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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92화 (9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92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양발을 X자로 교차해 보이며 결사반대를 외치는 까망이의 모습에 머리를 말리던 지은은 크게 당황해야 했다.

“그렇게 반대를 한다고?”

<너에게 거짓말을 한 사람을 혼자 만나는 것은 절대 반대다! 안 된다!>

“흐음…… 그래도 직접 만나지 않으면 알아낼 방법이 없는데?”

<주인은 항상 주인의 위치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난번에도 그 남자랑 혼자 만났다고 하지 않았더냐! 만에 하나 그놈이 나쁜 마음을 먹고 너에게 거짓말을 한 거라면 어쩌려고 그러냐!>

“……음, 그렇긴 해.”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봐라, 주인! 도움을 요청했으면서 뭔가를 숨기고 있는 놈이다!>

까망이의 말에 설득된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도움을 요청했으면서 거짓말을 한 것은 분명 납득되지 않는 행동이긴 했다.

거짓말로 자신을 속인 이태서 헌터와 만나서 얻을 것이 또 다른 거짓말이라면, 지은은 퀘스트의 진행에 큰 어려움을 안고 가야 했다.

“그러면 역시…….”

<그래, 역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나는 게…….>

“이태서 헌터가 아닌 이태백 헌터를 만나 봐야겠어.”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거냐!>

버럭 소리를 지르는 까망이의 말에도 뭐가 문제냐는 듯 대수롭지 않게 지은이 말했다.

“아니, 그렇잖아. 이태서 헌터는 뭔가 꺼림칙하고, 퀘스트는 진행을 해야 하고.”

<…….>

“그러면 내가 직접 이태백 헌터를 찾아가 봐야 문제를 해결 할 방법이라도 찾을 수 있지 않겠어? 내 말이 틀려?”

<주인 말이 맞긴 한데…… 이태백 헌터를 어떻게 혼자서 찾아갈 건데?>

까망이의 말에 지은이 ‘그게 문제야.’라고 푸념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공식적으로 칩거하고 있다는 이태백 헌터를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거기에 태서가 거짓말을 한 것은 대균열과 관련한 부분이지, 환각 마법에 걸린 채 본가에 칩거하고 있다는 이태백 헌터의 모습은 거짓말이 아닐 터였다.

연관 퀘스트의 내용대로 이태백 헌터를 구해야 한다면, 영상구에서 봤던 이태백 헌터의 상태는 틀림없는 사실이 분명했다.

물론 꺼림칙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태서 헌터는 그런 상태의 아버지를 구하고 싶어 하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한정 퀘스트를 혼자서 깨야 하는 만큼 누군가와 파티를 만들 순 없어. 결국엔 혼자서 부딪힐 문제라는 거지.”

지은의 말에 틀린 곳이라곤 없었기에 까망이는 지은의 시선을 피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정 퀘스트에 집중하라고 말을 했던 게 본인이었기에, 다른 방면으로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도록 접근하겠다는 지은의 말에 대놓고 반박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 까망이를 와락 안아 들어 무릎 위에 앉힌 지은이 까망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물론 네가 걱정하는 대로.”

<…….>

“절대로 나 혼자 결정하고 움직이진 않을게. 생각해 보니까 나도 참 무모했어.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혼자 이태서 헌터를 만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네.”

<그래! 주인은 위험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알아. 항상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거.”

부드러운 까망이의 털을 쓰다듬던 지은이 이내 골골대기 시작하는 까망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심각한 목소리로 화장대 위의 돌돌이를 집어 든 채 말했다.

“그런데 까망아, 너 털이 너무 많이 빠지는데?”

<…….>

“일로 와. 이제 더 이상은 못 미뤄. 털 정리 좀 해야겠어.”

<안 된다! 정령으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한다!>

“말 좀 들어! 세상에! 침대 위에 털 날린 것 좀 봐!”

*  *  *

“으으, 추워! 늦었는데!”

두툼한 롱 패딩과 함께 목도리에 장갑까지.

