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32화 (131/175)

# 132

더 소울(The Soul) - 치우천왕 [1]

@ 치우천왕.

바람의 힘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힘이 되었다.

응룡이 만들어낸 폭풍을 속도로 환산하면 거의 600km/h에 가까운 속력이었다.

이 정도 속도는 흔히 말하는 초대형 태풍의 풍속과 비교해도 거의 두 배 정도 강한 것이었다.

바람의 힘이 300km/h만 되어도 세상의 모든 것 싹쓸이해갈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싹쓸바람이라고 부르곤 했었다.

그런데 응룡의 커다란 입에서 쏟아져 나온 바람은 무려 600km/h가 넘는 속도를 지니고 있었다.

이 정도의 속도로 쏟아지는 바람은 진짜 모든 걸 완벽하게 쓸어버릴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그런 바람이 아주 좁은 지역으로 압축되어 방출되었기 때문에 그 위력은 몇 배로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콰과과과과과!

응룡은 자신이 토해낸 바람의 숨결이라면 건이 종잇장이 구겨지듯이 구겨졌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응룡의 생각일 뿐이었다.

건은 구겨지지 않았다.

심지어 크게 상처 입지도 않았다. 그저 뒤로 한참을 밀려난 게 전부였다.

“시원하네.”

건은 응룡을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그러자 응룡은 다시 한 번 격분하며 미친 듯이 건에게 달려들었다.

응룡은 바람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가볍게 한 후 온몸을 이용해 건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꽈과광, 꽈과과과광!

응룡의 꼬리와 다리 그리고 입은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하지만 정작 건에게 공격을 명중시키진 못했다.

바람의 힘을 통해 몸을 가볍게 한 응룡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신혼-파천황을 통해 무신의 힘을 120%이상 사용하는 건의 움직임은 늘 응룡보다 한 발자국씩 앞서 있었다.

그렇다보니 응룡의 강력한 공격은 대부분 허공이나 애꿎은 땅바닥만 때렸다.

간혹 건의 몸에 스치는 공격들도 있었지만 그런 데미지는 대부분 금강의와 묵룡갑을 뚫지 못했다.

응룡의 융단폭격과 같은 공격은 거의 삼십분이 넘게 계속되었다.

응룡은 중간 중간 강력한 바람의 숨결을 내뿜으며 어떻게 해서라도 건을 자신의 발밑에 찍어 누르려고 노력했지만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건은 여전히 건재했다.

물론 아무리 건이 대부분의 공격을 피했다고 해도 삼십분 동안 그 공격을 피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움직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체력과 혼력의 소모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특히 건은 응룡만 보내놓고 뒤에서 여전히 웃고만 서 있는 황제가 너무나 신경이 쓰였다.

이대로라면 설사 응룡을 쓰러트린다고 해도 황제를 쓰러트리는 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 끈질긴 놈은 삼십 분이 넘게 날뛰었는데도 여전히 힘이 많이 남아 있는 느낌이다. 이대로 계속 이 녀석의 장단에 맞춰서 싸워주면 결국 손해를 입은 것은 내가 될 것이다.’

사실 응룡만 쓰러트릴 생각이라면 이대로 계속 응룡이 날뛰는 걸 이리저리 피하면서 놈의 힘을 최대한 빼놓은 후 적당한 때에 마무리를 짓는 게 가장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건이 상대해야하는 진정한 적은 응룡이 아니라 황제라는 점이었다.

응룡은 황제가 부리는 한 마리의 신수일 뿐이었다.

‘이젠 나도 숨겨놓은 마지막 패를 꺼내야 한다.’

건은 응룡을 쓰러트린 후 황제를 본격적으로 상대할 때 그 패를 꺼내려고 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사용하자.’

고민을 계속하던 건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심안(心眼) 각성(覺醒)!

결정을 내린 것과 동시에 건의 오른쪽 눈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문(門)을 연 너에게 나의 힘을 허(許)한다.’

그와 함께 들려오는 한 줄기의 묵직한 목소리.

건은 드디어 광개토대제의 마지막 네 번째 힘을 사용했다.

