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
더 소울(The Soul) - 블러디 로드 [2] - 무료 -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그 순간 빛의 심판에서는 마치 한 줄기의 빛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엄청난 양의 광혼탄이 한꺼번에 쏘아졌다.
겉으로 보기엔 거의 빛을 쏘아내는 느낌이었다.
콰과과과과과!
그리고 그 빛에 닿은 곳은 모조리 이 세상에서 지워졌다.
“헉!”
미트리 백작은 깜짝 놀라며 재빨리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그 빛을 막았다.
꽈르릉, 꽈과과과광!
빛의 심판에서 쏟아져 나온 빛과 미트리 백작의 머리카락이 충돌하며 엄청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크윽!”
하지만 이 충돌로 손해를 본 사람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주르르륵!
미트리 백작은 큰 충격과 함께 뒤로 한참을 밀려났다.
그가 자랑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머리카락마저 약간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사실은 여전히 빛의 심판의 커다란 총구가 미트리 백작 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연희는 아예 빛의 심판의 공격 범위를 더욱 좁혔다.
츠리릿!
대략 자신의 손바닥 정도 크기로 공격 범위를 재조종한 연희는 다시 한 번 정신을 집중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번쩍,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다시 한 번 쏘아진 강렬한 빛.
그것은 어김없이 미트리 백작의 심장 쪽을 파고들었다.
미트리 백작 역시 다시 한 번 머리카락들을 마구 겹치며 연희가 쏘아낸 빛을 막으려고 했다.
쩌저저정, 꽈과과과과과과광!
다시 한 번 미트리 백작의 머리카락과 빛의 심판에서 쏘아진 빛이 충돌하며 사방을 뒤흔드는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뒤로 밀려난 것은 미트리 백작이었다.
“크으윽!”
미트리 백작은 조금 전보다 더 큰 충격을 입으며 더 많이 밀려났다.
그리고 머리카락은 대략 전체의 30%가량이 완전히 소멸되어 사라졌다.
이대로라면 미트리 백작은 얼마 못 버틸 것처럼 보였다.
“으아아아!”
그런 사실은 미트리 백작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곧장 여섯 개의 팔을 사방으로 뻗으며 다시 한 번 집중을 했다.
그러자 그의 전신에서 붉은색 거미줄이 마구 쏟아져 나와 그의 몸 주변에 흩날렸다.
미트리 백작의 마지막 한 수인 블러드 웹(Blood Web)이었다.
“좋아. 네 실력을 인정하마. 하지만 더 이상 날뛰지는 못할 것이다.”
파파파파팟!
미트리 백작은 사방으로 블러드 웹을 쏘아냈다.
그는 연희를 블러드 웹으로 넓게 포위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가 자꾸 이렇게 영역을 구축하는 이유는 이러한 영역 구축 능력이야 말로 그가 가진 가장 강력한 능력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거미줄이야? 지겹지도 않아?”
철컥, 치이이이익.
연희는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붉은색 거미줄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그녀는 과열되어 있던 빛의 심판을 빠르게 냉각시키며 다음 사격을 준비했다.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 거 같아?”
드르르르르.
빛의 심판의 수십 개의 총구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걸 본 미트리 백작은 재빨리 몸을 낮추며 자신이 미리 뿌려둔 블러드 웹에 바짝 엎드렸다.
그렇게 하자 그는 마치 한 마리의 거미가 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변한 것은 겉모습뿐만이 아니었다.
번쩍, 콰과과과과과!
빛의 심판이 다시 한 번 번쩍이며 강렬한 빛을 토해낸 그 순간 미트리 백작은 블러드 웹을 이용해 자신의 힘을 증폭시켰다.
츠리리릿!
그러자 붉은색 혼강이 사방에서 솟아오르며 연희가 쏘아낸 빛을 휘감았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득!
빛의 심판에서 쏘아진 빛과 그것을 휘감으며 막는 붉은색 거미줄.
둘은 그렇게 힘겨루기라도 하듯이 허공에서 서로 얽혀서 멈춰있었다.
미트리 백작이 자신만만하게 꺼내든 마지막 한 수는 과연 강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킨 것은 결코 아니었다.
“썩어도 준치라는 건가?”
연희는 자신의 공격을 막은 미트리 백작을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어디 언제까지 그렇게 건방진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보자!”
미트리 백작은 자신의 모든 힘을 쥐어짜내 블러드 웹에 주입시켰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한 수인 이 블러드 웹을 통해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츠리리리릿! 꽈과과과과과과광!
블러드 웹의 힘이 강력해지자 빛의 심판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허공에서 폭발하며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사방에 뿌려져 있던 모든 블러드 웹에서 붉은 빛이 솟아오르며 연희를 휘감았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애초에 연희가 블러드 웹의 영역에 들어와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연희를 휘감은 붉은 빛은 순식간에 붉은 거미줄로 바뀌었다.
츠리리리리릿!
결국 연희는 꼼짝없이 붉은 거미줄에 온 몸이 꽁꽁 묶이고 말았다.
“으음!”
연희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의 몸을 휘감은 붉은 거미줄을 바라보았다.
붉은 거미줄들은 빛의 심판마저 꽁꽁 감고 있었기 때문에 빛의 심판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몸뚱이를 갈기갈기 찢어주마!”
한 번의 역습으로 기세를 역전시킨 미트리 백작은 오직 이것만을 기다렸다는 표정으로 연희를 휘감고 있는 블러드 웹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콰드드득!
