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61화 (160/175)

# 161

더 소울(The Soul) - 신위 [1]

@ 신위(神威).

“멍청한 놈.”

블러리 로드는 나타나자마자 자신을 향해 엎드려 있는 미트리 백작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죄, 죄송합니다.”

“쯧쯧, 아무리 상대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력을 지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당하다니…… 정말 실망스럽구나.”

블러디 로드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그리곤 조용히 연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놀라워. 이게 금강철벽이 얻었다는 영혼유물의 힘인가? 어떻게 그 짧은 시간 만에 이 정도의 경지까지 올려놓을 수가 있었던 거지? 이건 정말 대단하단 말밖에 안 나오는군.”

블러디 로드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는 그랜드마스터답게 아주 정확하게 연희의 능력을 파악했다.

“블러디 로드.”

연희 역시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넌 왜 혼자지? 또 한 명의 소울마스터라는 그 녀석은 어디 있는 거지?”

“명색이 그랜드마스터인데 그런 건 나에게 묻지 말고 직접 찾아보셔야지.”

“크크크크, 공간을 이동하는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 내 인지 영역에서 그렇게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봐서는 평범한 이동 능력은 아닌 것 같은데…… 뭐, 어차피 널 가볍게 흔들어주면 그 녀석도 나타나겠지. 안 그래?”

블러디 로드는 건이 이곳에 있고 없고는 별로 상관없다는 듯이 얘기했다.

이미 그는 건과 연희가 깊은 연인 관계라는 걸 전부 알고 있는 상태였다.

“날 흔들겠다고? 그래, 그럼 어디 흔들어봐!”

철컥, 철컥!

연희는 별로 의미도 없는 대화를 오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세븐 스타의 총구를 블러디 로드쪽으로 돌린 후 망설이지 않고 발포했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다시 한 번 쏟아지는 광혼탄들.

하지만 블러디 로드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오른손을 슬쩍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앞에 피의 장막이 만들어졌다.

파파파파파파파팟!

세븐 스타에서 쏟아진 모든 광혼탄은 그 피의 장막과 부딪쳤고 그와 동시에 모조리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좋은 공격이지만 적어도 나에겐 별로 통하지 않을 것 같군.”

‘저게 바로 피의 장막인가?’

피의 장막은 아주 뛰어난 방어 능력이었다. 특히 투사체 공격에는 거의 최고의 효율을 자랑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도 그대로 소멸시켰다는 피의 장막을 오늘 아주 제대로 경험하네.”

“하하하, 그건 그냥 심심해서 해본 실험이었을 뿐이다.”

심심해서 해본 실험치고는 좀 무시무시한 것이었지만 어쨌든 투사체 형태의 공격을 방어하는데 있어서는 피의 장막이 거의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연희는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전력을 다할 수 있어도 힘든 싸움이 될 게 분명했는데 이렇게 전력을 다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자 매우 답답해질 수밖에 없었다.

‘젠장…… 하필 블러디 로드라니.’

내색은 안했지만 연희는 지금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잘 알고 있었다.

블러디 로드라면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힘든 상대였다.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연희는 건이 자주하던 말을 중얼거리며 세븐 스타에 혼력을 집중시켰다.

어차피 여기서 다른 걸 꺼낸다고 해서 블러디 로드에게 먹힐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면 가장 자신 있는 세븐스타로 끝장승부를 보는 게 좋았다.

철컥, 철컥.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연희는 세븐스타를 전력을 다해 난사하며 동시에 어느새 꺼낸 두 자루의 자동소총을 양손에 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 아홉 자루의 자동소총이 불을 내뿜었다.

그것도 아주 전력을 다해…….

하지만 블러디 로드는 그저 피의 장막을 이용해 자신을 감싼 후 그런 연희를 계속 지켜만 보았다.

푸슛, 푸슛…….

아홉 자루의 자동소총이 불을 내뿜었지만 정작 블러디 로드의 몸까지는 단 한 발의 탄환도 도착하질 못했다.

연희는 광혼탄들을 한 점에 집중시켜 피의 장막을 뚫어보려고 했지만 피의 장막은 그것에 맞춰 장막의 두께를 자유자재로 조절했다.

‘난사도 안 통하고 점사도 안 통한다. 진짜 피의 장막을 뚫을 방법이 없는 건가?’

연희는 계속 사격을 하고 있긴 했지만 지금 공격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결국 연희는 사격을 멈추었다.

이대로는 혼력 낭비만 될 뿐이었다.

“왜? 좀 더 스트레스를 풀어도 되는데.”

블러디 로드는 여유가 넘치는 표정으로 연희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내 능력으론 피의 장막을 뚫을 수 없네.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을 계속 두드리면 손만 아프잖아. 그래서 그만 하려고.”

“크크크크, 그럼 순순히 항복이라도 한다는 것이냐?”

“항복?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항복도 안할 건데 포기를 한다. 설마 도망이라도 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

“천하의 블러디 로드를 따돌리고 도망을 칠 수는 없겠지.”

“그럼 뭐냐? 항복도 안하고 도망도 치지 않고…… 혹시 자결이라도 하겠다는 게냐?”

“에이, 나도 내 목숨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항복도 하지 않고 도망도 치지 않으며 자결도 하지 않겠다. 그럼 이제 남은 게 뭐가 있지?”

“한 가지 정도는 남은 거 같은데?”

“그게 뭐지? 난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블러디 로드는 진심으로 궁금하단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는 이미 연희는 무슨 짓을 해도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녀가 도대체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게 너무 궁금했다.

“아까 궁금해 했던 거 있잖아.”

“궁금해 했던 거? 아…… 네 남자친구.”

“그래, 내 남자친구.”

