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태신곡-276화 (276/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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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실 텐데요.”

“건방진 놈. 시작이나 해라.”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담검을 만들어 당고에게 던졌다. 물로 만들어진 검은 은은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당고에게로 날아갔다. 반짝이는 물의 검에 사람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타마라면 누구나 펼치는 담검이로군.’

당고가 한 걸음 옆으로 벗어나 피해버리려는 찰나, 담검이 허공에서 둘로 갈라졌다. 두 자루의 검은 더 빨라졌고, 당고에겐 완전히 피할 여유가 없었다. 단태가 륜사에게 은밀히 가르침을 받았다고 해도 단기간에 이뤄낼 수 없는 게 마법이기에 당고는 단태를 얕보았고, 그 때문에 피할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담검이 어깨와 심장을 꿰뚫기 직전, 마력으로 응집되어 진짜 검보다 더 단단하고 예리한 물의 검은…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 철썩 당고를 때렸다. 당고는 물에 빠진 고양이 꼴이 되고 말았다.

“하하하하.”

잔뜩 긴장했던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이마 아래로 내려온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위로, 옆으로 빗어 넘긴 당고는 단태를 노려보았다. 분명히 담검이었으나, 응용 방식은 기기묘묘했다. 처음 보는 운용법이었다.

당고는 긴장했다.

과연 륜사에게서 제대로 배운 놈답게 기본 마법을 비틀어 신기한 방식으로 응용하고 있었다.

“재미있구나, 꼬맹아.”

당고는 일부러 호기롭게 외쳤다.

“두 번째입니다.”

단태는 투령수를 펼쳤다. 물로 만든 바늘이었다. 작게는 열 개, 많게는 백 개의 바늘을 물로 만들어 한꺼번에 던지는 마법이 투령수인데, 단태는 단 하나의 바늘을 만들었다.

중지만한 그 투령수는 느릿느릿 날아갔다. 저러다 당고에게 닿기도 전에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구경꾼 몇 명은 늘어지게 하품까지 했다.

그러나 당고는 난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투령수가 저토록 느리게 날아올 방법은 없었다. 게다가 단 하나의 투령수라니. 듣도 보도 못한 공격법이 아닌가.

고민 끝에 당고는 추온벽을 펼쳤다. 추온벽은 물을 쌓아올려 만드는 방벽으로 진마의 경지에 올라야 손댈 수 있고 강마 정도는 되어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고급 방어마법 중 하나였다.

맹렬한 소리와 함께 분수대에 고인 물이 날아와 당고를 에워쌌다. 당고가 추온벽을 완성한 후에도 단태가 날린 투령수는 열심히 날아가고 있었다. 눈썰미가 있는 마법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들도 이런 투령수는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마침내 투령수가 추온벽에 닿았다.

쑥.

추온벽이 투령수를 튕겨내기는커녕 바늘이 물속으로 파고들 듯 투령수는 너무나 간단히, 쉽게 추온벽 안으로 스며들었다.

사람들은 당고와 단태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첫 번째 공격은 확실히 당고가 난처한 꼴을 당했지만, 이번엔 어느 쪽이 유리한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장난을 치다니.”

투령수 하나 막는데 추온벽을 펼쳤던 당고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추온벽을 거두었다.

벽을 이루었던 물이 쏴아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쏟아졌지만, 바늘 형태의 물은 공중에 뜬 채로 당고에게 접근하는 중이었다. 놀란 당고가 옆으로 피하자 투령수는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꾸었다. 당고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수련사 중에서도 투령수를 능숙하게 펼치는 자들이 있을 만큼, 기본 중에 기본인 마법인데… 어떻게 추온벽을 뚫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고는 광마수로 투령수를 날려버렸다. 손바닥에서 터져 나온 물줄기가 투령수를 덮어버렸지만, 광마수가 사라지자… 투령수는 여전히 공중에 떠서 당고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누가 우세한지 깨달았다.

마법사들은 단태가 륜사에게 마법을 배웠다고 수군거렸고, 그 이야기는 삽시간에 광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황마사의 지위 때문에 황제와 함께 도시를 떠난 륜사의 억울함은 이미 밝혀졌기에 사람들은 단태를 호의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율등화수, 해관류, 정형수를 펼쳐도 투령수는 사라지지 않았다.

당고는 두려웠다.

