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75화 (완결) (174/175)

# 175

더 소울(The Soul) - 황금의 광휘(光輝)[완결]

@ 황금의 광휘(光輝).

암흑마신이 암흑멸성에 모든 힘을 집중시키자 암흑멸성은 더 빠르게 건을 향해 떨어졌다.

하늘로 날아오른 건과 그를 향해 떨어지는 암흑멸성.

그런데 건은 그 암흑멸성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암흑멸성을 향해 날아갔다.

암흑마신은 그 모습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너의 그 자만심이 널 나락으로 떨어트릴 것이다!’

여전히 암흑마신은 암흑멸성을 믿고 있었다.

콰아아아, 번쩍!!

드디어 건과 암흑멸성이 충돌했다.

그 순간 암흑마신이 기대한 것은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암흑멸성은 건이 뻗은 황금색 대검(전능아)에 의해 반으로 갈라졌다.

건은 그렇게 전능결을 이용해 암흑멸성을 반으로 갈라버린 후 두 조각으로 나뉜 암흑멸성을 완벽하게 전능강기로 휘감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은 전능천익의 힘을 이용해 전능강기에 휘감겨 있는 암흑멸성을 그 안에서 사정없이 압축시켜버렸다.

꽈르르르르르르릉! 콰과과과과과광!

드디어 암흑마신이 그렇게 원하던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문제는 그 폭발이 전능강기 안에서 일어났다는 점이었다.

그 결과 암흑마신이 볼 수 있었던 것은 둘로 나뉜 암흑멸성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 마구 번쩍이며 폭발하는 장면뿐이었다.

“이, 이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무리 암흑마신이라고 해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렇게 암흑멸성이 허무하게 사라지던 그 순간 자신이 소환한 데스나이트들과 암흑마룡도 동시에 소멸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염화신조 백은 암흑마룡의 머리를 통째로 뜯어먹고 있었고 염화신조 백이 일으킨 화염 폭풍의 도움을 받은 전능군은 데스나이트들을 거의 학살 수준으로 섬멸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암흑마신이 상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장면이었다.

전능군을 쓸어버리고 건을 분자단위로 소멸시켜버리려던 암흑마신이엇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한편 암흑멸성을 깔끔하게 소멸시킨 건은 슬쩍 암흑마신 쪽을 바라보았다.

파팟!

단지 바라만 보았을 뿐인데 건은 어느새 암흑마신 앞으로 이동했다.

“허억!”

건이 자신 앞쪽에 나타나자 암흑마신은 크게 당황하며 재빨리 암흑마기를 이용해 보호막을 만들었다.

암흑멸성마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암흑마신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이, 이 괴물은 막을 수 없다.’

결론은 너무나 쉽게 나왔다.

그렇지만 결론이 나왔다고 해서 그에 대한 대응책까지 같이 나오진 않았다.

건은 검은색 보호막이 자신을 가로막자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그 보호막에 손을 댔다.

치이이익!

암흑마기는 거칠게 저항했지만, 전능조화광을 온몸에 두르고 있는 건은 그걸 가볍게 무시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두꺼운 암흑마기의 보호막을 맨손으로 뜯어내기 시작했다.

콰드드드드드득!

건은 거침이 없었다.

그런 건을 바라보며 암흑마신은 일단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둠의 왕일 때도 그랬지만 암흑마신은 살아남는 걸 가장 우선으로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살아남기 위해 건으로부터 도망쳐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런 판단을 내린 순간 암흑마신은 곧장 뒤틀린 경계를 열었다.

뒤틀린 경계를 이어붙여 먼 거리를 도망치면 아무리 건이라고 해도 자신을 추격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파아앗!

암흑마신은 건이 암흑마기로 만든 보호막을 전부 뜯어내기 전에 재빨리 뒤틀린 경계를 열고 그것을 다른 쪽 뒤틀린 경계와 이어붙였다.

그리곤 곧장 뒤틀린 경계로 뛰어들었다.

암흑마신은 경계로 뛰어들며 동시에 자신이 열었던 뒤틀린 경계의 입구를 닫아버렸다.

그는 아무리 건이라고 해도 이렇게 도망친 자신을 따라올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암흑마신은 오사카에서 순식간에 삿포로로 도망칠 수 있었다.

“크윽…… 어디서 저런 괴물이 튀어나온 거지?”