“혹시 남자친구가 널 구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건가? 푸하하하, 아무리 공간 이동에 특화된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내가 피의 장막까지 펼친 이 상태에서 공간 이동으로 이 경계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냐? 아니, 애초에 이 경계 안으로 들어올 수는 있는 게냐?”

연희가 건의 얘길 꺼내자 블러디 로드는 크게 웃으며 연희를 바라보았다.

“도망친 네 남자친구를 믿을 바엔 차라리 기적처럼 금강철벽이 이곳에 나타나길 빌어라.”

“미안하지만 난 기적 같은 건 믿지 않아. 하지만 내 남자친구는 믿어.”

“그게 무슨 개소리…….”

콰지지지지직, 콰과과광!

블러디 로드가 연희를 다시 한 번 크게 비웃으려는 그 순간…….

갑자기 경계 전체가 마구 흔들리며 누군가 침입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피의 경계를 뚫고 들어왔다.

피의 경계를 꿰뚫고 들어온 그는 경계에 들어오자마자 공간을 건너뛰어 연희 앞에 나타났다.

꽈과광!

바닥에 커다란 흔적을 남기며 나타난 남자.

그는 당연히 건이었다.

“휴, 늦지 않았네.”

건은 일단 연희가 무사한 걸 확인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랬잖아. 기적은 믿지 않아도 내 남자친구는 믿는다고. 소개할게 내 소중한 반쪽인 백건이야.”

연희는 블러디 로드가 그랬듯이 자신도 매우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금강철벽도 아닌 겨우 이 비린내 나는 꼬맹이를 믿고 있는 게냐? 크하하하하, 네가 날 아주 제대로 웃겨주는구나.”

블러디 로드는 오히려 건이 이렇게 나타나준 게 너무나 반가웠다.

인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었다.

“쟨 누구야?”

건은 실성한 사람처럼 마구 웃고 있는 블러디 로드를 바라보며 연희에게 물었다.

“블러디 로드. 이 세상을 대표하는 세 명의 그랜드마스터 중 하나야.”

“오호, 그래? 그래서 내가 이곳 상황을 느끼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건가?”

건은 평소와 다른 이상한 경계 때문에 이곳 상황을 늦게 파악하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모두 피의 경계 때문이었다.

피의 경계가 만들어지면서 치우의 보고의 연결점이 흐트러졌고 그 결과 건은 평소보다 훨씬 늦게 연희의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나마 건이 이렇게 늦게나마 연희의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블러디 로드가 출현을 했기 때문이었다.

블러디 로드의 강력한 기운은 피의 경계를 넘어 치우의 보고 안에 있던 건에게까지 전해졌고 건은 그 즉시 보고를 나와 피의 경계를 뚫고 이 자리에 온 것이었다.

“이제 기다려줄 만큼 기다려줬으니 슬슬 끝을 내자.”

스윽.

블러디 로드는 건까지 온 마당에 더 이상 연희의 재롱을 보고 있어줄 수가 없었다.

그는 이젠 두 사람을 제압해 인질로 삼고 강철민을 협박해 그 대단하다는 일등급 영혼유물을 받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맞아. 끝을 내야지.”

블러디 로드가 끝을 내자고 하자 건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곤 그 역시 블러디 로드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다고 하더니 너무 까부는구나.”

블러디 로드는 건을 기껏해야 소울마스터 정도로 보고 있었다.

사실 건은 지금 딱 소울마스터 정도의 존재감만 뿌리고 있었다.

이제 건은 딱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기운을 뿌릴 수 있을 정도로 혼력을 완벽하게 통제했다.

그렇기에 블러디 로드는 절대 건이 가진 진정한 힘을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네가 범이라고? 스스로 얼굴에 너무 금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나?”

“크하하하하, 얼굴에 금칠을 한다고? 하긴 난 범이 아니지. 난 범 같은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 용처럼 전설 속에나 나오는 존재지. 너에게 내가 왜 전설이 되었는지를 똑똑히 알려주마.”

츠리리리리릿!

건을 향해 걸어오던 블러디 로드는 피의 장막을 이용해 건을 휘감았다.

피의 장막은 방어용으로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처럼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죽이진 않겠다. 하지만 대신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상태로 만들어주마.”

휘리리리리릭!

콰아아아아아!

피의 장막은 건의 전신을 완벽하게 감싸버렸다.

이대로라면 건은 피의 장막이 지닌 기운 때문에 피부와 근육이 그대로 녹아버릴 수도 있었다.

심할 경우 뼈까지 녹아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데미지를 입을 수도 있었다.

‘적당히 말만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야겠군.’

블러디 로드는 죽이진 않을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적당히 할 생각은 없었다.

치이이이이익!

피의 장막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산성성질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블러디 로드가 마음만 먹으면 아무리 소울러라고 해도 한 줌의 핏물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드드드드드득!

갑자기 요동치는 피의 장막.

순간 블러디 로드는 더욱 혼력을 집중시키며 피의 장막의 힘을 강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변화를 막을 수가 없었다.

콰드드드드득!

꽈과과과과과과과광!

마구 요동치던 피의 장막에서 균열이 생겨나며 폭발과 함께 피의 장막이 산산이 조각 나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건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용이라고 했나? 그런데 어쩌지…… 내가 볼 때 넌 그냥 미꾸라지 새끼 한 마리 같은 걸.”

씨익.

건은 블러디 로드를 보며 웃었다.

그리곤 곧장 그를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건의 손에서 한 줄기의 섬광이 뻗어나가 블러디 로드를 뒤로 날려버렸다.

콰과과과광!

“이제부터 내가 너희에게 진짜로 죽고 싶은데 죽지 못하는 심정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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