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1화 (11/189)

11. 걸그룹 타이틀곡 도전하기(2)

녀석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열심히 자기 할 말만 떠들어 대고 있었다.

“우리 회사 말고 그런 음악 하는 기획사 많잖아요?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잘하면 그런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로 가는 게 서준이한테도 더 나은 선택이 아닌가요?”

“네가 뭔데 서준이 보고 다른 회사로 가라 마라 함부로 말하는 거야? 넌 네 일이나 잘해.”

듣고 있던 은진 누나가 드디어 뚜껑이 열렸는지 본격적으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내가 얼른 누나를 말렸다.

“아이고 우리 누님, 술 많이 약해지셨네요. 이 정도로 마시고 취하시다니 정말 의외입니다. 저랑 잠시 밖에 나가서 찬바람 맞으며 술이나 깰까요?”

난 일단 누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달랠 생각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화가 난 누나는, 그런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권을 향해 계속 불같이 화를 냈다.

“야, 너 뚫린 입이라고 아무렇게나 말해도 되는 거 아니야, 알겠어? 네가 뭐가 그리 잘났다고 다른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평가해? 너 그러는 거 아니야. 그건 매우 잘못된 거라고!”

그동안 속에 담고 있었던 것이 있는지 누나는 제법 격하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평소 다른 사람에게도 저렇게 말해 사고를 친 적 있단 말을 듣기 했는데, 누나 역시 참고 있었던 모양이다.

누나가 이렇게 크게 화가 났으면 저 녀석이라도 조용히 입을 닥치고 있어야 소란이 잠잠해질 텐데, 녀석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며 누나의 화를 돋우고 있었다.

작곡팀에서 제일 인정받는 은진 누나라 대놓고 대들지는 못하지만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입이 잠시도 쉬질 않으며 따박따박 말대답을 늘어놓았다.

“아니 제가 뭐라고 했다고 그렇게 화내세요? 그리고 제가 뭐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음악판이 어떤 곳입니까? 정글과 같이 살벌한 곳이 바로 이 세계 아닙니까? 그런 험한 곳에서 살아가려면, 자신과 어울리는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더 좋을 거 같다고 조언한 게 뭐가 그리 잘못입니까?”

“그래 잘못이다. 네가 뭘 안다고 남에게 함부로 조언해? 그리고 뭐, 그렇고 그런 음악? 너 예전 선배님들이 했던 포크 음악이 그렇게 우습게 보여? 그분들이 얼마나 음악을 잘하는데 너 따위가 함부로 그딴 말을 내뱉어? 너 당장 그 말 취소하고 그분들에게 엎드리고 사과해야 할 정도의 큰 잘못이야. 알겠어?”

회식 분위기가 점점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제임스 저 자식도 지치지도 않고 계속 말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더 엉망이 될 거 같다는 판단이 들지 않았다면 내 손으로 저 녀석의 입을 강제로 틀어막고 떠들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러다가 결국 내 이성의 끈도 저 녀석의 함부로 내뱉는 말 덕분에 제대로 끊어졌다.

녀석도 누나와의 언쟁이 답답했는지 혼자 중얼거리며 말했다.

“아, 은진 누나도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정말 답답하네. 누나가 제대로 공부한 정통파 뮤지션이 아니라서 대화가 안 되는 건가?”

뚜욱.

참고로 지금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난 것은 내 이성의 끈이 끊어지면서 나는 소리였다.

나도 완전히 제대로 뚜껑이 열려 버린 것이다.

날 건드리는 것은 그나마 참고 견딜 수 있었는데, 은진 누나에게도 이렇게 네가지 없게 나온다면 나도 이대로 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상기된 얼굴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녀석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사람들은 나의 돌발행동에 모두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녀석도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한 얼굴로 내가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털썩.

녀석의 바로 맞은편 의자에 앉은 나는 녀석을 향해 제안했다.

“나랑 내기하자.”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화난 표정이라 그런지 약간 겁을 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내가 JYK에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그 결과를 걸고 내기를 하자고. 마침 좋은 내기 거리가 있으니 잘 활용해야지.”