한 해의 마지막 날다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마치 다가오는 새해에게 주인공 역할을 빼앗기기 싫다는 듯 유독 추워진 날씨에 완전 무장을 했음에도 높은 건물들 사이로 불어오는 칼바람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진짜 크긴 크다…….”

청명 길드의 본관에서 가까운 초대형 소고기 전문점.

사장님이 직접 우시장에서 가져오는 특등급 소고기는 매우 비쌌지만, 잘 구워진 소고기를 특제 소스에 찍어 흰 쌀밥에 올려 먹으면 고기가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것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어 매일같이 몰려든 손님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는 맛집이였다.

그런 대박 집을 하루를 통째로 송년회를 위해 빌릴 수 있을까 했는데, 알고 보니 사장님이 은퇴한 1세대 헌터였고, 용병 생활을 하던 당시 이태백 헌터와 같은 파티까지 했던 당대의 랭커였다고 했다.

물론 그 당시의 인연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길드원 전체를 위해 잘나가는 가게를 통째로 빌려 송년회를 하는 길드는 청명 길드뿐일 것이다. 거기에 돼지고기가 아닌 소고기라니.

자고로 최고로 맛있는 고기는 남이 사 주는 고기라고 했지만, 그 고기가 돼지고기가 아닌 특등급 한우라면 만사를 제쳐 두고 일단 참석해서 집게를 들어야 도리라고 했다.

토벌전 이후로도 활발하게 길드원들과 친목을 다지긴 했지만, 이렇게 모두가 모이는 것은 오랜만이었기에 지은은 오늘 맛있게 고기를 구워 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참이었다. 뛰는 건 질색이지만 그래도 회식에 늦었던 만큼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열심히 달려온 지은을 멀리서도 알아봤는지 주혁이 손을 흔들며 지은을 맞이했다.

“지은 씨! 오셨군요!”

“추운데 왜 나와 계세요?”

“주인공이 도통 오질 않으시니 기다리고 있었죠.”

“주인공이요?”

“올 한 해 청명 길드가 영입한 최고의 인재인데 주인공이 맞죠.”

“장난치지 마세요. 올해 일반인 사원분들 공채 빼고는 각성자 영입은 아예 없었다는 거 잘 알거든요?”

“아, 들켰군요.”

“물론 그렇다고 제가 최고의 인재라는 말을 물리라는 뜻은 아니었어요.”

크리스마스에 의도치 않게 열심히 일을 시키고 난 뒤 며칠 만에 봤지만, 정말로 반갑다는 듯 환하게 웃어 보이며 장난을 치는 주혁이였다. 지은도 그런 주혁의 장난을 맞받아치며 가게로 입장하며 말했다.

“저 오늘 고기 완전 열심히 구울 준비하고 왔거든요.”

“고기를 구워요?”

“네! 던전 안에서는 스킬로 최고급 고기를 구워 봤지만, 던전 밖에서 이렇게 비싼 고기를 구워 본 적이 있어야죠!”

‘현실에서 이렇게 비싼 고기를 굽게 될 줄이야! 마트에서 파는 고기랑은 차원이 다르겠죠?’라며 기대하는 지은의 모습에 주혁이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제가 분명히 계약금으로만 지은 씨에게 지불한 금액이…….”

“그건! 아직 어디다 써야 할지 몰라서 그냥 두고 있단 말이에요!”

“길드 재단에 맡겨 두신 건 아는데, 이미 지은 씨 몫으로만 수익이 10퍼센트가 났다는 사실을 제가 저번에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와, 저 진짜 부자네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만히 앉아 있어도 길드의 전문 관리자들에 의해 재산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영 앤 리치가 되었지만, 지은은 아직은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튼! 오늘은 비싼 고기 열심히 구워 보려고요. 이것도 다 스킬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수련이라고요.”

하지만 지은의 그런 다짐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을 환영하는 사람들의 환호에 잠시 뒤로 미뤄야 했다.

