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되찾은 평화에 현규는 느긋하게 걸음을 옮겨 침실로 돌아갔다.
수현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걸어, 문을 밀어 열고 커튼을 내려 어둑한 방 안으로 들어서는데, 침대 위가 텅 비어 있다.
“……수현아?”
분명히 정신없이 자고 있었는데 그새 일어난 건가, 혹시 욕실에 갔나 의아해했지만, 곧 그건 아니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욕실은 거실을 지나야 하는데 현관에 있을 때 문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하나뿐이다.
왜 잘 자다 갑자기 거길 들어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방에서 갈 곳은 드레스 룸뿐이라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좁은 방을 가로질러 침실 왼쪽 벽과 이어진 문으로 들어선 현규는 그 안의 광경을 목격한 순간 어지러운 듯 문틀에 손을 짚은 채 멈춰 섰다.
말이 드레스룸이지 실상은 조금 넓은 옷장 크기의 방 안쪽 구석에는 수현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자신의 옷 속에 파묻힌 채. 그것도 방금까지 자신이 이너로 입고 있던 티셔츠를 걸쳐 입고.
그걸 보자 진짜 미칠 것 같았다.
벽을 부술 수만 있으면 부수고 싶었다.
불끈거리며 다시 슬슬 아랫배로 몰리는 열기에 현규는 안으로 들어가 잔뜩 웅크린 채 잠든 수현의 옆으로 다가갔다.
“수현아?”
작게 이름을 부르며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줬지만, 수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마, 잠깐 잠에서 깼다 아무도 없으니 자신이 벗어둔 옷을 주섬주섬 찾아 입고는 본능적으로 드레스 룸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둥지 작업을 하기 위해.
드물게 발정기 중 파트너의 체취가 남은 물건들로 둥지를 만드는 습성을 가진 오메가가 있다고 듣긴 했는데, 그건 도시 전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바로 그 전설 속 생물이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아슬아슬하게 드러낸 채로.
“미치겠네…….”
이건 일주일 넘게 굶은 사람 앞에 전채 요리 하나 던져 준 뒤 주요리를 눈앞에서 흔드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진수성찬을.
단순하다 못해 생각이라는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사는 듯한 수현이 일부러 이러는 건 아닐 테지만, 무의식적으로 한 짓이라도 질이 나쁘다.
이럴 거면 일어나기라도 하든가.
“수현아?”
“…….”
“일어나야지?”
“…….”
“아가, 이렇게 아무 데서나 자면 나쁜 알파가 잡아먹어.”
내가 나쁜 놈이었으면 기절했든 말든 그냥 했을 거라고 중얼거리며 잠든 수현의 뺨을 물어뜯자 수현이 귀찮다는 듯 뒤척거린다.
그러면서 더욱 옷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모습을 보던 현규는 인상을 쓰며 허리를 숙였다.
성기가 너무 발기해서 아팠다.
수현이 꼬물거리며 몸을 움직이는 통에 입고 있던 티셔츠가 밀려 올라가면서 허벅지가 드러난 탓이다. 그리고 그 아래로 흘러 말라붙은 체액을 보자 다시 아래쪽이 불끈했다.
이건 그냥 처리될 게 아니다.
“수현아?”
간절하게도 한 번만 더 하자고 수현의 이름을 부른 순간 꾸물거리던 수현이 현규의 목을 끌어안더니 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곤 곧 냄새를 맡더니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왔다.
우악스러운 그 힘에 현규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보기보다 힘이 장사다. 악착같이 매달려 절대 떨어지지 않을 기세였다.
맞닿은 피부가 뜨거운 데다 바로 앞에서 좋은 냄새를 풍겨대는 수현이 때문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 겨우 허기를 참고 있는데 식탁이 알아서 걸어왔다.
나 빨리 먹으라고.
그것도 방금 따끈따끈하게 데워져 먹음직스러운 냄새까지 풍기며.
“수현아…… 놔야지…….”
당장이라도 사정할 것 같은 느낌에 인상을 쓰며 겨우 수현을 밀어 내려 했지만, 역시나 어림도 없다.
조심스럽게 팔을 떼어 내려 하니 오히려 다리까지 벌려 개구리처럼 전신에 감겨왔다.
그 덕에 바로 수현의 회음부 아래로 성기가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조금만 움직여도 삽입이 될 위치에 성기가 쿠퍼액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더는 참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순간 머릿속이 어지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얘는 대체 날 어쩌려는 걸까?
