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돌아가는 삼국지-210화 (210/255)

제 210화▶무너진 솥발◀

"있었군"

문앙을 보내버리고 마침내 내부로 진입했다. 그곳은 정랑의 예상대로 텅 비어있었다.

"환영하네"

하지만 정랑이 그렇게 찾던 사람은 있었다. 텅빈 궁에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말투는 어른스럽지만 기본적으로 아직 어리다는것을 입증하는 미묘한 떨림을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제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서 이곳을 차지했다면 당신을 죽일 필요는 없었을껍니다."

"하지만 지금상황에서 싸움을 끝내려면 나를 죽일 필요가 있다.. 이말이겠죠"

"...말 그대로입니다. 역시 위나라의 황제이시군요. 훌륭하십니다."

빈정거리는것이 아니다. 정랑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어느새 정랑 본인은 아직도 상황분석을 잘 못하는데 20살도 채 안되보이는 조방은 벌써부터 정랑의 수준을 넘었다.

"제 권위는 예전에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다른것이 뭔 의미가 있겠습니까 성 밖에서 싸우는 병사들도 저보단 사마일가에 충성하는 사람들이죠. 제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바로 후퇴할껍니다."

"..."

정랑은 이미 알고있었다. 위나라 황제의 권위는 예전에 없어졌다. 그렇기에 업을 점령해도 위나라 전체가 촉에 넘어오는 일은 없을것이다. 사마형제는 어디에서 명목을 이어가 촉에 대항하거나 오나라로 넘어갈것이다.

"저는 당신이 훌륭한 황제였다는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전쟁을 끝내는데에 황제를 죽이는 것 만큼 효율적인것은 없다. 관구검이나 제갈탄같은 장군들은 사마형제에게 충성해도 아직 병사들은 위나라를 위해서 싸우고 있다. 황제가 죽으면 위나라 병사들이 더이상 목숨을 걸어서 싸울 이유가 없다. 병사가 싸울 의지를 잃으면 아무리 장군들이 싸움을 이끌어 가려도 해도 할 수 없을것이다.

"...나라가 무너진 뒤에서야 제가 황제로서의 가치가 생기는군요"

"그럼"

정랑은 한 나라의 황제를 망나니가 목베듯 무릎 꿇리고 밸 정도로 거칠지 못했다. 그래서 칼을 빼고 직접 조방이 앉은 자리로 걸어갔다.

"..."

조방은 눈을 감았다. 그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하압!"

목을 베는것은 상당한 힘이 필요한 일이다. 물론 정랑 정도의 힘이면 가능하지만 최대한 덜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 온힘을 다해서 내리찍었다. 칼이 목중간에 걸려버리면 그것은 죽는 사람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으악!!!!!!"

"하아.."

조방을 죽이고 성도에서 지원을 기다리는 것 까지는 좋았다. 성도에 업을 점령하고 조방을 죽였다고 알리자마자 비의와 제갈첨이 업으로 올라와서 뒷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영안입니까.. 병사들이 매우 지친 상태인데요..."

하지만 정랑에게 영웅의 귀환같은 이벤트씬은 없었다. 촉이 위를 칠때 오나라가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랑이 업을 공격하자 오나라는 영안으로 치고 들어왔다. 비의는 일처리를 하며 정랑에게 영안에 갈것을 부탁했고 정랑은 지금 업에서 영안으로 이동중이다.

"그런데 오군을 대체 어떻게 막고 있을까요? 영안에는 최소한의 병력뿐이었을텐데요"

촉에서 운용가능한 병사는 모두 정랑이 이끌고 공격했다. 그렇기에 영안은 기본병력으로 오의 공격을 막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글쎄다..."

정랑은 사실 알고있다. 영안에는 나헌이 있고 그는 수성을 하는법을 안다. 오나라가 아무리 맹공을 퍼부어도 영안을 얻는것이 쉽지는 않을것이다.

"근데 아마 천천히 가도 될꺼야 오늘은 여기쯤에서 진을 치고 쉬었다 가자"

"그래도 되는겁니까?"

진식이 정랑의 대응에 의문을 품었다. 잘못하면 촉나라 성도가 위험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인데 정랑은 침착했다.

'그런데 보통이라면 위에 지원을 보낼텐데, 지원을 보내는것이 아니라 촉을 공격하는 선택을 하다니...그것도 영안으로'

업을 공격하는것과는 달리 산을 뚫고 성도를 공격하는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영안을 나헌이 지키고 있다는것 정도는 정랑도 알고있는데 양현이 모를리가 없다.

'너도 사람인거냐 양현? 불안감이란것을 느끼냐 너도? 평소의 너라면 이런 선택을 할리가 없는데?'

정랑이 대답이 돌아올리 없는 질문을 양현에게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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