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3화 (13/189)

13. 걸그룹 타이틀곡 도전하기(4)

김진영은 다음으로 최종 후보에 오른 곡을 작곡한 작곡가의 프로필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곧 깜짝 놀라는 얼굴로 말했다.

“이번에는 전혀 의외의 인물이네요. 이서준이 누구죠? 알 것 같기는 한 이름인데… 생각이 날 듯 날 듯 하면서 잘 안 나네요.”

김진영은 이서준이 누군지 생각해 내기 위해 얼굴을 찡그린 상태였다.

그런 김진영을 위해 옆에 앉아 있던 홍보실장이 입을 열었다.

“1년 전에 열린 우리 회사 작곡가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회사에 들어온 작곡가입니다. 작년 선발 회의에서 대표님 혼자 뽑자고 주장한 곡을 낸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물론 대표팀을 제외한 모두는 반대했고요.”

김진영은 홍보실장의 설명이 더해지자 그제야 이서준이 누군지 생각이 났다.

“아, 맞아요. 제가 솔직히 뽑자고 우겼죠. 여러분들은 반대했고요. 하하, 이제야 기억나요. 그때 그 친구군요.”

김진영의 솔직한 고백에 홍보실장은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네, 강하게 우기셨죠. 분명 가능성이 보인다면서. 결과적으로는 대표님 말이 맞았네요.”

이서준은 모르고 있던 이서준과 김진영의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김진영은 굉장히 흥미롭다는 눈길로 그의 프로필을 읽고 있었다.

“오, ‘사랑이 끝나다’도 이 친구 작품이네요. 오늘 출근할 때 차에서 들은 노랜데 정말 좋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공모전에서도 최종 후보에 뽑히다니… 후후,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좀 있네요.”

그는 스스로가 대견한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김진영은 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한 가지를 제안을 던졌다.

“세 곡이 최종 후보곡인데, 그냥 지금 바로 투표해서 한 곡을 떨어뜨리는 것이 어떨까요? 왠지 투표하면 바로 한 곡을 추려 낼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런 제안을 해 봅니다.”

사람들은 그의 돌발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투표 결과 외부 작곡가에게 받은 후보곡이 바로 탈락되었다.

세 곡 중 떨어뜨릴 한 곡을 고르라는 물음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몰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타이틀곡 공모전에는 운명의 장난처럼 이서준과 제임스 권의 곡이 최종 후보곡으로 경쟁하게 되어 버렸다.

그때 기획실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최종 선정에 앞서 프레젠테이션을 보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의외의 단어에 김진영이 반문했다.

“프레젠테이션요?”

“네. 제임스 권이 자신의 곡을 어떻게 기획하려고 생각하며 만들었는지 기회가 되면 소개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제가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을 들어 보는 것이 곡 선정에도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노래도 중요하지만, 그 노래에 어떤 옷을 입힐지도 매우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의 제안을 들은 김진영은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잠시 고민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뭐, 나쁘지 않은 생각 같네요. 노래만 들었을 때랑 노래에 기획이 더해지는 것은 분명 다르죠. 기획까지 들으면 노래가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니까 이곳에 있는 분들이 판단하는 데도 분명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그의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기획실장은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그럼 제가 제임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라고 일러 두겠습니다.”

“네, 그리고 이서준 작곡가에게도 전달해 주세요.”

“네, 알겠… 네?”

자신의 말을 듣고 놀라는 기획실장의 얼굴을 보고 김진영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그는 기획실장이 자신의 말을 듣고 놀라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놀라세요?”

“아, 아니 지금 방금 대표님께서 이서준 작곡가에게도 전달하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네, 분명 제가 그렇게 말했죠.”

기획실장은 이상하게 당황한 듯 땀까지 흘리며 말을 이었다.

“전 분명 제임스 권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의 말에 김진영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분명 제임스 권만 말씀하셨어요.”

“근데 왜 이서준 작곡가에게도 전달하라고 하시는 겁니까?”

그제야 그가 놀란 이유를 알게 된 김진영은 웃으며 설명했다.

