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68화 (167/175)

# 168

더 소울(The Soul) - 어둠의 나라 [2]

보통 그랜드마스터는 현실의 핵과 많이 비교되었다.

현실의 핵이 전술 병기로 전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존재만으로도 그 국가의 힘을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그랜드마스터도 한 국가의 힘을 나타내는 척도처럼 여겨졌다.

세상에는 여러 나라가 있었고 그 나라들은 각각의 경계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그랜드마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그랜드마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도 거의 대부분 한 명만 보유하고 있었다.

두 명 이상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적었고 세 명 이상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유럽연합 뿐이었다.

그런데 암흑마신은 무려 7명의 그랜드마스터를 자신의 부하로 부리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국가단위의 전력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암흑마신이 암흑의 힘을 통해 강제로 각성시켜 만든 그랜드마스터라 기존의 그랜드마스터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었지만 일단 그랜드마스터라 불릴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암흑제국의 탄생을 만천하에 알리겠다. 칠왕들은 휘하의 군단들을 이끌고 제국의 탄생을 그리고 마신의 탄생을 경배하라!”

결단을 내린 암흑마신.

그의 결단이 내려진 순간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일본이란 나라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일본이 존재하던 그 섬나라에는 암흑제국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다.

암흑제국은 단순히 경계에만 세워진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경계를 장악하고 일본 전체에 암흑의 기운을 뿌린 결과 현실의 일본도 어둠에 물들었다.

어둠에 물든 일본인들은 암흑제국의 꼭두각시 국민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암흑마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머릿속에 있던 일본이란 나라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모든 게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섰다.

이건 심각한 위기였다.

특히 수호자들은 이렇게 경계와 현실이 뒤섞이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심지어 유령들도 이건 싫어했다.

아니, 거의 모든 소울러가 싫어했다고 보는 게 옳았다.

현실과 경계가 뒤섞이게 되면 소울러가 가진 여러 가지 특권이 사라지게 되었고 또한 소울러가 가진 힘을 두려워하고 시기하는 일반인들이 계속 늘어나게 되면 세상은 현실과 경계가 서로 반목하고 싸우게 될 수도 있었다.

그건 당연히 모든 소울러가 지양하는 바였다.

어쨌든 일본은 사라지고 암흑제국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 사실이 모든 세상에 공개되었다.

물론 수호자들은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여전히 일본이란 나라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정보조작은 굉장히 광범위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암흑제국의 탄생 알지 못했다.

그들은 단지 지금 일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UN이 일본 전체를 통제구역으로 선포하고 아무도 일본에 접근할 수 없다고만 알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그렇게 아무것도 몰랐지만 소울러들은 달랐다.

수호자들도 소울러들에게까지 정보를 통제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소울러들은 모두 일본이 사라지고 암흑제국이 탄생한 것을 알게 되었다.

수호자는 재빨리 암흑제국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암흑제국의 존재를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곤 곧바로 수호자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암흑제국을 토벌할 대규모 토벌대를 구축했다.

그들은 암흑제국의 힘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섣불리 암흑제국을 공격하진 않았다.

심지어 그들은 헌터협회는 물론이고 앙숙이라 할 수 있는 유령에게도 지원을 요청하며 이번 일을 굉장히 신중하게 해결하려고 했다.

이건 수호자도 현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충분히 눈치 채고 있다는 뜻이었다.

한편 이런 일련의 상황이 마구 터지고 있던 그때 건과 철민 그리고 연희는 대마도에 도착해 있었다.

* * * *

“여기 사람 사는 곳 맞아요? 경계에 들어온 것도 아닌데…… 왜 도시에 사람이 없죠?”

건과 철민 그리고 연희는 현재 대마도 이즈하라에 와있었다.

“이즈하라가 원래 조용한 도시이긴 한데……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긴 하네.”

연희는 전에도 이즈하라에 와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즈라라는 그녀가 찾아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근처에서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도시의 사람들이 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철민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인기척이 없는 것도 이상하지만 더 이상한 것은 분명 우리가 있는 곳은 경계가 아닌데 경계에서나 느낄 수 있는 혼력의 흐름이 아주 희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네요.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계와 현실의 뒤섞임…… 아무래도 일본의 영혼석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겠군.”

“이걸 알면 수호자 쪽은 무조건 난리가 나겠네요.”

“그렇지 않아도 스스로를 암흑마신이라 칭하는 녀석이 이 세상에서 일본을 지우고 그 자리에 대신 암흑제국을 세웠다고 선포했다. 그 문제로 수호자는 비상이 걸린 상태고. 나에게도 도움 요청이 들어왔다.”

“아, 아까 받은 전화가 그 전화였어요?”

“수호자가 아주 대규모로 토벌대를 구성하고 있다. 심지어 유령들도 토벌대에 참여한다고 하더구나. 한 마디로 총력전이란 뜻이지.”

“암흑마신…… 암흑마신…… 이거 혹시…….”

곰곰이 생각을 하던 건은 뭔가가 떠오른 표정으로 철민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철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맞아, 아무래도 그때 그놈과 비슷한 녀석일 것 같아. 어쩜…… 그 녀석이 다시 부활한 것일 수도 있고.”