삿포로로 도망친 암흑마신은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건의 출현은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그는 가만히 있었으면 건이 조용히 돌아갔을 것이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긁어 부스럼이란 말처럼 괜히 가만히 있던 건을 건드려서 지금 이 상황을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억울해 미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일단 이대로 암흑제국을 유지하는 건 무리다. 저 괴물 같은 녀석을 상대할 방법을 찾을 때까진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들어야 한다.’

너무나 치욕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암흑마신은 이런 결정에 익숙했다.

‘그럼 일단 이대로 이곳을 벗어나서…….’

어둠 속으로 숨어드는 것을 결정한 암흑마신은 아예 일본 대륙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그런 생각을 한 그 순간.

갑자기 그의 앞쪽 공간이 갈라졌다.

콰드드드드득!

갈라진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황금빛 광휘.

놀랍게도 건은 암흑마신이 닫아버린 뒤틀린 경계를 강제로 열고 이곳에 나타난 것이었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

공간을 뜯어버리며 등장한 건은 암흑마신을 바라보며 웃었다.

일단 없애기로 마음먹은 이상 아무리 귀찮아도 암흑마신이 도망치는 걸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도대체 너는…….”

“이제 끝을 내야지.”

건은 암흑마신의 얘길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스윽.

건이 암흑마신을 향해 손을 뻗자 암흑마신은 강렬한 빛이 자신을 휘감는 걸 느꼈다.

“커억!”

그 빛은 암흑마신이 가진 암흑마기를 순식간에 흩어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빛이 휘감는 것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압력이 암흑마신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콰드드득, 콰과광!

암흑마신은 영혼의 집합체였지만 그런 영혼의 집합체를 담고 있던 것은 풍신의 육체였다.

어마어마한 압력은 그 풍신의 육체를 박살 내며 그를 바닥에 무릎 꿇게 하였다.

“크으으으.”

자신을 신이라고 칭했던 암흑마신에게 이런 모습은 너무나 치욕스러웠다.

“그래, 네가 나와 대화를 하고 싶다면 이 정도는 눈높이는 맞춰야 하는 거야. 알겠어?”

“……여기서 네가 날 쓰러트린다고 해도 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암흑마신은 건을 쏘아보며 저주하듯 얘기했다.

실제로 그는 예전에 어둠의 왕이 그러했듯이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어둠의 씨앗을 다른 곳에 남겨놓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설사 여기서 자신이 소멸한다고 해도 결국 다시 기회만 찾아온다면 어둠의 씨앗이 싹을 틔우며 자신이 부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한 번 해본 것이었기 때문에 더 쉽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말이야…….”

건은 슬며시 말을 흐리며 말없이 암흑마신을 바라보았다.

‘뭔가…… 불안하다…….’

그 모습을 본 암흑마신은 뭔가 굉장히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이거 어쩌지? 난 널 여기서 소멸시킬 생각이 없는데…….”

“그, 그게 무슨 말이냐? 날 살려주기라도 하겠다는 게냐?”

“뭐, 살려는 줄게.”

건은 분명 살려준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암흑마신은 오히려 그 말이 더 두려워졌다.

“살려는 준다는 말이 무슨 말…….”

암흑마신은 황급히 얘길 했지만, 건은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고 황금빛 날개를 활짝 펴며 오른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전능조화광과 전능강기가 전능천익의 힘과 하나로 합쳐지며 하늘 위에서 엄청난 황금빛 섬광을 내뿜었다.

번쩍!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황금빛 섬광은 순식간에 일본 대륙 전체로 퍼져 나가며 암흑마신이 남겨두었던 모든 것을 소멸시켰다.

홤금빛 섬광이 소멸시키는 것은 오로지 암흑마기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토벌대를 거의 괴멸 직전까지 밀어붙였던 암흑군단의 모든 병사가 황금빛 섬광과 함께 소멸하였다.

여기엔 예외가 없었다.

심지어 암흑왕들까지 황금빛 섬광이 스치고 지나가자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건은 굳이 이 기술에 이름을 붙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 황금빛 섬광을 본 소울러들은 그것을 황금의 광휘(光輝)라고 불렀다.

황금의 광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암흑마기를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그러자 지금 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암흑마신은 자신의 모든 힘이 허망하게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몸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암흑마기가 전부였다.

이것은 그의 본질과도 같은 것이었기에 간신히 남아 있는 것이었다.