가만히 앉아 눈알을 굴리는 모습을 보니 내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꺼냈는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자세히 설명해 줄 테니 쓸데없이 안 좋은 머리 굴릴 필요가 없어 이 싸가지야.’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이번에 워너비 걸즈 타이틀곡 공모전에 곡을 낼 생각이거든. 만약에 말이야. 내 곡이 타이틀곡 공모전에 뽑힌다면 그땐 네가 오늘 나를 위해 해 줬다는 충고가 모두 개소리가 되는 거잖아. 내 말 맞지?”

나의 거친 말에 녀석도 기분이 상하는 듯 보였다.

물론 신경 쓸 마음도 없었기에 녀석의 반응 따위는 상관하지 않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오늘 네가 나에게 한 말은 모두 틀린 말이 되니 내게 제대로 사과해야 하는 거야. 그것도 맞지?”

내 도발에 녀석의 얼굴에도 비웃음이 떠올랐다.

“드라마 OST 하나 뽑혔다고 아주 기고만장해졌네? 근데 어쩌지? 네가 이번 타이틀곡 공모전에서 뽑히고 싶은 모양인데… 나도 곡을 낼 생각이거든. 네가 뽑히려면 나를 이겨야 할 텐데… 그것부터 가능할까?”

도발에는 도발로 받아 주는 것이 예의겠지?

“쓸데없는 말이 참 많네. 쫄리냐? 그럼 돌려 말하지 말고 쫄려서 내기하기 싫다고 솔직히 말하면 돼.”

“뭐?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좋아, 내기하자. 지고 나서 후회해도 이젠 늦은 거야.”

이렇게 두 사람 간의 내기는 성립이 되었다.

그럼 다음으로 구체적인 규칙을 읊어 줄 차례였다.

“내기의 승패는 타이틀곡에 선정되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하자. 그리고 이기는 사람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걸 보상으로 정하고. 어때? 콜?”

녀석은 웃으며 끝까지 도발했다.

“후후, 콜. 근데 내가 만약 소원으로 회사를 나가라고 하면 그땐 어쩌려고 그런 무모한 보상을 걸어?”

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상관없어. 만약 네가 이긴다면 네 조언이 맞았다는 말이 되니까 내 주제에 맞는 옛날 포크 음악 전문 회사를 찾아보던가 아니면 잘하지도 못하는 작곡 일 때려치우면 돼. 그러니 고맙게도 나를 걱정해 줄 필요는 조금도 없어.”

“오, 세게 나오는데… 좋아, 내기는 성립되었으니 나중에 딴말하는 불상사만 생기질 않길 바랄게.”

“걱정도 더럽게 많네. 너나 말 바꾸지 마.”

이 말을 끝으로 회식 자리에 발생한 소동은 일단 마무리되었다.

녀석은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기가 뭐 했는지 나와의 내기 성립 후 펍을 그대로 나가 버렸다.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몇 잔의 술이 오가자 다시 회식 자리 분위기는 괜찮아졌다.

은진 누나는 맥주를 마시는 내게로 다가와 놀리는 얼굴로 말했다.

“와, 우리 서준이 화내니 정말 무섭네. 내가 평소에 너한테 잘못한 건 없지? 있으면 지금 말해. 나중에 지금처럼 무섭게 화내지 말고.”

성격 좋은 누나는 화가 난 내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한 장난을 시작했다.

그런 누나의 노력 덕분에 난 곧바로 웃을 수 있었다.

“후후, 아직은 없어요. 그래도 조심하세요. 봤죠? 저 화나면 무서운 사람입니다.”

“엄마야, 무서워라.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겁주지 마세요. 흑흑.”

누나의 귀여운 재롱에 회식 자리 분위기는 다행히 원래대로 돌아갔다.

하긴 분란을 일으키던 유일한 반동분자 한 놈이 빠졌으니 분위기가 다시 좋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웃으며 술잔을 나누다가 문득 누나가 궁금해졌는지 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근데 만약에 말이야. 네가 제임스 권에게 이기면 뭘 시킬 거야? 혹시 생각해 둔 거라도 있어?”

