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29화 (29/189)

29. 어디에서도(3)

그리고 ‘어디에서도’를 부른 이수현과 조금 더 비교해서 설명하면, 이수현은 특유의 비음 때문에 소리가 뻗어 나가지 못하고 약간 먹는 듯한 느낌이 있는데, 그와 다르게 이서준은 비음 소리가 많이 섞이지 않은 두성으로 고음을 지르고 있었다.

그 때문에 고음이 주는 노래의 감성이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효과가 생겼다.

‘저, 저게 가능한 거야……?’

부르고 있는 본인은 자신의 놀라운 노래 실력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의문까지 드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저 정도 노래를 부른다면 이서준과 다르게 작곡가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바로 데뷔해서 스타가 될 수 있는 그런 노래 실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노래는 어느덧 1절이 끝나고 2절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서준의 노래를 듣고 있는 유도훈의 마음에도 어느새 이별의 아픔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헤어진 전 여친의 얼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바보지…….’

착하고 자신을 위하던 그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그녀가 떠난 후 그녀의 빈자리를 통해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이다.

그래서 가끔 외로울 때마다 떠난 그녀가 생각이 나서 순간순간 울컥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딴생각을 억지로 머릿속에 떠올리며 울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럴 여유가 도저히 없었다.

주르륵.

어느새 눈에 맺혔던 눈물이 줄기가 되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물이 작업실 바닥을 적실 때 이서준의 노래도 절정을 향해 치달리고 있었다.

♪다시 사랑하면 안 될까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 노래의 가장 높은 음이 나오는 클라이맥스 구간이었다.

이 부분이 특히 부르기 힘든 이유는 쉴 새 없이 고음을 부르다가 아주 잠깐의 쉼도 없이 곧바로 최고 높은 음인 3옥타브 레를 불러 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소리를 낼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힘든 구간이었다.

그러나 이서준은 놀랍게도 전혀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며 고음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그가 지금 인상을 쓰고 있는 이유는 고음을 내기 힘들어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노래 속에 담긴 감성대로 지금 부르는 부분이 감정의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이기 때문에 인상을 쓰고 있는 거였다.

노래를 시작하기 전 영화 속 주인이 된 이서준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던 그녀와의 이별 때문에 절규하고 있었다.

포효하듯 슬픔을 토해 낸 그는 결국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하며 노래가 끝이 났다.

“…….”

노래는 끝이 났지만, 작업실 안에는 이상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유도훈은 지금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저번에 바람의 기억을 들었을 때는 떠나간 옛 여자친구가 떠오르더니… 이번에도 생각나네. 그리고 지금 느끼는 감상은 마치 뮤지컬 한 편을 본 것 같은 기분이야. 그것도 아주 슬픈 내용의 뮤지컬로.’

이런 게 바로 이서준의 노래에 담긴 힘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 녀석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노래의 감성에 푹 빠지게 만드는 마성의 목소리와 가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처럼 아무 말 못 하고 있던 레아도 이제야 입을 열었다.

“헉! 듣고 있어도 힘드네요. 근데 서준 오빠, 노래 너무 좋았어요.”

이서준의 노래에 푹 빠져 있던 것은 유도훈뿐만이 아니었다.

같이 그의 노래를 듣고 있던 레아도 정신을 못 차리며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정신을 좀 차렸는지 멋쩍은 표정의 이서준을 보며 환호하고 있었다.

“오빠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앞으로 제 평생의 노래 스승으로 모실게요. 그러니 노래 많이 가르쳐 주세요. 정말 할 수 있다면 오빠처럼 노래하고 싶어요.”

흥분한 그녀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유도훈은 혼자 주먹을 쥐었다.

‘됐다. 오늘도 대박이야.’

레아의 반응만 보더라도 오늘 촬영한 영상도 대박이 날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얼른 촬영본을 편집해서 영상을 올리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 * *

대학교 캠퍼스 커플인 김남호와 이혜지는, 지금 학교 앞 카페에 왔다.

다음 수업까지 2시간이나 비었기 때문에 함께 차를 마시며 여유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버블티를 시키고 자기는 달달하고 맛있는 바닐라 라떼를 시켰다.

여자친구는 라떼를 좋아하는 그의 취향을 보고 나이 든 아저씨 취향이라고 뭐라 했지만, 굳이 남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바꿀 마음이 없었기에 오늘도 바닐라 라떼를 시킨 그였다.

실제로 20대 중반을 지나 20대 후반의 나이에 들어서다 보니 단 음료를 먹어야 힘이 생길 때가 있었다.

이제 몇 년만 지나면 30대에 들어서게 되는데, 그때는 ‘단 게 당긴다.’라고 하는 말의 의미를 지금보다 더 실감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는 주문을 완료하고 여자친구가 자리를 잡기 위해 앉아 있던 테이블로 돌아왔다.

“시켰어?”

“응.”

“고마워, 오빠.”

음료를 시키고 온 남자 친구를 향해 고마움을 표현한 그녀는, 다시 자신의 스마트폰에 빠졌다.

그녀의 그런 반응에 김남호는 약간 섭섭한 마음까지 들었다.

“…누구야?”

그는 그녀와 한참 톡 중인 상대에 관해 물었다.

“연주. 지금 연주 남친 흉보고 있어. 연주 말로는 바람난 거 같다고 하네.”

“…그래?”

그런 종류의 대화라면 자신이 뭐라고 하는 것보다는 그냥 잠자코 있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괜히 섣불리 참견하다가 가만히 있던 자신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는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그냥 얌전히 있는 것이 상책이었다.

다시 톡으로 친구와 대화에 열중하는 자신의 여자친구 모습을 보며 자신도 벨이 울리기 전까지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냥 너튜브 채널을 둘러 보고 있을 생각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켰던 김남호는, 잠시 뒤 깜짝 놀라게 되었다.

