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맞물린 내벽 전체를 압박하며 전신을 밀어 올리는 현규의 힘에 다시 한번 발작하듯 몸부림을 쳤다.
“잠까……. 그…… 아읏!”
의미 없는 말들과 높은 교성을 함께 내뱉으며 수현이 현규의 허리에 두 다리를 감자, 현규 역시 완전히 몸을 숙여 수현의 전신을 뒤덮듯 끌어안았다.
그러곤 그 상태로 빠르게 허리를 찔러 올리며 수현과 입을 맞춘 현규는 수현의 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바닥 전체로 가슴을 문지르다, 어느새 단단해진 유두 끝을 손끝으로 긁어 내리자 수현의 허리가 튀어 올랐다.
하지만 입술이 막힌 채라 신음도 내뱉지 못했다.
바로 위에서 전신을 뒤덮은, 거대한 현규의 몸에 짓눌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다.
빠져나갈 수도, 그를 밀어낼 수도 없는 무력한 상황에 수현은 몸을 떨며 헐떡이고 있었다.
숨 쉬는 게 버거웠다. 키스는 너무 길었고 가슴마저 현규의 무게에 짓눌려 제대로 호흡을 할 수가 없었다.
가슴이 너무 아파 현규의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며 몸을 뒤틀자 그제야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겨우 숨을 내쉴 수 있게 된 상황에 수현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곧 현규가 수현의 등과 허리를 두 팔로 안아 든다. 그러곤 그대로 몸을 돌려 침대에 앉았다.
순간 자연스럽게 현규의 위에 걸터앉은 수현은 갑자기 깊어진 결합에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무게가 실린 터라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까지 닿았다. 그리고 너무 컸다.
누워서 삽입했을 때와는 달리 앉은 자세에서의 삽입은 내장이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그게 너무 이상했다. 그리고 힘들다.
“형…… 아파요. 너무, 깊어…….”
“괜찮아. 곧 기분 좋아질 거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느긋하게 침대 헤드 보드에 기대앉은 현규는 수현의 엉덩이를 세게 쥔 채 자세를 바로잡아 줬다.
수현이 움직이기 쉽도록, 그리고 가장 느끼는 부위에 닿도록 각도를 바꾸자 수현이 몸을 굳힌 채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못, 해요……. 너무, 아파요. 형 너무 커요.”
삽입 부위에 빈틈이 없어 움직일 엄두도 안 났다. 그리고 아팠다.
너무 깊어서, 삽입된 성기가 자궁을 찢고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 모든 게 서툴고 어색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하는 수현을 보며 현규는 괜찮다고 달래듯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려 줬다.
“괜찮아. 천천히 움직여 봐. 이게 너한테 더 편할 거야.”
분명 삽입된 쪽이 더 느끼는 자세는 맞지만 편한 건,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규는 그냥 대충 그렇게 얼버무렸다.
어차피 목적은 다른 부분에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달래도 수현은 꼼짝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확실히 움직이기 힘든 자세에 현규는 일부러 감질나게 허리를 들썩였다.
그리고, 아주 살짝, 내벽을 밀며 자극을 주자 수현이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휜다. 그러곤 뒤로 젖혀진 자세에 비명을 내질렀다.
“그만!”
전신을 채워 가는 아득한 쾌감에 수현이 움찔하며 어떻게든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곤 현규는 수현의 허벅지를 들어 올리며 속삭였다.
“이렇게 움직이는 거야.”
그 말에 본능적으로 허벅지에 힘을 준 수현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주 어설프고 느리게.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아이의 팔뚝만 한 크기의 성기가 내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느낌만으로도 아래쪽이 타들어 가는 듯한 쾌감이 느껴졌다.
아직 서툰 탓에 가장 느끼는 분위에는 닿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좋았다. 그 이상은 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로 느끼고 있는데 다시 그 부분을 찔리면 미칠 것 같았다.
그게, 기대되면서도 무서웠다. 이러다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아, 거기까지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 관계에 대한 데이터가 수현의 머릿속에는 없었다.
주변에 오메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 발정기가 이렇게 사람을 미치게 한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몇 번인가 허리를 움직이다 도저히 더는 할 수 없어 허리를 들어 올린 채 수현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자 이번엔 현규가 안달을 내기 시작했다.
수현이 잘할 거라는 건 전혀 기대도 안 했고, 잘하면 그게 더 무서울 것 같지만…….
