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20화 (20/189)

20. 대박 행진

스마트폰 화면 속에는 워너비 걸즈 다섯 명이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약간 긴장한 듯 보이는 표정의 워너비 걸즈처럼 지금 이 화면을 보고 있는 김지현과 그의 친구 3명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가득 자리하고 있었다.

드디어 음악이 시작되었다.

워너비 걸즈의 전 노래들과 사뭇 다른 강력한 전자 악기 사운드가 처음부터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음악과 동시에 시작된 그녀들의 춤.

강렬한 인상의 노래와 너무 잘 어울리는 역동적인 춤 동작이 워너비 걸즈 다섯 명의 몸을 통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머!”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워너비 걸즈의 쇼케이스 장면을 보게 된 최효주는, 멋진 사운드와 함께 시작된 그녀들의 춤에 심장이 멈추는 듯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놀랄 때 나오는 감탄사를 내뱉은 것이다.

“쉿!”

김지현은 엄중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다시 한번 쇼케이스 감상을 방해한다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이 담긴 살벌한 눈빛과 함께였다.

1학년 3반의 알아주는 워너비 걸즈 덕후 2명이 김지현과 비슷한 눈빛을 최효주에게 보내고 있었다.

최효주는 곧바로 자신을 노려보는 친구들을 향해 사과의 눈빛을 보냈다.

살벌한 눈빛을 보내는 친구들 때문이 아니라 자신 역시 덕질 중인 덕후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무례한 짓인지 잘 알고 있었다.

덕질에도 불문율이 있었으니 그것은 쇼케이스 도중에는 아무리 타 가수 팬이라도 보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수들이 힘들게 준비한 쇼케이스만큼은 적어도 신성스러운 행사로 봐야 한다는 것이 덕질 중인 팬들의 공감대였던 것이다.

그런 덕질의 관행에 따르면 방금 최효주의 행동은 쇼케이스 중에는 절대 하지 말아야 금지 행동이었다.

최효주 스스로 그걸 알기에 두말하지 않고 사과의 눈빛부터 보낸 것이다.

잠깐의 소동이 끝난 후 여학생들은 다시 집중해서 워너비 걸즈의 노래와 춤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렇게 4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드디어 노래가 끝이 났다.

쇼케이스 무대가 끝이 난 것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네 명의 여학생들은 고개를 돌려 눈을 맞췄다.

“이 분위기 그대로 뮤비도 달릴까?”

김지현의 물음에 나머지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들 중에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는 최효주의 모습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그 분위기 그대로 뮤직비디오도 달렸다.

워너비 걸즈의 뮤직비디오도 독특하고 좋았다.

워너비 걸즈의 이번 타이틀곡 ‘놀자’의 가사 내용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해 워너비 걸즈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왠지 모르게 보는 사람에게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했다.

공부에 치여 우울한 10대 소녀,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무릎 나온 운동복의 고시생, 열심히 일한다고 밤낮을 잊은 우리네 아버지, 그리고 집안일이며 바깥일까지 힘들지만 모두 해내는 슈퍼우먼 같은 우리의 엄마들까지 모두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 눈물이 날 거 같은 명장면이었다.

뮤비를 다 보고 난 후 최효주는 김지현 외 2명의 친구들에게 먼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약 20분 전에 철없이 나불거렸던 나 자신이 스스로 너무 부끄럽다. 진짜를 몰라보고 까불었던 내 과거를 용서해 다오. 정말 미안하다.”

그녀의 진정성 가득한 사과를 받는 3명의 워너비 걸즈 팬들은 승자의 미소를 지은 채 너그러운 마음으로 철없던 친구를 용서했다.

“괜찮아, 친구.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야. 중요한 건 우리 효주처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고쳐 나가려는 용기지.”

김지현은 은근슬쩍 최효주에게 그녀의 팬심이 혹시 변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던졌다.

“자, 다음 주에 우리 언니들 사인회가 있는데… 혹시 우리와 함께 움직일 생각이 있어?”

김지현의 물음을 들은 최효주는 뭔가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비록 지조 없는 이 몸을 받아 준다면 너희와 함께 워너비 걸즈 언니들을 위해 이 한 몸 희생할 각오는 되어 있다네. 이런 나라도… 받아 줄 텐가?”

여기저기 본진을 옮겨 다니며 철새처럼 덕질했던 부끄러운 과거 때문에 최효주는 자신 없는 태도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김지현은 그런 친구의 손을 거칠게 잡아 주면서 온몸으로 그녀를 받아 주었다.

“다시 한번 반복해서 말하지만 괜찮아, 친구. 지나간 부끄러운 과거는 흘러간 강물처럼 이젠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야. 하지만 우리에겐 지난 과거보다 더 밝게 빛날 아름다운 미래가 있잖아. 이제 앞으로 워너비 걸즈 언니들을 위한다는 마음만 변치 말고 언니들을 위해 열심히 달려면 돼.”

“고마워 친구.”

이로써 워너비 걸즈는 열심히 한 쇼케이스 덕분에 다른 가수 팬 한 명을 워너비 걸즈의 팬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 * *

쇼케이스를 마친 현장.

격렬한 춤 동작을 소화한 워너비 걸즈 멤버들은 힘이 들었는지 대기실에서 거친 숨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들을 응원하러 찾아온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이번 노래의 작곡자이자 프로듀서로 활약한 이서준이었다.

총괄 프로듀서이긴 했지만, 실제 쇼케이스에서는 자신이 할 일이 없었으므로 조용히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오빠!”

워너비 걸즈 멤버들은 대기실로 찾아온 이서준을 반갑게 맞았다.

이번에 함께 작업하면서 어느새 의지하게 될 정도로 가까워졌다.

