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아가, 일어나야지, 라고 속삭이며 가볍게 수현의 뺨을 두드려 깨우자 수현이 힘겹게 눈을 뜬다.
하지만 눈꺼풀이 무겁다. 곧 뚝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다.
“일어나 봐, 수현아.”
“…….”
“방에 가서 자야지.”
일단 깨워 방에 가는 척하면서 휴대폰을 찾아 촬영할 속셈으로 살살 달래는데, 막 눈을 뜬 수현이 두어 번 눈을 껌뻑이다 해사하게 웃는다.
그 사랑스러운 얼굴에 문득 심장이 쿵 떨어졌다.
얘 진짜 무의식으로 하는 짓 맞나, 의심하는 가운데 눈을 뜬 수현이 바로 어깨에 기대 뺨을 부비부비 비벼 댄다.
떨어지면 안 된다는 듯 팔을 꼭 쥔 채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비벼 대는 모습에 충동적으로 살짝 입을 맞췄다.
깊지 않게, 가벼운 인사 같은 키스를 한 뒤 입술을 떼자 나른한 듯 눈을 뜬 수현이 배시시 웃는다.
“형, 키스 잘하네요.”
아무 의미 없이 그냥 잠결에 내뱉는 잠꼬대 같은 말이었지만 기분 좋게 웃던 수현은 잠시 후 현규에게 입을 맞췄다.
도둑 키스처럼 빠르게 스쳐 가는 키스에 현규가 수현의 목을 끌어안은 채 입안 깊숙이 혀를 밀어 넣었다.
부드럽게, 하지만 강렬하게 혀를 얽으며 타액을 교환하고 입천장을 혀끝으로 누르듯 희롱하며 수현의 허리를 안은 현규는 이내 티셔츠 안쪽으로 손을 넣어 수현의 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 적당히 열이 오른 뜨거운 피부 위를 손으로 더듬으며 유두 끝을 꾹 누르자 수현이 신음한다.
거기에 확실히 반응하고 있었다.
점점 뜨거워지는 몸과 욱신거려 오는 아랫배에 현규는 휴대폰은 완전히 잊은 채 좁은 소파 위에 수현의 몸을 내리눌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위로 올라타 키스를 계속했다.
머릿속이 아찔해지는 느낌에 탐욕스럽게 수현의 혀를 빨아들이며 가슴을 애무하던 사이 숨이 차올랐다.
그리고 수현 역시 숨을 헐떡이며 어깨를 잡고 매달리는 모습에 천천히 입술을 떼자 수현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눈을 뜬다.
그러곤 부족하다는 듯 손을 잡아끌며 몸을 비벼 댄다.
이미 아래쪽은 발기한 채였다. 아직 발정기도 오지 않아 삽입은 힘들지만 앞쪽은 확실히 발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현규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랫배 위로 피가 몰리며 아플 정도로 발기한 성기에 현규는 쓰게 웃었다. 다음은 꼭 제정신일 때 할 거라고 결심했는데 지금은 둘 다 그만둘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취한 상태에서 손을 댈 수는 없어 잠시 누운 수현을 보며 번뇌에 빠져 있는데, 수현이 먼저 현규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러곤 그 손끝에 입을 맞추며 속삭인다.
“형, 아래 답답해요.”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뒤튼 수현은 발기한 상태인 게 답답한지 허리를 들썩였다. 어서 그 옷을 벗기고 아래를 만져 달라는 제스처였다.
이 망할 새끼가 술에 취해 어리광이 심해지면 저런 것까지 남한테 맡기려고 한다.
“넌 내일 정신 차리면 진짜 혼날 줄 알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술은 마셔야 하고 술에 취하는 것도 가끔은 어쩔 수 없다지만 이런 술버릇은 곤란하다.
이 녀석이 지금까지 무사할 수 있었던 건 해준 형의 철저한 관리와 잔소리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해준 형에게 감사한다. 이 애물단지를 지금까지 자기 새끼라고 곱게 키웠다니, 그 형도 독한 사람이다.
더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수현의 바지를 벗겨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수현이 허리를 들어 도와준다. 그러곤 곧 하반신을 환히 드러낸 반나체가 된 상태로 현규의 옷자락을 잡아끈다.
