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59화 (158/175)

# 159

더 소울(The Soul) - 블러디 로드 [1]

예상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연희의 공격은 앞쪽에 있던 뱀파이어들의 몸을 꿰뚫었다.

“크헉!”

“으아악!”

그나마 뒤쪽에 있던 뱀파이어들은 간신히 연희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지만 앞쪽에 있던 열 명 정도의 뱀파이어들은 고스란히 연희의 난사를 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미트리 백작은 연희가 난사를 하는 그 순간 어렴풋이 연희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연희보단 건을 더 신경 쓰며 사라진 건을 찾기 위해 집중했었기 때문에 연희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놓치고 말았다.

어차피 같은 소울마스터끼리 상대방의 기운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게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신경을 조금 더 썼다면 연희가 내뿜는 기운이 범상치 않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어쨌든 그 실수 한 번 때문에 순식간에 열 명의 뱀파이어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모두 뒤로 물러나라!”

미트리 백작은 그제야 뱀파이어들을 물러나라고 명령했지만, 연희는 공격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츠리릿!

그녀는 아예 자신의 아공간에서 두 자루의 기관총을 꺼내며 본격적으로 전쟁을 시작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기관총 역시 건이 개조해준 괴물 같은 물건 중 하나였다.

건은 그녀가 가진 모든 무기를 개조해주었는데 하나같이 괴물같이 만들어놓았다.

지금 그녀가 꺼내 든 두 자루의 M4 기관총만 해도 말이 M4 기관총이지 실제 위력은 한 발, 한 발이 마치 유탄발사기에서 쏘아진 유탄과 비슷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강력한 혼력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위력 자체는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드드드드드득!

연희는 두 자루의 기관총을 양손에 들고 조준도 하지 않은 상태로 마구 총을 난사했다.

어차피 사방에 널린 게 적이었다.

뱀파이어들은 미트리 백작의 명령과 함께 모두 뒤로 물러났지만 그럼에도 완벽하게 연희가 난사하는 탄환들을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크악!”

또 몇 명의 뱀파이어들이 추가로 쓰러졌다.

“멈춰라!”

미트리 백작은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미트리 백작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맹약을 맺은 고대의 거미 여신 아라크네의 힘을 개방했다.

츠리릿!

아라크네의 힘이 개방되자 그의 등에서 두 개의 커다란 팔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의 머리카락도 붉게 변하며 아주 길게 자라났다.

미트리 백작은 바로 이 모습 때문에 레드 스파이더(붉은 거미)라고 불렸다.

촤아아아!

아라크네를 자신의 몸에 강림(降臨)시킨 미트리 백작은 망설이지 않고 연희에게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한 줄기의 끈적끈적한 기운이 앞으로 쏟아지며 연희를 휘감았다.

그것은 일종의 거미줄 덩어리였다.

미트리 백작은 연희의 무차별 난사를 막으면서 동시의 그녀의 움직임을 제한시킬 작정이었다.

하지만 연희도 거미줄 덩어리가 자신을 휘감는 것을 가만히 서서 보고만 있진 않았다.

그녀는 재빨리 아공간을 열며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M4를 집어넣고 새로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자고로 해충을 잡을 땐 이게 최고지.”

연희가 작게 중얼거리며 꺼내 든 무기는 바로 화염방사기였다.

화르르륵!

그녀는 화염방사기를 꺼내자마자 곧장 사방으로 화염을 뿜어냈다.

그냥 화염이 아닌 연희의 혼력이 가득 들어간 화염이었기 때문에 미트리 백작의 거미줄 덩어리는 화염에 모조리 타버렸다.

“쳇.”

그 모습을 본 미트리 백작은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사실 미트리 백작이 가장 싫어하는 공격이 화염 공격이었다.

확실히 거미줄은 화염 속성을 지닌 공격에 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졌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단지 화염 공격이 본능적으로 싫을 뿐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경계에서 활동하며 수없이 많은 경험을 한 미트리 백작이었기 때문에 화염 공격을 상대하는 방법도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파팟, 파팟!

