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36화 (36/189)

36. 얼떨결에 방송 출연(2)

유재성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 노래들은 내 심장을 저절로 마구마구 뛰게 만들던데… 이번에 여러 작곡가님이 보내 주신 곡들은 좀… 물론 다 좋은 곡들이지만… 내 개취는 어쩔 수 없나 봐.”

유재성의 말이 끝나자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던 유희상이 진지한 표정으로 김진영에게 말했다.

“진영아, 쟤 말대로 서준이를 부르면 안 돼?”

“서준이?”

갑작스러운 유희상의 제안에 김진영은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김진영을 보며 유희상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좋은 생각을 그에게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조만간에 서준이 데뷔할 거잖아. 그러니 이번 기회에 이 프로그램에 출연시켜서 얼굴 제대로 홍보하자. 그리고 걔가 잘생긴 얼굴이니까 사람들이 보고 더 그 녀석 팬이 될 거야. 그리고 얘가 방금 그랬잖아. 서준이 음악 듣고 심장이 뛰었다고. 그럼 서준이는 저 녀석 마음에 드는 곡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을 줄지도 몰라. 그럼 저절로 우리가 쟤 때문에 머리 아플 일도 사라지겠지. 완전 일석이조의 효과가 생기는 거지. 그러니 그냥 내 의견대로 저 애물단지를 서준이에게 맡겨 버리자.”

“…….”

김진영은 유희상의 갑작스러운 의견에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과연 그의 의견이 좋은 의견인지 나쁜 의견인지 지금 그대로는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때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유재성이 유희상을 보며 물었다.

“근데 서준이가 누구야?”

유재성의 질문에 유희상이 대답을 해줬다.

“내가 아까 듣고 심장이 두근거렸다는 그 곡들을 만든 대단한 작곡가분이지. 아주 음악 잘하는 친구야. 진영이 회사 소속 작곡가고.”

“그래? 이야, 궁금하기는 하다. 어떤 사람인지 말이야. 근데 그 노래들을 한 사람이 다 만든 거였어?”

“응, 동일 인물이야. 그렇게 따지면 요즘 최고로 잘 나가는 작곡가가 바로 그 친구라고 할 수 있지.”

“그건 형 말이 맞네. 최고 잘 나가는 작곡가란 말 말이야. 워너비 걸즈하고 쓰리타임즈가 지금 음원 순위 상위권에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머물고 있는지 알아? 아마 지금도 10위 안에 있을걸?”

유재성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서준이 만든 노래들은 요즘 보기 드물게도 톱10 안에 계속 있는 진기한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노래가 좋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유재성은 유희상의 의견이 괜찮은 생각이라 여기는 듯 보였다.

그리고 고민하던 김진영도 곧 좋다는 의사를 모두에게 밝혔다.

처음 데뷔하는 신인이라 어떻게 이서준을 알릴지가 자연스러운 고민으로 따라오는 와중에, 이런 큰 프로그램에서 먼저 얼굴을 알릴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분명 그에게 좋은 일이었다.

다만 자칫하면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라는 점이 유일하게 걸리는 부분이었는데, 그건 자신이 옆에서 잘 조절하면 될 듯하였기에 결국 승낙을 한 것이다.

“그럼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내가 바로 가서 데려올 테니.”

이서준을 데려오기 위해 김진영이 직접 움직였다.

혹시 모르니 이서준을 직접 만나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주의 시킬 내용도 미리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어쨌든 그렇게 이서준의 방송 데뷔는 전격적으로 결정되었다.

* * *

마무리 곡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방송에 출연하게 된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녹화 중인 곳으로 오게 되었다.

김진영 형님께 대충의 설명을 들었지만, 난생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까 걱정될 정도로 심장이 빨리 뛰고 있었다.

PD 및 작가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스텝들의 도움으로 마이크를 차고 있을 때 내가 실제로 만나고 싶어 했던 유재성 씨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웃으며 내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아, 네 저도 만나 봬서 영광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유재성 씨는 나에게 먼저 양해를 구해 왔다.

“방송 컨셉상 편하게 말을 주고받아야 할 상황이 많아요. 그래서 괜찮다면 말을 좀 편하게 해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그래요? 그럼 편하게 말을 좀 할게요.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많은 미담을 가지고 있는 방송 이미지답게 실제 만나 보니 매우 착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방송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가 그리 큰 차이가 없는 사람인 모양이다.

