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71화 (170/175)

# 171

더 소울(The Soul) - 암흑제국 [1]

@ 암흑제국.

파앗!

또다시 문이 열렸다.

이번에도 문을 연 것은 게이트였다.

그는 천리안과 링크의 도움을 통해 문을 열고 계속해서 토벌대를 일본 본토에 상륙시키는 중이었다.

800명에 가까운 소울러들을 모두 본토에 상륙시키기 위해 그는 벌써 20번째 문을 열고 있었다.

문은 한 번에 무조건 한 명만 통과할 수 있었기 때문에 5분이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최대 30명 정도를 통과시키는 게 전부였다.

그렇기에 게이트는 대략 30번 정도는 문을 열어야 했다.

게이트는 지금까진 기껏 연속해서 문을 열어봤자 10번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은 10번을 훌쩍 넘기며 계속 문을 열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힘겨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혼력을 쥐어짜며 계속 문을 열었다.

그리고 힘든 것은 천리안이나 링크고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아주 힘겨워하고 있었다.

문이 유지되려면 무조건 계속 그 문이 열린 장소를 보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천리안은 지금까지 계속 천리안을 유지하고 있었고 링크도 계속 감각연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래저래 세 사람은 굉장히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그들이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역할이 여기까지만이란 사실이었다.

어차피 이 임무만 완수하면 혼력이 바닥나 쓰러질 게 분명했기에 토벌대에선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본격적인 토벌의 시작.

그것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암흑마신이 일본 전역에 뿌려놓은 암흑마기는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특히 그것은 일본 전체를 경계와 현실의 중간에 머물게 만들었다.

경계도 아니지만, 현실도 아닌 곳.

그곳이 바로 지금의 일본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중간에 걸쳐진 일본에선 소울러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100%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환경은 현실과 같았다.

즉, 현실과 경계가 혼합되어 마치 전혀 새로운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수호자는 암흑제국을 어떻게 해서라도 무너트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경계와 현실의 결합.

이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수호자들은 그걸 막기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암흑제국, 아니 일본 대륙을 아예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한이 있어도 무조건 막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암흑마기는 단순히 현실과 경계를 하나로 섞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었다.

암흑마기는 그 자체로 암흑마신의 눈이 되는 기운이었다.

토벌대의 소울러들은 그 사실을 몰랐지만, 건은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바다로 우회해서 오사카로 향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암흑마신은 문이 열리고 소울러들이 그 문을 통해 본토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자신의 제국에 적이 상륙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미 적들의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던 그는 토벌대의 상륙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암흑칠왕 중 네 명에게 네 개의 암흑병단과 백 명의 암흑투사들 그리고 마흔 명의 암흑기사들을 붙여주고 암흑제국을 침범한 적들을 섬멸하라고 명령했다.

하나의 암흑병단이 대략 천 명의 암흑병사로 이루어져 있는 걸 고려하면 4천이 넘는 대규모 병력이었다.

물론 암흑병사들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아 토벌대의 소울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약했지만, 그 숫자가 4천이 넘었기 때문에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특히 암흑투사는 거의 플래티넘 등급의 헌터만큼이나 강했고 암흑기사는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진 못했지만 거의 마스터의 경지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거기에 네 명의 그랜드마스터가 그들을 이끌었다.

혈왕(血王), 독왕(毒王), 명왕(冥王), 잔왕(殘王).

이렇게 네 명의 암흑왕들은 병력을 넷으로 나눈 후 각자의 방식으로 토벌대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

토벌대는 자신들이 암흑제국을 기습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암흑제국에게 기습을 당할 것처럼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다.

* * * *

한편 일본 본토에 상륙한 토벌대가 진형을 정비하고 있던 그 사이 건은 어느새 오사카에 도착해 있었다.

무려 시속 700km로 바다를 가르고 도착했음에도 그의 몸 어디에도 젖은 곳은 없었다.

전능천의는 건의 온몸을 완벽하게 보호했기 때문에 바닷물은 절대 건의 몸에 닿을 수가 없었다.

“여기도 유령도시군.”

사실 일본국민은 현재 모두 지정된 장소에 모여 암흑마신에 의해 암흑제국의 국민으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었다.

워낙 일본국민의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 암흑마신이라고 해도 이걸 단번에 끝낼 순 없었다.

그래도 이미 한 달 전부터 계속해오고 있던 일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보름 정도만 더 지나면 1억 3천만에 가까운 일본국민들은 모두 암흑제국의 국민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최초로 현실과 경계를 동시에 살아갈 수 있는 인간들이 될 수 있었다.

비록 그렇게 된다고 소울러들처럼 특별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통의 인간들보다는 훨씬 강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암흑마신의 말에 절대복종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작업이 끝나면 암흑마신의 힘은 더욱 강해질 것이 확실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오사카 역시 유령도시가 되어 있었다.

‘일단 고정출구부터 하나 만들자.’

건은 주변을 둘러보며 고정출구를 만들만한 장소를 찾아보았다.

어차피 유령도시가 된 오사카였기 때문에 굳이 신경 써서 찾지 않아도 고정출구를 만들만한 장소를 찾기 쉬웠다.

건은 적당한 건물의 외벽에 고정출구를 만들었다.

어차피 고정출구를 어디에 만들어도 그걸 여닫을 수 있는 이는 오로지 건뿐이었다.

설사 건물이 무너져도 고정출구는 그대로 허공에 유지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고정출구를 없앨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 고정출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고정출구 근처를 막아버리는 게 전부였다.

그것 역시 건이 고정출구를 열고 막아버린 것들을 가볍게 날려버리면 끝이었다.

