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53화 (152/175)

# 153

더 소울(The Soul) - 압도(壓倒) [1]

@ 압도(壓倒).

제우스가 빅뱅을 통해 만들어낸 폭발은 정말 강력했다.

경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릴 정도였으니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그렇기에 제우스는 아무리 건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빅뱅까지 사용하게 될 줄이야.’

아무리 제우스라고 해도 빅뱅과 같은 기술을 사용하면 혼력 소모가 상당히 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빅뱅을 한, 두 번 사용한다고 해서 혼력이 바닥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마구 난사할 수 없는 기술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쿠쿠쿠쿵, 파지지지직!

폭발의 여파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제우스는 양손에서 다시 몇 줄기의 두꺼운 뇌전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빅뱅에 타격을 입었을 건에게 계속 공격을 퍼부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제우스는 건이 공간이동에 특화된 소울러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건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자신이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빅뱅을 사용한 것이었고 이것으로 인해 자신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연히 그것은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었다.

“아주 큰 압력으로 뇌전을 압축시킨 후 그것들을 충돌시켜 강력한 폭발을 만들어낸다. 훌륭하군. 솔직히 살짝 짜릿하기까지 했었어.”

제우스 앞에 원래 있던 그 자리에게 그대로 서있던 건이 나타났다.

건은 너무나 멀쩡했다.

심지어 입고 있는 옷마저 어디 한 군데 찢어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어, 어떻게…….”

제우스는 건의 그런 모습을 보고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잔뜩 구겼다.

“설명해줄까? 전능천의로 기본적인 호신강기를 만들고 거기에 전능강기를 이용해 다시 한 겹의 보호막을 더 만들었어. 그런데 이번 폭발은 생각보다 더 강력해 추가로 전능언을 통해 두 겹의 방어를 뚫은 힘들을 거부해버렸지.”

건은 아주 친절하게 자신이 어떻게 빅뱅의 강력한 힘을 막아냈는지 설명해주었다.

물론 제우스는 그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는 빅뱅을 이렇게 쉽게 그리고 아무런 타격 없이 막아낼 수 있는 소울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질 못했었다.

차라리 건이 빅뱅의 폭발범위를 벗어나 피한 것이었다면 그 충격이 덜했을 텐데 지금은 그것도 아니었다.

“공간이동에 특화된 능력을 지닌 게 아니었나?”

“공간이동? 아, 이걸 얘기하는 건가?”

파팟!

건은 이번에도 역시 친절하게 전능보를 직접 보여주었다.

사라진 건이 다시 나타난 곳은 제우스의 등 뒤였다.

“이건 전능보라고 부르지.”

끝까지 친절한 건.

하지만 제우스는 지금 건의 친절함을 느끼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재빨리 뒤로 몸을 돌리며 좀 더 거리를 벌리는 제우스.

하지만 건은 어차피 당장 제우스를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넌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괴물인 것이냐?”

빠르게 거리를 벌린 제우스는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건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늘 밖에도 하늘은 존재한다고 미리 말해줬잖아.”

“설마…… 신의 흔적에서 일 등급 영혼유물을 얻은 게 강철민이 아니라 너였던 게냐?”

“굳이 숨기려고 했던 것도 아니니 대답해주지. 맞다. 내가 그것을 얻었다.”

“허어.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었기에 이런 괴물이…….”

“자꾸 내 앞에서 날 괴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어쨌든 그건 그거고 이제 대충 진짜 그랜드마스터의 힘을 알았으니까 마무리를 지어야겠군.”

건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지금까지 건은 제우스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기만 하고 전혀 반격을 하지 않았었다.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그랜드마스터라 불리는 이들의 진짜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서였다.

물론 그리고 또 다른 숨은 의도가 하나 더 있었지만 어쨌든 이제는 슬슬 이 싸움을 마무리 지을 때였다.

“이건 전능강기라고 하는 거야.”

