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76화
한 달은 넘게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5층 토벌은 던전 보스가 직접 방문(?)해 정화당해 준 덕에, 5층 진입 하루 만에 던전이 열려 예상보다 빠른 복귀가 가능했다.
처음 출발 때와는 달리 빠르게 강행할 이유가 사라진 덕에, 3층 아래부터는 거의 던전 내부를 관광하듯 둘러보는 수준이었다.
헌터 게시판에서는 얻지 못했던 생생한 정보들을 마치 가이드처럼 지은의 곁에 딱 붙어서 서로 이야기해 주겠다고 나선 길드원들 덕분에 지은은 개척된 던전들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2층의 [아스라다 호수] 던전에 도착했을 때, 길드원들은 주혁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호수에서 낚시나 물놀이 좀 하고 가는 건 어떻습니까?“
“호수에서 놀고 가자고요?”
“예정보다 토벌 일정도 훨씬 앞당겨졌는데, 굳이 빨리 갈 필요 있습니까?”
모두가 갑작스러운 주혁의 제안에 다소 놀랐지만, 복귀하면 온갖 일 처리에 시달릴 게 너무 싫다는 주혁의 너스레에 결국 웃음을 터트리며 하루 쉬었다 가자는 말에 동의했다.
“그래! 어차피 복귀하면 온갖 인터뷰에, 기자 회견에…….”
“길드 회의에, 정부 보고에…….”
“맞아. 신규 채용 헌터들 면접 봐야 하는 불쌍한 부길드장 생각도 좀 해 줘.”
토벌전을 완벽하게 마무리했지만 돌아가는 대로 엄청난 업무량에 시달릴 길드 간부들과 올해 처음으로 열릴 길드 공개 채용 면접에 투입되어야 할 길드의 간판 랭커들로 구성된 토벌대에게 휴식은 꼭 필요한 문제였다.
거기에 [아스라다 호수]는 보스가 토벌된 이후, 몬스터의 습격이 현저히 줄어든 안전한 던전이었다. 오직 3층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시간대에만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비교적 안전한 던전.
물속 깊이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몬스터들은 호숫가 근처로 거의 다가오지 않았다. 거기에 마법사 랭커인 형준과 준형의 결계 마법까지 더해지자,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호숫가에서 의자를 펴 놓고 물놀이와 낚시까지 즐길 수 있는 휴양지로 던전이 탈바꿈하는 건 금방이었다.
전용 의자에 편안하게 몸을 기대고 잔잔한 파도가 치는 호수를 바라보며 오늘 저녁 메뉴는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는 지은에게 주혁이 다가와 말했다.
“칭찬은 안 해 주십니까?”
“네? 무슨 칭찬이요?”
“전 약속은 꼭 지키는 길드장의 모습을 보여 드렸는데, 지은 씨는 기억조차 못 하신다니. 서운하네요.”
갑자기 서운하다고 푸념하는 주혁의 얼굴을 보며 당황한 지은이 몸을 살짝 일으키려 하자 주혁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누워 있어요. 편해 보이던데.”
“무슨 약속…… 아!”
호숫가에서 신발을 벗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길드원들을 눈에 담은 지은이 별안간 스쳐 지나가는 기억에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우리 약속했었죠?”
‘토벌전이 끝나면 다시 이곳에서 길드원들과 재밌게 놀다 가죠.’
‘약속이에요.’
토벌전이 끝나면 꼭 이곳에서 재밌게 놀다 가자던 주혁의 말이 떠오른 지은이 이내 활짝 미소 지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장난인 줄 알았던 약속을 기억해 준 주혁이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떤가요?”
“최고예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솔직히 불안했던 지은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준 이곳에서, 지은의 기분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최고로 편안해진 상태였다.
“보답으로 오늘 저녁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해 볼게요.”
“그 대답만으로도 벌써 기대가 되는군요.”
언제 준비했는지, 파라솔까지 인벤토리에서 꺼내 펼쳐 설치하는 주혁의 모습을 보며 지은은 결국 함박웃음을 터트려야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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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기 게시글] page. 1
<주간 핫 토픽!>
1. 5층 뚫은 거 실화냐?
[추천 100004 / 비추 1 댓글 실시간 갱신 중!]
청명 길드 5층 뚫은 거 실화냐? 진짜로? 믿기지가 않는다…….
┗ 4층 계층 보스 잡은 지 2년이 넘어가서 여론 되게 안 좋았는데 한 방에 난리 남
┗ 지금 하루 종일 TV에 그 얘기밖에 안 나온다.
┗ 그리고 그거보다 더 이슈되는 게 있잖아 푸드 코너.
[New] 5층 뚫자마자 열린 푸드 코너에 대해서 아시는 분?
푸드 코너에 실시간으로 음식 올라온 거 다들 봤지? 나만 본 거 아니지?
┗ 8천 마켓 포인트로 올라온 해물계란볶음밥 + 콜라 혜자 구성 인증합니다.
