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69화 (168/175)

# 169

더 소울(The Soul) - 흔들리는 수호자 [1]

@ 흔들리는 수호자.

카페 헤븐의 세 사람이 대마도에서 암흑제국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던 그 순간. 수호자는 이미 토벌대의 대략적인 윤곽을 완성시킨 상태였다.

토벌대의 지휘는 수호자들 중 가장 이름이 높은 성자(聖者) 칸(kan)이 맡았다.

그는 인도의 소울러였는데 전 세계의 수호자들에게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당연히 그는 그랜드마스터였다.

원래 그는 최근 백년 간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 거의 반쯤 은거를 한 상태라 할 수 있었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오랜 칩거를 깨고 다시 세상에 등장했다.

물론 그는 약간은 상징적인 의미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토벌대를 이끄는 이들은 그의 밑에 있는 세 명의 그랜드마스터였다.

일단 유럽연합의 제우스가 선봉을 맡았다.

그는 최근 몇 가지 일 때문에 이름값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그는 유럽 최강의 소울러였다.

선봉에 제우스가 섰다면 왼쪽 날개라 할 수 있는 좌익(左翼)은 중국의 황룡패왕(黃龍覇王) 주백검(周白劍)이 맡았다.

그는 최근 엄청난 성장을 해 새롭게 그랜드마스터가 되었다. 이것은 원래대로라면 굉장한 이슈가 되어야 하는 일이었지만 워낙 스페셜 원이 만든 파장이 커서 거기에 묻혀버린 일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그랜드마스터가 된 그는 순식간에 중국 경계의 절반 이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예전에는 천강십성(天强十星) 중 한 명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천룡일성(天龍一星)이라 불리며 중국 최강의 소울러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좌익을 맡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른쪽 날개인 우익(右翼)을 맡은 인물은 미국을 대표하는 수호자인 캡틴(Captain) 듀렌이었다.

그는 비록 그랜드마스터 중 최약체로 평가받은 인물이긴 했지만 대신 그의 밑에 있는 ‘더 쉴드(The Shield)’는 수호자 세력 중에서 가장 큰 세력이었다.

이렇게 선봉과 함께 좌익과 우익이 완성되었다.

세 명의 그랜드마스터와 그들이 이끄는 수많은 소울러들.

그 숫자만 해도 거의 700명에 가까운 대규모 토벌대였다.

여기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의 수호자 측에서도 지원대로 70여 명의 소울러를 더 보냈고 UN 쪽에 소속된 특수지원팀도 20명 정도가 추가되었으니 실제 인원은 800명에 가까웠다.

한국에서 파견된 70명의 소울러를 대표하는 인물은 이미 한 번 어둠의 왕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묵뢰였다.

그는 비록 수호자 쪽 소속이 아니라 헌터 협회 쪽 소속의 소울러였지만 실력이 워낙 뛰어나고 수호자 측에도 적극 협조하는 소울러였기 때문에 대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한국의 수호자에서 이번 지원대의 대표를 진심으로 맡기고 싶은 인물을 따로 있었다.

그는 바로 금강철벽 강철민이었다.

“몇 번을 연락하셔도 제 대답은 똑같습니다. 저희는 수호자에서 조직한 토벌대에는 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철민은 오늘만 해도 벌써 열 통째 전화를 받고 있었다.

수호자는 다양한 루트로 철민을 회유하거나 압박했지만, 철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원래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얻는 걸 별로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거기다가 건과 연희도 토벌대에 끼는 걸 반대했기 때문에 당연히 지원대의 대표가 되어 달라는 제의를 계속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하셨으면 제 뜻을 확실히 알았을 테니 이제부턴 연락 자체를 아예 안 받을 겁니다.”

철민은 마지막으로 자기 뜻을 확실히 밝히고 전화를 끊었다.

“거참 카페 헤븐이 고립되었을 때는 연락 한 번 하지도 않던 양반들이 아쉬워지니까 겁나게 전화하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건은 고개를 작게 흔들며 중얼거렸다.

“다 그런 거지 뭐. 근데 이번 토벌대 명단 보니까 장난 아니긴 하던데…… 아무 문제없이 암흑마신인지 뭐지 하는 놈을 처리할 수 있을까?”

“모르지. 암흑마신이 어떤 놈인지 정확히 알려면 결국 놈을 만나봐야 하는데…… 일본에 가지 않는 이상 놈을 만나볼 수 없잖아.”

건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사실 그는 암흑마신이고 암흑제국이고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쓸데없이 정의감에 불타는 것이었다.

건은 절대 스스로를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움직이는 경우는 오로지 자신과 관계가 있을 때뿐이었다.

건은 세상의 균형을 지키겠다며 여기저기 설치고 돌아다니는 수호자들을 볼 때 마다 살짝 영웅병에 걸린 환자들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렇기에 그는 당연히 토벌대 같은 것에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전에 나타났던 어둠의 왕보단 강하겠지?”

“비교도 안 될 걸.”

“사장님, 그때 어둠의 왕이 거의 그랜드마스터 수준이었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그랬지.”

연희의 질문에 철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이번 놈은 그랜드마스터보다 강하단 얘기야?”

