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
더 소울(The Soul) - 스페셜 원 [1]
@ 스페셜 원.
헬파이어는 멈추지 않고 계속 탄환을 토해냈다.
1분에 3만 발이라는 연사속도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친 듯이 탄환을 토해내는 헬파이어의 목표는 당연히 건이었다.
정확히는 건이 서 있던 장소를 완전히 초토화시키는 것이었다.
그 사이 블랙 에이전트들은 억제장치를 가동하고 탈진한 소울러들을 탈출시키기 시작했다.
물론 탈진하지 않은 소울러들은 제 발로 탈출했다.
조건희와 황재운도 그들과 함께 일성 그룹의 본사 건물에서 빠져나갔다.
그렇게 모든 일성의 사람들이 빠져나가기까지는 불과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15분 동안 헬파이어는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워낙 과하게 사용한 덕분에 총신이 터질 것처럼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헬파이어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헬파이어를 제어하던 블랙 에이전트는 황재운에게 다급히 보고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보고를 받은 황재운은 옆에 있던 조건희가 마지막 명령을 내리길 기다렸다.
그들은 이미 본사 건물에서 빠져나와 멀리 물러나 있는 상태였다.
“폭파를…… 승인한다.”
마지막으로 일성의 역사와 함께한 50층 빌딩을 두 눈에 담은 조건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폭파 명령을 내렸다.
[탈출합니다!]
폭파 명령이 떨어지자 헬파이어를 제어하던 블랙 에이전트들도 재빨리 건물에서 벗어났다.
바로 그 순간.
일성 그룹의 본사 건물 밑바닥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그 충격이 곧장 위로 치솟았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연속해서 폭발하는 건물.
건물 곳곳에 설치된 강력한 폭탄들은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순식간에 50층짜리 빌딩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콰르르르르르, 콰과과광!
그나마 주변에 바짝 붙은 건물이 없었기에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옆에 있는 건물들도 같이 무너져 내렸을 것 같은 엄청난 폭발이었다.
물론 가까이에 있던 건물들은 폭발의 여파로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건물이 마구 흔들렸다.
가장 가까운 건물이 대략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곳에 있었던 걸 고려하면 이 정도로 끝난 게 기적일 수도 있었다.
당연히 폭발의 강력한 위력을 오로지 일성 그룹의 본사 건물에만 집중시킨 전문적인 폭파 기술 덕분에 그렇게 된 것이지만 어쨌든 무너져 내린 건물은 일성의 본사 건물뿐이었다.
쿠쿠쿠쿠쿵.
멀리서 이걸 지켜보던 조건희는 인상을 찡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걸로 모두 끝났군. 일성은 저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과 함께 사라졌다.”
그는 일성 그룹을 잃은 것은 너무나 안타까웠지만 그럼에도 복수를 하고 자신이 진천일성이란 걸 증명했다는 사실 덕분에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했다.
“잠시 몸을 피했다가 잠잠해지면 그때 다시 재개하면 됩니다.”
황재운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최대한 희망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건희의 만족스러움도 그리고 황재운의 희망적인 관점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드드드드드드.
거대한 봉분처럼 쌓여 있던 건물의 잔해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블랙 에이전트! 모두 전투대기!”
황재운은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뒤로 살짝 물러나 있던 블랙 에이전트들을 다시 전진 배치 했다.
철컥, 철컥…….
수백 명의 블랙 에이전트들이 각자의 개인화기로 건물의 잔해 쪽을 겨냥했다.
“설마 살아있는 건가?”
조건희는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닐 겁니다. 그저 폭발하지 못했던 폭탄 몇 개가 잔해 내부에서 터지면서 생긴 진동일 겁니다.”
황재운은 건이 절대 살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조금 전 그들이 쏟아 부은 화력은 아무리 소울러가 일반인과 다른 특별함을 지녔다고 해도 절대 버텨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걸 다 버티고 살아있다고? 만약 그렇다면 저 녀석은 인간이 아니라 신일 것이다.’