미트리 백작은 여섯 개의 팔을 사방으로 펼치며 근처에 자신의 영역을 만들었다.

츠리리리릿!

순식간에 그와 연희의 주변엔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은 거미줄이 촘촘히 깔렸다.

“뱀파이어들의 정점에 세 마스터가 있고…… 그 중 하나가 진홍빛을 품고 있는 한 마리의 거미라고 하던데…… 레드 스파이더. 그게 바로 너였군.”

연희는 당연히 미트리 백작을 알아보았다.

“얼음여왕의 실력이 제법 뛰어나단 얘긴 들었지만 설마 마스터일 줄이야. 이거 정말 놀랍군. 너도 혹시 강철민이 얻었다는 그 영혼유물 덕을 본 게냐?”

미트리 백작은 연희의 실력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를 그녀의 노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았다.

그의 상식으론 그녀가 이렇게 단 시간 만에 강해진 걸 당연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 놈의 영혼유물 타령.”

연희는 지겹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자고로 모든지 속성으로 완성한 것들 치고 제대로 된 것은 찾아보기 힘든 법이지.”

미트리 백작은 이제 갓 마스터에 오른 연희의 실력을 단번에 평가절하 했다.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단기속성 마스터의 실력을 구경해 봐!”

화르르륵!

연희는 그 말과 함께 사방으로 화염을 난사했다.

그녀의 목표는 사방에 뿌려진 미트리 백작의 거미줄이었다.

하지만 미트리 백작이 사방에 뿌려놓은 그 거미줄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튼튼했다.

그것들은 불타는 게 아니라 불의 힘을 흡수해버렸다.

“크크큭, 내가 설마 화염에 대한 대비를 안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게냐?”

미트리 백작은 오래전부터 화염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연구했었고 지금에 와서는 어지간한 화염은 아무렇지 않게 견뎌낼 수 있게 되었다.

“오호, 내연성(耐燃性)을 키웠다 이거야?”

연희는 불에 타지 않는 거미줄을 보며 흥미롭단 표정을 지었다.

“과연 그것뿐일까?”

미트리 백작은 가볍게 오른쪽에 두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빠르게 몇 줄기의 거미줄이 연희의 팔과 다리를 휘감았다.

워낙 가느다란 가닥이었고 스피드 또한 매우 빨랐기 때문에 연희는 피하지 못하고 그것들에 휘감겼다.

“이런 것도 가능해.”

화르르륵!

미트리 백작은 연희의 팔과 다리를 휘감은 거미줄을 통해 자신이 방금 흡수한 화염의 기운을 다시 뱉어냈다.

순간 연희의 팔과 다리에 화염이 옮아 붙었다.

하지만 연희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그 화염들을 털어버렸다.

푸슛.

연희는 열기와 화염은 건마스터라고 할 수 있는 그녀에겐 익숙한 기운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 화염으로 그녀에게 데미지를 입힐 순 없었다.

“쳇, 귀찮아졌네.”

불에 타지 않고 오히려 불을 흡수하는 거미줄. 그것은 분명 귀찮은 존재였다.

철컥, 스르륵.

연희는 결국 화염방사기를 집어넣고 다시 두 자루의 M4를 꺼내들었다.

“뭐야? 벌써 불을 포기하는 거야?”

“원래 내 전문은 이거거든.”

연희는 손에 들고 있는 M4를 내밀며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했다.

“그래? 그런데 그깟 총으로 내 거미줄을 뚫을 수 있을까?”

“그깟 총이라고?”

츠츠츠츳!

미트리 백작이 그녀의 총을 무시하는 순간 연희는 자신의 영혼과 맹약으로 얽혀 있는 전우치의 영혼을 단번에 끌어당겼다.

그러자 전우치의 영혼이 그녀의 영혼에 겹쳐지며 완벽하게 그녀의 통제를 받게 되었다.