그래도 너무 아슬아슬했다.
안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감질난다.
수현이 둔하긴 해도 학습 능력은 좋고, 몸 자체를 잘 쓰는 편이니 열심히 가르치기만 하면 금세 여러 체위를 마스터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지금은 이쪽이 급하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고, 현규는 스스로를 정당화한 뒤 수현의 허리를 두 손으로 잡아 끌어내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허리를 움직여 단숨에 성기를 수현의 안에 찔러 올렸다.
수현이 가장 느끼는 부분을 찾아, 일부러 거칠게 찔러넣는 순간 수현이 나지막한 비명을 내지르며 상체를 뒤로 젖혔다.
조금 전과는 다른, 마치 전신에 전율이 이는 듯한 감각에 가슴을 앞으로 내민 채 수현이 숨을 헐떡이고 있자 다시 한번 그 부분을 쳐올린 현규가 발작하듯 휘어지는 수현을 끌어안은 채 유두를 빨아들였다.
그러곤 일부러 흔적을 남기려는 듯 그 끝을 물어뜯었다.
“웃! 그거, 싫어요. 형…….”
단단히 선 유두를 깨물린 수현은 서둘러 가슴을 손으로 가렸다.
그게 더 사람을 미치게 한다는 걸 모르는 건지, 순진하게 가슴을 감싸는 손에 현규는 재빨리 강제로 그 손을 떼어 내 수현의 등 뒤로 돌렸다. 그리고 곧 오른손으로 양 손목을 잡아 누른 채 왼팔로 수현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다시 한번 유두를 세게 빨아들였다.
희롱하듯 혀끝을 세워 돌기를 핥은 뒤 일부러 세게 유두 끝을 빨아들이고, 다시 이를 세워 그 끝을 깨물자 수현이 자지러지듯 몸부림치며 성기를 조였다.
수현의 아랫배뿐 아니라 내벽까지 경련을 일으키며 현규의 성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성기를 쥐어짜는 듯한 감각에 현규는 때를 놓치지 않고 한 번 더 그 분위를 세게 쳐올렸다.
수현이 가장 느끼는 부위 위를, 선단의 가장 불거진 부분이 스치도록 찔러 올린 순간 수현이 비명 같은 교성을 지르며 성기에 맑은 체액을 쏟아 냈다.
정액이 아닌, 투명한 물 같은 액체가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걸 보며 현규는 일부러 이미 정신이 나간 수현의 몸을 강제로 들어 올려 아슬아슬한 곳까지 성기를 빼냈다.
그러곤 곧, 수현의 허리를 단숨에 잡아 내리며 가장 깊은 곳을 단숨에 찔러 올렸다.
“안……. 윽!”
체중이 완전히 실려 수현의 몸 안에 뿌리 끝까지 박아넣은 채 현규 역시 사정을 마치자 수현의 전신이 가늘게 떨려 왔다.
생생하게 몸 안에서 퍼져 나가는 정액이 구멍과 성기의 틈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신의 애액과 뒤섞인 체액이 넘치는 느낌에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시야가 기울며 완전히 의식이 암전되었다.
* * *
“그러니까, 지금 해준이 네 말은…… 저 녀석들이 우리한테 사기를 친 건 맞기는 한데…… 그게 사실,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고 강민혁 아들이 우리 막내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서 아예 이 김에 날름 먹어 치우려고 막내한테 수작을 부린 거다, 라는 말이지?”
1시간여에 걸친 해준의 브리핑 끝에, 드디어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린 정현을 보며 해준은 지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과연 1시간이나 설명을 해야 하는 일인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가 일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정현도 강 대표도, 그리고 진원이나 지수도 이 상황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이니까.
그래, 그럴 수 있다. 저 사람들은 기다리는 걸 못 참아 엘리베이터가 느리면 계단으로 가야 하고 차가 막히면 걸어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웨이팅이라 줄 서야 하는 곳 근처로는 가지도 않는 인간들이니 놀라울 게 없다.
그런 그들이 1시간이면 가는 고속도로 두고 국도와 시내 도로를 거쳐 5시간 들여 가는 이유를 이해 못 하는 건 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이건 ‘다름’의 영역이다. 그냥 성격 차다. 저 남자들의 공감 능력과 이해 능력이 심각하게 부족해서 그러는 건 아닐 거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관세음보살을 외치며 해준은 얼음물을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나마 여기서 이해해 줘 다행이었다. 이번에도 제대로 이해 못 하면 그냥 집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왜?”