“어! 그때 그 사람이다.”

갑자기 큰소리를 내며 놀라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이유가 궁금했던 이혜지가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그렇게 크게 놀랄 만한 엄청난 기사라도 떴어? 북한이 우리나라에 핵이라도 쐈대?”

그녀의 물음에 김남호는 여전히 놀란 얼굴로 설명했다.

“아쉽게도 핵은 아니고… 우리가 기다리던 그때 그 사람의 노래 영상이 드디어 올라왔다.”

“우리가 기다리던? 그게 도대체 누군데 나는 모르고 오빠만 알아?”

“바람의 기억 부른 사람 있잖아. 기억 안 나?”

“헉! 진짜?”

김남호의 말을 들은 이혜지도 깜짝 놀란 얼굴로 변했다.

두 사람 다 이서준이 부른 ‘바람의 기억’이 준 감동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들은 가끔 그가 부른 바람의 기억 같은 노래를 듣기 위해 가끔 이 채널을 방문하곤 했다.

다른 노래를 부른 영상도 보고 싶어 안 하던 구독까지 누른 채로 영상을 기다렸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의문의 남자가 부른 추가 영상은 올라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부르는 노래 영상은 올라왔지만, 그들이 기다린 사람의 노래보다 훨씬 모자란 실력의 사람이 노래를 부른 영상이라 보고는 크게 실망했는데,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상이 업로드가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서둘러 커플용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재생시켰다.

“어, 이 여자 많이 본 여잔데…….”

“누군지 몰라? 요즘 잘 나가는 워너비 걸즈의 레아잖아. …근데 얘가 왜 이런 허접 채널에 나와?”

레아와 의문의 남자는 함께 노래하기 시작했는데,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놀랍게도 워너비 걸즈의 ‘놀자’였다.

“두 사람 어떤 사이길래 같이 나와 노래를 부를까?”

“글쎄? 원래 아는 사이인가?”

궁금증이 계속 생겼지만, 지금은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어느덧 두 사람이 푹 빠져 버린 것이다.

그 덕에 의문은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황홀한 표정으로 노래를 듣고 있었다.

평소에도 즐겨 듣던 ‘놀자’를 어쿠스틱 기타 반주로 부르는 편곡 버전도 너무 좋았다.

“와, 대박이다. 레아가 이렇게 노래를 잘했어?”

“레아도 레아지만, 이 사람 도대체 정체가 뭐야? 기타를 왜 이렇게 잘 쳐?”

두 사람은 영상 보는 재미에 푹 빠진 눈동자로 서둘러 다음 영상을 재생시켰다.

올라온 영상은 총 2개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의문의 남자가 부른 노래가 담긴 영상이었다.

“어, 어디에서도?”

“맞아. 그 노래야.”

김남호는 자신의 애창곡인 ‘어디에서도’를 부르는 남자의 모습에 더욱 흥미가 동했다.

“이번에는 이 노래야? 와, 대박 기대된다. 내가 이 노래 정말 좋아하는 거 너도 알지.”

“알지. 너무나 잘 알지. 오빠가 노래방에서 도전하다가 매번 삑사리 나며 장렬히 전사하는 노래가 바로 이 노래잖아.”

이 노래는 김남호의 애창곡이어서 이혜지는 김남호가 이 곡을 부르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나니까 거기까지 가는 거야. 내 친구 영철이는 1절에서 바로 전사해.”

“그래, 오빠가 영철 오빠보다 세 마디 정도 더 부르긴 하지. 그게 무슨 차이인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일단 훌륭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우리 이제 그만 닥치자. 노래 시작하잖아.”

“알았어.”

잠시 뒤 노래가 시작되고 두 사람은 이번에도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약 4분 정도의 노래가 끝이 난 후 김남호는 자신의 여자친구 이혜지를 보며 말했다.

“와, 너무 잘 부르지?”

이혜지도 그와 마찬가지인 감탄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의 질문에 답했다.

“응, 너무 잘해. 그리고 이 오빠 정말 잘생겼다.”

“맞네, 그러고 보니 얼굴도 잘생겼어. 이 사람 다 가졌군, 다 가졌어.”

“근데 왜 기획사에서 이런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 두는 거야? 가수 하면 대박 날 거 같은데…….”

“어디 기획사에서 노래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아마 그렇겠지? 그렇지 않다면 그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야. 이런 사람이 가수 안 하면 누가 가수 하냐?”

“내 말이…….”

두 사람은 따로 의논하지 않고 곧바로 방금 들은 노래를 다시 재생시켰다.

다시 듣고 싶은 욕구가 저절로 생기는 그런 훌륭한 노래였기 때문이다.

지이잉.

주문한 음료가 다 되었다는 신호가 열심히 울렸지만, 두 사람은 그것도 모르고 음악에 빠져 있었다.

* * *

쓰리타임즈는 ‘3+1’ 전략으로 컴백하기로 했다.

여기서 말하는 ‘3+1’ 전략이란 유닛 3곡과 단체 곡 1곡을 주축으로 구성된 정규 앨범으로 컴백한다는 전략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1 부분이다.

원래는 유닛 활동으로만 컴백하려고 했지만, 한 몸과 같은 그룹인 관계로 한 곡을 더 추가했다.

추가한 노래는 다름 아니라 댄스팀의 노래를 편곡한 노래였다.

원래 댄스팀에게는 팝댄스 장르의 노래를 부르기로 했는데, 이 노래를 단체 곡으로 바꾸고 댄스팀의 댄스 실력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걸스 힙합 버전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그래서 새로 만들어진 노래를 댄스팀이 부르고 원래 만들었던 버전의 노래는 9명이 다 함께 부르는 노래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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