“있어요.”

“뭔데?”

누나의 이어진 질문에 나는 역으로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누나 제임스 권은 한국 사람이에요? 아니면 미국 사람이에요?”

“야, 질문은 내가 했잖아.”

“대답에 관련 있는 질문이에요.”

“그래? 음… 법률적으로는 미국 사람이잖아. 그러면 미국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안 그래?”

“제 생각에도 미국 사람 같아요. 그래서 만약 제가 이기면 제임스 권에게 이렇게 말할 거에요.”

“어떻게?”

궁금한 눈으로 날 쳐다보는 누나에게 난 준비했던 말을 던졌다.

“양키, 고 홈.”

내 대답을 들은 누나는 놀라며 웃기 시작했다.

“뭐? 야, 그게 뭐야? 하하하.”

왜 웃지?

별론가?

참고로 난 지금 아주 진지한 상태였다.

그래서 누나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 *

펍에서 나와 대리기사를 부른 제임스 권은 차 뒷좌석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빠, 내가 부탁한 건 준비됐어?”

그가 전화를 건 대상은 자신의 아빠였다.

[작곡 잘하는 녀석을 더 붙여 달라는 말? 물론 준비하고 있지. 근데 전에 함께 일한 녀석들로는 부족해? 걔들도 정말 잘하는 녀석들인데…….]

“걔들은 한계가 있어. 잘하긴 하는데, 거기까지가 한계야. 문제는 그것보다 더 잘해야 먹힌다는 사실이지. 내가 이번에 작업한 곡 아쉬운 결과 나온 거 아빤 몰라?”

[하긴 그렇지. 하지만 곡이란 게 그렇게 숫자처럼 계산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리고 요즘같이 경쟁이 심한 시대에 그 정도 나온 것도 정말 대단한 거야.]

제임스 권은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충고를 늘어놓는 아빠에게 버럭 화를 냈다.

“대단한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내가 잘되어야 아빠가 평소에 주장하는 대로 아빠 회사를 내 손으로 더 키울 거 아니야? 근데 아빠는 그딴 소리나 해? 진짜 이럴 거야?”

제임스 권의 아버지 권선동은 아들이 불같이 화를 내자 일단 달래기 시작했다.

[동섭아, 화내지 말고…….]

“제임스! 제임스라고 불러!”

제임스 권은 자신의 아빠가 자신이 싫어하는 본명으로 부르자 버럭 화를 냈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아들이 자신의 촌스러운 이름을 싫어한다는 것을 잠시 잊은 그의 아빠는 서둘러 호칭을 바꾸어야 했다.

[그, 그래, 제임스. 내가 알아들었으니 염려하지 마. 회사에서 수소문 하고 있었으니 내일이라도 당장 좋은 녀석을 데리고 갈 거야.]

“…그래 알았으니 서둘러 줘.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그래, 알겠어.]

아빠와의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제임스 권의 차는 자신만의 작업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작업하지 않고 개인 작업실에서 주로 작업을 하였는데, 지금 그의 작업실에는 그가 내주고 나간 숙제 때문에 한창 일에 열중하고 있을 것이다.

“질 수 없어. 이번에 제대로 본때를 보여 줘야 해.”

회식 자리에 있던 다툼도 사실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본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인정하고 사과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 이유는 자신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최근 그의 심기는 매우 불편했다.

회사 내 유일한 밴드인 데이블랙의 타이틀곡을 직접 작곡하고 손수 프로듀싱을 맡을 때까지만 해도 하늘을 날아갈 거 같이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발표 후 성과가 기대에 너무 못 미쳤다.

처음 발매를 할 때만 해도 대박이 나 사람들이 자신의 곡을 듣고 환호할 것 같은 부푼 꿈을 꾸었지만, 결과는 그저 그랬을 뿐이다.

나쁘다고 말하기도 뭐하고 성공했다고 말하기에도 힘든 그런 어정쩡한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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