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48화 (147/175)

# 148

더 소울(The Soul) - 하이에나들 [1]

@ 하이에나들.

건은 그 자리에서 35억을 깔끔하게 지급하고 라페라리를 인수받았다. 물론 서류처리나 차량등록 같은 절차들이 남아 있었지만, 그것도 최대한 영업사원이 도와주었다.

그렇게 너무나 간단하게 라페라리를 구매한 건은 이어서 연희와 백화점을 돌며 옷과 시계 구두 같은 것을 샀다.

당연히 페라리를 살 때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물건들을 구매했다.

시계는 ‘파텍필립 5002p’를 20억 원을 내고 구매했다. 이것 역시 판매용이 아닌 전시용으로 들어왔던 것을 5억 원 정도 더 웃돈을 얹어주고 산 것이었다.

옷과 구두는 연희가 추천하는 것들을 모조리 샀다. 당연히 가격이 얼만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라페라리를 사면서 35억을 쓰고 파텍필립 시계를 사면서 20억을 썼지만, 여전히 건의 통장엔 훨씬 더 많은 돈이 남아 있었다.

건과 연희는 그렇게 흥청망청 돈을 쓰고 마지막으로 만물상으로 향했다.

현실에서 돈을 쓸 만큼 쓴 건은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연희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 만물상으로 향한 것이었다.

연희가 보통의 여자였다면 건이 쇼핑할 때 자신도 같이 잔뜩 쇼핑했겠지만, 그녀는 보통의 여자가 아닌 상당한 경지에 오른 프로 헌터 소울러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렇게 선물을 사주고 싶으면 차라리 만물상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달라고 얘기했다.

건은 자신이 산 두 대의 페라리 중 한 대(스파이더)를 연희에게 주려고 했지만, 연희는 자신은 바이크가 편하다고 그것마저 거절했었다.

그래서 결국 그는 그녀의 바람대로 만물상에서 그녀가 원하는 것들을 사주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건은 아직 서류 절차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연희의 바이크를 타고 만물상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을 만물상이 있는 하늘공원 쪽을 향해 달리던 연희와 건은 갑자기 자신들을 휘감는 위화감을 느꼈다.

이것은 경계가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경계다!”

연희는 바이크의 속도를 줄이며 외쳤다.

두 사람을 휘감은 그것은 ‘영혼의 거울’을 통해 열린 경계의 선(線)이었다.

영혼의 거울을 이용해 경계를 연 것이었기 때문에 경계에 휘말리는 걸 피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건이 작정하고 힘을 사용하면 제아무리 영혼의 거울을 사용했다고 해도 강제로 경계의 선을 끊어버려 경계 자체를 흩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건은 굳이 그렇게 하진 않았다.

철민이 얘기했던 것처럼 건은 오는 손님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

“누가 우리를 노리고 경계를 열었네요.”

건은 연희와 함께 경계의 세상으로 진입하며 슬쩍 웃었다.

누가 자신을 경계로 초대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건은 흔쾌히 그 초대를 받아줄 생각이었다.

끼이익!

연희는 바이크를 세웠다.

어차피 바이크는 경계 안에선 사용할 수 없었다.

콰아앙!

경계의 선이 그들을 통과하자 그들이 서 있던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바뀌었다.

“경계가 제법 커 보이네. 상당히 등급이 높은 영혼의 거울을 사용했나 봐.”

연희는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처럼 회색빛으로 변한 세상은 제법 멀리까지 이어져 있었다.

“우리를 확실하게 엮고 싶었나 보네요.”

“하긴 이 정도라면 절대 피할 순 없겠네.”

“자, 그럼 누가 우리를 이토록 애타게 찾고 있는 건지 가 볼까요?”

건은 연희와 함께 강변북로 한복판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차들로 가득 찬 강변북로. 하지만 회색 빛깔로 변한 차들 안에 살아 있는 생명체는 하나도 없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드디어 자신들을 초대한 장본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뜻밖에도 그들은 건과 연희가 예상한 이들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기껏해야 유럽연합이나 혹은 미국의 소울러들이 찾아왔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들을 찾아온 이들은 그들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이들이었다.

“난 민재열이라고 한다.”

대략 열 명 정도의 수하들을 이끌고 나타난 한 남자.

그는 자신을 민재열이라고 소개했다.

“광학자(狂學者).”

연희는 민재열이란 이름을 듣자마자 곧바로 광학자란 말을 내뱉었다.

광학자(狂學者) 혹은 매드사이언티스트라고(Mad Scientist)도 불리는 민재열. 그는 전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대한민국의 유령이었다.

“내가 누군지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니 자기소개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민재열은 건과 연희를 번갈아가며 발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용건만 간단히’니까 쓸데없는 잡설을 모두 빼고 본론만 얘기하겠다. 미안하지만 너희는 내 인질이 되어 줘야겠다.”

민재열은 갑자기 나타나서 이해가 되지 않는 얘길 하고 있었다.

“인질? 왜 우리를 인질로 잡으려는 거지?”

건은 민재열을 바라보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금강철벽 강철민이 그랜드마스터가 되었다는 얘길 들었다. 그리고 내가 극비리에 입수한 정보로는 그가 그랜드마스터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그가 신의 흔적에서 아주 중요한 영혼유물을 얻었기 때문이라더군. 내가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가 신의 흔적에서 얻었다는 그 중요한 영혼유물. 난 그것과 너희를 바꾸려는 것이다.”

민재열의 의도는 아주 간단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는 그랜드마스터가 된 철민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철민이 가진 가장 큰 약점으로 보이는 연희와 건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는 아주 뛰어난 소울마스터 중 한 명이었고 동시에 꽤 큰 세력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가진 힘을 모두 동원하면 연희와 건을 제압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피를 보고 싶으면 반항을 해도 좋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아무리 반항을 해도 결국 너희는 우리에게 제압당할 것이란 사실이다.”