대마도에 있던 고정출구를 이곳으로 옮긴 건은 일이 끝나자 S룸으로 통하는 입구를 열고 철민과 연희를 불러오려고 했다.

그런데 S룸의 통하는 입구를 열려던 건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피한다고 피했는데 어떻게 안 것이지? 분명 놈의 기운이 없는 바다로만 왔는데…….”

뒤로 몸을 돌리며 천천히 입을 연 건.

그의 주변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마치 누군가를 보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대단하군. 우리가 보이는 건가?”

분명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깟 경계의 뒤틀림에 숨어 있으면 내가 모를 것으로 생각했나? 아! 그러고 보니 어떻게 너희가 이곳에 온 건지 알 것 같군. 경계를 뒤틀어 공간과 공간을 이어붙이고 그걸 통해 이동하며 먼 거리도 한순간에 올 수 있었겠지. 그렇군. 내가 이곳으로 올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던 게 아니라 내가 어딘가로 올라올 것이란 걸 예상하고 아예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아마도 일본의 주요 도시에는 모두 이 뒤틀린 공간의 이어짐이 다 존재하겠지? 그래서 이렇게 한 번에 나를 찾아올 수 있었던 거였어. 이건 명백히 내 실수군. 이런 큰 도시가 아니라 적당히 후미진 곳으로 올라왔다면 너희가 오기 전에 이미 나는 다시 사라졌을 텐데…… 그 실수 때문에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렸어.”

건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는 한순간에 그들이 어떻게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정확하게 유추해냈다.

“……마신께서 우리를 이곳으로 보낸 이유가 있었구나.”

경계의 뒤틀림 뒤에 숨어 있던 남자는 건의 너무나도 정확한 유추를 듣고 깜짝 놀라며 중얼거렸다.

“세 놈이나 보낸 거 보니까 그래도 마신이 아주 멍청하진 않았네.”

건은 자신 앞에 숨어 있는 세 암흑왕들이 모두 그랜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녀석들이란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

아무리 놈들이 정체를 숨기려고 해도 건의 전능안은 모든 것을 꿰뚫어보았다.

“이노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죽고 싶은 게냐!”

이곳에 온 암흑왕들은 토벌대를 막으러 간 네 명의 암흑왕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이었다.

유령왕(幽靈王), 투왕(鬪王), 악마왕(惡魔王).

그들은 각자 열 명의 암흑기사를 대동하고 이곳에 와 있었다.

처음 암흑마신이 그들에게 토벌대와는 또 다른 곳으로 침투하는 적을 막으라고 했을 땐 다수의 정예 소울러들이 토벌대와 양동작전이라 펼치는 것인 줄 알았었다.

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막아야 할 적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 잠깐 대화를 해보니 상대가 보통 놈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보통 놈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들은 무려 셋이나 이곳에 와 있었다.

거기다 암흑기사들도 서른 명이나 있었다.

그들은 이 정도라면 아무리 상대가 대단하다고 해도 절대 자신들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뭘 그리 그 뒤에서 쫑알쫑알 떠드는 거야? 그리고…… 대화란 건 말이야…….”

스윽.

건은 말을 잠시 끊고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어나가며 가볍게 오른손을 휘둘렀다.

“서로 얼굴을 보고하는 게 예의인 거라고.”

콰과과과과과과!

건은 가볍게 오른손을 휘둘렀을 뿐이지만 그 순간 건의 앞에 존재하던 세 개의 뒤틀린 경계는 통째로 뜯겨나가며 소멸하였다.

그러자 그 안에 숨어 있던 세 명의 암흑왕과 서른 명의 암흑기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헉!”

“크음!!”

“크윽!”

세 암흑왕은 건이 손짓 한 번으로 뒤틀린 경계를 소멸시켜버리자 너무나 깜짝 놀라며 건을 바라보았다.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라 그냥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려고 했었는데…… 이렇게까지 된 이상 어쩔 수 없겠네.”

건은 아쉽단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곤 세 암흑왕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가 하려고 했던 거 시작해봐.”

마치 꼬마애들을 데려다 놓고 재롱이라도 떨어보라는 듯이 얘기하는 건.

그 순간 암흑왕들은 심한 굴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노노노오옴!”

세 암흑왕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폭발하며 소리쳤다.

그들은 암흑마신의 선택을 받아 각성을 통해 그랜드마스터가 된 후 암흑왕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암흑마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발밑에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건이 연희에 얘기했던 그랜드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자신의 최고라고 착각을 하며 성장이 멈춘 이들…… 암흑왕들이 딱 이 상황에 해당하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런 그들이었기 때문에 도발은 너무나도 쉬었다.

“암흑기사들은 모두 당장 저 녀석을 죽지도 그렇다고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라!”

유령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서른 명의 암흑기사들은 마치 로봇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진짜 로봇은 아니었지만, 행동패턴 자체는 로봇과 똑같았다.

암흑마기에 완벽하게 몸을 통제당하며 오로지 싸우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게 암흑기사들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전투로봇으로 봐도 되었다.

물론 세 암흑왕은 암흑기사들이 건을 진짜로 제압할 것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애초에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대였다면 마신께서 자신들을 이곳으로 셋이나 보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암흑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린 후 자신들도 건을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건의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인간도 그렇다고 소울러도 아닌 너희에게 명한다……. 그냥 뒈져라.”

그것은 절대적인 명령이었다.

전능언의 힘이 실린 그 말이 울려 퍼진 그 순간 서른 명의 앞으로 달려나가려던 암흑기사들은 모두 그 자리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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