겨우 정리됐다 안도한 순간 다시 시작된 지수의 ‘왜?’ 공격에 해준은 가만히 많이 모자란 둘째 조카를 돌아봤다.
내가 1시간 동안 한 설명을 또 해야 하냐고, 해준이 짜증 어린 시선을 보내자 지수가 억울한 듯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열변을 토한다.
“아니, 말이 안 되잖아. 대체 강현규가 왜 우리 수현이를 좋아하냐고? 그게 말이 돼? 게네, 제대로 인사한 적도 없다고! 아니, 그걸 떠나서 강현규가 이수현을? 강현규가 뭐가 아쉬워서?”
기울어도 너무 기우는 거 아니냐는 지수의 지적에 강 대표가 옳다구나 맞장구를 친다.
“그래. 너, 말 잘했다.”
볼수록 마음에 든다며, 아예 넥타이까지 풀고 소파에 기대앉아 있던 강 대표는 손가락으로 지수를 가리켰다.
딱 자기 취향이라는 그 제스처에 정현이 강 대표의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아, 왜?”
“우리 막내가 어디가 어때서?”
“야, 너 양심 없냐? 내가 이 대리 사람 자체는 좋게 봐서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너희 막내 많이 이상해!”
“우리 막내가 좀 모자라긴 해도 이상하다고 할 정도는 아냐.”
“이정현, 아무리 갈비뼈 두 대 헌납하고 낳은 아들이라도 작작 좀 해라. 나 아까 네 아들하고 대화하다 혈압으로 다시 실려 갈 뻔했다고. 아, 진짜 그런 건 정윤겸하고 똑같아! 말이 안 통해! 아니, 말이 아예 안 통하는 게 낫지. 말이 통할 듯 말 듯 안 통하는 게 더 열 받는다고!”
“그게 우리 윤겸이 매력이야.”
말이 안 통하니까 말을 아예 안 해도 되니 얼마나 편한데, 라는 정현의 답에 강 대표가 ‘와, 이 모자란 새끼는 누구 집 자식이냐?’는 얼굴로 질색한다.
“이 대리 모자란 게 누굴 닮았나 했는데, 그건 딱 너 닮았네.”
모지리도 이런 모지리 새끼가 없다고, 강 대표는 그의 오랜 악우를 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짜증이 밴 손길로 머리를 쓸어 넘기다가 지친 듯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폭풍이 한 번 쓸고 간 뒤의 소강상태에, 더는 떠들기도 힘들어진 해준이 슬슬 자리를 정리한다.
“그럼, 아는 거 모두 얘기했으니 판단은 형들이 직접 하세요. 아직 근무 시간이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가긴 어딜 가? 얘기 다 안 끝났어. 어쨌든 그 녀석들이 사기를 친 건 맞다는 거잖아?”
아들한테 당한 게 아직도 열받는지 강 대표가 포기하지 않고 그 부분을 물고 늘어지자 해준이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 부분에 화를 내시는 건 당연하지만 이제 와서 어쩌시려고요? 현규 성격 잘 아시잖아요? 걔는 애초에 주영이랑 결혼할 생각도 없었고 형들 엿 먹일 생각도 없었어요. 아니, 애초에 형들한테 관심 자체가 없어요. 강제로 결혼 발표한다 해도 민혁 형을 어디 멀리 날려 버리면 그만인데, 뭐하러 복잡하게 수현이랑 혼인 신고까지 했겠어요? 나중에 서류 정리하기 얼마나 골치 아픈데.”
아무리 혼후 계약서가 있다 해도 작정하고 소송으로 가면 재산분할 문제로 머리 깨질 텐데, 현규 성격에 그걸 잘도 하겠다고 해준은 혀를 찼다.
돈도 돈이지만 본인이 가진 지분 때문에라도 현규가 혼인 신고까지 한 거면 그건 죽어도 이혼을 안 하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강 대표도 반박할 수 없었다.
본인도 그래서 이혼을 못 하고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정리하자면, 수현이가 저랑 결혼하는 줄 알고 포기하고 있던 녀석한테 형들이 판 깔아 주신 거예요. 그리고 그 녀석은 그 기회를 잡았고요.”
결국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형들의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이었다고, 해준은 조금도 돌리지 않고 정확히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