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62화 (161/175)

# 162

더 소울(The Soul) - 신위 [2]

콰과과과광!

“이제부터 내가 너희에게 진짜로 죽고 싶은데 죽지 못하는 심정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려주마.”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말과 함께 건이 기운의 봉인을 풀었다.

그러자 사방으로 엄청난 기운이 퍼져나가며 제대로 힘을 갖추지 못한 모든 소울러들을 무참히 찍어 눌렀다.

그 기운에는 전능언의 기운까지 포함되었다.

그래서일까? 블러디 로드의 부하들은 모두 바닥에 주저앉아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 이게…….”

갑작스러운 충격에 뒤로 날아가 처박혔던 블러디 로드는 머리를 흔들며 앞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그도 건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랜드마스터인 자신을 찍어 누르는 어마어마한 기세.

적어도 블러디 로드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기세를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른 그랜드마스터들도 많이 만나봤던 그였지만 이 정도의 기세를 보여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일단 경계부터 바꿔야겠군.”

건은 뱀파이어들이 만들어놓은 ‘피의 경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윽.

그는 가볍게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득!

그러자 경계 전체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충 이런 건가?”

츠츠츠츠츠츳!

건은 피의 경계가 가진 패턴을 흉내 내서 자신만의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냈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적!

무너지는 피의 경계.

그와 함께 건이 새롭게 만든 패턴을 지닌 경계가 피의 경계를 대신했다.

그것은 피의 경계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경계였다.

탈출하거나 침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경계.

하지만 사실 피의 경계는 그랜드마스터 정도만 되어도 깨어버릴 수 있는 불완전한 것이었다.

그에 반면 지금 건이 피의 경계를 흉내 내어 만든 이 경계는 그랜드마스터들이 떼로 달려들어도 파괴할 수 없는 완전무결한 경계였다.

‘이거 생각보다 쓸모가 있겠는 걸?’

그냥 즉흥적으로 만든 경계였는데 생각보다 쓸모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건은 이 경계에 즉석에서 ‘천라지망(天羅之網)’이라는 훌륭한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천라지망이 펼쳐진 이상 뱀파이어들은 도망도 칠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그들의 왕인 블러디 로드도 도망칠 수 없었다.

“자, 이제 무대를 바꿨으니 제대로 놀아볼까?”

건이 천라지망을 완성하자 블러디 로드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피의 경계를 강제로 무너트리고 그보다 더 대단한 경계를 새롭게 만들어낸다고? 이게 가능이나 한 일이야?’

블러디 로드는 지금 이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조금 전 건이 보여준 것은 그랜드마스터가 아니라 그랜드마스터의 할아버지가 와도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걸 마치 손바닥 뒤집듯이 해버렸으니 당연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피의 장막이라고 했던가? 그걸 보여줄게.”

건은 양팔을 좌우로 뻗으며 웃었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서 작은 피의 알갱이들이 만들어졌다.

“대충 이렇게 하면 되겠지?”

그 상태에서 건이 가볍게 양팔을 움직이자 피의 알갱이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붉은색의 반투명 막이 만들어졌다.

피의 장막.

블러디 로드의 주력 능력 중 하나인 그것을 건이 흉내 내어 만들어낸 것이었다.

“피, 피의 장막!”

블러디 로드의 두 눈이 한없이 커졌다.

피의 경계에 이어 이젠 피의 장막까지 흉내 내어 만들어 냈다.

그리고 더 절망적인 것은 지금 건이 만들어낸 피의 장막은 블러디 로드가 만들어내는 피의 장막보다 훨씬 더 대단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귀찮은 것들부터 치워버리고…….”

파아아아아아앗!

건의 의지에 따라 피의 장막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뱀파이어들을 모두 휘감았다.

휘리리릭!

그게 끝이었다.

단지 휘감는 것만으로 그 뱀파이어들은 모두 그 즉시 소멸하였다.

그들은 심지어 핏물조차 남기지 못했다.

“커헉!”

그 모습을 본 미트리 백작은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그냥 손을 뻗었을 뿐인데 수백 명의 뱀파이어들이 세상에서 지워졌다.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미트리 백작과 블러디 로드뿐이었다.

블러리 로드는 건이 자신의 것보다 훨씬 더 완벽한 피의 장막을 사용하자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고 미트리 백작은 온몸을 휘감은 두려움에 마구 떨고 있었다.

“연희야, 저 거미 녀석은 네가 마무리하게 해줄까?”

“그래도 되겠어?”

“당연하지. 애초에 그러려고 남겨놓은 놈이야.”

파아아앗!

건은 그 말과 함께 치우의 보고를 열었다.

그리곤 전능강기 이용해 미트리 백작을 낚아채 치우의 보고 안으로 던져 버렸다.

“들어가서 마무리 지어. 난 저기 저 녀석을 정리할게.”

“오케이, 고마워.”

연희는 건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하곤 미트리 백작을 따라 치우의 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연희가 보고 안으로 들어간 후 건은 치우의 보고를 닫았다.

그때까지도 블러디 로드는 똑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어이, 언제까지 그렇게 서 있을 거야? 날 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넌 도대체 누구냐?”

“나? 이미 조사했잖아? 카페 헤븐의 백건. 그것도 모르고 날 찾아온 거야?”

“내가 조사한 백건은 절대 이런 실력자가 아니었다.”

“그건 너희가 조사를 잘못한 것일 뿐이지.”

“혹시…… 제우스가 물러난 게 너 때문이었나?”

“뭐, 부정하진 않을 게.”

건의 대답을 듣는 순간 블러디 로드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을 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나 멍청했다. 제우스가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물러났을 리가 없었는데…….’

