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태신곡-6화 (6/293)

<-- 6 회: 1-6 -->

단태는 달아날 구멍을 찾았으나 모두 막혀 있었다. 도양이 제대로 함정을 판 것이다.

“포기해라, 꼬맹아.”

도양이었다.

단태는 도양을 노려보았다. 이대로 잡혀야 한다면, 가만히 앉아서 잡힐 생각은 없었다.

단태는 위연미를 쳐다봤다. 그 마음을 아는지 위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겁먹은 설희와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는 위연미의 언니를 힐끔 쳐다본 단태는 도양이 탄 소마선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딪쳐 소마선이 부서지면, 그뿐이었다.

“어, 어, 이 녀석! 뭐 하는 거야?”

단태는 당황한 도양을 향해 소마선을 몰았다. 자살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 기세에 눌린 도양은 오히려 소마선을 옆으로 몰았다.

그때 생긴 작은 틈을 통해 포위망을 돌파한 단태는 고함을 내질렀다.

“이얏호!”

그러나 매매소 쪽에서 날아온 불덩이가 소마선의 꽁무니를 강타하자, 단태는 끔찍한 고통에 휩싸였다. 소마선과 정신적으로 연결된 상태에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허공으로 날아간 단태는 풍덩 물에 빠졌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수면으로 올라오자마자 단태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며 설희를 찾았다. 다행히 설희는 근처에 있었다. 위연미와 그 언니도 수영을 잘하는지 머리가 수면 밖으로 나와 있었다.

소마선들이 다가왔다.

“너 때문에 아까운 배 한 척이 박살 났다. 소마선이 얼마나 비싼지 넌 상상도 못 할 거다.”

도양이었다.

도양 패거리는 커다란 그물채로 설희, 위연미와 그 언니 그리고 단태를 건져 냈다.

이미 팔린 위연미의 언니는 다시 매매소로 돌아갔고, 도양은 그 매매소 사람과 그 자리에서 흥정을 시작했다.

밧줄에 꽁꽁 묶인 단태는 버둥거렸지만 그럴 때마다 주먹이 날아왔다. 입술이 터지고 뺨에 멍이 들었다. 위연미와 설희가…… 팔려 나갔다. 두 사람이 다른 소마선으로 옮겨져 매매소로 떠났다.

혼자 남은 단태는 도양을 노려보며 악을 썼다.

“아버지가…… 우릴 구해 줄 거야. 그리고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

“아버지? 아, 가족을 팔아먹은 남자 말이야?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니? 왜 아버지라는 사람이 마을을 떠나 이곳으로 오기 전날 거기에 나타났는지 말이야. 아, 시골 사람들은 너무 순진해. 네 아버진 이곳에서 도박 빚을 졌고, 그 빚을 갚을 길이 없어서 가족을 이리로 데려온 거란다. 물론 아까 계산은 다 끝냈다. 그러니까 그 아버지라는 사람이 너를 구해 줄 리는 없단다.”

단태는 할 말을 잃었다.

그 표정에 흡족한 미소를 지은 도양은 매매소 사람과 흥정을 계속했다. 소마선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능력을 앞세워 보통의 노예보다 적어도 다섯 배 이상 받아야 한다는 게 도양의 주장이었다.

매매소 측도 단태가 소마선을 조종하는 모습을 직접 봤기 때문에 그 주장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곧 도양은 단태를 팔아넘긴 대가로 2,000마전을 받아 내는 데 성공했다.

단태가 매매소 쪽 소마선으로 옮겨 타기 직전, 도양은 단태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단태가 괴로워하자 그가 말했다.

“이건 남자로서 갚아야 할 빚이란다. 잘 가라, 꼬맹이.”

도양은 유쾌하게 웃었고, 그를 태운 소마선은 금세 어둠 너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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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에 재미있는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아씨, 꿈도 꾸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니까 더 내려가고 싶잖아.”

“안 돼요!”

하녀의 말을 들은 반우현은 빙긋 웃으며 몸을 날렸다.