수현의 모든 행동에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고도로 조작된 플레이일 수도 있다는 음모론이 머리를 채웠다.
처음부터 수현의 목적은 자신의 몸이었을 거라는, 이상한 피해망상까지 싹트기 시작했다.
“수현아, 목 좀 놓자. 아가?”
“…….”
“아니면 일어나든가?”
“…….”
도저히 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수현의 반응에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다.
“……수현아?”
간절하다 못해 절박한 그 부름에 드디어 수현이 미세한 반응이 보였다.
“……응…….”
그건 누가 들어도 그냥 ‘소리’였다.
잠잘 때 하는 잠꼬대, 혹은 신음, 그것도 아니면 아기들의 옹알이 같은, 어떤 의미가 있는 ‘언어’가 아닌 ‘소리’ 그 자체였다.
그건 유치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 수 있는 일이었지만 현규는 욕망 앞에서 양심을 버리고 진실을 외면했다.
그러곤 마치 세뇌하듯 자신에게 주입했다.
저건 ‘응’이라는 긍정의 답이라고.
순간 현규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수현아, 일어나기 싫어?”
“응…….”
“안 일어나면 내 마음대로 한다?”
“……응…….”
“그럼, 넣어도 돼?”
“……응…….”
답과 동시에 몸을 문질러 오는 수현의 움직임에 현규는 확신했다.
그건 100% 동의를 뜻하는 거라고.
“지금 ‘응’이라고 했지?”
“응…….”
나지막한 신음과 함께 더욱 찰싹 달라 붙어온 수현은 현규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벼 댔다.
어리광을 부리는 그 움직임에 현규는 수현의 술버릇 겸 잠버릇을 드디어 눈치챘다.
수현이 술에 취하면 자는 건 확실하다. 그런데 잠이 들면 수현은 착해진다. 그리고 애교도 많아진다.
옆에 누가 있든 일단 찰싹 달라붙어 비비적거리는 걸 시작으로 전방위적으로 ‘Yes’라고 답하는 게, 수현의 잠버릇이었다.
지금까지 이 습관이 문제가 안 된 건 오로지 수현이 혼자 살던 탓이었다. 그리고 밖에서 술을 마시면 취해서 잠버릇이 나오기 전에 먼저 잠들어 버렸고.
첫 번째 관계를 갖던 날도 그렇고 집에서 술을 마셨던 날도 끈질기게 달라붙어 오는 걸 보곤 그게 술버릇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잠투정이었다.
그냥 애교 많은 막내였다, 수현은.
하지만 그 순간, 몇 번의 검증을 통해 이론이 된 가설을 현규는 빠르게 머릿속에서 밀어냈다.
지금 수현은 취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잘 시간도 아니다. 단지 발정기라 너무 진이 빠져 잠깐 기절한 것뿐이니 제정신으로 대답한 게 분명하다.
그렇게 자신을 정당화하자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착하게 사는 게 능사는 아니다.
가끔은 나쁜 놈이 될 필요도 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지금이었다.
* * *
“으응…….”
아주 잠깐, 기절하듯 잠들었던 수현은 기묘한 감각에 작게 신음하며 눈을 뜨려 애를 썼다.
몸이 이상했다.
아니, 뜨겁다. 그리고 아랫배가 아팠다.
정확히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거친 숨결 사이로 느껴지는 아래쪽이 타들어 갈 듯한 감각에 겨우 눈꺼풀을 들어 올린 수현은 순간 안쪽으로 깊이 박혀 온 성기에 헉 하며 숨을 멈췄다.
“혀…….”
어느새 내벽 안으로 들어와 멈춘 현규의 성기에 수현은 몸을 떨며 걸치고 있던 옷자락을 세게 쥐었다.
첫 발정기의 여파로 시간과 공간 감각이 불분명하지만, 현규 형과 집으로 돌아와 관계를 가진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리고 잠깐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일어나 보니 아직 삽입된 그대로였다. 그리고 형의 성기는 완전히 발기한 채였다.
더 할 수 없이, 거대하게.
“형…… 힘들, 어요…….”
현규 형 위에 앉았을 때보다는 낫지만 내벽을 밀어 대며 아랫배까지 들어온 듯한 성기에 숨을 내뱉기 힘들었다.
너무 깊이 들어와 있었다. 내장이 짓눌리는 느낌에 가쁘게 호흡을 내뱉는 와중에도 또 내벽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어서 몸속의 그게 움직이길 바라는 듯 탐욕스럽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