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22화 (22/189)

22. 즉흥 음악회

쓰리타임즈는 지금까지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의 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다.

데뷔곡부터 대중들에게 사랑받기 시작했고, 그 뒤로 발표했던 모든 노래들이 크게 히트했다.

그로 인해 K팝 최고 걸그룹의 자리는 그녀들에게 돌아갔고, 이제는 여자 아이돌 중에는 남성 아이돌 못지않은 대규모 팬덤을 가진 걸그룹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들에게도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그것은 바로 식상함이었다.

가수가 오랜 시간 활동하다 보면 당연히 이미지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해마다 발표하는 새로운 노래들도 분명 좋은 노래들이었지만 활동이 계속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존 노래들로 인해 발생하는 익숙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식상함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대다수의 가수들은 기존에 부르던 타입의 노래가 아니라 새로운 타입의 노래를 부르면서 소모된 이미지의 변신을 꾀하게 된다.

쓰리타임즈도 역시 그러한 변화를 시도했었다.

최근에 낸 타이틀곡 ‘조금 더 조금 더’에서 그녀들 특유의 큐티함보다는 세련된 여성스러움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음악도 트렌디한 트리피컬 사운드의 음악이었고 그녀들의 퍼포먼스도 기존의 춤과 많이 다른 파격적인 시도의 춤을 췄었다.

그러나 이러한 그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니 앨범의 성적은 기존의 쓰리타임즈가 보였던 뛰어난 성적에 비해서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었다.

단순히 이런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는 이번 이미지 변신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었다.

“팬들의 반응이 아쉬워서 그러지?”

내 말에 리더 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름 나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희는 정확히 느껴요. 저희 노래의 반응이 한창 뜨거울 때에 비해서는 반응이 조금 식었다는 걸요.”

당사자들은 아무래도 자신들의 곡에 대한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실망감이 더욱 컸을 것이다.

“이번에 다시 컴백할 때 내놓을 노래가 이미 준비되어 있지 않아?”

내가 알기론 우리 회사 내에서 그녀들을 위한 노래가 많이 준비되어 있다고 들었다.

지금은 회사 내에서 가장 핫한 가수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녀들을 위한 노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있죠. 근데 이전에 낸 곡들과 다 비슷한 스타일의 곡이라서… 정현이도 그 노래들을 들어 봤기에 다음 노래가 고민이라고 하는 걸 거예요.”

그때, 조용히 듣고만 있던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갑자기 나를 보며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졌다.

“서준 오빠, 오빠가 저희 프로듀서라면 이번 컴백 앨범 때 어떻게 프로듀싱 하실 거예요?”

“뭐?”

생각도 못 한 돌발 질문에 일순간 크게 당황했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은 미나미의 질문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오, 좋은 질문.”

“그래, 오빠 생각 한번 들어 보자.”

나를 향해 일제히 그녀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순간 당황한 나는 마치 식은땀을 흘리는 사람처럼 굳어 버렸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그녀들의 음악을 함부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처럼 느껴졌다.

“아니 내 주제에 무슨 의견을 함부로 제시해? 내가 그럴 만한 능력이나 돼? 그런 질문은 대표님처럼 음악을 잘하는 분들에게 해야지.”

겸손함이 가득 담긴 나의 대답에 정현이 웃으며 반박했다.

“이거 왜 이러세요? 요즘 회사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곡가가 바로 오빠잖아요. 저희도 들어서 다 알아요.”

내가 음악 관계자들에게 핫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는 나 역시 인정하지만, 내가 가장 잘 나간다는 말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뭐라고 재반박하는 말을 하려고 할 때 나보다 먼저 입을 연 다영이 정현 언니의 의견에 적극적인 태도로 동의했다.

“맞아요. 제 요즘 최애 곡 ‘사랑이 끝나다.’도 오빠 노래라면서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제가 그 노래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요.”

“그리고 이번 워너비 걸즈 노래는 어땠어? 완전 대박이었잖아.”

“그 노래 너무 좋아. 나 지금도 하루에 다섯 번 이상 들어.”

그녀들은 겸손한 나의 자기 평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융단폭격하듯 내가 능력 있는 프로듀서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물론 고마운 말들이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오빠, 요즘은 그렇게 겸손하게 말하는 게 더 재수 없어요.”

“맞아요. 그러니 자랑 좀 하세요. 어깨 딱 펴고 ‘나 요즘 좀 잘 나가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야,’라는 생각이 들게 당당해지세요.”

근데 들을수록 이야기는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내가 무슨 실수한 사람이 아닌데 왜 당당하게 어깨를 펴라는 거지?

그래도 내 음악을 좋게 평가해 주고 약간 이상한 쪽으로 빠지긴 했지만, 응원하는 사람이 있으니 조금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냥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원하는 대로 이야기해 줘?

드디어 난 용기를 내어 그녀들의 요구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그럼 그냥 내 의견일 뿐이라는 전제하에 들어 준다면 재미 삼아 이야기를 한번 해 보도록 할게.”

내 말을 들은 그녀들은 바로 폭발적인 호응을 보였다.

“오, 당연하죠.”

“만약 들어서 별로인 의견이라도 절대 뭐라 하지 않을 테니까 부담 없이 이야기해 주세요.”

어이 애들아, 원래부터 너희가 원한 거니 내 의견이 별로라도 나에게 뭐라 하면 안 되는 거야.

대화 중에 농담도 섞여 있었지만, 그 말들 속에 숨어 있는 그녀들의 진심도 충분히 느껴졌다.