하늘을 나는 천마룡의 목덜미에서 훌쩍 뛰어내린 반우현은 마치 자신의 몸을 밀어 올리는 듯한 공기의 저항을 유쾌한 기분으로 받아들였다. 적당한 높이가 되자, 레버를 당겼다. 곧 낙하산이 펴지며 그녀의 몸을 위로 당겼다. 숨이 멎을 듯한 충격이었다. 순간적으로 낙하산 줄이 끊어져 땅으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낙하산은 만든 사람의 장담처럼 제대로 작동했다. 깃털처럼 부드럽게 아래로 내려가는데, 그 기분은 기가 막혔다.

낙하산에 붙은 줄을 이리저리 당겨 어두운 운하에 떨어진 반우현은 단검으로 줄을 끊고 헤엄 쳐서 뭍으로 올라갔다. 한바탕 조명탄이 터진 그 사건은 끝나 버렸는지 주위는 어두컴컴했다.

반우현은 불덩이를 쏘아 보낸 통나무집으로 걸었다. 무슨 일이기에 마법사가 값비싼 불의 마법을 펼쳤을까? 머리를 질끈 묶어 남자처럼 보이도록 옷매무새를 고친 그녀는 매매소 쪽으로 다가갔다.

“오늘 영업은 끝났습니다.”

건장한 사내가 입구를 막았지만, 안에서 떠들썩하게 매매가 이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안 끝난 것 같은데.”

“끝났다니까.”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위협하는 그 사내의 명치를 반우현의 손이 파고들었다. 손이 명치에 닿자 사내는 헉 신음을 내며 허리를 굽힌 채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고마워.”

기절한 사내에게 말한 반우현은 안으로 들어갔다.

몇 번 매매소에 와 본 적은 있지만 매번 이런 분위기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여기서 팔리는 노예들의 대다수가 어리석게 거미줄에 걸린 멍청한 제국의 백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을 방법도, 막을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세상은 약육강식이다.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딛고 올라선다.

반우현은 3층으로 올라가 무대로 끌려 온 약자를 내려다봤다. 테이블에 앉아 유심히 쳐다보는데, 익숙한 향기가 코로 스며들었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하녀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어떻게 내렸어?”

“……아씨 때문에 민가 한 채를 박살 냈어요.”

“농담이지?”

“내일 시장님께서 절 죽이실 거예요. 모두 아씨 때문이랍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하자구.”

그때, 반우현 또래의 소녀가 무대로 올라왔다.

바들바들 떠는 소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누군가 아는 얼굴을 찾는 모양인데, 아무도 없자 소녀는 주저앉아 우는 대신 자신을 사기 위해 소리치는 사람을 쳐다봤다. 마치 그 얼굴을 기억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저 아이, 사야겠어.”

“또요?”

“얼른!”

“알았어요.”

하녀는 툴툴거리며 아래로 내려갔고, 중개인은 거래 종료를 선언했다. 시장의 딸이 개입했으니 매매소로서는 도리가 없었다.

하녀가 와서 보고하자 반우현은 직접 내려가서 우리에 갇힌 소녀 앞에 섰다. 소녀는 거기서도 울지 않았다.

“하나 물어볼 게 있어서 널 샀다.”

“물어봐.”

비교적 담담한 목소리.

반우현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 아이는 약자가 아니다.

“그 무대에서 왜 널 사려는 사람들을 쳐다봤지?”

“기억하려고.”

“왜?”

“빚을 갚아 줘야 하니까.”

“어떻게?”

“그건 비밀이야. 너도 나중에 알게 될 거야.”

“기대가 되는걸. 이름이 뭐지?”

“위연미.”

“넌 오늘부터 내 노예야.”

“…….”

“내가 널 샀으니까.”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부탁? 노예 주제에? 웃기는군. 좋아. 해 봐.”

“설희라는 아이가 있어. 그 아이를…… 사 줘.”

“관계는?”

“동생이야.”

“말투부터 고치는 게 좋겠어.”

“……제 동생을 구해 주십시오.”

“좋아. 와타!”

“알았어요, 아씨.”

하녀는 반우현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또 한 번 노예 중개인에게 갔다.

어린 소녀는 나이 든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터라 중개인은 난색을 표했지만 하녀 와타는 천마룡이 하늘에 떠 있으며, 언제든 그 거대한 용이 매매소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음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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