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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알파 황태자가 날 너무 좋아함-29화 (29/150)

29화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이 다 사라져서 편안하긴 한데 대신 다른 걸로 머리가 꽉 찼다.

계속 누워 있어서 그런가 싶어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 스르르 누웠다.

어딘가에서 좋은 냄새가 풍긴다.

헛헛한 가슴에 불을 지피는 것처럼 농밀한 향이다.

나는 이 냄새의 주인을 알고 있지.

전재영이 ‘로맨스 맛집’이라고 표현했고 ‘아침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이라고 말한 이 소설의 주인공이며, 나를 자기 아이 엄마로 점찍고 뭐든 해 주고 싶어 안달이 난 착한, 주인공.

왠지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똑똑.

“칼, 마도구가 완성되어 전해 주려고 왔는데.”

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기도 전에 멈칫하고는 급히 들어와서 문을 닫았다.

결 좋은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흔들리고 그의 얼굴이 처음으로 당혹감에 물드는 걸 보면서 나는 이상한 희열을 느꼈다.

새콤한 것을 발견한 뒤 양쪽 침샘이 저절로 긴장하는 것처럼 등줄기를 긴장시키면서 눈앞에 있는 걸 원하는 내가 이상했다.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페로몬이 이렇게나.”

아드리안이 천천히 침대가로 다가왔다.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이 눈에 꽉 찬다.

“모르겠어요. 몸이 이상해.”

입술이 제멋대로 열린다. 내가 들어도 한껏 연약해 보이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아, 이런. 언제부터 그랬어?”

“내가 성가셔? 왜. 한숨을 쉬어?”

언제는 그렇게 갖고 싶다더니.

시트에 몸을 비비며 아주 조금씩 맺히는 눈물을 닦아 냈다.

온몸을 경직시키던 아드리안이 팔을 뻗어 이마의 땀방울을 닦아 냈다.

“아무래도 히트 사이클이 찾아온 것 같아. 나를 죽이려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페로몬이 나오고 있어.”

아, 이게. 바로 그거구나.

마치 초경을 시작한 소녀처럼 당혹스럽고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나 어떡해?”

오르기 시작한 열 때문인지 결국 이 날이 오고 말았다는 생각 때문인지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다가 턱까지 주륵 흘렀다.

아드리안의 얼굴이 무섭도록 굳어 버렸다.

아마 내가 저와의 경험을 바라지 않아서 운다고 확신한 것 같았다.

“무서워?”

“응.”

네가 날 한 번에 삼키고 싶다는 눈을 하니까.

내 대답에 그의 눈이 절망의 색으로 물들었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쥐는 모습이 화를 참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음, 화가 아니라. 슬픔을.

평소 같으면 눈치를 살살 살펴 달래 줬을 테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 때문에 더 휘둘렸으면 좋겠다.

하는 이상한 욕심이 생겼다.

히트 사이클이라는 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

내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하아, 이거 아무래도, 덫을 밟은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본심에 아드리안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나보다 덩치는 두 배가 크고 미남이라 자격지심을 절로 유발하는 남자를 겁도 없이 쥐고 흔들고 싶은 충동이 꼭 덫 같다는 말이었는데.

아드리안은 연신 마른세수를 하며 감정의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그게 내게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도 모르면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얼굴이 일그러진 아드리안을 보지 못한 지금처럼 말이다.

“그렇게 싫어? 내가 네 히트를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해도?”

으르렁거리며 다가온 아드리안은 내가 쌓아 둔 베개의 벽을 손쉽게 부수고 침대 위를 침범했다.

커다란 침대는 남자가 둘이나 올라와 있어도 꺼지는 느낌도 없다.

아드리안의 몸에서 참을 수 없이 강렬한 향이 흘러나왔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지끈거리고 제멋대로 열리려고 하고, 담백한 생활만 몇 년을 해 온 나로서는 정말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다.

오메가건 알파건, 얼마에 한 번씩 이런 충동과 다투게 되는 걸까.

바르작거리는 나를 허벅지로 가볍게 누른 아드리안은 슬픈 표정을 했다.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궁금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향기로는 나를 유혹하면서 너는 곧 죽어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아.”

오해야. 나는 그저 조심하는 중이고. 널 싫어하지는 않아.

생각은 가득한데 입이 안 떨어진다.

그냥 홀린 듯 모양이 이쁜 입술을 쳐다봤다.

“어쩔 수 없지만, 난 널 잡을 거야. 네가 싫다고 해도.”

그냥 잡아 봐.

지금의 나라면 받아들일, 텐데 아드리안도 눈치채고 있으면서 망설이고 있었다.

사나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서러운 눈빛도 감추지 못한다.

나는 그를 원하지만 학습된 편견으로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주저했다.

명백히 흥분한 두 육체는 섞이지 못하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한참을 있었다.

결국 진 건 나다.

페로몬이고 나발이고, 행복해야 할 내 동생의 최애 캐릭터가 슬퍼서 우는 꼴은 보기 싫었다.