민재열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는지 아주 자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니까 우리를 인질로 잡아서 사장님을 협박하겠다는 거야?”

민재열의 말을 모두 듣고 난 연희는 어이없단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되물었다.

“분명한 것은 강철민은 너희 두 사람을 굉장히 아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단 얘긴 너희 둘의 목숨이 위험하다면 아무리 중요한 영혼유물이라고 해도 내놓을 것이란 뜻이기도 하지. 어차피 그는 이미 그랜드마스터가 되었으니 더욱 그 영혼유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재열은 마치 이미 그 영혼유물을 얻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똥파리들이 모여들 줄은 몰랐네.”

건은 주변을 쓱 둘러보며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유럽연합이나 미국 그리고 일성 그룹만 손님으로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이번 일에 대한 정보가 여기저기로 넓게 퍼진 느낌이었다.

덕분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하이에나와 같은 손님도 찾아온 것 같았다.

“크하하하, 지금 감히 날 파리에 비유한 건가? 이제 갓 소울마스터가 된 햇병아리가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민재열은 건을 노려보면서 자신의 기운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는 보통의 소울러와 다르게 전투와 관계없는 영혼과 맹약을 맺은 인물이었다.

전투력은 부족했지만 대신 그는 부족한 전투력을 영혼과학의 힘으로 채웠다. 그는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울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

보통의 소울러들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소울마스터가 되었지만, 그의 힘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 금강철벽 강철민이 그랜드마스터가 되며 한참을 앞서나가고 있지만, 그전까지는 사실 민재열과 강철민은 거의 동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강철민의 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연희와 건은 아무리 용을 써도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그 확신은 너무나도 잘못된 확신이었지만 민재열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이제 대화는 끝났다. 제압해라!”

민재열은 더 할 얘기가 없단 표정으로 자신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는 동시에 자신도 건을 제압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바로 그 순간.

건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꺼져라.”

콰앙!

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건과 연희를 향해 달려들던 민재열의 부하들은 모조리 거대한 벽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

당연히 지금 건의 말은 ‘전능언’이었다.

말 자체에 실린 강력한 힘은 민재열과 그가 이끌고 온 부하들의 몸을 휘감으며 그들의 몸을 뒤로 잡아당겼다.

그 힘은 절대 약한 힘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은 모조리 뒤로 튕겨 나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나마 민재열은 힘으로 버티며 뒤로 튕겨 나가는 걸 막을 수 있었지만, 그의 부하들은 전능언의 힘을 버틸만한 실력이 아니었다.

“크윽.”

하지만 민재열도 살짝은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건은 그런 민재열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햇병아리라고 했나? 그럼 오늘 그 햇병아리의 작은 발에 짓밟히는 기분이 어떤지 느낄 수 있을 거야.”

건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민재열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딱! 츠릿!

그러자 한 조각의 전능강기가 그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헉!”

민재열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강력한 한 줄기의 기운을 느끼곤 곧장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쩌저저저정!

5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의 전능강기의 조각이 민재열의 오른팔에 만들어진 반투명한 실드에 부딪치며 폭발했다.

민재열이 만들어낸 이 반투명한 실드는 그가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의 특별한 외물(外物) 중 하나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 외물의 이름은 ‘영광의 방패’였다. 영광의 방패에서 만들어진 반투명한 실드는 소울마스터들이 사용하는 혼강(魂罡)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못 막아낼 게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막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었다.

전능강기에 실린 힘은 너무나 강력했기에 그는 아주 작은 한 조각의 전능강기를 막는 것만으로도 몸이 휘청거렸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건이 계속해서 손가락을 튕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쩌저정, 쩌저저정!

주르르르륵!

끊임없이 날아오는 전능강기의 조각.

민재열은 영광의 방패를 이용해 그것들을 계속 막았지만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누가 누굴 인질로 잡는다고?”

건은 민재열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계속 손가락을 튕겼다.

민재열은 자신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전능강기의 조각을 날리며 걸어오는 건을 보며 절대 그가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도,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당황하는 민재열.

그는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 이제 다시 물어볼게. 이래도 네가 똥파리가 아니라고 얘기할 거야?”

건은 민재열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으며 그를 비웃었다.

“으드득, 이 새끼가!”

철컥.

민재열은 지금의 현실을 절대 인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발악하며 자신이 가진 또 하나의 중요한 외물을 꺼내 들었다.

다른 소울러들에게 ‘지옥의 불길’이라 불리는 그것은 일종의 화염방사기였다.

하지만 당연히 그냥 평범한 화염방사기가 아니었다.

민재열은 지옥의 불길을 이용해 혼강을 교묘하게 변형시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불길로 만들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어떤 존재도 이 불길을 정면으로 맞고 제대로 형체를 유지하지 못했다.

화르르륵, 콰아아아!

“재로 만들어주마!!”

건을 덮치는 성난 파도와 같은 불길.

그는 이 불길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그는 또박또박 얘기했다.

“비켜라.”

단 한마디의 말.

이번에도 역시 이 말엔 전능언의 힘이 실렸다.

그러자 그 말은 아주 강력한 힘이 되어 불길을 휘감았다. 그리곤 그대로 불길을 좌우로 갈라버렸다.

콰과과광!

커다란 불길이 갈라지며 다시 길이 생겼다.

그리고 건은 그 길을 따라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왔다.

“내가 얘기했지. 넌 오늘 나에게 짓밟힐 것이라고…….”

민재열을 바라보며 악마처럼 속삭이는 건.

그 순간 민재열을 아주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내가…… 도대체 무슨 괴물을 건드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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