해답을 갈망하는 그녀들의 간절한 눈빛은 쓰리타임즈 멤버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고민 중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들을 바람을 느끼며 나 역시 어느새 진심으로 그녀들의 다음 미니 앨범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쓰리타임즈를 프로듀싱한다면, 나 역시 기존 이미지와 다른 색깔을 보여 주는 데 주안점을 둘 거 같아.”

여기까지는 기존의 다른 프로듀서들이 내놓았던 의견들과 비슷한 의견일 것이다.

그러나 진짜는 지금부터였다.

“그러나 나라면 전보다 훨씬 파격적인 형식으로 변화를 꾀할 거 같아. 이미 몇 번 해 봤던 곡의 장르 변화나 춤의 신선함 등은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에는 부족하거든.”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9명의 눈이 점점 초롱초롱해지고 있었다.

그녀들은 그만큼 내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라면 반드시 너희가 유닛 활동을 하게 할 거야. 단 기존의 다른 그룹이 했던 유닛 활동의 개념이 아니라 유닛 활동도 다른 컴백 때와 마찬가지로 동시에 하는 거지. 그렇게 보면 다른 때 컴백하는 것과 별로 다른 것은 없어. 다만 한 곡이 아니라 세 곡을 들고 컴백한다는 것만 다르지.”

“유닛요?”

“한 곡이 아니라 세 곡요?”

내 아이디어를 들은 그녀들은 마치 일시 정지에 걸린 TV 화면 속 사람처럼 깜짝 놀라 그대로 멈추었다.

그리고 눈만 깜빡이는 귀여운 모습을 보니 놀라긴 정말 많이 놀란 모양이다.

“유닛인데, 함께 컴백한다고요? 오빠, 도대체 오빠 생각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궁금하니까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나영은 내 설명을 재촉했다.

그래서 나도 곧바로 자세한 설명을 추가했다.

“그냥 내 구상대로 자세히 설명하면 난 쓰리타임즈의 9명의 멤버들을 3명씩 3개의 유닛으로 나눌 거야. 그리고 팀별로 색깔도 다르게 하면서.”

“어떤 색깔로요?”

“간단해. 댄스팀, 보컬팀, 그리고 힙합팀으로 나누면 돼.”

나의 의견에 신선함을 느꼈던지 그녀들 모두가 곧바로 서로 눈을 맞추며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보였다.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덕분에 신이 난 나는, 더욱 구체적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럼 내가 생각하는 실제 유닛 구성도 한번 말해 볼까?”

내 말에 정현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좋아요. 그럼 댄스팀부터 갑시다. 댄스팀에 들어갈 멤버는 누굽니까?”

난 멤버들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모두의 예상대로 모구리는 당연히 들어가야 할 거 같아. 지금껏 쓰리타임즈의 색깔에 맞춘다고 자신이 추고 싶은 춤을 많이 자제했을 거야. 그러니 이번에 제대로 해 보면 좋겠지? 그리고 모구리의 춤에 어울리는 곡은…….”

난 갑자기 모구리가 멋진 춤을 선보일 만한 곡이 머릿속에 떠올라 나도 모르게 악기를 찾았다.

다행히 안무 연습실 구석에는 누군가가 갖다 놓은 키보드가 있었다.

나는 키보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인이 누구인지 물었다.

“저기 있는 키보드는 누구 거야?”

내 물음에 다영이가 손을 번쩍 들면서 자신이 키보드 주인임을 내게 알렸다.

“접니다. 제가 쉴 때마다 틈틈이 연주하거든요.”

“그래? 혹시 내가 잠시 써도 될까?”

“네. 당연히 되죠.”

나는 얼른 키보드 앞에 앉았다.

곡이 머릿속에 떠올라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

그런 나를 따라 9명의 쓰리타임즈 멤버들도 우르르 함께 이동하는 진풍경이 안무 연습실 안에 벌어졌다.

“방금 생각이 난 곡인데 이런 스타일의 곡이면 모구리가 마음대로 춤을 출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 말을 끝으로 난 열정적으로 키보드 위의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피아노는 내 머릿속에 떠오른 스타일의 곡을 표현하기가 좋은 악기는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는 환경이기에 그저 열심히 연주했다.

♪♬♪♬

쓰리타임즈 전원이 내 경쾌하고 빠른 리듬의 키보드 소리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노래의 주인공인 모구리는 갑자기 필이 오는지 자리에 벌떡 일어서더니 내 연주에 맞춰 즉흥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물론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그녀가 느끼는 감각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내 얼굴에는 진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방금 그녀와 내가 통했기 때문이다.

다른 멤버들은 나와 모구리의 즉흥 공연을 스마트폰에 담기 위해 녹화를 시작했다.

좋은 영감이 언제 떠올랐다가 사라질지 모르는 아티스트답게 흔적을 남기기 위한 재빠른 행동이었다.

약 1분 30초 정도의 연주가 끝이 나자 안무 연습실 안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우와, 오빠. 방금 노래 진짜 좋아요.”

“이거 제대로 만들어 주세요. 저희가 이 노래 할게요.”

“그냥 우리 팀 전원이 이 노래로 컴백하면 안 돼?”

그녀들의 미친 듯 좋은 반응에 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들어?”

“네!”

내 물음에 모두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그리고 하던 이야기는 마저 할까?”

“좋아요. 모구리와 함께 댄스팀에 들어갈 2명을 아직 말해 주지 않으셨어요.”

“그래,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어.”

내 시선은 어느새 모구리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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