“복지관리부 민지은 부장님 입장하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조금 늦었던 지은의 입장에 미리 고기를 굽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지은이 복지관리부의 부장이 된 이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이 바로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대우가 확 달라졌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송년회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늦었다고 생각해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뛰어왔는데, 회식 자리에 늦게 도착한 상사처럼 대우를 받을 줄이야. 거기에 주혁의 손에 이끌려 안내받은 자리도 누가 봐도 회식 자리에서 상석으로 대우받는 테이블이었다.

이미 자리에 앉아 현란한 손목 스냅을 이용해 술병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유라와 성진은 물론이고, 토벌대 팀장을 맡았던 랭커들과 길드 여러 부서의 임원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어, 어?’ 하는 사이에 끌려온 지은의 자리는 무려 길드장인 주혁의 바로 옆자리였다.

“지은아! 왔어?”

“세상에, 벌써 이만큼이나 마신 거예요?”

늦었다고는 했지만 정말 늦은 시간은 아니었고, 딱 맞춰서 도착했는데 역시 청명 길드의 사람들은 먹고 마시는데 있어서 진심인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큰 규모의 회식엔 처음 참석해 본 지은이었기에, 지은의 물음에 유라의 옆에 앉아 있던 나운이 지은에게 곧바로 잔을 건네며 대답했다.

“시작 시간은 7시라고 했지만, 5시부터 와서 먼저 마시고 있던 사람들도 있는데 뭐.”

“아…….”

“오늘 하루 통째로 빌린 거라 아침부터 식사하고 가셨다가 다시 오신 분들도 많고요.”

“복지관리부에서 의견을 낸 거야. 얼마 전에 송년회 관련 설문 조사 했었잖아? 어차피 마지막 날에 출근하는 것도 서러운데, 밥이라도 다들 맛있게 먹고 저녁에도 모여서 즐겁게 놀자고.”

설문 조사 말고도 복지관리부의 이름 아래 진행되는 일들이 많았다.

복지관리부는 크게 던전 쪽 일을 담당하는 헌터들과 일반 사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길드 운영 전반에 골고루 길드원들을 의견을 반영하며 매일같이 올라오는 수십 건의 건의 사항을 처리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곳이었다.

“회식 자리에서 일 이야기는 하기 싫지만…… 지은아, 너 이번엔 나한테 좀 혼나야겠어.”

소주병의 목을 손날로 툭 쳐 내 흔히 말하는 독소를 빼내는 작업을 마무리한 유라가 지은의 잔에 소주를 가득 채웠다. 갑작스럽게 혼나야겠다고 말하는 통에 뭘 잘못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던 지은에게 유라가 말했다.

“호위 팀에게 보고 받았는데, 이태서가 찾아왔었다며.”

“아, 맞다. 그거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아, 맞다? 지은아, 호위 팀이 절대 모자란 랭커들은 아니야. 그래도 이태서 그놈을 막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란 말이야.”

“뭐? 이태서 그놈이 왜 지은이를 찾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유라의 말에 성진이 곧바로 반응했다.

천상계 랭커들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극 천상계 랭커. 거기에 라이벌 길드의 부길드장인 이태서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성진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은 씨를 영입하려 했었나 봐.”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다.’라고 주혁이 단언했음에도 화기애애한 술자리 속에서 유독 자신이 앉은 테이블 주위만 분위기가 싸늘해진 것을 느낀 지은이 애꿎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나 이미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들에게서 도저히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입가를 훔치며 말했다.

“하아. 제가 요즘 클래스 한정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한정 퀘스트?”

“아, 지은이 너도 비전투 계열 각성자니까.”

“한정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과 이태서 헌터를 일대일로 만났다는 사실에 연관이 있습니까?”

“일단 고기 좀 먹어 봐, 지은아. 이 가게 우리 남편이 자주 가자고 조르는 곳인데 오늘도 나만 왔다고 엄청 뭐라고 했거든.”

지은은 자신이 한마디를 내뱉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질문을 하면서도 차곡차곡 자신의 앞 접시에 잘 익은 소고기를 저마다 한 점씩 놓아 주는 모습에 혼자서 걱정하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는 말했다.

“그 한정 퀘스트와 관련해서 도움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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