이것은 강림보다 더 발전된 힘의 발현 방식이었다.

일명 승천(升天)이라 불리는 연희는 이것을 통해 전우치가 과거에 가졌던 힘을 120% 끌어내어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콰과과광!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그녀의 기운.

그 순간 미트리 백작은 자신이 뭔가 대단한 착각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이제 갓 소울마스터가 된 이의 기운이라고?’

그는 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연희가 더 날뛰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그녀를 제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츠리리릿!

미트리 백작은 여섯 개의 팔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튕기며 자신이 미리 깔아놓은 거미줄을 이용해 연희를 사방에서 공격했다.

사방을 가득 메우고 있던 거미줄에서 또 다른 거미줄들이 마구 뻗어 나와 연희를 향해 뻗어갔다.

그 가닥수를 일일이 다 셀 수는 없었지만 어림잡아 수만 가닥은 되어 보였다.

만약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연희의 전신을 거미줄이 꽁꽁 휘감아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연희도 가만히 있질 않았다.

휘리릭, 드드드드드드득!

연희는 몸을 그대로 회전시키며 곧장 M4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사방으로 빛의 탄환이 흩어지며 그녀를 향해 다가오던 수만 가닥의 거미줄을 모조리 폭발시켰다.

그녀가 지금 M4에서 쏘아내는 이 빛의 탄환은 예전의 광혼탄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만드는 원리 자체는 똑같았지만 압축된 힘의 크기가 전혀 달랐다.

대략 예전 광혼탄의 10배 정도의 위력을 지닌 새로운 광혼탄.

당연히 이번 광혼탄은 상대가 설사 혼마라고 해도 아주 또렷하게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콰과과과과광!

연희의 몸 주변에서 마구 폭발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연희는 회전도, 사격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무차별난사가 계속되자 미트리 백작이 사방에 뿌려놓은 거미줄에도 구멍이 마구 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던 미트리 백작은 연희가 쏘아내는 광혼탄을 자신의 거미줄로 막아낼 수 없다는 걸 확인한 순간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냥 평범한 탄환이 아니란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멍하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는 다시 한 번 움직였다.

이번엔 아예 더 확실한 거미줄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머리카락이었다.

츠츠츠츳!

미트리 백작이 정신을 집중하자 그의 머리카락이 연희를 향해 뻗어나갔다.

그의 머리카락은 그것 자체로 또 다른 종류의 거미줄이었다.

그것은 당연히 조금 전 사방에 뿌려놓았던 거미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한편 계속 회전하며 사방으로 무차별난사를 하던 연희는 자신을 향해 곧장 뻗어오는 미트리 백작의 머리카락을 발견하자마자 빠르게 회전을 멈추며 뒤쪽으로 몸을 빼냈다.

꽈과과광!

그러자 그녀가 서있던 곳에 미트리 백작의 머리카락이 쏟아졌다.

그의 머리카락은 그녀가 서있던 곳을 초토화시켰다. 이건 도저히 머리카락이라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어쨌든 탁월한 감각으로 미트리 백작의 공격을 피한 연희는 평범한 무기로는 미트리 백작의 머리카락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10배 정도 더 강력해진 광혼탄이라고 해도 머리카락을 꿰뚫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결국 그것을 써야겠군.’

이렇게 된 이상 그녀는 자신이 가진 힘을 아낌없이 쓰기로 마음먹었다.

츠츠츠츳!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등 뒤에 커다란 아공간의 입구가 생겨났다.

그것의 이름은 공혼도문(空魂道門)!

전우치가 자랑하는 최고의 도술인 공혼도문. 그것이 최대크기로 열리며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온 강철 조각들이 연희의 전신을 감쌌다.

그리고 불과 2초 정도 만에 순식간에 연희의 몸을 휘감은 거대한 벌컨포가 완성되었다.

건의 도움으로 완전히 새롭게 바뀐 ‘빛의 심판’.

연희는 ‘빛의 심판’이 완성되는 순간 망설이지 않고 그것의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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