블랙 플랜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렇기에 이제 남은 것은 세상의 눈길을 피해 잠적하는 것밖에 없었다.
적어도 황재운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그런 생각은 단 1초 만에 산산조각이 나서 깨져버렸다
쿠쿠쿠쿠쿠쿠쿠쿠쿵!
폭발? 아니었다. 이것은 진동이었다.
거대한 봉분과 같았던 콘크리트 잔해가 허공으로 떠오르며 만들어낸 진동.
그것은 마치 모세의 기적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모세가 바닷길을 가르는 기적을 보여준 것처럼 건은 50층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며 남긴 엄청난 양의 잔해를 통째로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이, 이게 무슨…….”
그 모습을 본 황재운은 사격 명령을 내리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너무나 매우 놀랐다.
건은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건이 가볍게 들고 있는 그의 오른팔 위에는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 잔해가 거대한 봉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조건희의 표정 역시 황재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 모습을 목격한 모든 이들은 전부 비슷한 표정이었다.
“사, 사격 개시!”
뒤늦게 황재운은 사격 개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누구도 곧장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뭐하는 거야! 사격 개시!!”
황재운은 크게 화를 내며 다시 사격 개시 명령을 내렸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그때서야 수백 정의 개인 화기들이 불꽃을 내뿜기 시작했다.
목표는 하나.
바로 건이었다.
그렇지만 그 탄환들은 건의 몸에 닿지도 못했다.
푸슛, 푸슛…… 프스스…….
건을 향해 쏟아지던 탄환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전능강기의 막에 부딪히며 모두 그 즉시 소멸하였다.
“이건 도대체…….”
그 모습을 본 조건희는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분명 여긴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상대방은 경계에서도 보여주기 힘든 엄청난 신위(神威)를 보여주고 있었다.
“경계의 생성을 막고 현실에서의 힘으로 상대방을 제거한다……. 좋은 시도였어.”
허공에 떠오른 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블랙 플랜을 칭찬했다.
그는 적어도 이 블랙 플랜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적을 상대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작전이란 것은 확실히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적어도 건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작전이었다.
사실 애초에 건이 제대로 마음만 먹었으면 억제장치의 힘을 날려버리고 경계를 생성할 수도 있었다.
한낱 영혼과학의 결과물이 억제장치로는 건의 힘을 절대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건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상대방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아하니 여기까지가 준비한 이벤트의 끝인 것 같은데…… 맞나?”
건의 목소리는 작지도 그리고 크지도 않았지만, 너무나 또렷하게 모든 사람의 귀에 들렸다.
블랙 에이전트들이 여전히 미친 듯이 사격을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신기한 일이었다.
이것도 전능언이 가지고 있는 매우 기본적인 효과라는 걸 알 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건이 큰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건이 질문했지만, 그 누구도 거기에 답변하진 못했다.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끝이 맞네. 그렇다면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겠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 건은 주변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일단 귀찮은 하루살이들부터 치우고.”
스윽.
건은 가볍게 왼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앞쪽에서 열심히 건을 공격하던 수백 명의 블랙 에이전트들이 동시에 뒤로 날아갔다.
“크아악!”
“커억!”
“으아아악!”
그들은 죽진 않았지만 하나같이 전신의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적어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건 분명해 보였다.
건이 수백의 블랙 에이전트들 손짓 한 번으로 날려 보내자 황재운은 이대로 있다간 진짜 끝장이란 생각을 했다.
‘적어도 회장님은 살려야 한다!’
황재운이 충신이 맞았다. 이 상황에서도 조건희를 먼저 생각하는 건 확실히 대단했다.
어쨌든 일단 조건희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이든 황재운은 재빨리 가지고 있던 영혼의 거울을 깨트리며 경계를 열었다.
