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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태신곡-248화 (248/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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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때때로 유동적일 수 있다는 점은 알았지만, 그들이 법을 무기로 삼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유타루체에는 줄잡아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백중파에는 기껏해야 1만여 명이 소속돼 있지만, 단일 조직으로 그보다 많은 구성원을 가진 조직은 없지. 백중파가 기존 조직에 비해 유리한 점은 단 하나, 사람의 수뿐이다. 도시의 구조, 법, 관습, 전통 모두 유력 가문에게 절대적으로 기울어 있음을 잊지 마라. 만약 백중파에 소속된 사람의 수가 10만 명을 넘어선다면…… 그들도 더 이상 너를, 백중파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명국영은 조직원의 수를 열 배로 늘리라고 충고했다.

10만 명!

백중파의 구성원이 1만 명에 이르렀을 때, 단태는 일종의 한계를 느꼈다. 더 이상의 증가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직감이었다. 그 직감은 옳았다. 백중파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수만큼 조직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어난 것이다. 뇌의 용량으로 새로운 것을 암기하면 기존의 항목이 사라지는 것과 유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10만 명이라니.

“법은 사회라는 생물의 뼈대다. 그 생물을 죽이지 않고 뼈대를 바꾸긴 어렵지.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단다. 그 생물을 살려둔 채로 변화를 가져오려면, 진화된 아들을 낳으면 된다. 백중파는…… 유타루체의 아들인 것이다. 백중파는, 기존의 유타루체와는 완전히 다른 뼈대, 근육, 피부를 가진 새로운 유타루체여야 한다.”

‘새로운 유타루체’라는 표현에 마음이 흔들렸다. 명국영의 말은 새로운 관점을 담고 있었다. 백중파를 이익이나 취향에 따라서 모인 사람들의 무리가 아닌, 누구든 받아들이는 도시로 간주한 것이다.

이제까지 단태는 조직으로 구성된 세계의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서 애를 썼다면, 명국영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조직과 경쟁하지 말고 그 조직 전체를 품을 수 있는 세상 자체가 되라고 권유하고 있었다. 제법 규모가 큰 지류가 아니라, 지류를 넉넉하게 받아들이는 커다란 강이 되라고 말한 것이다.

“스승님.”

단태는 명국영이 이 시각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누구나 살아온 대로 살아가는 데 익숙했다. 뼈를 깎는 노력이나, 바닥까지 내려가는 절망이 없다면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명국영은 제자에게 떳떳한, 자랑스러운 스승이 되기 위해 백중파의 미래를 탐구한 것이다. 그 결론을 찾아내기 전에 제자를 만나지 않으려고 결심한 것이다.

무엇보다 명국영을 향한 존경심, 스승을 향한 자부심이 회복되어 기뻤다. 역시 스승님은 스승님이다!

“보이지 않는 적이 있다.”

명국영은 부윤성, 비백포, 물항, 무청 같은 인물을 간단히 설명했다.

“……전혀 몰랐습니다.”

“폐하 곁에 있는 물항을 은밀히 조사했지만, 수상한 점은 찾지 못했다. 그들은…… 상상 이상으로 치밀한 것 같다. 좌영윤은 폐하의 미끼에 낚여 잡혔지만, 그들은 사소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폐하의 계산을 알아차린 거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 답답하다.”

“저도 알아보겠습니다.”

“동생과 어머니는 내게 맡겨라.”

“어머니에 대해서도 아십니까?”

단태는 기절초풍할 뻔했다.

“최근에 알았다. 내가 취영루 단골이거든.”

빙긋 웃는 명국영.

군강검을 벗어난 단태는 그 어느 때보다 몸이 가벼웠다. 명국영과의 관계가 회복되었으며, 황제의 인정까지 받았다. 고독하게 백중으로서의 삶만 중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단태는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답답했다. 드러낼 수 없는 진실 때문이었다. 펄떡펄떡 뛰는 심장이 용의 심장이라는 사실, 백중파를 오늘에 이르게 한 원동력 중 하나가 결존계라는 사실을 어떻게 밝힐 수 있을까? 용이 하족을 부리듯, 단태가 그들을 부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태는 기쁜 만큼 속이 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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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윤성은 손을 뻗었다.

어둠이 깔린 울퉁불퉁한 동굴에서, 빛의 정령은 손의 윤곽을 보여 주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은 보이지 않는 막에 닿았다. 조그만 번개 같은 것들이 막에서 흘러나와 손가락에서 터졌다. 재빨리 손을 회수하지 않았다면 피부가 터지고, 안쪽이 타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를 응시했다.