이게 의식하고 하는 일인지 아니면 꿈이라고 생각해 마음대로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내일 넌 혼난다, 라고 중얼거린 현규는 바로 수현의 위에서 바지를 끌어 내렸다.
그리고 곧 적나라하게 드러난 자신의 성기를 수현의 회음부 위에 댔다. 그러고는 천천히, 마치 희롱하듯 회음부 위를 비벼 대기 시작했다.
회음부 아래를 스치며 엉덩이 골까지 이어진 곳을 마치 찌르는 듯 문지르며 허리를 움직이자 곧 수현이 자지러지듯 숨을 헐떡이며 왼쪽 다리를 소파 등받이에 걸며 다리를 더 크게 벌린다.
“이상해요, 형…….”
“이상한 게 아니라 기분 좋은 거야.”
생각 같아서는 이대로 삽입까지 하고 싶었지만 술 취해서 하는 건 한 번으로 족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반드시 제정신으로 멀쩡하게 제대로 관계를 가질 생각이었기에 현규는 당장이라도 수현의 엉덩이 구멍 속에 성기를 쑤셔 박고 싶은 욕구를 꾹 참으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다 잠시 후 수현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자신이 소파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성기를 마주한 채 현규의 위에 올라타 앉은 수현이 얼결에 어깨를 끌어안자 현규의 커다란 손이 수현의 성기와 그의 성기를 함께 쥐었다. 그러곤 두 개를 동시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이미 단단하게 발기한 채 쿠퍼액을 뚝뚝 흘리고 있는 끈적한 두 개의 성기를 겹친 순간, 수현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흔들며 짧은 교성을 내질렀다.
“아읏. 거기…… 좋아……. 으응…….”
마치 교태를 부리듯 신음을 흘리며 현규의 어깨를 끌어안은 수현이 더 해 달라며 현규의 위에서 성기를 비벼 대 현규가 두 개의 성기를 쥔 채 더 세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읏.”
쿠퍼액 탓에 끈적거리는 성기가 맞물린 것만으로도 이미 갈 것 같았지만 간신히 사정하고 싶은 걸 참으며 빠르게 성기들끼리 비벼지게 위아래로 흔들어 대는 사이 점점 수현의 신음이 높아졌다.
그리고 역시나 본능적으로 허리를 움직이며 매달린 수현이 높은 교성을 내지른 순간 마지막으로 성기를 세게 쥐자 두 사람의 정액이 동시에 아랫배로 튀었다.
갑자기 끝난 사정에 힘없이 늘어지려는 수현의 몸을 재빨리 잡아챈 현규가 깊이 입을 맞추자 수현이 헐떡거리면서도 현규의 혀를 잡아끈다.
확실히 학습 능력은 좋은 편이었다.
손만 잘 쓰는 게 아니라 혀도 잘 쓴다.
기특하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수현의 혀를 세게 빨아당긴 현규는 천천히 입술을 떼며 수현의 허리를 잡아 끌어안았다.
그리고 천천히 수현의 등을 쓸어내리다 엉덩이를 세게 쥔 순간 끈적한 액체가 손끝에 닿아 왔다.
애액 같았다.
하지만 이내 그럴 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현규는 그를 무시한 채 수현의 엉덩이를 세게 쥐곤 목덜미를 빨아들이다 그곳을 세게 깨물어 흔적을 남겼다.
사실은 목덜미보다 유두를 깨물어 흉터를 남기는 걸 좋아하지만 그건 조금 더 뒤로 미루기로 한 채 자신의 품에 안겨 어느새 잠든 수현을 조심스레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도 모른 채 수현은 숙면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잠든 얼굴은 너무 평온해 보였다.
술을 마시고 이렇게 사고를 치고도 잘 처잔다.
자신이 본 술버릇 중 최악의 술버릇이었다.
일단 한 번 열기가 식고 나자 허탈하고 또 어이없다는 생각에 현규는 가볍게 수현의 이마를 두드렸다.
“넌 이번엔 진짜 혼날 줄 알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잠든 수현의 이마에 입을 맞춘 현규는 부지런히 움직여 물수건으로 수현의 몸을 닦아 준 뒤 곧장 침실로 데려가 눕혔다.
그러곤 곧 샤워를 한 뒤 그 역시 침대에 들어갔다.
오늘은 진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 * *
“……머리 아파…….”