사실 이것도 핑계고.

난 누운 채로 헐떡거리고 손을 내밀었다.

잡아 달라는 거였는데 아드리안의 얼굴은 창백해진다.

“이렇게까지 괴로워하면서도 거부하겠다는 거야?”

야,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해석이 되냐.

잡아 달라는 거잖아.

아, 우리 주인공. 오메가 손 한번 잡아 본 뒤에 겁먹어서 내내 독수공방하던 중이었지?

거기다 하이파이브를 요청하듯 손바닥이 바깥쪽으로 향한 내 손 때문에 축객령을 내린 것처럼 보였겠다.

“그게, 아니야.”

이 순간에도, 이래도 되나.

피임은 어떻게 하는 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자꾸만 손이 아드리안에게 향했다.

“덫은 덫인데, 하아. 달콤한 덫이야.”

아드리안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움찔 떨리는 그의 입술에 열로 건조해진 입술을 가져다 대면서.

“이런 식으로 첫 키스를 해 볼 줄은 몰랐는데, 나쁘지 않네.” 하고 키득키득 웃었다.

아드리안의 손이 급하게 셔츠 안으로 들어오다 단추를 다 뜯어 버렸다.

“우리 진짜 큰일이다.” 하고 속삭였더니 아드리안은 멋쩍게 웃다가 이내 내 입술을 깨물었다.

단단한 팔뚝으로 허리를 휘어잡고 깊이 입을 맞추면서 환희에 찬 표정을 짓는다.

“원래, 다, 이래?”

이렇게 애가 타는 거야?

“쉬이, 집중해 봐. 나도 처음이니까.”

아드리안도 웃었다.

“네가 꼭 내 세상의 전부인 것만 같아.”

내 말에 아드리안은 웃었다.

정말 기분 좋게 웃었다.

눈이 다 환해지는 것 같다.

재영아, 나 어쩌지? 네 최애가 내 최애가 될 것 같은데.

“응? 원래 이런 거냐고.”

헐떡거리며 묻자, 아드리안이 “나도 처음이라니까?” 하고 대답하며 내 어깨에 이를 세웠다.

아, 너도 처음이었지. 자꾸 까먹는다.

“근데, 나는 계속 배가 고픈 기분이야. 혼자서는 이 정도는 아니었어.”

양 허벅지로 내 허리를 가두고 일어난 아드리안은 제 셔츠를 벗어 던지며 근사한 짜임의 상반신을 드러냈다.

우와, 대흉근 광활한 것 봐.

나도 저 정도는 아녀도, 왕년에 한 가슴 근육 했었는데.

그 시절이 그리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페로몬의 농간인지는 몰라도 입 안에 침이 자꾸 고였다.

침 흐르는 거 아니지? 하고 입가에 손등을 대자 아드리안이 먼저 그 손을 잡아챘다.

아드리안은 내 손가락을 천천히 자기 입으로 가져갔다.

홀린 듯 그 움직임을 보던 나는 손끝에 아릿한 통증을 느끼면서 다시 페로몬의 늪으로 서서히 침전해 갔다.

아드리안이 주문처럼 귓가에 진득이 말했다.

“널 전부 먹으면 이 허기가 달래질 것 같아.”

이대로 넘어가면 내 인생 어떻게 되는 거야?

기대와 두려움으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 * *

“우리 부모님도 한번 터지면 최소 3일인데.”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 벨프리가 안절부절못하며 꼭 닫힌 왕자의 방문을 살폈다.

아드리안이 왕자의 방에 틀어박힌 지 꼬박 이틀째였다.

“걱정 말아요. 황태자는 러트도 아니었고 왕자는 첫 히트 사이클이니 곧 끝날 겁니다.”

레아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벨프리는 레아를 흘끔 쳐다봤다.

아니, 자기 남동생이 결혼도 전에 짝을 맺게 생겼는데 걱정도 안 되나?

“어차피 결혼할 상대인데 뭐 어때요?”

“시기가 안 좋으니 그럽니다. 공주님.”

눈을 홉뜨고 레아를 노려본 벨프리가 문 앞에서 망부석이 된 소년 하나와 개 한 마리를 보며 혀를 찼다.

왕자의 하인이라는 소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고 개는 엎드려서 어제부터 물 한 모금 안 넘기고 있던 걸 방금 전에 레아가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한 참이다.

방음이 끝내주는 성의 시설 덕분에 주인이 민망한 소리를 내는 걸 듣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긴 했지만. 그게 더 소년을 불안하게 했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헤네켄에서는 알파나 오메가 황족을 위한 매뉴얼이 따로 있어서, 러트나, 히트 시기에는 그 부분의 노련하고 나이가 지긋한 시종이 따로 배치되었다.

보니까 밥도 안 드시고 간간이 물만 찾으신다던데.

마르코는 울상이 되다 못해 울음보를 터뜨렸다.

“왕자니임.”

“끼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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