블러드 웹에 실린 힘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에 연희의 몸을 보호하듯 감싸고 있던 빛의 심판이 먼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종이장처럼 구겨졌다.
이대로라면 정말 미트리 백작의 말처럼 온 몸이 찢겨버릴 것만 같았다.
원래 미트리 백작의 임무는 연희를 죽이는 게 아니라 제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라크네의 영혼을 자신의 몸에 강림시키고 그녀의 힘을 모두 개방해 버린 지금 그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당연히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연희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으아아아아!”
미트리 백작은 온힘을 다해 블러드 웹을 잡아당겼다. 이 정도 힘이라면 설사 강철로 된 인간이라고 해도 너무나 쉽게 찢겨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연희는 미트리 백작의 뜻대로 갈기갈기 찢기지 않았다.
비록 빛의 심판은 망가졌지만 연희는 그것을 외부장갑삼아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긴 잠깐의 빈틈.
정말 찰나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희에겐 위기를 빠져나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매미가 허물을 벗어던지고 날아오르듯…… 연희는 빛의 심판을 포기하고 재빨리 빠져나왔다.
콰과과광!
빛의 심판은 결국 블러드 웹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겨나가며 폭발했다.
하지만 그 순간 연희는 이미 뒤쪽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츠츠츠츳!
다시 한 번 더 열리는 공혼도문.
연희는 비록 가장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빛의 심판을 눈앞에서 잃어버렸지만 아직 그녀에게 남아 있는 수가 있었다.
다시 열린 공혼도문에서 튀어나온 것은 일곱 자루의 특별한 총들이었다.
총들의 생김새는 다 똑같았다.
마치 돌격소총의 앞부분만 잘라놓은 것처럼 생긴 그것들은 이번에 건과 함께 새롭게 자신의 필살기로 만든 것들이었다.
연희는 그것들을 ‘세븐 스타(Seven Star)’라고 불렀다.
일곱 개의 별.
당연히 그걸 만든 이는 건이었다.
당연히 그것들은 모두 총이었다. 단지 그냥 총이 아니라 연희만을 위해 만들어진 그녀의 총이었다.
연희는 그것을 모두 자신의 의지아래 두고 있었다.
마치 검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종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이기어검술처럼 연희 역시 일곱 자루의 특별한 총을 모두 자신의 의지대로 조종하고 있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이기어총이라 할 수도 있었다.
그것도 무려 일곱 자루를 동시에 조종하는 다중 이기어총이었다.
세븐 스타는 등장과 함께 화려하게 불꽃을 뿜어냈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일곱 개의 총은 모두 제각각 다른 방향에서 더욱 강력해진 광혼탄을 마구 쏘아냈고 그것들은 단번에 블러드 웹의 중요한 포인트에 적중되었다.
꽈과광!
폭발과 함께 블러드 웹이 마구 끊겨나갔다.
미트리 백작이 자신만만하게 내놓은 블러드 웹이었지만 세븐 스타에서 초당 서른 발이 넘게 쏟아져 나온 광혼탄이 똑같은 곳을 계속 때리자 아무리 블러드 웹이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견뎌낼 수가 없었다.
세븐 스타가 노린 일곱 군데 모두 블러드 웹이 폭발과 함께 끊겨버렸다.
이렇게 되자 다시 기세는 연희에게 넘어왔다.
미트리 백작은 연희의 주변에 떠있는 일곱 자루의 특이하게 생긴 총들이 총구를 돌려 새로운 목표를 가리키는 그 순간 자신은 도저히 그것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도저히 막을 수 없다.’
블러드 웹은 그에게 마지막 한 수였다.
그렇기에 이것마저 소용이 없다면 이제는 포기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었다.
콰과과과과과광!
그의 예상대로 블러드 웹은 폭발과 함께 계속 더 끊겨나갔고 이젠 거의 넝마처럼 변해 버렸다.
연희는 미트리 백작의 최후의 한 수인 블러드 웹을 그렇게 만든 후 자연스럽게 세븐 스타의 총구를 미트리 백작을 향해 집중시켰다.
위이이잉, 철컥, 철컥!
미트리 백작은 이미 저항을 포기했다.
그는 연희에게서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일곱 개의 총구가 자신을 향하는 걸 지켜만 보았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군주이 블러디 로드에게 사죄를 하며 두 눈을 감았다.
자신을 이곳까지 이끌어주었고 힘까지 나누어주었던 블러디 로드를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죽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마지막에 자신의 마스터인 블러디 로드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것만 제외하면 그는 이 자리에서 죽는 것에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적이 강했고 내가 약했다. 그것 뿐이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드드드드드득!
다시 한 번 불꽃을 뿜으며 광혼탄을 난사하는 세븐 스타.
이대로라면 불과 0.1초 정도 후엔 미트리 백작의 마지막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피잉, 피잉!
세븐 스타에서 쏘아진 광혼탄들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붉은 섬광을 내뿜으며 사라졌다.
스으으으으.
놀랍게도 광혼탄들을 모조리 소멸시킨 것은 붉은 안개였다.
갑자기 연희와 미트리 백작 사이에 붉은 안개가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그것은 미트리 백작을 향해 날아가는 모든 광혼탄을 그 즉시 소멸시켜버렸다.
“으음?”
연희는 자신의 공격이 생각지도 않게 막혀버리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미트리 백작은 연희와는 다르게 엄청 감격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곧바로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마스터를 뵈옵니다!”
바닥에 엎드린 미트리 백작은 목이 터져라 큰 소리로 외쳤고 바로 그 순간 붉은 안개가 하나로 뭉치며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블러디 로드.
그의 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