언제까지 저 투령수가 따라올까?

저런 종류의 마법, 들은 적이 있었다. 한 번 펼치면 적중할 때까지 따라다니는 마법이었다. 단점은 느리다는 것뿐이었다. 그 무엇도 막을 수 없기에 평생 달아날 수밖에 없다는 그 ‘추완마법’은…… 용이 인간에게 벌을 주기 위해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당장 놈을 죽여야 한다!

당고는 세 번째 공격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단태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이 아는 최강의 마법을 퍼부었다. 세 번째 공격이 남았다면서 비난하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 기울일 여유는 없었다.

그러나 단태가 여섯 개의 투령수를 만드는 순간, 당고는 투지를 잃고 말았다. 이전의 투령수보다 월등히 빠른 그 물의 바늘은 당고가 펼친 모든 마법을 뚫고 날아왔다. 어느새 일곱 개의 투령수는 당고를 에워싸고 있었다.

당고는 주저앉고 말았다.

완패였다!

천마의 경지에 오른 륜사에게도 이런 식으로 패하지는 않을 텐데.

순간, 당고는 단태와 관련된 소문 하나를 기억해냈다. 재판을 받던 단태가 유천주의 습격으로 죽었을 때, 사람들 사이에 유천주가 단태를 잡아갔다는 허무맹랑한 소문이 나돌았다. 말도 안 된다며 즉각 무시했지만 추완마법을 직접 본 그녀는 그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그렇다면 저 녀석은 륜사가 아니라 유천주에게 마법을 배운 것이리라.

용의 마법을 익힌 인간이라니.

그러니… 이렇게 패하고 만 것이리라.

당고는 다가온 단태를 올려다봤다. 어느새 투령수는 물이 되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난 네놈에게 지지 않았다.”

“그러면?”

“네게 마법을 가르친 위대한 존재에게 진 것이다.”

당고는 구경꾼이 듣지 못하도록 속삭였다.

“이제 알았어?”

“…무슨 뜻이지?”

“백율운현이 아무 말도 안 한 모양이지? 그 여자는 유천주 님에게 끌려가 용혈에서 한동안 지냈었는데 말이야.”

“…….”

당고의 눈이 커졌다.

“하긴, 똥이나 치웠던 부끄러운 과거를 떠벌리긴 어렵겠지.”

“…뭘 원하나?”

“저 탑.”

단태는 손가락으로 마둔수탑을 가리켰다.

“…….”

“그리고 반우현, 백율운현과 관계를 끊어라.”

“…어떻게 그걸?”

“당신들이 손을 잡고 백중파를 뒤흔든다는 것, 알고 있다. 그릇도 안 되는 놈들을 요직에 앉히다니,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입잖아. 무엇보다 내가 안다는 건, 곧 유천주 님도 아신다는 뜻이야.”

“…….”

“당가가 무너지길 바라는 건가?”

“…알았다.”

당고는 자존심을 접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용 앞에서 발버둥을 쳐봐야 가문만 잿더미가 되고 말 터였다. 유천주가 날아와 당가를 짓밟는다면 아무도 막지 못하리라.

당고는 그녀를 따르는 돈덕실, 배망식 등을 이끌고 마둔수탑을 떠났다. 공개된 장소에서 용마를 오로지 마법으로 이긴 단태는… 자동적으로 용마의 경지에 올랐다.

마법사의 경지는 일정한 시험을 통과함으로 인정을 받을 수도 있지만 드물게 다수의 목격자 앞에서의 대결로도 정해졌다. 단태는 이 점을 노리고 일부러 당고를 광장으로 끌어낸 것이다.

단태는 예의를 갖추었다. 백중파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배운 세련된 태도를 십분 발휘하여 마법사, 수련사, 종자 들의 마음을 금세 사로잡았다. 물론 그들 중에도 어린 녀석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게 못마땅해서 잔뜩 부은 얼굴로 단태를 노려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단태는 실력으로 당고를 이겼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 현실이었다.

마영국장이 앞으로 나와 수정구를 내밀었다. 수정구 표면에는 딱딱하게 굳은 누마탄의 얼굴이 개구리처럼 퍼져 있었다.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

“알겠습니다.”

단태는 군중에게 손을 흔든 다음, 마둔수탑의 20층 부탑주실로 올라갔다. 이제 그의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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