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6화 (66/160)

수치스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기분이 좋아서인지, 유두 끝이 저릿하며 울려 대는 느낌에 눈물이 터졌다.

단 한 번도 유두가 예민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예민했다. 그간 그곳을 만질 일이 없어서 몰랐던 거다.

두 손을 잡혀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발버둥 치며 형에게 애원했다.

“형, 가슴…… 싫어요.”

“괜찮아. 기분 좋아질 거야.”

분명, 기분은 좋았다. 자신이 감당 가능한 선을 넘어간 게 문제일 뿐.

“그래도, 그만해 주세요.”

“왜?”

“유두가 너무 아파요.”

그러니까, 그만해 달라고 숨을 헐떡이며 형을 올려다보자 자신의 한참 위에서 내려다보던 형이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그리고 곧 형의 눈빛이 진해진다.

방금보다 더 뜨거워진 시선에 아차 했다. 하지만 언제나와 같이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 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았을걸.”

여지없이 맞아떨어진 불길한 예감에 몸을 굳힌 순간 형의 성기가 왼쪽 유두 끝을 찌를 듯 짓눌러 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오른쪽 유두를 세게 잡아 뜯는 손길에 높은 비명과 함께 세 번째의 사정을 했다.

이번엔 거의 나올 것도 없어 묽은 액체 같은 게 다였지만, 회음부를 지나 엉덩이골 사이까지 흐르는 정액과 쿠퍼액 탓에 아래쪽이 흠뻑 젖어 있었다.

위도 아래도 엉망이 된 느낌이 들었지만 더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이 없었다.

하지만 축 늘어진 자신과 달리 형의 성기는 여전히 꼿꼿한 채였다.

그 괴물 같은 지속력에 기함하며 형을 바라보자 형이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역시, 너무 빠르네. 가까운 시일 내에 뒤로 가는 걸 배우는 게 좋겠어.”

“배우기…… 싫어요. 안 배울래요.”

거칠어진 숨을 내뱉으며 그런 걸 배우면 내 몸이 이상해질 거라고 거부했지만 형은 여전히 자신의 말은 전혀 안 듣고 있었다.

“괜찮아, 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돼.”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라는 말이 이 세상에서 저렇게 무섭게 들리는 건 처음이었다.

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하려는 건데, 라는 의문에 질색하고 있는데 허리를 숙인 형이 달래듯 이마와 눈가에 입을 맞춰 준다.

“쉿, 겁먹을 거 없어.”

이 상황에서 겁을 안 먹을 인간은 없을 것 같다고 하려 했지만, 그보다 형이 자신의 두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게 빨랐다.

멍하니 이건 또 뭐지, 라고 생각하던 사이 다시 허벅지 사이로 형의 성기가 들어왔다.

이상할 정도로 많이 젖어 있는 그곳에 자리 잡은 성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질척거리는 소음과 함께 회음부를 찔러 대며 허벅지 사이의 연한 살을 짓누르는 성기에 헉 하는 숨이 터졌다.

그제야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진짜 형이 다 알아서 한다는 거였다.

자신의 상태가 어떻든.

그걸 알아챈 순간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바로 순간 다시 몸이 달아올랐다.

진짜 너무 지치고 힘들어하고 싶지 않았지만 저절로 뜨거워지는 몸은 어쩔 수 없었다.

싫은데, 그리고 쉬고 싶은데 그보다는 욕망이 더 강했다.

게다가 자신의 체력이 너무 좋았다.

빌어먹게도, 말이다.

* * *

“이젠 진짜 못 해요……. 저 죽어요.”

정확히 네 번인가, 더는 나올 게 없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만 질질 흘린 채 축 늘어진 순간 더는 안 된다는 생각에 수현은 먼저 그렇게 선언했다. 그리고 그 좁은 소파 옆에 앉아 나른한 듯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던 현규도 이번만은 그 의견에 동의해 주었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15분 남았어. 샤워하고 나가야 돼.”

회사에서 집까지 5분, 그리고 40분간 온몸의 체액을 다 쥐어짜 낸 후 남은 시간은 15분이었다.

“가야죠…….”

빠듯한 시간에 소파 위에 축 늘어져 있던 수현이 일어서려 하자 현규가 수현의 어깨를 누르며 목덜미에 입을 맞춰 준다.

“넌 쉬어. 급할 거 없으니.”

“오늘은 가야 돼요.”

내일이면 몰라도 오늘은 직원들이 감당 못 하기도 하고 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단 자리를 지켜야 한다.

“혹시 오류 나면 즉시 수정해야 하니 제가 자리에 있어야 돼요.”

“팀장님은?”

“팀장님은 그런 거 안 해요. 일은 잘하는데 뒤처리를 싫어하셔서요. 또 그런 작업은 잘하지도 못하고요. 문의 오면 그런 것도 모르냐고 화내다 끊거든요. 가서 한국어나 더 배우라고요.”

