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듯 달려들었던 현관에서와는 달리 상냥하고 느긋하게.
내벽의 형태를 확인하듯 느리고 정중하게 이어진 삽입에 수현은 허리를 휘며 달뜬 숨을 내뱉었다.
애를 태우는 듯한 그 움직임에 내벽이 간질거려 미칠 것 같았지만 그 감각이 싫지는 않았다.
아니, 좋았다.
뾰족하고 툭 불거진 선단의 끝이 빠르게 안쪽을 쳐올리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천천히 내벽 여기저기를 문지르며 들어오는 것도 좋았다.
정성껏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거기, 좋아요…….”
선단과 기둥에 예민한 부분을 눌린 수현이 나지막한 신음을 토하며 허리를 들어 올리자 그를 내려다보던 현규가 조심스럽게 성기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방금 남긴 정액과 애액 덕에 부드럽게, 더는 들어가지 않겠다 싶을 때까지 성기를 밀어 넣은 현규는 그 상태로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물었다.
“괜찮아?”
그 물음에 수현이 이번엔 고개만 끄덕여 답한다.
괜찮다고.
씩씩한 그 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현규는 손을 뻗어 수현의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 넘겨 주었다.
“그래, 착하다.”
칭찬과 함께 수현의 허리를 두 손으로 잡아 고정한 현규는 이번엔 수현의 안에서 성기를 빼내기 시작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천천히 내벽을 밀어내는 성기의 감촉에 수현은 본인의 손으로 아랫배를 눌렀다.
그러자 아랫배의 진동이 느껴졌다.
그게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형, 여기까지 들어온 것 같아요. 임신도 하겠어요.”
아랫배 쪽을 손끝으로 누르며 수현이 배시시 웃는 모습에 현규는 움직임을 멈췄다.
필살의 의지로 부여잡고 있는 이성을 수현이 자꾸 난도질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전혀 그럴 의도 없이.
이렇게 원하는데 그냥 확 해 버릴까, 하는 충동이 잠깐 일긴 했지만 필사적으로 다시 이성을 이어 붙인 현규는 이를 악문 채 수현에게 웃어 보였다.
“수현아.”
“……네.”
“그런 말을 할 때는 조심해야 돼.”
갑자기 진지해진 현규의 태도에 수현이 잔뜩 열에 들뜬 얼굴로 되묻는다.
“왜요?”
“그러다 진짜 혼나는 수가 있어.”
“왜요?”
“날 아주 곤란하게 했거든.”
7살 아이에게 설명하듯 현규는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해 줬지만 수현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왜요?”
내가 뭘 곤란하게 한 거냐는,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이해 못 하고 있는 수현의 물음에 현규는 더는 말로 하길 포기했다.
대신 일부러 수현이 가장 느끼는 부분을 선단으로 가볍게 찔러 올린 순간 수현의 몸이 튀어 올랐다.
그러곤 곧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숨을 헐떡였다.
완전히 달아오른 그 모습에 현규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이렇게 혼나는 거야. 그것도 이보다 호되게.”
그러니 말조심하라는 현규의 경고에 숨을 고르던 수현이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잠시 후 입을 연다.
“……괜찮은데요?”
이렇게 혼나는 거면 나쁘지 않다는 수현의 반응에 현규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괜찮다고?”
“네.”
예쁜 눈을 드러낸 채 수현은 눈을 반짝이며 웃고 있었다.
지나치게 솔직한 그 답에 현규는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얘를 진짜 어쩌면 좋으냐…….
그런 현규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겨우 숨을 고른 수현이 현규를 부른다.
“……형.”
“또 왜?”
당황해 약간 퉁명스러워진 현규의 말투에도 수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빨리 임신시켜 주세요.”
너무나 천진한 얼굴로,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수현이 그렇게 내뱉은 순간 현규는 머릿속에서 툭 하는 소리를 들었다.
간신히 몇 가닥 남아 있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를.
그걸 끊은 건, 명백히도 수현이었다.
그러니까…….
“수현아…….”
“네?”
“자꾸 그러면 혼난다고 했지?”
“네.”
그걸 바라고 한 짓이라며 수현은 영특하게 눈을 빛내고 있었다.
역시 학습 능력은 좋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은 아니라도 다섯 정도는 안다.
그렇다면 더 망설일 이유가 없다.
임신이 됐어도 아직 수정란일 텐데 알 게 뭐냐는 자의적인 판단을 내린 현규는 다소 거친 손길로 수현의 허리를 세게 잡아끌었다.
방금까지와는 달리 억세게 전신을 끌어당기는 힘에 반쯤 빠져나갔던 성기가 수현의 몸속 깊이 박혀 왔다.
갑자기 안쪽 깊은 곳을 찔러 온 성기가 그 부분을 스친 순간 수현은 짤막한 교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발작하듯 몸을 떠는 사이 현규가 모처럼 눈을 휘며 아무 착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곤 역시나 상냥하게 선언했다.
“그 말, 후회하기 없기?”
* * *
사람이 늘 겸손해야 하는 이유는, 이 세상 어딘가에는 늘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바로 지금 자신의 뒤에 있었다.
이미 해가 완전히 진 어두운 밤.
몇 번인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관계에 기절했다 깨어난 후 본인의 상태를 알아챈 수현은 드디어 자신의 과오를 깨달았다.
아무리 신이 나 정신이 나갔다 해도, 해도 될 말과 안 될 말이 있었다.
특히 현규에게는.
“형…….”
“응?”
“저기, 이런 말씀 드리기 좀 민망하긴 한데요…….”
“……응. 민망하면 하지 마.”
등 뒤에 찰싹 달라붙은 채 어깨와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있는 현규는 언제나처럼 닥치라는 말을 길게 돌려 했지만, 수현은 이번에도 현규의 말은 전혀 듣지 않았다.
“제가 말실수를 한 건 맞지만, 이제 좀 빼 주시면 안 될까요?”
그거를, 이라며 수현은 기절했다 깬 순간에도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 들어와 있는 성기에 난감해했다.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뒤에서 삽입된 채인 성기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니, 이제 좀 빼 달라는 수현의 요청에도 현규는 단호했다.
“안 돼. 임신이 되게 막고 있는 거야.”
애써 잔뜩 싸 놓은 정액이 흘러내리지 않게, 라는 그의 발언에 수현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말조심하자.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아무리 막고 있어도 발정기가 끝난 후라 임신은 안 될 거예요.”
“모르지. 이번이 첫 발정기라 가능할지.”
“임신할 거라면 벌써 했을걸요.”
발정기 내내 했으니까.
사실 임신이 안 되면 이상할 상황이었다.
그리고 현규 역시 그 의견에는 동의했다.
“그래, 임신이 됐으면 좋겠네…….”
“……임신했으면 좋겠어요?”
“응.”
현규의 지나치게 빠른 답에 놀라 뒤를 돌아보려던 수현은 아찔한 듯 눈을 감았다.
허리를 비트는 바람에 내벽이 눌렸다.
작게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간신히 참으며 다시 정면을 바라본 수현은 고개를 돌리자 뺨에 달라붙어 오는 장미잎들을 털어내려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방 안에 장미 향이 진동하고 있다.
아니, 향이 문제가 아니다. 몸 여기저기에 장미잎이 잔뜩 붙은 채였다.
체액 때문에.
“장미 거추장스럽네요.”
“응. 그래서 이걸 본 순간 내 눈을 의심했지. 네 생각은 아닐 테고…… 대체 누구 아이디어지?”
귀찮은 건 질색인 데다 뭐든 가성비를 따지는 수현이 이런 쓸데없는 짓을 떠올렸을 리는 만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