“커어어어억, 크어어어어어.”

암흑마신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괴로워했다.

모든 암흑마기의 소멸은 그에겐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다.

“이렇게 지워버려도 어딘가에 씨앗을 남겨놓았을 수 있겠지? 네가 또 등장하면 내가 귀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넌 아무래도 이대로 영원히 고통받으며 있어줘야겠다.”

츠츠츠츳!

건은 엄청난 고통에 제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괴로워하던 암흑마신의 전신을 전능강기로 휘감았다.

과거 일성 그룹의 후계자인 조원혁을 전능강기에 가둬 영원히 석상(石像)처럼 만들었듯이 암흑마신도 그렇게 전능강기에 가둬 영원히 봉인시켜버렸다.

물론 암흑마신은 그 안에서도 계속 고통을 느껴야 했기 때문에 이건 말만 살려주는 것이었지 오히려 죽이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도 약속대로 살려는 줬잖아.”

건은 슬쩍 웃으며 치우의 보고로 통하는 입구를 열고 무릎을 꿇은 상태로 굳어버린 암흑마신을 한쪽 구석으로 던져놓았다.

이렇게 한다면 아무리 끈질긴 암흑마신이라도 절대 부활할 수 없었다.

“휴, 괜히 엉뚱한 일에 끼어들어서 헛심만 썼네.”

남들이 볼 땐 지금 건이 한 일은 세상을 구한 일일지 몰랐지만 적어도 건에겐 그저 귀찮은 일이었을 뿐이었다.

세상을 구한 영웅 백건.

하지만 정작 당사자에게서 세상을 구했다는 자부심 같은 것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그는 오히려 오늘 저녁에 연희와 보기로 한 영화를 아직 예매하지 않았다는 게 떠올라 황급히 서울로 돌아가기에 급급했다.

이처럼 그에겐 세상을 구하는 일보다 연희와 영화를 보는 일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일본에서 등장한 ‘황금의 광휘’는 암흑제국이라 불리던 괴물들의 나라를 단번에 소멸시켰지만, 그 누구도 그 황금의 광휘를 만들어낸 소울러가 누군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만 몇몇 그랜드마스터들만이 ‘그’가 이곳에 왔었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뿐이었다.

* * * *

“마지막 방어선이 뚫렸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놈은 삼십 분 안에 제주도에 상륙합니다.”

“한국 쪽 소울러들은 어떤가?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 건가?”

그랜드마스터 듀렌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현재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의 갑판에 서서 보고를 받는 중이었다.

“정확한 확인을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아무리 대비를 해도 이 녀석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제주도로 상륙하려고 하는 괴물.

그 녀석은 이미 중남미 전체를 붕괴시킨 것에 이어 미국의 서부 연안지대를 초토화시킨 후 태평양을 건너 이곳까지 와 있었다.

“아니, 한국이라면 막을 수 있다.”

“네? 그게 무슨…….”

듀렌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듀렌을 바라보았다.

이번 괴물은 보통 괴물이 아니었다.

일명 인류 최악의 재앙이라는 마신(魔神)급 혼마였다.

이미 놈에게 세 명의 그랜드마스터와 열 명의 소울마스터가 당한 상태였다.

그리고 보통의 소울러는 샐 수도 없을 만큼 잡아먹혔다.

미국도 놈을 막지 못해 중국과 유럽연합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놈의 이동방향을 바꾸는 게 전부였다.

“놈을 막기위해 지금까지 우리가 그렇게 고생을 하며 한국쪽으로 놈의 이동방향을 바꾸게 한 것이다.”

“네? 한국에서 최후의 결전을 하려고 한 게 아니었나요?”

“맞다. 최후의 결전은 한국에서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관여하는 전투는 아닐 것이다.”

듀렌이 말을 할수록 부하는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한국에 무엇이 있길래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곳엔 세상을 몇 번이나 위기에서 구한 영웅이 있다.”

“세상을 몇 번이나 구한 영웅이 있다고요? 그럼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이렇게 희생까지 하면서…….”

“우린 그에게 도움을 요청할 자격이 없다. 사실 또다시 이렇게 그를 이용하게 되면 어쩜 그는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법이 없기에 우린 그의 노여움을 살 것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무슨…….”

부하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고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마신급 혼마가 향하고 있던 제주도 쪽에서 황홀하단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강렬한 황금빛 광휘가 솟구쳤다.