[사진 첨부.jpg]
┗ ㅁㅊ...... 어케 샀냐?
┗ 저거 진짜로 인벤토리에 들어감? 그리고 던전에서 먹을 수 있어?
┗ [ㄱㅆㅇ] 인벤토리에 ㄹㅇ 들어감. 던전에서 먹을 수 있는지는 아직 던전 안 들어가 봐서 모름.
[New] 던전 안에서 볶음밥 먹어진다!
나 진짜 마켓 공지 뜨고 하루 종일 마켓만 보고 있었는데 볶음밥 세트라고 해서 올라오더라. 한 100만 포인트까지 낼 생각하고 존버하고 있었는데.
ㄹㅇ 은혜로운 구성이 사실상 단돈 8천 원;;; 그리고 던전에서 꺼내서 먹어 봤는데 진짜로 먹어짐.
┗ 맛은 어떰?
┗ 아니 저걸 어케 산 거야 다들;; 올라온 지 10초도 안 돼서 다 팔렸더만
┗ 아니 어떻게 사고 자시고, 맛은 어떠냐고 맛은.
┗ 지금 떠도는 짤 보면 다들 구매 인증하고 난리 남;;; ㄹㅇ 별스타에도 많이 올라옴.
[New] 솔직히 맛은 전혀 기대 안 했어서 던전에서 먹진 않았는데.
그냥 포션 같은 맛이어도 포션보다는 보기에 훨씬 좋고 진짜로 밥 먹는 기분 들 거 같아서 구매 대기 타다가 먹어 봤는데, ㄹㅇ 겁나 맛있더라.
한번 입에 대니까 멈출 수가 없을 정도로 그냥 계속 들어감; 밥도 곱빼기보다 넘쳐서 남겼다가 던전에 들어가서 먹어 보려했는데, 정신 차리니까 다 먹었음.
┗ 부럽다. 그 우대권도 받음?
┗ 던전에서 먹었다는 인증 글 겁나 많아. 당장 볶음밥이라고 검색하면 다 던전에서 먹었다고 함.
┗ 수많은 인증 글을 봐도, 진짜로 던전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게 도통 머리로 이해가 안 되네.
[New] 이 글 제목 5층 토벌 맞지?
5층 토벌에 대한 소스 좀 얻을 수 있을까 해서 게시판 기웃거리고 있는데 왜 댓글이고 대댓글이고 다 볶음밥 이야기뿐임?
┗ 지금 이 글만 해도 사람들 5층 토벌보다 다 푸드 트럭이랑 볶음밥 이야기밖에 안 함;;
┗ 밥에 얼마나 진심인지 헌터 생활 좀 오래 했다는 나 같은 1세대들은 충분히 공감하거든.
┗ 1세대뿐만 아니라 3세대인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재;;
┗ 솔직히 5층보다 더 이슈 아님? 당장 베스트 게시판만 봐도 다 볶음밥 인증 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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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떡밥] 5층 토벌 시대의 시작도 엄청난 업적이지만, 난 푸드 트럭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추천 341214 / 반대 33 댓글 실시간 갱신 중!]
이번 청명 길드 토벌대에 누구 한 명 같이 들어가서 51명이었잖아. 근데 그 사람이 던전 안에서 푸드 트럭을 소환하던 사장님이었음.
┗ 진짜 진혹거 게시판에서 봤을 땐 다들 미쳐서 이상한 소리 하는 줄 알았는데; ㄹㅇ?
┗ 몇 번 말하냐; 토벌대 출발 전에 김치볶음밥 팔았다니까;
┗ 한유라가 계산대 앞에서 계산해 줬다고 랭커 거론까지 했는데 끝까지 안 믿는 놈들 많았네;;
[New] 그 김치볶음밥 맛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음 ㅠㅠ
솔직히 김치볶음밥이 뭐가 대수냐고 하겠지만, 진짜로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 먹으면서 속으로 울컥 안 했던 사람 없을 듯.
┗ ㅋㅋㅋㅋ 진짜로 무슨 밥 먹다가 우는 거 드라마에서나 봤는데 울 뻔했다니까.
┗ [ㄱㅆㅇ] 너도 그 자리에 있었구나?
┗ 야 나두!
┗ 야 너두?
┗ 진짜로 던전 안에서 포션이나, 육포 같은 말린 거 말고 갓 지은 따뜻한 밥 먹으면 얼마나 감동인지 아냐? 거기에 진짜 맛집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맛있었음.
┗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 진짜 나도 만나 보고 싶다.....
┗ 이번 토벌대에 그 푸드 트럭 같이 다녔다고 함.
┗ 윗 댓글 ㄹㅇ?
2. 던전 안 푸드 트럭 첫 손님 인증한다.
몇 달 전에 2층 [절망의 계곡]에서 돈가스 덮밥 먹었다고 글 올렸던 ㄱㅆㅇ다.
