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7화 (7/189)

7. 드라마 OST(3)

내가 만든 곡이 드라마 OST로 선택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듣고 나니, 일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 버렸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세상이 일순간 정지해 버린 느낌이었다.

그런 나의 반응을 보며 김 PD님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야, 이서준. 너 갑자기 표정이 왜 그래? 괜찮아?”

김 PD님의 걱정 담긴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난 순간적인 패닉 상황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놀라서…….”

“야, 깜짝 놀랐다. 내가 이 바닥에 오래 있었지만, 너처럼 이상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처음이다. 보통 소리를 지르거나 울곤 하는데, 방금 너는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보였어.”

죄송한 말이지만 아직까지 내 정신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 PD님이 내 앞에서 뭐라고 하신다는 건 알았지만, 정확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믿기 힘든 소식이었기에 나는 다시 물어야 했다.

“저, 정말 제 곡이 OST로 뽑혔습니까?”

“그럼 내가 너 놀라게 하려고 몰래카메라라도 찍고 있겠니? 계약서 작성하러 우리 회사 직원이 그쪽으로 갔으니 믿어도 돼.”

방금의 말을 듣고서야 내가 만든 곡이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는 걸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다.

주르륵.

순간적으로 내 뺨에 무엇인가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

“어, 이젠 우네? 너 정말 리액션이 버라이어티하구나. 아주 다채로워. 이제야 실감이 나니?”

김 PD님의 말을 듣고 나는 손으로 내 뺨을 닦았다.

손에 촉촉한 것이 묻어 나오는 것을 보니 그의 말대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나 보다.

그리고 그 순간 내 가슴 속에서 무언가 쑥 하고 올라왔다.

“이게 울 일이 아닌데, 흑…….”

조금 전 눈물을 신호로 나의 북받치던 감정이 그대로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닭똥 같은 눈물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남자가 운다는 놀림은 받기 싫어 필사적으로 막으려 해 봤지만, 그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김용철 PD님은 울고 있는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계셨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니 그제야 어느 정도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

“다 울었어?”

그의 물음에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조금 쪽팔린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저… 방금 제가 울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왜 쪽팔려서?”

“…네.”

“흐흐, 알았다. 비밀로 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너 잘되고 나 잊으면 안 된다.”

“네, 감사합니다.”

“짜식, 웃기는… 너 울다 웃으며 어떻게 되는지 몰라?”

“흐흐, 알지만 오늘은 모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진짜 다 울었나 보군.”

내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걸 확인하자 PD님은 미처 의논하지 못한 일 이야기를 마저 꺼내셨다.

“저쪽에서 가수 섭외부터 녹음까지 우리에게 다 맡기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영환이한테 부탁했다. 네 곡 프로듀싱 좀 맡아 달라고. 어때? 괜찮아?”

‘김영환’이라는 이름이 PD님 입에서 나오자 난 깜짝 놀랐다.

김영환 PD님은 우리 회사 최고의 프로듀서다.

그런 분이 내 노래를 봐주신다는 뜻이니 나로서는 감사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와, 진짭니까?”

“그래. 네 곡이 좋아서 내가 특별히 신경 쓴 거야.”

“진~ 짜 감사합니다. 제가 앞으로 PD님께 더 잘하겠습니다.”

“흐흐 나중에 모른 척하면 죽는다. 그리고 녹음할 때 너도 참여해. 배울 점이 많을 거야. 나중에는 너도 프로듀싱까지 할 줄 알아야지.”

“넵.”

신이 난 나는 큰소리로 답했다.

이제 할 이야기를 다 마쳤는지, 자리에 앉아 있던 김 PD님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런 후 내게 말했다.

“일정 정해지면 알려 줄게. 아마 최대한 빨리 녹음 일정 잡을 거야. 그럼 난 간다. 일해.”

나는 할 말을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에게 묻지 못한 한 가지 질문을 다급히 물었다.

“PD님, 혹시 가수는 정했습니까?”

“섭외 중이야. 왜? 혹시 생각해 둔 가수 있어?”

그의 물음에 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습니다.”

내 말에 그는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누군데?”

“이정희 씨입니다.”

“이정희?”

생각보다 거물급 가수가 내 입에서 나오자 그가 조금 놀라는 듯 보였다.

그 모습에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힘들까요?”

“글쎄… 시간이 맞고, 정희 누나가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긴 한데… 왜 굳이 이정희야?”

이정희를 언급한 내 생각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를 차분히 설명했다.

“여주인공의 캐릭터 때문입니다. 주인공 김서영은 의사죠. 남들이 보기엔 부러운 대상이자 선망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극 속 성격도 매우 지적이고 이성적이라고 보여집니다.”

그 역시 드라마 제작팀에서 보낸 자료를 읽었기에 나의 캐릭터 분석에 동감하는 듯 보였다.

“음… 내가 생각해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나쁘지 않은 거 같아. 그러면 그런 캐릭터의 여주인공이니 이정희의 목소리가 딱 맞다, 뭐 이렇게 되는 거야?”

“네, 맞습니다. 이정희 씨는 보이스 톤 자체가 맑고 단아한 톤입니다. 그런 톤이 주인공 캐릭터의 느낌을 잘 표현해 내지요. 또 그런 목소리로 극적인 감정을 담아 노래한다면, 시청자 입장에는 더 크게 와닿을 거 같습니다. 그러니 이정희 씨가 제일 적합합니다.”

내 이야기를 들은 김 PD님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도 일리가 있네. 알았다. 일단 연결해 볼게. 내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거든. 내가 알기론 미국에 주로 있다고 알고 있으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라. 그땐 다른 가수로 갈 수밖에 없는 회사 사정도 이해해 주고.”