쿡 하니 송곳으로 머리를 쑤셔 대는 통증에 눈을 뜬 수현은 이번엔 속을 뒤집어엎는 메스꺼움에 눈살을 찌푸렸다.
머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다.
이건 명백한 숙취다.
또 술을 처마신 거다.
“젠장…….”
속이 심하게 울렁거리는 걸 보니 소맥을 만 거다. 소맥을 대차게 말아 먹고 뻗은 듯 두통과 복통의 콜라보와 함께 약간의 근육통이 느껴졌다.
허벅지와 허리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통증에 이건 또 뭐지, 라는 생각을 하며 몸을 움직이려는데 뭔가가 배 위에 올라와 있다.
묵직하고 무겁고, 단단한 뭔가가…….
거기까지 떠올린 순간 불현듯 기시감이 느껴졌다.
며칠 전에도 이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있었다.
마치 그날을 그대로 리플레이한 듯한 상황에 쭈뼛하니 머리카락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등골이 서늘해지며 핏기가 싹 가라앉는 기분에 천천히 옆을 돌아보자 현규 형이 잠들어 있다.
이건, 괜찮다. 그래, 같이 사니까 놀라울 게 없다.
문제는 지금 자신이 알몸인 상태라는 거였다.
까끌거리는 이불의 감촉이 허벅지 사이에서 느껴지는 걸로 보아 분명히 알몸이다. 그리고 그건 현규 형도 마찬가지였다.
그날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뒤에서 끌어안은 채 잠든 현규 형의 그게 허벅지 사이에 들어와 있는 걸로 봐서는 분명히 알몸이다.
순간,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또 내가 사고를 친 건가 하는 생각에 재빨리 어젯밤의 기억을 되돌려 봤다.
분명 어제 만두를 만들고 형과 앉아 술을 마셨던 건 기억난다. 형을 취하게 한 뒤 반드시 그 멜로 눈깔을 동영상으로 찍어 나의 결백함을 주장하겠다고 심혈을 기울여 소맥을 말았는데…….
분명 다섯 잔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난다.
그리고 여섯 번째 잔을 말며 형과 지수 형 욕을 했던 것까지도 기억이 나는데…… 그 뒤의 기억이 없다.
이번엔 완전히 기억이 사라졌다. 중간중간 끊어진 게 아니라 그냥, 통으로 사라졌다.
대체 또 무슨 짓을 한 거냐, 어제의 나 새끼…….
명백한 불길함에 일단 침대를 벗어나기 위해 낮은 포복 자세로 전진했다.
다행히 그날과 달리 몸은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움직일 만은 한 상태라 팔꿈치를 대고 필사적으로 기어 이불을 빠져나오려는데 허리를 끌어안은 팔이 풀리지 않는다.
분명 잠든 채인데도 억센 그 팔을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조심스레 이불을 걷어 올리곤 허리에 감겨 있는 그것을 조심스레 잡았다. 그러곤 스르르 아래로 밀어내는데 두 손에 들려 있던 팔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 났다.
그걸로 알아챘다.
형이 깼다.
그래도 혹시, 아니 어쩌면, 만에 하나라도 깼다가 다시 잠들었을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을 품은 채 천천히 뒤를 돌아본 순간 바로 현규 형과 눈이 마주쳤다.
바로 숨결이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의 눈을 빤히 바라보는 형의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 뭐 하냐?
“……일어나셨어요?”
“그렇겠지.”
‘그럼 눈 뜨고 자겠냐?’라는 말의 압축 버전이었다, 그 말은.
“좋은 아침이네요.”
“……과연 그럴까?”
넌 오늘 죽었어, 라는 선고와 다름없는 그 말투에 침을 꼴깍 삼키자 형이 나른한 얼굴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는다. 그러곤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침대에서 내려서 가운을 걸친다.
“오늘은 안 서셔, 셨네요…….”
말이 꼬여 더듬기까지 하며 가운을 걸치는 형을 바라보고 있자 침대 옆에 선 형이 고갯짓을 한다.
닥치고 어서 일어나 커피부터 내리라는 제스처였다.
텔레파시처럼 자신의 머릿속에 소리로 전해져 오는 형의 눈빛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오늘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물었다.
“커피는 어떻게 드릴까요?”
“아메리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