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태신곡-99화 (99/293)

<-- 99 회: 3-18 -->

명국영은 단태를 응시했다. 스승이 제자의 성장에 흐뭇해하는 마음이 담긴 시선이었다.

“음명석은 값비싼 마법 재료고, 외부의 마법사를 데려오는 데도 거금이 들잖아요. 그 돈이 어디서 나왔을까요? 세관국장 평굉이 인구부장 종양수와 작당해서 장부를 조작했고, 그 결과 만들어 낸 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단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로군.”

륜사였다.

“자, 그러면 평굉의 저택 지하에 있는 그 소리 마법사가 음명석으로 무슨 짓을 하는지가 중요하겠구먼.”

명국영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때, 여화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세 사람은 여화를 쳐다봤다.

“……아닐 거예요.”

“뭐가?”

륜사가 물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뭐든지 말하는 게 좋아요. 아무리 황당해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과정은 도움이 되니 말이오.”

명국영의 말에 여화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수련사지만 종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장난까지 치는 여화는 도시의 소문에 밝았다. 종자들이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이야기를 여화에게 알려 주었던 것이다. 대부분은 낭설이지만 일부는 도시의 변화를 드러낼 만큼 중요했는데, 최근 들어 방책 너머에 유천주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부쩍 늘었다. 출처가 다른 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관련이 없는 종자들로부터 전해 들은 여화는 수룡일 리는 없어도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싶었다.

소리 마법사는 숲의 마법사와 더불어 동물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데 능했다. 숲의 마법사가 동물의 본능을 존중한다면 소리 마법사는 그 반대였다. 소리 마법사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물을 조종하여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평판을 얻고 있었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150여 년 전 바로 이 물의 도시에서 벌어진 재앙 때문이었다. 혼란을 잠재우고 도시를 장악한 11개의 가문은 당대에 명성이 높은 소리 마법사 율마 관중을 이용하여 호수 깊은 곳에 잠든 수룡 유천주를 깨웠다. 파괴적인 성향을 자극하는 그 선율에 분노한 유천주는 방책을 부수고 도시로 들어와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였는데, 함께 침입한 악어와 물뱀으로 인해 피해는 더욱 커졌다.

이 사건은 그 일에 참여한 소리 마법사 관중이 죽기 직전에 진실을 고백함으로써 밝혀졌는데, 당연히 물의 도시를 반석 위로 올린 11인위원회는 관중을 미치광이로 몰고 그 마법사의 시체에 현상금 1만 마전을 걸었다. 몇 달 만에 관중의 잘린 머리는 물의 도시 입구인 아레마고의 문에 걸렸다.

당시 시장과 11인위원회가 헛소리를 하는 자에게는 똑같이 1만 마전의 현상금을 걸겠다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그 이야기가 묻혔는데, 진실은 그 나름대로 생명력이 있어 소곤소곤 사람들 사이로 떠돌았다.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책에도 기록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은연중 누군가 수룡을 일부러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이후, 수룡은 자주…… 때로는 주기적으로 서쪽 방책을 뚫고 들어와 도시에 큰 피해를 입혔다.

증거 없는 추측이어서 여화는 이야기를 다 해놓고 불안한 눈으로 세 사람을 쳐다봤다.

“……용금탄으로 가는 일을 미뤄야겠군.”

명국영이었다.

“난 무엇을 하면 되겠나?”

륜사는 더없이 진지했다.

“그 소리 마법사부터 찾아야…… 아니, 볼일이 끝났다고 했으니 준비를 마쳤겠군. 평굉의 저택 지하야! 거기 수룡을 끌어들이는 소리의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을 걸세.”

“가 봐야겠군.”

륜사는 즉시 밖으로 달렸다.

명국영이 단태 앞에 섰다.

“나도 가 봐야겠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겠구나.”

여화가 명국영을 따라 나가려 하자, 단태가 불렀다.

“왜 그러니?”

“……어머니를 부탁해요.”

“알았어. 내가 꼭 챙길게.”

여화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에 밖으로 나갔다.

문이 쾅 닫혔다.