“이론적으로는 그렇겠지. 근데 내가 늘 얘기하는 것이지만 사실 사람들이 그랜드마스터라고 통틀어서 얘기하는 그 경지는 그렇게 단순히 얘기할 수 있는 경지가 절대 아니야. 그랜드마스터라고 얘기하는 그 경지가 얼마나 방대한지 모르지? 사실 그걸 알 수 있는 이들은 결국 그 경지에 올라온 이들 뿐인데 그들은 자신이 최고에 올랐다고 착각을 하고 주변을 전혀 살피지 않아. 그래서 그랜드마스터에 오른 후 성장이 멈추는 소울러가 많은 거야. 하지만 현명한 소울러라면 자신이 오른 그랜드마스터란 경지 뒤에 얼마나 거대하고 높은 산이 또 하나 있는지 깨닫곤 하지. 그리곤 그 산을 기어오르기 시작해. 그들이야 말로 진짜 그랜드마스터라고 할 수 있어. 굳이 예를 들자면 우리 사장님도 지금 그 산을 기어오르고 있는 상태야. 적어도 여기선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지. 누가 더 높은 곳까지 기어올랐나? 이게 바로 같은 그랜드마스터들끼리도 힘의 차이가 나는 이유야. 그러니까 암흑마신이 어둠의 왕보다 비교도 안 되게 강한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놈이 내가 말한 그 거대하고 높은 산의 정상에 올랐을 것이라 생각진 않아. 아마 그놈도 그 높은 산의 어딘가에 매달려 있는 게 전부일 거야.”

건은 제법 친절히 연희에게 설명해주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연희가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친절하게 설명해준 것이었다.

“아…… 그렇구나…….”

건의 설명 덕분에 어느 정도 그랜드마스터라는 경지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건의 말이 맞다. 나는 그랜드마스터가 되면 정상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올라와 보니 진짜 산은 여기부터 시작이었다.”

철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건의 말에 강한 동의를 표했다.

“그럼 전 아직 산에 오를 자격조차 얻지 못한 것이네요?”

“걱정하지 마. 너도 나만 잘 따라오면 금방 산에 오를 자격을 얻게 될 거야.”

“후훗, 이거 참 믿음직스러운 남자친구잖아!”

건의 말에 연희는 기분 좋게 웃으며 얘기했다.

“아, 근데…… 넌 뭐야? 다른 사람들은 전부 산을 기어오르고 있다고 얘기하는 넌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기분 좋게 웃던 연희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곤 건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 난 그 누구도 감히 올려다보기도 힘든 하늘 꼭대기에 있지.”

“으으으, 요즘 뜸해서 좀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천상천하유아독존 병이 또 도졌네.”

“지금 뭐하는 거야? 이런 대단한 남자친구를 둔 걸 자랑스러워해야지!”

“내 남자친구가 잘난 건 소울러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까 이제는 겸손이란 걸 배워보는 게 어때?”

“괜찮아. 누가 지켜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쑥스러워할 필요 없어. 그러지 말고 마음껏 기뻐해.”

“또 시작이냐? 제발 내 앞에선 사랑싸움 좀 그만하라고 했잖아.”

철민은 건과 연희가 티격태격하며 사랑싸움을 시작하자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짐을 좀 싸고 있을 테니까 건이 너는 사랑싸움 다 끝나면 지하에 와서 잠깐 몸 푸는 것 좀 도와줘.”

“네? 갑자기 짐을 왜 싸고 몸은 왜 푸세요?”

“아무래도…… 네 말대로 이번 토벌은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아무리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해도 한국에서 파견된 소울러 중에는 나와 제법 친분이 있는 이들도 있는데 그냥 모른척하긴 좀 그러네. 토벌대는 나도 별로 참가할 생각이 없지만, 혹시라도 지인들이 위험해지면 그들을 구해주긴 해야 할 것 같다.”

“흐음, 저희도 같이 갈까요?”

“아니,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나도 깊게 관여할 생각은 없고 적당히 상황을 보다가 지인들이 위험해질 것 같으면 그들을 데리고 탈출만 할 생각이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일단 저랑 같이 저번에 대마도에 만들어놓은 보고의 연결점을 통해 이동한 후 제가 그 연결점을 다시 일본 본토 쪽으로 옮겨놓을게요. 어디가 좋으려나…… 오사카 정도면 일본 어디에서 이동해도 쉽게 이동할 수 있겠죠?”

건은 이미 대마도에 치우의 보고와 연결된 고정출구를 하나 만들어놓았었다.

그걸 이용하면 순식간에 대마도로 이동할 수가 있었다.

“보고를 이용하면 나야 좋긴 하지만…… 네가 귀찮을 텐데 괜찮겠어?”

“에이 설마 제가 사장님의 안전을 위한 일을 귀찮게 생각할 것 같아요. 사장님은 저에게 가족이라고요. 가족의 안전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그냥 같이 가고 싶은데 그랬다간 괜히 암흑마신을 자극해서 귀찮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으니까 재빨리 연결점만 오사카로 이동시키고 돌아올게요.”

“그렇게 해준다면 나야 고맙지. 그런데 어쩜 네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해야 할지도 모른다.”

“괜찮아요. 그리고 굳이 그게 제 능력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대충 사장님 능력이라고 둘러대세요. 그럼 아마 사장님의 명성은 더더욱 올라갈 겁니다.”

치우의 보고는 분명 대단한 능력인 것만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꼭 비밀로 해야 하는 능력은 아니었다.

“뭐야? 그럼 나만 여기 남아 있어야 하는 거야?”

연희는 철민과 건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며 물었다.

“혼자 있기 싫으면 같이 오사카 구경이나 하고 오자.”

“천상 그래야겠네. 가뜩이나 손님도 오지 않는 카페인데 여길 혼자 지키고 있으면 심심해서 죽을지도 몰라.”

얼떨결에 결정된 세 사람의 일본행.

물론 건과 연희는 오사카까지만 동행하고 거기에 보고의 연결점만 만든 후 다시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어쨌든 세 사람은 일본을 갈 준비를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