“오늘 우리 어땠어요?”

막내 연아의 물음에 이서준은 흥분한 표정으로 엄지를 들어 올렸다.

“거짓말 0.1%도 보태지 않고 그냥 본 대로 말하는 거야. 오늘 정말 최고였어. 보고 나니 너희 모두 무대에서 더 잘하는구나 하는 이런 생각밖에 안 들더라. 어떻게 연습 때보다 더 잘하니?”

실제로 최고의 호흡을 보여 준 그녀들이기에 이서준의 찬사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목마르지? 내가 음료수 좀 사 가지고 올게. 잠시만 기다려.”

무대를 방금 마친 후라 그녀들이 목이 마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이서준은, 그 말을 던지고 대기실 밖으로 황급히 사라졌다.

그런 그의 모습에 연아는 웃으며 다른 멤버들에게 물었다.

“서준 오빠 잘생긴 거 맞죠?”

그녀의 물음에 맏언니 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생긴 거 맞아. 근데 신기한 건 보면 볼수록 잘생겨 보인다는 거야. 너희는 안 그래?”

“내가 보기에도 그래. 오빠 진짜 잘생겼어.”

다른 멤버들의 확인에 연아는 자신의 눈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난 또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갑자기 오빠가 막 잘생겨 보이는 거예요. 처음 볼 때부터 잘생긴 건 알았지만, 진짜 잘생겼다는 생각은 최근에 더 강하게 들더라고요. 그리고 방금도 진짜 잘생겨 보였어요.”

연아의 말에 팀에서 4차원을 맡고 있는 채원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너 오빠 좋아하는 거 아냐? 우리 엄마 아빠도 그렇게 사랑을 시작했다고 하던데…….”

약간 놀림의 의지가 담긴 물음이었지만, 막내 연아는 당당한 태도로 맞섰다.

“그럴 수도 있죠. 아니다, 그냥 오늘 제대로 선언할게요. 저 연아는 오늘부터 서준 오빠 짝사랑하기로 합니다. 물론 워너비 걸즈의 팬들이 1번이니 진짜 좋아한다며 따라다니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10대 소녀의 흔하디흔한 짝사랑일 뿐입니다.”

그녀의 용기 있는 선언에 가만히 있던 맏언니 레아가 동생들에게 물었다.

“그럼 성인인 나는 오빠랑 연애해도 되나? 계약서에 있는 연애 금지령 내년이면 풀리는데 그때가 되면 나 막 대시해도 돼?”

연이은 레아의 돌발 발언에 막내 연아가 발끈하며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리더인 예빈이 치고 나왔다.

“언니 우리 페어플레이해요.”

“뭐? 너도?”

레아의 물음에 예빈이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워너비 걸즈 전원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이서준이었다.

* * *

태풍.

태풍은 사전적 의미로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 중에서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17m/s 이상으로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는 자연현상을 말한다.

‘태풍이 분다’라는 말은 강한 비바람 때문에 태풍이 영향을 미치는 장소를 초토화시킨다는 자연현상을 사회적으로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할 때 비유적 의미로 많이 사용하긴 한다.

올해 여름 가요계에도 큰 태풍이 불었다.

진원지는 바로 JYK의 차세대 걸그룹 워너비 걸즈였다.

워너비 걸즈의 ‘놀자’는 태풍과 같이 팬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발매 즉시 음원 사이트 1위에 올라서더니, 요즘 보기 힘든 장기 집권을 이루어 냈다.

무려 한 달 가까이 음원 사이트 최상위권 순위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이 찍은 뮤직비디오는 K팝 역사상 최단 기간 1억 뷰를 넘는 경이적인 기록을 낳게 된다.

그리고 걸그룹 파워 랭킹에서도 워너비 걸즈가 처음으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마디로 올해 가요계는 워너비 걸즈의 천하가 된 것이다.

워너비 걸즈의 ‘놀자’를 향한 뜨거운 관심은 원곡자인 이서준에 관한 관심으로 번져 갔다.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 과연 ‘놀자’를 만든 이서준이 누구냐 하는 물음이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그가 올해 최고 화제 드라마 ‘의사 김서영’에서 주인공의 테마곡으로 쓰인 ‘사랑이 끝나다’라는 곡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현장에서의 그에 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발 빠른 몇몇 기획사 사장들은 자신의 회사 가수에게 그의 곡을 받아 주기 위해 이서준의 신상에 대해 자세히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가 JYK 소속 작곡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들은 좌절을 겪게 된다.

JYK라는 이름은 그들이 뛰어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한탄했다.

“도대체 JYK는 얼마나 커지려고 그런 괴물 작곡가까지 발굴한 거야?”

물론 부러움이 가득 담긴 한탄이었다.

한탄의 주인공인 나는 지금 내 작업실에서 열심히 곡 작업 중이다.

영감은 불현듯 떠오른다고 했던가?

나 역시 최근 의외의 장소에서 내가 부를 노래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이불을 빤 지 너무 오래된 거 같아 냄새나는 이불을 싸 들고 빨래방으로 향했다.

거대한 세탁기에 이불을 집어넣고 그저 멍하니 세탁기를 바라볼 때였다.

그때 불현듯 내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나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갑자기 든 의문이었다.

그리고 이 의문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의문은 노래로 바뀌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가 가제로 ‘빨래방’이었다.

빨래방에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멍하니 앉아 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곡이었다.

♪♬♪

나는 지금 열심히 만들어진 곡을 통기타로 연주하고 있었다.

어느덧 50% 이상 완성된 곡이었다.

가사부터 썼고 이제 기본 코드 위에 멜로디까지 완성이 된 상태였다.

여기에 편곡만 더해지면 하나의 곡이 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좋은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좋은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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