다시 혼자가 된 단태는…… 외로움이 아니라 임박한 위험에 대한 불안을 느끼며 창가로 향했다. 들여다보면 곳곳에 고통과 분노가 숨어 있지만 그래도 여기서 보면 아름답기 그지없는 저 도시를…… 거대한 수룡이 짓밟을 수 있다니.

그제야 단태는 의문을 품었다.

평굉 혼자 소리 마법사를 불러와서 그런 미친 짓을 하지는 않았을 터, 대체 시장은 왜 그가 다스리는 도시에 수룡을 끌어들이려 할까? 단태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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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룡을 타고 비행하는 동안, 누천파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날개 근육 쪽에 앉아 광활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은…… 정말 넓었다. 몇 달 동안 용금탄에서의 경험으로 제국이 얼마나 광대한지, 물의 도시가 얼마나 좁은지 깊이 깨달았다. 누천파는 삶의 목표를 바꾸었다. 마둔수탑의 탑주가 되어 이전보다 월등히 발전된 탑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그 케케묵은 꿈에서 벗어나 보다 넓고, 거대한 꿈을 꾸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이제 마둔수탑은…… 내가 딛고 올라설 계단에 불과해.’

언마에 대한 공부는 성과가 있었다.

언마는 내뱉는 말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경지를 말하는데, 당연히 언어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 조건이었다. 처음에는 따분하고 지루했다. 그래서 팔마탑의 계승자들과 어울려 용금탄의 밤을 불태웠다. 그러나 곧 누천파는 그들과 함께 술 마시고 노는 일에도 싫증이 났다. 용의 유산에 비하면 그 유치한 녀석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쓰레기나 다를 바 없었다.

마음 잡고 처음 마법을 배우는 심정으로 용의 유산에 달려들었더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발견은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그토록 펼치고 싶지만 한 번도 성공할 수 없었던 족륜수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릴 때 륜사가 족륜수로 만든 물의 바퀴를 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발밑에서 맹렬히 회전하는 물의 바퀴 덕분에 륜사는 말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반드시 족륜수를 펼치고 말리라 다짐했지만 그 마법은 마둔수탑에서 몇 명만 펼칠 수 있을 만큼 까다로운 마법이었다. 게다가 마차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족륜수는 륜사만의 특기였다. 그 방법을 알려 달라고 숱하게 물었지만 륜사는 한 번도 알려 주지 않고, 스스로 알아내라고 무뚝뚝하게 말했었다.

륜사를 생각하자, 어젯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가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난 륜사를 버릴 생각이다.”

그 말에 누천파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버지는 누천파에게 현재 유타루체의 상황을 들려주었다. 황궁에서 용의 유산과 씨름을 하느라 고향의 사정은 전혀 몰랐던 누천파는 륜사가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평생 권력과는 담 쌓고 살 것 같은 사람이 왜 갑자기 바뀌었을까?

“내가 널 유타루체로 보내는 이유는 단 하나, 륜사를 마둔수탑에서 내쫓기 위해서다. 넌 탑의 계승자다. 만약 네가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누구도 네 위치를 흔들지 못할 것이다. 내 말 뜻, 알겠느냐?”

“네, 아버지.”

“넌 공식적으로는 스승을 모시러 가는 것이지만, 난 앞으로 네 것이 될 탑을 네 힘으로 지켜내길 바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명 선생은 용금탄으로 모시고 오너라.”

“……꼭 그래야 하나요?”

누천파는 명국영에 대한 반감을 살짝 드러냈다. 아버지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네가 지방의 도시에 자리 잡은 조그만 탑의 수장으로 삶을 마치기 원한다면 명 선생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더 멀리 가고 싶거나, 더 높이 날고 싶다면 명 선생을 꽉 붙잡아 네 사람으로 만들어야 할 게다. 승상 동예, 어사대부 패환, 환관 평용구 심지어 황제까지 명국영을 알고 있더구나. 단순히 그 사람의 이름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기회만 된다면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 이유를 너는 아느냐?”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난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가 아닙니까?”

아버지의 입버릇을 누천파는 잘 알았다.

“맞다. 한데, 이곳에 와서야 세 번째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게 스승님 같은 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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