“아, 그래서 놀라셨구나… 제가 이서준 작곡가에게도 전달하라고 한 것은 그 역시 자신의 노래를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설명할 기회를 줘야 공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의 생각을 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 사람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개인적으로 흥미가 생겼거든요.”

웃으며 말하는 김진영의 얼굴을 기획실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 * *

나는 김용철 PD님으로부터 내가 만든 곡이 최종 후보에 올랐고, 마지막 선정 투표에 앞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PD님은 내가 갑자기 이야기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지 물으셨다.

“음… 저 할 수 있어요. 사실 내심 바라는 바이기도 하고요.”

내 대답을 들은 PD님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 떨리지 않아? 우리 서준이 생각보다 담이 세구나. 아주 상남자야, 상남자. 하하하.”

제의를 듣자마자 하겠다고 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드시는지 PD님은 크게 웃으셨다.

그리고 웃음을 그친 후 다시 물으셨다.

“근데 프레젠테이션 때 말할 내용은 있어? 만약 아무것도 없어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면 시간이 부족할지도 몰라. 그러면 내가 시간을 더 달라고 말해 볼게. 당장 내일 발표해야 하는데, 그럼 하루 24시간도 안 남은 거잖아.”

그의 걱정에 나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미리 생각해 둔 게 있어요. 사실 노래를 만들 때부터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이 있거든요. 그걸 정리해서 말하면 돼요.”

“그래? 오, 이젠 아주 듬직하기까지 해. 우리 서준 작곡가님, 아주 크게 될 분이야. 하하하.”

“제가 잘되면 PD님 잘 챙길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뭐? 하하하. 이제 이런 농담도 하고… 많이 컸네, 우리 이서준. 하하하.”

“제가 원래부터 키는 컸잖아요.”

“그렇지, 원래부터 키는 컸지. 하하하.”

김용철 PD님은 뭐가 그렇게 웃긴지 한참을 그렇게 웃다가 작업실을 빠져나가셨다.

* * *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날이 밝았다.

나는 시간에 맞춰 프레젠테이션할 장소인 대회의실 앞으로 향했다.

대회의실 앞에는 제임스 권이 먼저 와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옆에 선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말뿐인 녀석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능력이 있네. 네가 만든 곡이 최종 후보곡에도 오르고 말이야. 근데 어쩌냐? 이렇게 될 듯하다가 떨어지면 더 가슴이 아플 거 아니야? 차라리 처음부터 떨어졌으면 기대도 하지 않았을 테고, 그러면 덜 아플 텐데… 괜찮겠어?”

얼굴을 보자마자 시비를 거는 제임스 권을 보며 나 역시 그의 속을 긁어 대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야? 난 처음부터 내 곡이 뽑힐 줄 알았어. 그러니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지. 그렇게 말하는 것 보니까 네가 의외인 모양이네. 지금 무척 떨리지? 긴장하지 말고 잘해. 그래야 어떻게 역전이라도 노려 볼 수 있을 테니까.”

내 말을 듣고 미소를 짓는 녀석이다.

그러나 말발은 제법 먹혔나 보다.

웃는 볼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니 대미지가 분명 있었다.

“오, 아주 자신만만하시네. 뭐 믿는 구석이라도 있어? 뭘 믿고 그렇게 까부는 거야?”

“그야 내 실력을 믿지. 그러니 너나 잘해. 상대가 너라서 나 너무 싱거운 싸움이 될까 봐 걱정되니까 정말 정말 잘하라고. 알겠어?”

유치한 말싸움은 아무래도 내가 이긴 것 같다.

제임스 권의 얼굴에는 어느새 여유로운 미소가 사라지고 없었다.

“너, 너 건방지게 지금 누구 앞에서 주둥아리 함부로 놀리는 거야? 너 진짜…….”

부들부들 떨면서 말하던 그의 항변은 아쉽게도 중단되어야 했다.

때마침 회의실 문이 열리며 우리를 안내할 사람이 나왔기 때문이다.

“두 분 들어오십시오.”

