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27화 (27/189)

27. 어디에서도(1)

녹음이 끝나고 나니, 나는 그다지 할 일이 많이 없었다.

워너비 걸즈 때에는 녹음이 끝나고 안무와 의상, 그리고 뮤직비디오 콘티까지 내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챙겼었는데,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일들을 맡은 전문 인력들이 알아서 척척 일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한 워너비 걸즈와 다르게 쓰리타임즈 멤버들은 알아서 안무나 의상, 그리고 뮤직비디오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그것을 본 나는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녹음 이후 최근에 없었던 한가로운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요즘 몸이 한가해진 덕분에 그동안 시간이 없어 미루고 있었던 일들을 하나둘 해치우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미뤘던 일 하나를 처리할 생각으로 지하 1층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조심해서 내려와.”

“네, 오빠.”

고맙게도 오늘 워너비 걸즈의 멤버 레아는 나를 도와주기 위해 함께 지하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덜컥.

“형, 저 왔어요.”

“아이고, 우리 작곡가님 오셨어?”

내 인사 소리에 곧바로 이 작업실 주인의 반기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의 주인은 바로 내가 자신의 작업실을 한 번 더 방문해 주기를 오매불망 바라던 도훈 형이었다.

“안녕하세요?”

“헉!”

내 뒤에 따라오던 레아가 형에게 인사를 건네자, 레아의 방문을 전혀 몰랐던 형님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을 보여 주기까지 하였다.

연예인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없던 형님이었기에 가능한 신선한 반응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웃으며 형을 나무랐다.

“하하, 형님. 레아가 인사를 건넸으면 형도 인사를 건네야지 사람 무안하게 그렇게 면전에서 뒷걸음질까지 치시면 어떡해요?”

내 말을 듣고 그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형님은 당황한 얼굴로 다가와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아, 아니 레, 레아 씨가 이곳에 올지는 제가 상상도 못 해서… 아이고 먼저 사과할게요. 제가 실물을 뵙고 너무 놀라서 그만 실례를 저질렀네요.”

형님의 사과를 받은 레아는 웃으며 형을 다독거렸다.

“하하하, 괜찮아요. 저 스스로 아직 제가 연예인이란 사실을 믿기지 않는데, 서준 오빠 형님분이 절 연예인 대우를 해 주시니까 이상하게 기분이 좋네요.”

소란스러운 인사 시간이 끝난 후 우리는 작업실에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앉으면서 간단하게 작업실을 둘러보니 이곳의 주인인 도훈 형이 알아서 먼저 촬영 준비를 해 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올 것을 알았기에 촬영 준비를 미리 해 두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형, 촬영 준비를 다 해 놓았네요.”

“그럼 준비를 다 해 뒀지. 네가 오늘 어떻게 촬영할 거라는 이야기도 대략 미리 해 줬잖아. 그래서 내가 거기에 맞춰 필요한 걸 준비해 보았어. 어때? 더 준비할 거는 없어?”

“음… 의자도 준비되어 있고, 촬영 준비도 세팅이 다 되어 있네요. 레아가 앉게 의자 하나만 더 놔주세요. 그럼 준비는 얼추 다 된 거 같네요.”

“알았어. 의자 얼른 가지고 올게.”

형은 내 요구대로 구석에 있던 의자를 서둘러 가지고 와 녹음실 가운데 만들어진 간이 무대에 세팅했다.

오늘 나는 형에게 전화로 내가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거라는 설명을 미리 해 두었다.

다만 원래는 나 혼자 노래를 부를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러운 레아의 돌발 합류로 의자가 하나 더 필요했던 거다.

“그럼 오늘 레아 씨도 함께 부르시는 거네?”

“네, 같이 부르기로 했어요. 고맙게도 선뜻 함께해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흐흐 유명 가수가 내 채널에 등장하다니… 진짜 대박이군. 내가 네 덕분에 이런 경험을 다 해 보는구나. 정말 고맙다.”

형은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것뿐만 아니라, 워너비 걸즈 메인 보컬까지 데리고 온 나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듯 보였다.

“내가 작곡일 시작한 것도 형이 나 기초부터 차분하게 가르쳐 주지 않았으면 할 수 없었던 일이었어요. 아마 그런 형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 제가 JYK에서 일하는 것도 불가능했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제가 형에게 많이 고맙죠.”

“짜식… 말 한번 이쁘게 하는구나. 내가 너에게 말도 가르쳤냐?”

“하하, 말은 원래부터 제가 더 잘했어요.”

“그랬나? 하하하.”

잠깐의 잡담이 오간 후 드디어 촬영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준비된 간이 무대 위 의자에 기타를 들고 앉았고, 레아도 내 옆에 놓인 빈 의자에 앉았다.

나는 레아를 보며 물었다.

“준비됐어?”

“네.”

이제 우리 두 사람의 멋진 듀엣 무대를 곧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레아가 함께할 계획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나 혼자 부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레아가 함께하게 된 것이다.

오늘 내가 준비한 노래는 내가 만든 노래인 워너비 걸즈의 ‘놀자’였다.

원곡자인 내가 어쿠스틱 버전의 편곡을 준비한 것이다.

이곳에 오기 전 회사에서 연습하고 있는데, 나를 만나기 위해 작업실로 온 레아가 우연히 그 장면을 보게 되었다.

“오빠, 그거 뭐예요? 혹시 ‘놀자’ 편곡 버전이에요?”

“응, 맞아.”

“우와, 너무 좋다. 저도 편곡 버전으로 불러 보고 싶어요.”

“그래? 뭐 좋아. 내가 네 키로 연주해 줄 테니 한번 불러 봐.”

“히히, 네.”