“나타났군. 광휘의 절대자…… 그라면 분명 이 재앙과도 같은 마신급 혼마를 막아줄 것이다.”

듀렌은 황금빛 광휘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암흑제국 사건 이후 수많은 이들이 광휘의 절대자을 이용하려고 했다. 아니, 실제로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이용한 모든 이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뤘다.

예외 같은 것은 없었다.

심지어 중국은 그에게 당해 지금까지도 경계의 힘을 제대로 회복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었다.

당시 광휘의 절대자를 철저히 기만했던 주백검은 아직도 죽지도 살지도 못한 상태로 매일매일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런 일들이 몇 번 반복되자 광휘의 절대자는 자신을 귀찮게 하는 이라면 그게 누구라도 무조건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마신급 혼마를 한국 쪽으로 몰아 그가 나서게 한 그 순간 미국은 그에게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국가가 괴멸하는 것보단 낫겠지.’

듀렌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차라리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게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이었다.

* * * *

“얼마라고?”

연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건을 돌아보았다.

“일 년에 1조 달러씩이라고.”

“그러니까 네가 살아있는 동안은 미국 정부에서 너에게 일 년에 1조 달러씩 준다는 얘기야?”

미국의 1년 예산이 대략 3조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1조 달라는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1,000조.

그 돈을 일 년에 한 번씩 받는 것이었다.

“허어…… 엄청난 돈인 것은 알겠는데 괜찮겠어? 너 미국놈들이 마신급 혼마를 이쪽으로 몰고 올 때만 해도 미국을 아예 세계지도에서 지워버린다고 했었잖아.”

“뭐, 그땐 좀 흥분해서 그랬던 것이고…… 사실 굳이 지워버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이 정도 돈이라면 흥분을 가라앉혀 줘야지.”

“광휘의 절대자께서 너무 속물처럼 행동하는 거 아니야?”

“광휘의 절대자는 돈을 좋아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건 아니잖아?”

연희의 말에 건은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가만…… 그럼 차라리 너한테 처음부터 이 돈을 줄 테니까 와서 마신급 혼마를 처리해달라고 했어도 되는 거였잖아?”

“흐음…… 그렇겠네. 아니 그땐 흥분하기 전이고 어느 정도 마신급 혼마에 대한 약간의 책임감도 느끼고 있을 때니까 이 돈의 반 정도만 준다고 했어도 가줬을 텐데…….”

“헐, 그럼 미국놈들 도대체 무슨 삽질을 한 거야?”

“그러게 걔들도 가만 보면 영 허당이라니까.”

물론 이 모든 것은 광휘의 절대자는 돈 같은 것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선입견 때문에 생긴 일이었지만 어쨌든 미국이 삽질을 제대로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나저나 그 돈으로 뭘 하려고?”

“뭘 하긴 너랑 신 나게 써야지.”

“근데 이미 돈은 썩어날 만큼 많잖아?”

“늘 얘기하지만 썩어날 만큼 많아도 더 많으면 좋은 게 돈이라고.”

“하여간 너도 참 못 말린다. 그 정도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그렇게 예전과 똑같을 수가 있어?”

“후훗, 이것이야말로 내가 우화등선을 하지 않는 비결이라고. 그러니까 넌 그냥 내 남자친구가 신선(神仙)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되는 거야.”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이건 정말 진실이었다.

건은 이미 오래전에 인간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버렸기 때문에 만약 이대로 계속 시간이 지나면 그는 인간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모두 벗어버리고 진짜 신(神)의 영역에 들어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걸 속세에 대한 미련으로 막았다.

연희를 사랑하는 마음을 비롯한 여러 감정을 덕분에 그는 여전히 인간으로 있을 수 있었다.

물론 언젠간 결국 신의 영역에 들어서겠지만, 건은 적어도 앞으로 몇백 년 정도는 이대로 있고 싶었다.

최소한 연희와 함께하는 동안만큼이라도 이대로 있고 싶었다.

“앓느니 죽지! 흰소리하지 말고 네가 미국에 갔다 오느라고 가지 못한 여행은 내일 가기로 했으니까 그리 알아.”

“후훗, 나야 좋지!”

여행이란 말에 신이 나는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는 건. 역시 그는 아직까진 이대로 ‘인간’인 게 너무나 좋았다.

- 더 소울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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