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화▶관우와 형주 그리고 유비◀
"그럼 이대로 번성 공략을 진행하는거로..."
"...."
모처럼 나서서 말려보았다. 결과는 처참했다.
'몰아붙이고 있단 소식이 왔다는것은 적어도 우금을 포박하는데까지는 일이 진행되었다는 이야기겠지? 그러면 포박한 우금의 병사를 관우는 죽이지 않고 밥까지 챙겨줘서 식량이 파산까지 이르렀을꺼야... 그 군량부족을 관우는 미방에게 다그치고 핍박해서 군량을 독촉받은 미방이 이미 손권세력의 군량창고를 털었다는 이야기지....손권에게 배신을 정당화할 명분까지 내줬다는 이야기지, 손권의 배신을 막는것은 이미 끝났어... 조조와 손권이 형주를 집중공격할것은 분명해졌어... 형주를 지켜내는것은 이미 무리야 적어도 관우만이라도 살려내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곰곰히 최대한 손실을 줄여보려는 방향으로 선회해보려는 김민태다. 관우를 살려야하는것은 관우 그 자체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더 큰 가치가 있기때문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누가봐도 지는 전쟁인 이릉대전을 막고 장비와 유비의 목숨도 걸린 일이다.
'근데 난 가진 군대도 없을뿐더러 설령 생기더라도 내가 혼자가봐야 동반자살인데 이거.... 어쩌지 이거... 조운이라도 같이 대려가야하나... 아니 근데 이건 조운이 가도 동반자살인데..하... 모처럼 결심한 일인데....이렇게 일이 흘러갈줄이야... '
"아... 맞다 제갈량을 설득해봐야...."
결국 생각을 포기하고 일단은 제갈량을 만나러 집으로 찾아가본다.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아닐까 싶다.
"저기... 안에 제갈량님 계십니까?"
"예... 계십니다만 누구신지요....?"
'크... 제갈량 시종도 모르는 이 인지도...하긴 나 나름 높은 직위인데 길바닥에서 쳐맞고 뒹굴기나 하고....하....'
"같은 직장... 아니 유비님 밑에서 있는 김민태라고 합니다 이름을 말하면 바로 알아들을것입니다"
"아... 예 잠깐만 기다리세요"
문이 닫히고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곧바로 문이 열리고 시종이 나와 들어오라는 손신호를 보낸다. 김민태가 제갈량보다 직위는 높은것은 모르는듯하다.
"일단 들어오긴했는데...뭘 말하고 뭘 부탁하러 온거지....이미 이야기는 다 끝났는데..."
이미 소용없지만 혹시나 하고 와본 김민태였다. 다짐을 하던말던 대책은 여전히 없다.
"김민태님 들어오십시오"
"아 예..."
제갈량의 말소리가 들려오고나서 방문 안으로 들어가는 김민태다. 곧바로 앞에 앉는다.
"오랫만입니다 제갈량님"
"아까전까지 같은 장소에 있었는데 무슨 생뚱맞은 소리입니까 민태님"
"허허... 그건 그렇지요..."
"...."
"...."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김민태가 온 의도를 들어보려는 제갈량이 침묵하는것은 그렇다쳐도 설득하러와놓고 막상 말해보자니 뻘쭘해서 가만히 있는 김민태였다. 분명 제갈량한테 자기는 끝까지 번성공략을 반대하겠다고 공언해놓고 바로 꼬리를 내린 상태였기때문이다.
"그래서 번성공략은 막으셧습니까?"
결국 먼저 아픈곳을 쑤셔오는 제갈량이다.
"제 힘으론 무리였습니다..."
"분명히 끝까지 반대하겠다고 하지 않으셧습니까?"
"크윽.... 그건 그렇습니다만...."
정곡을 연속적으로 쑤셔대는 제갈량은 당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야 대화를 나누는 의미가 없지요, 주장은 하는데 근거가 없다니요. 대화를 계속할 필요는 없을것같군요"
"... 제갈량님 이미 제 정체를 아시는것아닙니까?"
"흐음... 글쎄요... 김민태님이 김민태님이지 딱히 정체랄것이 있으십니까?"
분명히 모른다고 말은 하는 제갈량이지만 미묘하게 올라간 한쪽 입고리가 잠깐동안 스쳐지나간다. 완전히 포커페이스를 숙련한 숙련자가 아닌이상 아무리 표정을 숨기려 하더라도 찰나의 순간에 본래의 표정이 들어나는데 딱 그러하였다.
"하아..... 다른 쓸데없는 소리는 다 치우겠습니다. 관우님의 공성을 중단시키고 형주의 수비에 집중하도록 해주십시오, 그리고 지원병도 보내야합니다."
"허허... 저한테 말하신들 제가 그것을 실행시켜드릴수는 없습니다. 그럴 군권도 없고요"
"역시 그렇습니까...."
그렇다. 아직 지금의 제갈량도 군권을 가지지는 못했다. 유비랑 장비 등등 다 살아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지금 관우님이 순조롭게 번성공략을 진행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는데 왜 그리 반대하시는겁니까?"
역시 제갈량도 이것은 모르고 있었다. 관우를 싫어해 일부로 제갈량이 모르쇠했다는 추측도 있을정도로 사이가 나쁘다지만, 아무리 제갈량이라도 관우가 위험해질지는 알지못한다. 왜냐하면 형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때문이다. 아무리 사람이 똑똑하더라도 나라간의 싸움의 승패를 좌우하는것은 결국 정보량의 차이이다.
'아무리 제갈량이라해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선 아무것도 모르는 하나의 사람에 불가하구나....'
아무리 우수한 병사와 총명한 지혜로 싸움을 한다고 하여도 상대방이 집중적으로 정보를 얻어내 약점을 알아내서 그것을 이용한다면 질 수 밖에 없다. 세계 2차대전도 원래는 독일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였다. 하지만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기점으로 독일은 연전연패를 하고 결국 연합군에 패하였다. 이것은 무엇의 차이였는가? 단순한 기습? 아니다. 연합군이 독일쪽의 정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알아내서 병력이 제일 적게 배치된곳을 알아내었고 그것이 노르망디였다. 불리한 전세를 정보를 이용해서 한방에 역전시킨것이다. 관우가 손권의 정략결혼을 욕설과 함께 거절하였고 손권의 병량을 훔쳤다는 사실도 모르는 제갈량이 관우가 손권의 역습에 죽게된다는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도 사람이다.
".... 아닙니다. 갑작스레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오늘은 이만 가보도록 하지요"
어차피 제갈량도 해결못하는 문제다. 더이상 말해봐야 의미없다. 이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