건은 아예 제우스에겐 끝까지 친절하기로 했는지 자신이 사용할 힘이 뭔지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건의 오른팔에선 한 줄기의 전능강기가 쏟아져 나와 빠르게 형태를 갖추었다.

그것은 한 개의 거대한 주먹이었다.

제우스는 반투명한 거대한 주먹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황급히 뇌전을 몇 겹으로 겹쳐 그물을 만들었다. 그는 그것을 이용해 거대한 주먹을 막았다.

그는 그랜드마스터답게 다소 투박해 보이는 이 거대한 주먹에 얼마나 강력한 힘이 담겨 있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꽈르르릉, 콰과과과과과광!

거대한 주먹이 뇌전의 그물과 충돌하자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 주먹은 그 폭발을 이겨내며 천천히 뇌전의 그물을 뚫고 들어갔다.

드드드득!

제우스는 그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 재빨리 주먹을 피했다.

꽈과과광!

뇌전의 힘을 육체에 주입한 제우스의 움직임은 굉장히 빨랐다. 덕분에 그는 주먹을 피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주먹이 단순히 한 번의 공격으로 사라진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주먹은 제우스가 빠르게 움직이며 공격권에서 벗어나자 곧바로 궤도를 바꾸며 제우스를 추격했다.

마치 유도 기능이라도 달린 것처럼 그것은 제우스를 향해 계속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본 제우스는 피하기만 해서는 절대 답이 나오질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막아내야 하는 공격이다.’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제우스는 제 자리에 서서 뇌전의 힘을 자신의 오른 주먹에 집중시켰다.

“나는 뇌전의 신 제우스다!”

꽈르르르르릉!

제우스는 발악이라도 하듯 큰 소리로 외치며 오른 주먹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그의 주먹에서 수천 줄기의 뇌전이 앞쪽으로 방출되었다.

그 뇌전들은 하나하나가 수백만 킬로와트(kwh)의 힘을 담고 있었다.

그게 수천 줄기가 방출되었으니 당연히 그 힘은 대단히 강력할 수밖에 없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광!

전능강기로 만들어진 거대한 주먹은 그 수천 줄기의 뇌전과 뒤엉키며 다시 한 번 폭발했다.

이번에도 주먹은 자신을 휘감는 수천 줄기의 뇌전들을 뿌리치고 계속 제우스를 향해 나아가려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주먹을 붙잡는 힘이 너무 강력했다.

그래서일까?

결국 거대한 주먹은 수천 줄기의 뇌전들과 함께 폭발하며 소멸되었다.

“헉, 헉…….”

제우스는 간신히 거대한 주먹을 막아낸 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리 그가 뇌전의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소울러라고 해도 이렇게 한 번에 이 정도로 많은 뇌전을 내뿜으면 당연히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배덕의 군주와는 다르군.”

건은 거침 숨을 내쉬는 제우스 앞에서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전능강기 하나가 소멸된 것쯤은 그에게 아무런 타격도 아니었다.

그런 것은 지금 당장 몇 개라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었다.

“도대체…… 넌 그곳에서 무엇을 얻은 게냐? 그것이 무엇이기에 널 이토록 강하게 만든 것이냐?”

제우스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대단한 영혼유물이 있었다고 해도 경력도 얼마 되지 않는 젊은 소울러를 이렇게 엄청난 괴물로 만들었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았다.

“뭔가 착각을 하고 있군.”

“착각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이러한 경지에 오른 게 오로지 내가 신의 흔적에서 얻은 영혼 유물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혹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해보지 못했나?”

“다른 이유? 내가 너에 대한 보고서를 보지 못했을 것 같나? 소울러가 된지 이제 겨우 오 년도 되지 않는 네가 이런 괴물이 된 걸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일등급 영혼유물뿐이다.”

“쯧쯧, 그게 바로 착각인 거다. 제우스. 뇌전의 인장을 지닌 인장의 주인. 너라면 잘 알 텐데…… 세상에 수많은 인장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 인장…… 설마…….”