천원일문의 봉인이 풀리며 건의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그 힘!

그것은 묵룡갑과 묵룡기마대 그리고 군림언을 아우르는 광개토대제의 마지막 네 번째 힘이었다.

보통 소울러의 능력은 계승을 받았다고 해서 완전히 똑같은 능력을 얻지는 않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건이 사용하는 네 가지 힘은 광개토대제가 사용했던 능력과는 또 달랐다.

소울러의 능력이란 것은 결국 맹약을 맺은 고대의 영웅과 소울러가 서로 얽히며 만들어지는 신묘한 힘이었기 때문에 똑같은 영웅과 맹약을 맺는다고 해도 누가 맹약을 맺었는지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조금씩 달라졌다.

어쨌든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이번에 건이 꺼내든 천원일문의 힘은 광개토대제조차 가지지 못했던 특별한 힘이었다.

건은 그것을 ‘불멸천기(不滅天氣)’라고 불렀다.

그가 불멸천기를 사용할 수 있는 한계 시간은 불과 삼십분.

건은 그 시간 안에 이 지긋지긋한 오방의 시련을 무조건 끝낼 생각이었다.

불멸천기가 전신으로 퍼졌지만 정작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순간에도 응룡은 계속 건을 물어뜯기 위해 커다란 입을 벌리며 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응룡의 공격을 피해왔던 건이 제 자리에서 가볍게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기만 했다.

콰드드득!

건의 오른팔은 어깨까지 통째로 응룡의 입속에 들어가며 완전히 뜯겨나갔다.

이쯤 되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응룡이었다.

설마 응룡은 이런 무식한 공격으로 건의 오른팔을 뜯어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단지 이것은 건을 계속 몰아붙이려는 하나의 액션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성공했다.

당연히 공격에 성공한 응룡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드득, 우드득.

응룡은 건의 오른팔을 통째로 삼키며 건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건이 반응이 너무나 이상했다.

오른팔이 완전히 뜯겨져 나간 건의 표정은 아주 평온했다.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지도 않았고 충격을 받은 표정도 아니었다.

오른팔이 있을 때도 그리고 오른팔이 뜯겨져나간 순간이나 후에도 표정은 계속 똑같았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오른팔이 뜯겨나간 건의 육체였다. 보통이라면 오른팔이 뜯겨나가는 것과 동시에 뜯겨나간 곳에서 피가 솟구쳐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단 한 방울의 피도 보이질 않았다.

이렇게 되자 오른팔을 기세 좋게 뜯어버린 응룡은 뭔가가 잘못 되었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놈이 그걸 느꼈을 땐 이미 늦었을 때였다.

“터져라.”

가볍게 중얼거리는 건. 놀랍게도 그 중얼거림은 현실이 되었다.

콰과과과과광!

응룡이 뜯어낸 오른팔에 안쪽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영혼심독(靈魂心毒)이 응룡의 몸안에서 폭발했다. 그것은 몇 겹으로 중첩되어 맺혀있던 것이었기에 당연히 독성도 보통의 영혼심독보다 몇 배 이상 강력했다.

크어어엉!

그 순간 응룡은 자신의 몸으로 빠르게 퍼지는 기이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운은 응룡을 쓰러트릴 정도로 강력하진 못했지만 대신 응룡이 가진 기운들을 모조리 마구 흔들어놓을 정도는 충분히 되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변화는 건의 몸에서 나타났다.

건의 육체 중 오른팔이 뜯겨져 나간 부분에서 하얀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빛은 빠르게 하나의 형태를 갖췄는데 놀랍게도 뜯겨져나간 건의 육체를 재구성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얀 빛은 불과 몇 초만에 건의 오른팔과 어깨를 모두 재생시켰다.

분명 응룡이 통째로 뜯어낸 오른팔이 완벽하게 다시 재생된 것이었다.

그걸 똑똑히 지켜본 응룡은 자신이 당했다는 걸 확실하게 깨달았다.

응룡에게 고도로 압축시킨 영혼심독을 스스로 집어삼키게 하는데 성공한 건은 그것을 응룡의 몸속에서 폭발시킨 후 태연하게 몸을 원래대로 회복시켰다.