어차피 현실과 경계에서 모두 감당하기 힘든 적이라면 차라리 경계를 열어 도망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더욱이 황재운은 자신이 가진 능력이라면 조건희만큼은 도망치게 해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가진 능력은 ‘공간전송’이라 불리는 능력이었는데 먼 거리는 불가능하겠지만, 최대 1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조건희를 이동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조건희의 능력을 고려했을 때 그 정도라면 충분히 도망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쨍그랑!
거기까지 생각을 한 황재운은 망설이지 않고 영혼의 거울을 깨트렸다.
촤아아악!
그러자 순식간에 경계의 선이 퍼져 나가며 주변을 현실에서 경계로 바꾸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실에서 준비한 이벤트인데 이렇게 멋대로 경계로 끌고 가면 안 되지.”
그는 그 말과 함께 다시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대충 이런 식의 패턴이었던가?’
그는 블러디 로드의 능력을 흉내 냈을 때처럼 이번엔 조금 전 일성의 본사 건물 안에서 느꼈던 그 묘한 기운을 흉내 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경계의 생성을 억제하는 기운이 생성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는 마치 자신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걸 온몸으로 얘기하듯이 억제장치가 만들어낸 기운을 고스란히 복제했다.
그냥 단순히 복제한 게 아니었다.
건은 억제장치에서 만들어졌던 기운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기운을 만들었다.
그는 이게 진짜 완성된 기운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콰과광!
콰과과과과과과과!
놀랍게도 그 기운은 영혼의 거울이 깨어지며 만들어진 경계의 선을 지우며 반쯤 만들어졌던 경계를 완전히 박살 내 버렸다.
그 어떤 소울러도 경계 자체를 이런 식으로 박살 내버린 경우는 없었다.
이건 경계를 무너트린 정도가 아니라 아예 경계의 존재 자체를 거부한 느낌이었다.
파아아아아아아앗!
결국, 황재운의 계획은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시도를 했다고 해서 성공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시도를 해보고 실패하는 것과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끝나는 것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난 너희의 결정을 존중할 뿐이다. 너희가 원한대로 이쪽 세상에서 모든 걸 마무리 지어주마.”
사실 경계가 열려도 건에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겠지만 그럼에도 건은 경계가 아닌 현실에서 마무리 짓는 걸 선택했다.
정확히 말해서 이것은 일성, 아니 조건희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건은 그것을 최대한 존중(?)해줄 생각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진천일성은 문득 자신이 너무나 구차하게 삶을 이어가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이노오오오옴!”
비록 경계가 아닌 현실이었지만 그래도 진천일성은 보통 사람은 비교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간 그는 앞쪽에 떨어져 있던 몇 개의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를 들어 건에게 던졌다.
물론 그도 이걸로 건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당신 차례는 다음이야.”
파앗.
건은 흥분한 조건희에게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조건희는 곧바로 전능강기에 휘감기며 그 자리에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몸은 전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정신은 멀쩡한 조건희. 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상태로 자신의 부하들이 건에게 어떻게 처벌을 받는지 지켜볼 수박에 없었다.
“미리 말하지만 단순히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핑계는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게 내 원칙이기에 난 너희들이 가진 특별한 힘을 빼앗는 걸로 모든 걸 마무리 짓겠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팟!
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왼손바닥에서 수백 개의 혼력의 파편들이 비산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마치 건의 앞에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수백 명의 소울러들의 심장을 관통했다.
이건 그들의 목숨을 끊는 공격이 아니었다.
혼력의 파편들은 그들의 목숨이 아닌 맹약의 끈을 끊어버렸다.
즉, 소울러의 힘을 소멸시켰다는 뜻이었다.
소울러가 다른 소울러를 힘으로 찍어 눌러 제거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소울러가 가진 힘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맹약의 끈을 끊어버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물론 아무리 건이라고 해도 소울러들의 경지가 높으면 이렇게 간단하게 그들의 맹약을 소멸시키지 못했지만 어쨌든 건이 가진 능력이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괴물 같은 능력이란 것만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