“나도 인장의 주인이다. 난 감히 네가 알아볼 수도 없는 인장을 지녔다. 이제 네가 하는 착각이 뭔지 잘 알겠지?”

“그런 것이었나…….”

제우스는 건이 인장의 주인이란 걸 전혀 몰랐다.

하지만 반대로 건은 제우스가 인장의 주인이란 것은 물론이고 무슨 인장을 지녔는지조차 상세히 알고 있었다.

이 얘긴 결국 인장의 힘 자체부터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뜻이었다.

“자, 이제 진짜 끝내자.”

스윽.

건은 이제 얘기해줄 것은 모두 얘기해주었기 때문에 진짜 끝을 내고자 마음먹었다.

츠츠츳!

건의 등에서 황금빛 날개가 치솟았다.

전능천익(全能天翼)이었다.

“제우스. 이게 바로 하늘 밖 하늘(天外天)의 힘이다.”

콰과과과과과과과!

건의 말과 함께 제우스의 머리위로 어마어마한 압력이 쏟아져 내렸다.

“크아악!”

그랜드마스터인 제우스마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압력. 그것은 예전에 황제가 건에게 시전 했던 천압(天壓)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압력이었다.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득!

건이 만들어낸 압력은 경계 전체를 짓눌렀다.

그 압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예 경계 자체가 쪼그라들어 버렸을 정도였다.

당연히 제우스는 그 압력을 이겨낼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은 제우스는 건 앞에서 바짝 엎드리며 아주 간신히 버텨냈다. 바로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우드득, 드드득.

압력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그의 육체마저 뒤틀리기 만들었다.

제우스는 전신의 뼈가 금이 가고 뒤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그것은 제우스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주었다.

“끄으으윽.”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버티고 또 버티는 제우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를 짓누르는 압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져만 갔다.

‘여기까지인가?’

제우스는 마지막을 생각했다.

절대자로 군림해온지 수백 년.

단언컨대 그동안은 그 누구도 그의 앞에서 고개를 뻣뻣이 들지 못했다.

모든 이들이 그에게 고개를 숙였고 그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려 건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물론 이건 압도적인 힘으로 강제된 자세였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런 굴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었다.

강제되었건 아니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완벽하게 압도당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를 짓누르는 압력은 계속 강해졌다.

제우스는 이젠 정말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이대로 무너져 내리면 마치 사람의 발에 밟혀죽는 한 마리의 개미처럼 납작하게 짓눌려 죽을 것 같았다.

이것은 그랜드마스터인 제우스에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최후였다.

그렇기에 제우스는 어떻게 해서라도 버티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정말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압력이 커져 있었다.

‘이게 정말 나의 최후란 말인가?’

공허한 제우스의 외침.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그를 짓누르던 압력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들려온 한 마디의 말.

“제우스, 이젠 하늘 밖의 하늘이란 말을 잊지 않을 수 있겠지?”

황금빛 날개를 펼친 건이 바닥에 엎드려 떨고 있는 제우스를 내려다보며 경고를 하듯 얘기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제우스는 자신이 얼마나 오만했고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감히 넘봐서는 안 되는 것을 넘본 대가를 확실하게 영혼에 각인시킨 제우스.

그는 두려웠다.

무려 그랜드마스터인 그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보여준 건.

그는 제우스를 이렇게까지 밑바닥까지 끌어내리기 위해 앞서 쓸데없어 보일 정도로 친절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극복할 수 없는 두려움.

건은 이걸 제우스의 영혼에 너무나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난 언제나 여기에 있을 거다. 누구라도 언제든지 날 찾아와도 상관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얘기해주마. 내가 자비를 베푸는 것은 딱 너까지만 이다. 내가 널 살려주는 이유는 한 가지뿐이다. 네가 가진 능력을 이용해 지금 이 상황을 최대한 조용히 무마시켜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난 널 찾아갈 것이고 그땐 너뿐만 아니라 너를 따르는 모든 이들이 날 귀찮게 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건은 또박또박 얘길 했고 그 말은 제우스의 머릿속에 비수처럼 와서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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