이게 바로 불멸천기의 위력이었다.

불멸천기를 끌어올리면 건의 몸은 말 그대로 불멸의 육체가 된다.

정확히는 무한에 가까운 재생력을 얻는 것이지만 몸의 70% 이상이 날아가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정도의 회복력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불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적어도 불멸천기가 유지되는 동안은 무적(無敵)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대단한 힘이었다.

츠리릿!

건은 오른팔이 재생되자마자 흑룡아(대검)를 빠르게 휘둘렀다.

콰드드득!

흑룡아에서 뻗어 나온 날카로운 혼강이 응룡의 몸을 파고들었다.

영혼심독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혼강을 튕겨내던 응룡의 용린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제야 써는 맛이 좀 나네.”

건은 슬쩍 웃으며 계속해서 흑룡아(대검)를 휘둘렀다.

용린도 무력화 되고 심지어 바람과 물의 힘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 응룡은 절대 건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쿠쿠쿵.

응룡은 말 그대로 건에게 난도질당한 상태로 천천히 쓰러졌다.

건은 불멸천기를 끌어올리고 불과 오 분 만에 응룡을 쓰러트렸다.

황제는 응룡이 쓰러지는 그 순간까지도 여전히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웃고 있었다.

“어때? 이제 진심으로 싸울 생각이 좀 드나?”

건은 황제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황제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박수를 쳤다.

짝짝짝.

“아주 좋아. 그 정도라면 충분해.”

“그 여유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한 번 보자.”

스윽.

건은 불멸천기의 힘이 끝나기 전에 황제를 쓰러트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곧장 황제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정작 황제는 전혀 급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워, 진정해. 천천히 여유를 좀 즐기자고.”

“여유는 너 혼자 즐겨.”

건은 황제의 말을 무시하며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파팟!

지금 건에게 시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여유 같은 것은 절대 즐길 수가 없었다.

“아니, 같이 좀 즐기자고.”

스윽.

황제는 그 말과 함께 오른손을 건을 향해 뻗었다.

드드드득, 꽈과과광!

그러자 건의 머리위로 엄청난 압력이 쏟아져 내리며 건을 그 자리에 찍어눌러버렸다.

이 공간은 가뜩이나 압력이 높은 공간이었다.

그런데 지금 건의 머리위로 쏟아져 내려온 압력은 그 압력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압력이 1이라면 지금 건과 황제가 있는 이 공간의 압력은 100 정도는 되었다.

그런데 이 순간 건의 머리위로 쏟아지고 있는 압력은 거의 1000에 가까울 것 같았다.

이 정도 압력이라면 세상에 그 무엇도 제 형태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크윽.”

건은 자신의 몸에 있는 모든 뼈가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그의 뼈는 모조리 부서진 상태였다.

다만 불멸천기의 힘으로 부서진 뼈를 재생하며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여유를 가지자고 했잖아.”

건을 찍어 누른 황제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크으으윽.”

우드드득, 드드득.

건은 이를 악물고 천천히 제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계속해서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어지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건은 불멸천기로 그 부상들을 회복하며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무리하지 마. 그래봤자 넌 천압(天壓)을 벗어날 수 없어.”

건은 황제가 무슨 말을 하던지 관심이 없었다.

그는 관심은 오로지 이 어마어마한 압력을 이겨내고 황제에게 흑룡아(대검)를 휘두르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네 몸을 회복시키는 그 힘. 대단하긴 하지만 아마도 한계는 분명 존재할 거야. 그렇다면 난 그냥 천압을 통해 그 한계 시간이 올 때까지 널 제압하고 있으면 끝이야. 이 말은 결국 넌 날 이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

황제는 아주 정확하게 건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건은 내심 크게 놀랐지만 그걸 내색하지 않고 끊임없이 천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포기를 모르는 놈이군. 뭐, 나쁘진 않아.”

황제는 그런 건의 모습을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갑자기 들고 있던 오른손을 내렸다.

파아앗!

그러자 건의 몸을 찍어 누르고 있던 어마어마한 압력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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