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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알파 황태자가 날 너무 좋아함 (66)화 (6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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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말해 주십시오, 공주님. 도대체 왕자님의 정체가 뭡니까?”

시끌벅적한 연회장에서 나와 구석에서 연초를 태우던 레아는 벨프리의 말에 연초를 비벼 껐다.

“그렇게 나와 있어도 됩니까? 환자잖아요.”

레아의 말에 아까의 민망함이 되살아났다.

“아픈 건 좀 어때요?”

“별것 아니었습니다. 최근에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서…….”

타고 나기를 건강한 체질인 벨프리가 왜 쓰러졌는지는 의원들도 설명하지 못했다.

신경성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던 의원은 왕자의 대처가 나쁘지 않았다고 덧붙이며 진료를 마쳤다.

“어깨에 힘을 좀 빼고 살아 봐요. 벨프리 헨드릭.”

레아는 벨프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제가 걱정되시면 걱정 하나만 덜어 주십시오. 왕자님의 정체가 도대체 뭔가요.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투성입니다.”

경사스러운 주군의 약혼식 도중 그 약혼자가 자신의 위에 올라탔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제 위에서 가슴을 압박하다가 벨프리가 눈을 뜨자 안도하던 칼 린드버그의 얼굴을 자꾸 떠올리는 자신이었다.

베타 중의 베타, 벨프리 헨드릭은 맹세컨대 같은 성별의 사내를 연애 대상으로 삼아 본 적이 없었다.

사실 누구도 연애 대상으로 삼아 본 적이 없었다가 맞는 말이었지만, 어쨌건 상상 속 그의 연인은 늘 좋은 냄새가 나며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말랑한 살결을 가진 여성이었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단호한 목소리로 벨프리의 이름을 부르던 칼 린드버그의 향기와 얼굴이 맴돌았다.

실로 불충이 아닐 수 없다.

벨프리는 떨쳐 내고 싶었다.

왕자는 이미 주군의 약혼자가 되었고 이후로는 황후가 될 것인데.

복잡한 벨프리의 심경을 읽어 낸 것인지 레아는 뽀얀 입김을 내뱉으며 정확히 어떤 부분이 궁금하냐 물었다.

벨프리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왕자님은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이 맞습니까?”

작게 한숨을 쉰 레아가 벨프리를 손짓해 불렀다.

한 걸음 레아의 앞으로 다가온 벨프리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댄 레아가 말했다.

“칼이 낙마를 했다는 소식, 이미 공자는 알고 있었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 후에 페로몬의 향기도 바뀌고 성격도 바뀌었지요.”

첫사랑의 달콤한 맛을 본 아드리안 헤네켄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벨프리는 아니었다.

그는 황태자가 처음에 왕자에게 품은 의심이나, 구체적인 왕자의 변화들까지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헤네켄의 정보 수집 능력은 대륙 제일입니다. 어느 곳에서도 왕자님이 상식을 배웠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그 ‘다정한 종족’에 관련된 이야기는 다 뭐랍니까? 왕자님 스무 해 경험 어디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가능성이 있습니까?”

칼이 글렌의 앞에서 ‘한정된 것을 모두와 나누는 종족이 다정한 종족이며 그들이 오래 살아남는다.’ 따위의 이야기를 했을 때 벨프리는 확신했다.

칼 린드버그 왕자는 린드버그가 오래 갈고 닦아 놓은 비밀 무기일지도 모른다고.

하필이면 글렌 황제가 가장 좋아할 만한 것을 들이밀다니.

스물하나, 팔팔한 우성 알파가 똑같은 우성 오메가를 만나 특별한 사건 없이도 서로 매료시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단 몇 마디로 황제의 전폭적인 지지까지 얻어 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것뿐인가?

짐작만 했지 누구도 구체적으로 풀 수 없는 마법 수식의 비밀까지 밝혀냈다. 덕분에 헤네켄의 마정석 가공 기술엔 날개가 달릴 거고 그것은 국력으로 이어질 텐데.

벨프리가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우성 오메가에, 지식도, 미모도 겸비한. 완벽한 황훗감이라니.

그런 사람이 린드버그 같은 불모지에서 스무 해를 망나니처럼 살고 있었다고? 린드버그에서 작정하고 숨긴 것이 아니면 뭐라고 말할 건가.