그렇게 레아도 편곡 버전을 불러보게 되었고, 그리고 어쩌고저쩌고하다 보니 형 스튜디오까지 따라와서 편곡 버전 녹화에 참여하게 되었다.

감정을 잡기 위해 눈을 감고 있던 내가 드디어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

내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 연주의 맞춰 레아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도훈 형 작업실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나랑 같이 놀자.

넌 그럴 자격 있어……

‘역시… 레아는 R&B 노래가 잘 어울려…….’

의외로 소울풀한 목소리를 갖고 있는 그녀는, ‘놀자’를 완전 R&B 느낌의 소울 가득한 느낌으로 부르고 있었다.

거기에 내 훌륭한 연주와 절묘한 화음까지 더해지니, 내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쑥스럽지만 정말 최고의 공연이 되었다.

생각보다 짧았던 3분 30초 정도의 편곡 버전이 끝나자, 넋이 나간 표정으로 촬영하고 있던 도훈 형이 우리 두 사람에게 물개처럼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우와, 이건…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정식으로 음원 발매를 했으면 좋겠어. 그럼 난 매일 들을 거야. 정말 너무 좋다.”

도훈 형의 말에 레아도 웃으며 자신의 감상을 얘기했다.

“저도 사실은… 멤버들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 버전이 더 좋아요. 혹시 나중에 콘서트 하게 되면 팬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어요.”

그 정도로 좋았나?

뭐 원곡자이자 편곡자인 내 입장에는 무조건 감사해야 할 고마운 말들이었다.

나는 오늘따라 예쁜 소리까지 하는 레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TV에 나갈 일 있으면 그때 이 버전으로 한번 불러. 방송 타면 워너비 걸즈 인기가 더 올라갈 거야. 아니다. 아예 멤버들하고 이 버전으로 부르는 연습을 하는 건 어떠니?”

“어머, 그게 좋겠네요. 항상 TV 나갈 때마다 개인기 같은 거 준비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이거면 그런 걱정 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방송에 나가도 되겠어요.”

레아는 내 생각이 마음에 들었던지 당장이라도 멤버들에게 뛰어갈 기세였다.

나 역시 너튜브에 올릴 영상을 다 찍었으니 요즘 집보다 더 자주 머무는 작업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뮤비를 찍고 있는 쓰리타임즈를 위한 응원 방문도 할 참이었다.

“형 촬영 끝났으니 이제 가 볼게요. 쓰리타임즈 녹음은 다 끝나서 내가 할 일은 더 없지만… 프로듀서라는 직책을 가졌으니 애들 뮤비 찍는 데 얼굴도장은 찍어야 해요.”

이제 다른 일 때문에 떠나겠다는 내 말에 도훈 형이 갑자기 당황하는 듯 보였다.

갑자기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형의 모습에 나는 의문이 생겨 직접 이유를 물었다.

“왜요? 할 말이 남았어요?”

나의 거듭된 물음에 형은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하고 싶지만 차마 하지 못하던 이야기를 꺼냈다.

“저기… 너 혹시 네가 노래 부른 영상 댓글 본 적 있어?”

“댓글요? 몇 개 본 적은 있는데… 최근에 올라온 댓글은 본 적이 없어요.”

“댓글에 보면 우리 채널 구독자분들이 원하시는 바를 올리신 글이 많은데… 혹시 다른 노래도 좀 불러 주면 안 될까? 딱 한 곡만 더 하자.”

“한 곡 더요?”

“응.”

형의 부탁에 조금 난감했다.

딱 한 곡만 하려고 했는데, 한 곡을 더 해 달라니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동시에 궁금증도 생겼다.

사람들이 댓글에 뭐라고 썼길래 형이 저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까?

그런 의문에 머릿속에 생겨났다.

“댓글에 뭐라고 적혀 있어요?”

형은 궁금해하는 내 모습에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내가 댓글을 궁금해한다는 것은 한 곡 더 불러 달라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형 입장에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댓글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설명하면… 아니다. 말도 설명하기에는 너무 힘드니 그냥 눈으로 보여 줄게.”

형은 컴퓨터로 댓글을 직접 내게 보여 주기 시작했다.

무슨 내용의 댓글이 달려 있는지 궁금했던 나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댓글을 직접 읽어 보기 시작했다.

―너무 좋아요^^.

―나처럼 어제도 듣고, 오늘도 듣는 사람 손 들어.

―이분 데뷔 안 하나요? 지금 데뷔하면 바로 현역 가수들 가창력으로 쌈 싸 먹어 버릴 거 같은데…….

이런 유형의 칭찬 댓글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이 실리는 댓글답게 칭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서 주작질이야… 실제 들으면 개엉망일 듯.

―요즘 영상 조작 기술이 이렇게 좋습니다.

―나도 저 정도 부르게 만드는 거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딱 한 시간만 주시면 그냥 바로 보여 드리죠.

나쁜 내용의 댓글을 살펴보면 주로 내 영상이 조작 영상이라는 의심이 담긴 내용이 많았다.

그걸 보는 나 역시 사람인지라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아니, 영상에 찍힌 장면 중 어딜 봐서 조작이란 말을… 휴~ 이거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이상하게 화가 나네.”

악플에 대해서는 이미 면역이 생긴 레아가 열 받아 하는 내 모습에 웃으며 위로했다.

“오빠, 댓글은 그냥 읽고 바로 흘려 버려야 해요. 그러니 열 받지 마세요.”

그녀의 말을 듣고 난 새삼 연예인이 존경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런 악플이 생활인 사람들이 연예인이 아니던가?

“너희는 이런 악플을 나보다 훨씬 많이 받겠지? 근데 어떻게 견디냐? 난 오늘 조금 봐도 미칠 거 같은데 말이야.”

“무슨 방법은 없어요. 자주 겪다 보니까 조금씩 댓글에 무감각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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