그래서 치다꺼리해 줄 인간이 하나 붙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나예요, 라고 중얼거리며 수현이 소파에서 내려서는 모습에 현규가 혀를 차며 수현의 어깨에 그의 셔츠를 걸쳐 준다.

“샤워할 거야?”

“해야죠.”

말과 함께 본인의 몸을 내려다본 수현은 순간 질색했다.

현규가 일부러 정액을 문질러 놓은 탓에 유두뿐 아니라 가슴 여기저기가 번들거렸다. 회음부와 엉덩이 쪽도 질척이는 게 현규의 정액이 여기저기 잔뜩 남아 있었다.

아무리 이제 공인된 관계라고 해도 이 꼴로는 회사로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싫다.

“샤워할게요.”

더 늦게 전에 씻어야 할 것 같아 형의 셔츠를 걸친 채 욕실로 가려는데 손목을 붙잡혔다.

그 손길에 왜 그러냐고 물으며 돌아보자 형이 또 쓸데없이 설레게 웃는다.

이젠 하도 당해서 이 사람이 저렇게 웃을 때는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최고치로 끌어올리게 된다.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게 빤히 보여 서둘러 한 걸음 물러서며 거리를 두자 형이 무서운 말을 꺼냈다.

“샤워, 같이 할까?”

“……또 뭘 하려고요?”

“샤워만 할 거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현규의 시선이 자신의 허벅지 사이로 향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수현은 본능적으로 셔츠를 당겨 그 부분을 가렸다.

“이제 형 안 믿어요.”

“……학습 능력은 확실히 좋네.”

쓸데없이, 라며 웃는 형의 얼굴에 그대로 받아쳤다.

“생존 본능일지도요.”

“어느 쪽이든.”

일단 쉽게 죽지는 않겠다고 웃음을 흘리며, 현규가 손을 뻗어 허벅지 안쪽을 더듬기 시작했다. 겨우 열기가 가라앉은 몸을 자극하려는 듯한 그 손길을, 수현은 질색하며 한 걸음 더 뒤로 물러서 피했다.

“형, 우리 진짜 늦었어요.”

“그래. 출근해야지.”

완강한 수현의 거절에 현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서 자연스럽게 수현의 옆에서 욕실로 향했다.

“……진짜 같이 샤워할 거예요?”

“시간이 없으니까.”

“진짜, 샤워만 하는 거예요.”

두 사람이 따로 씻고 나올 만한 시간은 없는 터라 욕실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확인을 받자 욕실 문을 열던 현규가 고개를 끄덕인다.

“시간 없어.”

너보다 내가 더 급하다며 안으로 들어선 현규를 보며 수현은 이번만은 현규를 믿기로 하곤 바로 그를 따라 들어갔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믿지 말아야 할 인간이 강현규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늦었어요!”

샤워를 하던 중 지분거리는 현규 때문에 또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어 버렸다.

진짜 아슬아슬한 시각에 닿아 검은 후드 티에 또 검은색 조거팬츠를 입은 수현은 다급히 파우더룸에서 달려 나가려 했다.

하지만 아직 머리도 말리지 못한 수현을, 현규가 재빨리 잡아 만류한다.

“10분 정도는 괜찮아. 머리는 말리고 가.”

“하지만…….”

“해준 형이 보낸 극성 학부모 육성 계획서에 너 꼭 머리 말려서 내보내라고 돼 있었어.”

안 그러면 감기 걸린다는 걱정에 수현이 어쩔 수 없이 멈춰 서자 현규가 재빨리 머리를 말려 주며 중얼거린다.

“새삼 놀랍네.”

“뭐가요?”

“분명히 와서 옷을 갈아입었는데 오전 옷과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인다는 게.”

입을 옷이 정녕 이것밖에 없는 거냐, 라는 현규의 말투에 거울 너머로 현규를 보던 수현이 그건 내가 더 놀랍다는 듯 되묻는다.

“형이야말로 양복이 몇 벌이에요?”

지금 집에 온 게 절반도 안 온 거라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아 보였다.

그간 자신의 주변에서 가장 옷이 많은 사람이 삼촌이었는데 삼촌은 현규에 댈 게 아니라고, 수현이 받아치자 현규가 그건 절대 아니라는 듯 거칠게 수현의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린다.

“나 정도면 평균이야. 네가 너무 신경 안 쓴다는 자각은 하도록 해. 이러니까 바퀴벌레 소리를 듣지.”

세련되고 화려하게 입으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후드 티를 입어도 좀 환한 색감의 옷이나 파스텔 톤의 니트 같은 걸 입으면 안 되냐고 잔소리하자 수현이 귀찮다는 듯 인상을 쓴다.

“빨래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침구도 전부 면으로만 사는데, 라는 수현의 중얼거림 뒤로 현규가 드라이어를 끄며 다른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사람을 쓰면 되잖아.”

“……이 집에요?”

사람을 쓰기엔 너무 좁아서 민망하지 않냐는 수현의 말에 현규 역시 그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세탁소를 이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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