“기억을 잃은 자리에 한번도 배운 적 없는 다른 기억이 침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왕자님은 정말로 어떤 사람입니까?”

벨프리는 말을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잠깐 휘청거렸다. 레아는 그런 그가 절박하게 칼의 흠을 잡으려는 사람으로 보였다.

모추 산맥의 마정석만 받으면 그만이라고, 헤네켄 황실에 해가 되지만 않으면 상관없다던 얼마 전까지의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휘잉, 바람이 서늘하게 뺨을 스쳤다.

레아는 숄을 여몄다.

자색 눈동자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추위에 그의 입술도 눈동자 색처럼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안타깝게도, 벨프리. 그대가 원하는 답은 들려줄 수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공주님.”

“칼은 기억을 잃은 것이 맞고, 기억을 되찾으려고 도서관의 장서를 모두 읽으며 반년을 보냈습니다. 린드버그의 도서관에는 린드와이어 시절부터 내려오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부터 지금 린드버그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공문서까지 모두 보관되어 있죠.”

벨프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럼. 공주님 말씀은 왕자님이 고작 반년 만에 그 많은 지식을 습득하셨다는 말씀입니까?”

입술을 삐뚜름히 하고 웃은 레아가 벨프리의 등을 밀었다.

아무리 그래도 방금 전 쓰러졌던 사람에게 찬 바람을 계속 쐬게 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

그녀의 동생이 약혼식까지 망쳐 가며 구한 몸인데.

“칼이 짧은 시간 동안 그 모든 지식을 습득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죠. 바탕은 좋거든요. 특히 여기가.”

레아가 자신의 머리를 두드려 보았다.

“벙어리 시녀를 둔 내가 어떻게 자랐을 것 같아요?”

공주의 유년 시절을 잘 알고 있는 벨프리가 입을 꾹 다물었다.

“본래 배우면 뭐든 능히 할 수 있는 아이였어요. 키치너 재상의 꼬드김에 부모가 양육방식을 잘못 선택한 탓에 바보처럼 살긴 했지만.”

“……제가 왕자님을, 감히 얕잡아 봤군요.”

벨프리가 고개를 숙였다.

후회와 존경이 공존하는 시선으로 “제가 감히.” 하고 중얼거리던 벨프리는 돌연 왕자의 얼굴을 떠올리고 뺨을 불긋하게 물들였다.

코끝을 스치던 향기도 생각났다.

벨프리가 저도 모르게 제 코끝을 매만졌고 레아는 작게 혀를 찼다.

저런, 칼 린드버그가 아무래도 애먼 사람을 홀려 놓은 것 같네.

아드리안 헤네켄의 옆에서도 기죽지 않는 외모의 사내다. 집안도, 학식도 출중했다.

벨프리가 충신이고 칼이 한눈팔 정신이 없으니 다행이긴 했지만.

잠시 후 벨프리와 함께 연회장 안으로 들어온 레아는 저 위쪽에서 황후에게 딱 붙어 있는 황제와 저 구석에서 헨드릭 공작을 엄호하는 발베니 대공을 번갈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아드리안 헤네켄에게도 저 집안의 피가 흐른다. 아직 어려서 상대적으로 물렁해 보일 수 있지만 속으면 안 되었다.

진짜 연적이든 연적으로 착각했든 간에 아드리안은 칼의 곁에 자신보다 가까운 사람이 있는 걸 점점 견디기 힘들어할 테고, 각인 후에는 더 심해지겠지.

린드버그의 상황이나 다른 정치적 일들로도 벅차니 더 시끄러운 일은 안 생겼으면 좋겠는데.

“이미 엎질러진 와인이지만.”

레아의 혼잣말을 들은 벨프리가 “예?” 하고 되물었다.

“아니에요. 약혼식의 주인공들은 어쩌고 있는지 모르겠네.”

“아…….”

벨프리는 왕자가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지 않기만을 바랐다.

상식적인 아드리안이 칼을 어찌할 리는 없겠지만.

알파의 본능과 인간의 이성 사이에서 본능이 고삐를 쥐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벨프리를 구한 칼의 행동은 넘어가더라도 다른 이의 살을 더듬은 피부 정도는 핥아 먹을지도 몰랐으니까.

벨프리의 시선이 자연스레 문밖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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