침묵 속에서.

“……유천주가 살아 있을까?”

“용혈막이 건재한다면 그도 살아 있겠지. 용혈막은 용이 죽는 순간에 사라지니까.”

부윤성의 질문에 비백포가 답했다.

그들은 또 정적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들로서는 여전히 작동하는 용혈막을 인정할 수 없었다.

저주에 걸려 진작 죽었어야 할 유천주가 아직까지 살아 있다니! 최근 유타루체에 출몰하는 유천주의 행동이 이성을 잃은 짐승 수준 이상이라는 판단을 하고 직접 확인하기 위해 용혈로 내려왔건만.

“이건 말도 안 돼!”

무청이 소리쳤다.

“혹시 유천주가 저주를 풀었을까?”

“그럴 리는 없어.”

비백포의 질문에 부윤성이 단언했다.

“암탄주님은 이 사실을 아실까?”

“……짐작은 하실지도 몰라. 우리가 그런 생각을 했다면 그분도 하셨을 테니까.”

무청이 돌멩이를 들어 용혈막에 던졌다. 용혈막은 돌멩이를 가루로 만들었다. 뿌옇게 뭉쳤다가 천천히 가라앉는 돌가루가 그들에겐 유천주가 멀쩡히 살아 있다는 증거로 보였다. 그들 중 누구도 유천주는 이미 죽고, 또 다른 존재가 용혈의 주인이 되었음을 상상도 못했다.

세 사람은 용혈막 근처의 벽에 기대고 앉았다. 마음을 뒤흔든 충격으로 힘이 풀린 것이다.

“그 녀석은 잠룡 과정을 통과하지도 못했어.”

“유천주만큼 느리게 배우는 용은 없었으니까.”

“그런 이유로, 암탄주님이 그 녀석을 쫓아 버리셨잖아.”

또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유천주의 생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함께 잠룡으로서 암탄주에게서 용족의 지혜를 배웠기에 더욱 그 사실을 수용하기가 어려웠다. 유천주는 느리게 배웠고, 배운 것을 제대로 소화하지도 못했다. 모일 때마다 그들은 유천주를 놀렸다. 누가 봐도 모자란 유천주를 갖고 노는 일은 일종의 취미였다.

결국 유천주는 쫓겨났다.

이후, 유천주에 대한 소식은 듣지 못했다.

잠룡으로 빌빌대다가 인간에게 잡혀서 죽거나, 어디에선가 웅크리고 버티다가 저주에 먹혔으리라 생각했다. 암탄주에게 인정을 받아 각자 청무주, 영고주, 예명주라는 정식 이름까지 가진 그들이 저주에 시달리다 결국 용족으로서의 몸을 버리고 인간의 몸을 택했으니, 그들보다 부족했던 유천주는 이미 죽어 뼈만 남았다고 은연중 확신했던 것이다.

유천주는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을까?

그들을 괴롭히는 질문이었다.

그 어디에도 생존한 용이 없는 지금, 유천주는…… 유일한 용이라 할 수 있다. 동기들이 놀림감으로 삼았고, 명룡마저 쫓아낸 그 지지부진한 잠룡이 저주를 이겨 내고 살아남은 마지막 용이라니.

“좌영윤이 체포됐다는 소식, 들었지?”

비백포가 물었다.

“……골치 아프게 됐어. 그렇게 충고를 했는데도 좌영윤은 내 말을 신뢰하지 않고 황제의 술책에 빠지고 말았지.”

부윤성이 답했다.

“패환의 태도도 심상찮아.”

무청이었다.

“누가 좌영윤의 뒤를 이을까?”

“황제는 자기 사람으로 그 자리를 채우겠지. 그토록 기다렸던 기회가 찾아왔으니까.”

그때, 수정구가 진동했다.

부윤성은 수정구를 만져, 용금탄에 있는 심복으로부터 돌아가는 사정을 보고받았다. 그 이야기를 다 같이 들었기에 그들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용금탄으로 돌아간 황제가 대사마 자리에 동천을 임명한 것이다.

“어린놈이 대단한데.”

한참 만에 무청이 말했다.

“……이제 패환과 평용구가 동예를 무너뜨리려고 애를 쓰겠군. 말려도 소용이 없겠어.”

“아마도.”

부윤성은 귀밑머리를 긁었다.

오랫동안 인간을 벌레만도 못한 존재로 여겼다. 저주에 걸린 본체를 버리고 인간의 몸을 취한다는 결정을 한동안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인간의 몸을 취한 후에도 긴 시간 동안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인간답게 굴어야 하는 게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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