그들이 얘기하는 그 녀석은 ‘어둠의 왕’이었다.

“그게 가능해요? 그때 확실히 끝장냈다고 하셨잖아요.”

“당연히 확실히 끝장내긴 했지. 하지만 세상에 완벽이란 것은 없어. 아주 희미한 가능성이긴 하지만 놈이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있긴 해.”

“흐음, 어쨌든 비슷한 녀석이건 혹은 부활한 녀석이건 상대하기가 쉽지 않겠네요.”

“그렇겠지. 수호자도 그걸 아는지 확실하게 토벌대를 구성할 생각인 것 같아. 뭐, 그들도 암흑마신이란 놈이 예전에 나타난 어둠의 왕과 동류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겠지.”

철민과 건이 알고 있는 사실을 수호자가 모르고 있을 리는 없었다.

다만 문제는 과연 그들이 예상을 했다고 해서 암흑제국을 무너트리고 일본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지 그게 중요했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네요.”

건은 어둠의 왕과 직접 싸우진 않았었지만 적어도 놈이 어떤 놈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봐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일단 이렇게 대놓고 자신의 왕국을 공개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걸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겠죠. 수호자가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아마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겠네요.”

“그럴 것 같아. 뭐, 어쨌든 우리는 여길 좀 조사해 보자. 비록 섬 전체가 텅텅 비어버린 것 같긴 하지만 자세히 살피면 뭔가 나올 수도 있겠지.”

“그럼 흩어져서 찾아보죠. 제가 여기를 맡을 게요. 사장님은 서쪽을 그리고 건이 너는 동쪽을 맡아줘.”

“오케이. 그럼 흩어져서 각자 뭐 좀 남아 있는 게 있는지 찾아보자고.”

세 사람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유령도시가 된 이즈하라엔 정말 개미 새끼 한 마리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전부 사라진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지만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까지 모조리 사라진 것은 정말 이상했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이지? 대마도에 있던 일본인들만 해도 인구가 제법 되었을 텐데…… 그들이 전부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온갖 동물들 역시 같이 사라졌다. 암흑제국, 아니 암흑마신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걸까?’

건은 이즈하라의 동쪽 방향으로 빠르게 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략 예상되는 일은 두 개 정도인데…… 자신의 성장을 위해 제물로 사용했거나 아니면 그들을 오염시켜서 자신의 병사들로 만들었거나…… 아무래도 뒤쪽이 가능성이 높겠군.’

그냥 예상이었을 뿐이지만 건은 거의 정확하게 암흑마신의 의도를 읽고 있었다.

그는 확신을 가지진 못했지만 이 두 경우를 빼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건은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그것은 분명 혼력이었다. 하지만 그냥 혼력이 아니라 굉장히 오염되고 변형된 괴상한 혼력이었다.

‘이건 아무래도 경계같군.’

평범한 경계가 아니라 어둠의 힘으로 만들어진 뒤틀린 경계였다.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 뒤틀린 경계가 암흑마신과 관계가 있을 것이란 사실은 확실해 보였다.

“어디보자…… 그냥 경계처럼 무작정 들어갈 순 없는 구조네?”

건은 그냥 슬쩍 바라보는 것만으로 뒤틀린 경계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전능안이라면 아무리 복잡하게 꼬여 있다고 해도 얼마든지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보통 경계와는 달랐기 때문에 소울러들도 함부로 안으로 들어갈 순 없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건은 예외였다.

스윽.

건은 손을 뻗어 뒤틀린 경계의 한쪽 벽을 아무렇지도 않게 찢어버렸다.

콰드드드드득!

그리곤 천천히 그 안으로 들어갔다.

뒤틀린 경계 안에는 예상대로 암흑마신의 부하로 보이는 몇 놈이 있었다.

놈들은 암괴도 혼마도 아니며 그렇다고 소울러도 아니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반은 혼마고 반은 소울러라고 해야 할까?’

건은 놈들의 정체 역시 한 눈에 알아보았다.

정확히는 놈들의 몸속에 들어있는 기운이 어떤 것인지를 읽어낸 것이었다.

“누구냐!”

놈들은 건이 뒤틀린 경계 안으로 들어서자 깜짝 놀라며 건을 바라보았다.

놈들의 숫자는 총 다섯.

그 중 한 놈은 대략 플래티넘급 헌터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고 나머지 네 놈은 기껏해야 골드급에 턱걸이 할 수준이었다.

즉, 건의 상대가 절대 아니란 것이었다.

“아하, 이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되는 군. 경계를 오염시켜 뒤틀리게 만든 후 뒤틀려서 현실과 어긋난 경계를 이어 붙인다. 그렇게 되면 전혀 맞닿아 있지 않은 경계들도 서로 연결을 할 수 있고 먼 거리도 한 순간에 이동할 수 있다. 이런 건가?”

건은 단지 ‘보는 것’만 만으로 암흑군단의 일급기밀이라 할 수 있는 경계공간이동기술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했다.

암흑군단은 이것을 이용해 소울러들의 뒤통수를 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건 이렇게 쉽게 들통 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저, 저놈을 죽여라!”

놈들의 반응은 바로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이 나온 그 순간…… 건의 얼굴엔 작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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