그때 나보고 정신 병원 추천해 준 놈들아 ㅋㅋㅋㅋ 내가 뭐라 그랬냐? 푸드 트럭은 실존했다니까?
┗ 이미 토벌대랑 푸드 트럭 같이 움직인 거 토벌대 출발했을 때부터 다들 보고 난리 났었잖아?
┗ 왜 이제 와서 관심받으려고 다시 등장함?
[ㄱㅆㅇ] 왜냐하면 난 그 푸드 트럭 주인 이름을 알고 있으니까.
가게 이름이랑 얼굴 확실히 기억났음. 지은이네, 적어도 푸드 트럭 주인 이름은 지은임. 얼굴도 확실히 기억나.
┗ 청명 길드 토벌대에 같이 들어간 이 사람 맞음? [사진 첨부.jpg]
┗ [ㄱㅆㅇ] ㅇㅇ. 확실함.
┗ 이야; 그럼 진짜로 청명 길드에서 푸드 트럭 각성자 스카웃해 간 거 맞구나; 어떻게 알았대?
┗ 어 뭐야? 나 이 사람 아는데? XXXXXX - 삭제 -
┗ XX XXX XXX - 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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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이쯤에서 다시 한번 입증된 현시대 대형 길드 순위.
1. 업적
(1) 3층 미확보 구역 최대 확장.
(2) 4층 던전 계층 보스 토벌.
(3) 5층 던전 시대 개막.
(4) 랭킹 1위인 송주혁이 길드장.
(5) 길드 핵심 전력 대부분 랭킹 1위~50위 내에 다수 포진, 최소 컷 로컬 랭킹 100위라는 썰도 있음.
이 많은 업적들만 봐도 현시대 랭킹 1위 길드는 당연히 청명 길드 아니냐?
┗ ㅋㅋㅋ 진짜 징하다 청명 빠들. 그렇게 1세대랑 3세대 비교하면서 줄 세우고 싶냐?
┗ 아니 1세대랑 2세대를 존중 안 한다는 게 아니잖아;;
┗ ㄹㅇ로 청명 길드 랭킹만 이야기하면 개 거품 무는 1세대랑 2세대 신격화들 때문에 미치겠다; 그 1세대랑 2세대 대표들 집합소인 태백이랑 아리아, 그 외 다른 길드들 3층 이상에서 저것보다 뚜렷한 업적 있었냐?
┗ 글에서 3세대 냄새 난다;
┗ 잠시 뒤 이 글은 3세대 냄새를 맡고 몰려온 길드 쁘락치들의 대 난투장이 될 예정입니다.
┗ 뉴비들은 신속하게 새로 고침을 연타하기 바랍니다. 이거 구경하다 보면 하루 다 감. 개꿀잼.
┗ 이거 게시판 금지어 아니냐 관리자 뭐 함? 빨리 삭제하셈;;
[New] 1세대랑 2세대 헌터들이 진짜 대단한 분들인 건 맞지. 이건 반박할 수 없다.
IP 밴 먹을 생각하고 글 쓴다.
1세대랑 2세대 헌터들이 대단한 헌터들인 건 맞아.
몸 바쳐서 1층에서 3층까지 뚫고 지금까지 균열은 최초 균열 이후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근데 그만큼 대단한 분들이 3세대 헌터들 핍박한 것도 생각해야지?
이 글 제목엔 그렇다고 고개 끄덕이면서 그 대단하신 1세대, 2세대 헌터들이 길드 연합 나오기 전까지 헌터들 쥐어짠 건 어떻게 생각하심?
┗ 일단 헌터 게시판 3년 밴 잘 먹고;;
┗ 왜 굳이 이런 글을 싸면서 싸움을 유도함?
┗ 말 X같이 싸 놨네; 그 X 같은 무법 길드들 때려잡은 헌터들이 다 3세대 헌터냐? 그리고 같은 3세대 헌터들이 갑질은 더 심했는데?
[ㄱㅆㅇ] 아 업적 추가 하나 안 했다.
(6) 현재까지 정보에 따르면 푸드 트럭 51번째 토벌대 참가자가 푸드 트럭 주인이며 이미 청명 길드 소속이라는 설이 확실함.
(7) 이게 사실이라면 현존 길드 중 유일하게 던전 안에서 출장 밥차 운용 가능.
┗ ㅋㅋㅋㅋ 아 출장 밥차는 못 참지 ㄹㅇ ㅋㅋㅋㅋ
┗ 저 위에 욕 써 놨던 쓰니인데 이 정도면 길드 순위 변동 인정한다.
┗ 1세대고 2세대고 3세대고 밥 앞에 평등하지.
┗ 던전에서 제때 식사를 제공하는 미쳐 버린 복지가 보장된 길드가 있다?
┗ ㅋㅋㅋ 저 복지 조건 하나로도 청명 길드 지금 길드원 공채 지원율 엄청 올라갔음.
┗ 신규 헌터들에, 기존 길드에 계약 끝난 프리 랭커들까지 청명 길드 들어가려고 난리라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