유럽 쪽 소울마스터들도 전력을 다해 공룡 혼마를 몰아붙이자 절대 쓰러질 것처럼 보이지 않던 공룡 혼마가 심하게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엉!

공룡 혼마는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거대한 꼬리를 마구 휘두르며 몸부림쳤지만 그건 말 그대로 발악일 뿐이었다.

“징글징글한 놈 이걸로 그만 마무리 짓자!”

아이언마스터 아담은 크게 소리치며 공룡 혼마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전용 소울 머신이었던 ‘블러디 아이언’에 탑승한 상태였다.

그는 그 상태에서 그대로 소울 머신 전용 대검(大劍)을 들어 올리며 공룡 혼마의 머리 쪽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곤 그 대검을 공룡 혼마의 정수리에 꽂아넣었다.

콰드드드드득!

손잡이까지 깊숙이 박혀 들어가는 대검.

이게 최후의 일격이 되었다.

끄르르륵!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블러디 아이언이 꽂은 마지막 한 방에 결국 거대한 공룡 혼마의 거대한 육체가 옆으로 쓰러졌다.

무려 12시간 동안 계속된 혈전(血戰)의 승자는 미국과 유럽 연합이었다.

“후우…… 징그러운 놈.”

아이언마스터 아담은 공룡 혼마를 쓰러트렸음에도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번 전투로 너무 큰 피해를 보았다.

최초 ‘신의 흔적’에 들어왔을 때와 비교하면 미국과 유럽 모두 전력이 거의 반 토막이 나 있었다.

‘저 안쪽에 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거늘…….’

그들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미국이 보관하고 있는 ‘신의 흔적(판도라의 상자)’에 관한 정보에 따르면 1등급 영혼 유물에 가까이 갈수록 강력한 혼마들이 등장한다고 나와 있었다.

물론 아담은 지금 자신들이 쓰러트린 공룡 혼마는 ‘신의 흔적’을 지키는 특별한 수호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른 이들에겐 얘기하지 않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는 그 특별한 수호마에 대한 것도 담겨 있었다.

‘그나마 미리 연합을 만들어둔 덕분에 수호마는 쓰러트렸지만, 저 안쪽에 분명 아주 강력한 괴물들이 존재할 텐데…….’

아담이 걱정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이대로 계속 피해가 누적되어 혹시라도 S-알파의 전력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그땐 1등급 영혼보물을 찾는다고 해도 그것을 차지할만한 힘이 부족할 수 있었다.

‘안 되겠다. 이제부터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전력을 보존해야겠다.’

그나마 아담은 우월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앞쪽에 어느 정도 수준의 적들이 나올 것인지 대충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방금 상대한 공룡 혼마와 같은 놈들이 또다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핑계를 대며 정찰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눈치껏 S-알파의 소울러들을 최대한 후방 정찰로 빼돌릴 수 있었다.

‘저들은 방금 자신들이 쓰러트린 놈이 오로지 한 번만 등장하는 수호마라는 걸 모른다. 그걸 이용하면 충분히 몸을 사릴 수 있다.’

아담의 계획은 아주 간단했지만,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전력보존.

앞으로 펼쳐질 상황을 대충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아담은 이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물론 유럽 쪽도 똑같은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담과 비교하면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아담의 간단한 계획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과 경쟁하듯 천본에 들어선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도 공룡 혼마를 쓰러트렸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또 그들 역시 그 상태에서 서로 전력을 보존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동상이몽(同床異夢). 지금 상황을 정리하면 이 말이 딱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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