안내를 받은 나는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물론 그런 내 뒤로 아직도 부들거리는 제임스 권이 뒤따라 움직였다.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제야 여유를 갖고 안을 찬찬히 살펴보니 약 15명 정도 되는 사람이 대회의실 안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 중 한가운데 자리에는 우리 회사의 대표인 가수 김진영이 앉아 있었다.

그는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회사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두 작곡가를 보게 되어 너무 기쁘네요. 자 그럼 시간이 없는 상황이라 바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두 분 괜찮아요?”

“네.”

“네.”

그의 물음에 나와 제임스 권은 괜찮다는 대답을 건넸다.

프레젠테이션의 시작은 제임스 권이 먼저였다.

그는 재수 없는 얼굴에 재수 없는 표정까지 더하며 앞에서 꼴 보기 싫은 모습으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제가 준비한 곡은 세계적인 추세에 맞춘 팝 장르의 댄스곡입니다. 작년 세계 음악 시장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빌러 아일라쉬의 한 해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녀의 음악이 세계적인 기준이 된 것이죠. 전 이러한 트렌드에 어울리는 곡으로 타이틀곡을 준비했습니다.”

길고 긴 녀석의 설명을 정리하면 작년에 세계적으로 히트한 빌러 아일라쉬의 곡과 비슷한 곡을 만들어 왔다는 소리였다.

그걸 듣고 내가 든 생각은 딱 한 가지밖에 없었다.

‘결국, 자기가 만든 노래는 흉내에 불과하다는 자백 아니야?’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므로 아주 개성 있는 의상과 춤으로 마치 클럽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게 뮤직비디오를 찍는다면 분명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상으로 제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제임스 권의 길고 긴 설명이 그제야 끝이 났다.

그리고 다시 김진영이 마이크를 잡았다.

“내가 코멘트를 하는 것은 공정한 투표에 방해가 될 거 같아서 말은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일단 참으세요. 이서준 작곡가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난 뒤 곧바로 투표를 진행하고 다음으로 하고 싶었지만 참고 있던 말들을 꺼내 보도록 하죠. 어때요? 괜찮죠?”

그의 이야기에 회의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내 차례가 되었기에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앞으로 향했다.

대형 스크린 앞에 서니 내가 준비했던 ppt 자료가 화면에 나타났다.

이제 발표를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이다.

혼자 작게 심호흡을 두세 번 한 후 나는 발표를 시작했다.

“제가 곡을 쓸 때 머릿속에 떠올린 것은 바로 워너비 걸즈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는 이런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녀들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뭘까? 그녀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음악적 옷은 과연 어떤 색깔과 모양의 옷일까? 전 그게 그녀들이 부를 타이틀곡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만든 노래는 빠른 템포의 댄스곡이다.

기본적인 리듬은 힙합 리듬을 따랐고, 격렬한 락 음악을 군데군데 많이 배치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람들이 보고 놀랄 정도의 퍼포먼스를 가미할 수 있는 신나는 곡을 썼다는 말이다.

내가 그런 곡이 워너비 걸즈에게 잘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했던 이유는 워너비 걸즈 멤버들의 장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워너비 걸즈의 다섯 멤버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큰 특징 하나가 보인다.

타그룹과 단순 비교하면 메인 댄서 포지션을 맡을 만한 출중한 댄스 실력을 가진 멤버가 무려 3명이나 포진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워너비 걸즈가 퍼포먼스를 통해 매력을 분출할 만한 좋은 무기를 이미 3개나 들고 있다는 말이 된다.

워너비 걸즈의 데뷔곡이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이유도 색다른 리듬의 음악에 그녀들의 퍼포먼스가 제대로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들의 두 번째, 세 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곡은 왜 첫 곡과 비교해서 아쉬운 성적을 남겼을까?

난 그 이유를 그녀들과 어울리지 않는 곡 선정에 있다고 봤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곡은 퍼포먼스를 강조하기보다는 트렌디한 음악적 감성을 잘 살리는 느낌으로 가야 하는 곡들이었는데, 아무래도 춤이 과한 워너비 걸즈와 조화를 이루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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