그는 지금에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을 수 있었지만, 문제는 너무 늦었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제우스는 귀찮은 일들을 해결해줄 것 같아 살려줬지만…… 넌 그런 쓸모도 없을 것 같네. 이왕 이렇게 된 거 구질구질하게 하지 말고 깔끔하게 가자. 누가 시켰어?”

“내가…… 그 질문에 대답을 해주면 날 살려줄 건가?”

“아니, 미안하지만 내 자비는 딱 제우스까지만이었어.”

“그렇다면 내가 대답할 이유가 없잖아.”

“아니지. 대답을 해주면 깔끔하고 편안하게 보내줄 수 있지만, 대답하지 않으면 아마…… 진짜 영원히 고통받는 게 뭔지 알 수 있을 거야.”

“지금 날 협박하는 게냐! 내가…… 이 블러디 로드가 그런 협박에 겁을 먹을 것으로 생각하느냐!”

“그럼 한 번 직접 경험해보던지.”

건은 말고 함께 오른팔을 블러디 로드쪽으로 뻗었다.

그 순간 블러디 로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자신을 휘감는 걸 느꼈다.

그게 전부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블러디 로드를 휘감는 그 순간.

블러디 로드가 서 있던 세상은 완벽하게 바뀌었다.

“허억!”

블러디 로드를 향해 달려드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마물들. 블러디 로드는 자신의 힘을 사용해 그것들의 접근을 막았지만 블러디 로드가 천 마리의 마물을 소멸시키면 그 즉시 만 마리의 마물들이 다시 나타나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해일과도 같았다.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해일처럼 쏟아지는 마물들.

결국, 블러디 로드는 그 해일에 휘말렸고 그 순간 수천, 수만 마리의 마물들을 불러디 로드을 마구 물어뜯었다.

“크아아아아아악!”

블러디 로드는 산채로 마물들에게 몸이 뜯기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진짜 너무나 괴로운 것은 이 와중에도 정신을 잃거나 혹은 죽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놀랍게도 블러디 로드의 몸은 계속 회복되고 있었다.

회복되고 물어뜯기고.

회복되고 물어뜯기고.

이걸 계속 반복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그렇다 보니 블러디 로드가 느끼는 엄청난 고통 역시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제발, 제발…… 그만!!’

블러디 로드는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게 바로 건이 말한 영원히 고통받는 것이란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물론 지금 그가 겪고 있는 이 모든 것은 환상이었다.

건이 조금 전 사용한 힘은 ‘전능환영(全能幻影)’이라 불리는 열두 가지 전능신력 중 하나였다.

전능환영에 완벽하게 걸린 블러디 로드는 환상을 진짜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그는 진짜 몸이 계속 뜯겨나가는 고통을 느끼는 중이었다.

현실에선 이제 겨우 10분 정도가 흘렀지만, 환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블러디 로드는 거의 닷새 동안 계속 고통을 받았다.

적당히 블러디 로드를 괴롭힌 건은 전능환영을 거두었다.

파아아앗!

그러자 블러디 로드를 물어뜯던 마물들도 모두 사라졌다.

“커허어억!”

마구 비틀거리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는 블러디 로드.

당연히 그의 몸 어디에도 물어뜯긴 흔적은 없었다.

“어때? 원하면 아주 영원히 그걸 경험하게 해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해줄까?”

건은 마치 악마가 속삭이듯 블러디 로드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으아아아아아!”

그러자 블러디 로드는 괴성을 지르며 폭발했다.

그는 자존심이 대단히 강했기 때문에 자신이 건에게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들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파아아앗!

블러디 로드는 자기 자신을 피의 안개 형태로 바꾼 후 곧바로 건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인 피의 소용돌이를 사용했다.

고오오오오오오오!

건을 중심으로 거대한 피의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피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아무리 그랜드마스터라고 해도 큰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지금 블러디 로드가 만든 피의 소용돌이는 그가 모든 힘을 쥐어짜 한방에 폭발시켜 만든 것이었다.

당연히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죽어라!!!”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건이 천라지망으로 만든 경계 안이 모조리 폭발에 휘말렸다.

물론 천라지망이 깨어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천라지망의 안쪽은 완벽하게 초토화되었다.

마치 경계 안에서 핵폭탄 수십 발이 동시에 터진 느낌이었다.

쿠쿠쿠쿠쿠쿵!

깨끗하게 쓸려버린 경계 안.

거대한 크레이터 안에서 블러디 로드가 비틀거리며 나타났다.

한번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붓는 바람엔 지금은 피의 안개를 유지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이 정도라면…….’

블러디 로드는 상대방의 방심을 제대로 찔렀다고 생각했다.

목숨을 걸고 전력을 다해 피의 소용돌이를 완성했기 때문에 이 정도라면 분명 건을 쓰러트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헛된 꿈일 뿐이었다.

“이게 전력이었군?”

머리 위에서 들려온 멀쩡한 목소리.

건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의 발밑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겼지만, 그는 그럼에도 그대로 허공을 밟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피의 소용돌이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전능천의와 전능강기를 두르고 있는 건에게 타격을 줄 순 없었다.

“어, 어떻게…….”

건의 모습을 본 블러디 로드는 절망했다.

자신이 전력을 다해 펼친 피의 소용돌이를 건이 너무나 쉽게 견뎌내자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볼 때 지금 방금 네가 펼친 그 기술은 그렇게 넓은 범위로 펼치면 안 돼. 그건 이렇게 펼쳐야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올 수 있을 거야.”

건은 마치 블러디 로드를 가르치듯 얘기하며 오른손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서 피의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츠리릿, 고오오오오오오오오!

엄청난 존재감을 지닌 아주 작은 피의 소용돌이.

블러디 로드는 그것을 본 순간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사용하는 피의 소용돌이의 최종 완성이란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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