“네, 알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김용철 PD님은 작업실을 빠져나갔다.

* * *

대학교 4학년인 27세 김남호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들어온 후 곧바로 씻었다.

잠시 후 씻고 나온 그는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스마트폰을 찾았다.

이렇게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며 쉬는 것이 그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한 영상.

평소 노래를 좋아하는 그답게 그가 관심을 보인 영상은 유명 노래를 커버한 음악 영상이었다.

“바람의 기억? 에이 이건 함부로 부를 노래가 아니지.”

지금까지 이 노래를 커버한 영상은 많았다.

그러나 여러 번 보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불렀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유명한 음악 너튜버부터 노래 좀 한다는 현역 가수까지 모두 다 보았지만, 그때마다 그가 느낀 솔직한 감정은 실망감이었다.

“엉? 지릴지도 모르니 팬티 준비하라고?”

그의 눈은 어느새 영상 댓글로 가 있었다.

“이건 또 뭐야? 이나얼보다 낫다고? 오랜만에 들어 보는 개소리네… 낚으려고 무리수를 마구마구 던져 대는군.”

일부러 댓글에 낚시성 멘트를 깔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흥미도 생겼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만약 들어 보고 엉망이면 자신 역시 멍청하게 낚인 게 되지만, 그래도 한 번쯤 들어 보고 싶어졌다.

“심심한데 그냥 들어 볼까?”

고민하던 그는 마침내 재생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그리고 곧 그는 영상에 빠져들었다.

영상을 보던 그의 표정이 점점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결국, 영상은 끝이 났다.

그리고 입에서는 저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와… 찢었다. 이 사람 도대체 누구야? 이서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 노래는 정말 한마디로 정리하면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바람의 기억’이란 노래를 이나얼을 제외하고 이렇게 잘 부른 사람은 처음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나얼보다 낫다고 평가한 댓글도 어느 정도 공감되었다.

예상 밖의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그때, 자신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여자 친구한테서 전화가 온 것이다.

두 사람이 데이트하고 헤어진 지 2시간이 조금 넘었을 때였다.

“여보세요?”

[오빠 뭐 해?]

“침대에 누워 폰 보고 있었어. 근데 혜지야, 나 방금 대박 영상 봤다.”

[뭐 봤길래 그래?]

여자 친구의 물음에 김남호는 신이 나서 설명했다.

“이나얼의 바람의 기억을 누가 커버한 영상이야. 근데 노래가 미쳤다. 찐으로 완전 미쳤어.”

[정말? 그 정도로 좋아?]

“무엇을 상상하던 네 예상 그 이상일 거야. 나 지금 바로 노래방 가서 이렇게 부르고 싶어.”

그의 말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아까 노래방 갔잖아. 그리고 오빠가 어떻게 그 노래 불러? 맨날 음이탈 나면서.]

“이건 음이탈이 중요한 게 아니야. 아, 혹시 너도 볼래? 내가 링크해서 보내 줄까?”

[오빠가 그렇게 극찬하니 나도 궁금하긴 하네. 좋아 보내 줘.]

“오케이, 알았어.”

전화를 끊은 그는 서둘러 자신이 본 영상을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김남호의 여자 친구 이혜지는, 자신의 남자 친구가 링크해 준 영상을 확인한 후 곧바로 보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여동생인 이예지가 그녀의 방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언니 뭐 해?”

“오빠가 영상 하나 보라고 보내서 그거 보려고.”

“무슨 영상인데 보내기까지 해? 혹시 저번처럼 사람들끼리 치고받으며 피 흘리던 격투기 영상 아니야? 그 오빠 그런 거 좋아하잖아.”

동생의 말에 이혜지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이번에는 그거 아니야. 그냥 노래 영상이야.”

“노래? 무슨 노래?”

원래 가수가 꿈인 그녀의 동생은, 노래라는 단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나얼의 바람의 기억 부른 영상. 오빠 말로는 그대로 찢었단다.”

“그 노래를 찢었다고? 에이, 그건 불가능해.”

“오빠 말로는 그렇다는데… 궁금하면 너도 같이 볼래?”

“좋아.”

그렇게 두 사람은 사이좋게 누워서 함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넋이 나가 있던 동생은 언니에게 황급히 말했다.

“언니, 이거 나한테도 보내 줘.”

“왜?”

“내 친구들한테 보내 주게. 이건 솔직히 나만 봐선 안 돼. 수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해.”

“그게 무슨 쓸데없는 짓이야? 그냥 우리만 재밌게 보면 되지, 귀찮게 왜 남에게 넘겨.”

그러나 그녀의 동생은 언니 이혜지와 생각이 완전 달랐다.

그녀는 매우 진지한 얼굴로 언니에게 말했다.

“이런 훌륭한 가수가 계속 언더에만 있어야 되겠어? 잘하는 사람이니 빨리 빛을 보게 만들어야지. 밝은 지상으로 올라와 좋은 노래 많이 부르도록 말이야.”

“계집애, 아주 작정하고 방정을 떠네. 그냥 네가 그 사람 매니저로 나서지 그래?”

“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언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빨리 보내 줘. 어서~”

“알았으니 보채지 마.”

이혜지는 동생의 재촉에 서둘러 영상을 동생 이예지에게 보냈다.

그리고 이예지는 언니에게 영상을 받자마자 그 즉시 자신의 친구들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DM으로 반드시 들어 보라는 멘트도 함께 첨부했다.

이서준이 부른 ‘바람의 기억’은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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