내가 준비가 끝내자 곧 촬영은 다시 시작되었다.

“여기 손님이 한 분 오셨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 본인 소개부터 좀 해 주시죠.”

유재성 형님의 말에 나는 카메라를 보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작곡가 이서준입니다.”

로봇처럼 딱딱하게 변한 내 인사가 끝나자, 그 모습을 보고 웃던 유재성 형님은 김진영 형님에게 물었다.

“근데 내가 진짜 안 믿겨서 그러는데… 형, 아까 분명 작곡가를 데리고 오신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데리고 왔잖아.”

“아니 얼굴이 완전히 배우잖아. 어떻게 이 얼굴이 작곡가야? 형이 실수로 배우를 작곡가로 잘못 알고 다른 분을 모시고 온 거 아니야?”

“아니야, 맞아. 내가 설마 우리 회사 작곡가 얼굴을 모르겠냐?”

유재성 형님은 이번에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다시 물었다.

“진짜 작곡가 맞아요?”

“네, 맞습니다.”

여전히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는 유재성 형님.

아마 방송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저러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에 ‘놀자’하고 ‘love me’라는 노래 본인이 직접 만든 노래가 맞아요?”

“네, 모두 제가 작곡하고 편곡한 노래가 맞습니다.”

“우와, 정말 작곡가가 맞나 보네.”

내 얼굴이 작곡가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재성 형님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을 때, 가만히 있던 유희상 선배님이 내게 말했다.

“얘는 직접 보여 줘야 믿을 거야. 괜찮으면 네가 만든 노래들 직접 연주하는 모습 좀 보여 줘.”

“그럴까요?”

유재성 형님도 반색하며 유희상 형님의 의견에 찬성했다.

“그거 좋죠. 제가 솔직히 의심이 좀 많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여기 앉아 있는 잘생긴 청년이 그런 명곡들을 만든 사람이란 사실이 솔직히 믿기질 않거든요. 이럴 때는 제가 믿을 수 있게 뭐라도 좀 보여 주시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죠.”

마침 촬영하는 장소가 김진영 형님 작업실이라 보여 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평소 실제로 형님이 작업하는 곳이라 악기가 다 세팅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내가 연주를 보여 주기 위해서 따로 준비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키보드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유재성을 보고 물었다.

“그럼 방금 말씀하신 노래들을 연주해 볼까요?”

“오, 그거 좋죠.”

허락을 얻은 나는 키보드 위의 손을 얹고는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

이번에 내가 연주하고 있는 곡은 워너비 걸즈의 ‘놀자’였다.

원래의 버전 대로 열심히 연주하던 나는, 조금 흥이 올라 허락을 따로 얻지 않고 곧장 편곡 버전으로 바꾸어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어쿠스틱 기타 버전은 이미 영상까지 찍은 적이 있었지만, 피아노 버전으로 연주하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내 연주를 듣고 있던 세 사람의 형님들은 마음에 드는지 모두 감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야, 좋다.”

“그래 이거지, 바로 이거야. 그리고 이 잘생긴 친구가 진짜 작곡가가 맞고만.”

이제야 믿겠다는 말도 다행히 들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내 연주가 끝나자마자 흥이 조금 올랐는지 다른 곡도 부탁하셨다.

나 역시 형님들의 반응에 조금 신이 나서 부탁받은 대로 곧장 연주를 시작했다.

♬♬♩♩♪

이번에 연주하는 곡은 쓰리타임즈의 ‘love me’였다.

‘love me’도 처음에는 원곡대로 연주하다가, 갑자기 피아노 편곡 버전의 느린 템포로 바

꿔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형님들의 감탄사가 녹화장에 가득 울려 퍼졌다.

“우후~~”

“이야~ 좋다.”

“그렇지. 바로 이거지.”

연주가 끝이 나니 녹화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울려 퍼졌다.

짝짝짝짝.

“내가 아주 대단하신 분을 의심했구만.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이쪽 분야를 잘 몰라서 대가를 몰라뵙고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아, 아닙니다.”

이제야 나에 대한 의심이 확실히 풀렸는지 유재성 형님이 먼저 내게 사과했다.

덕분에 난 조금 당황했다.

내 연주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녹화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변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모두가 소파에 앉았다.

모두 소파에 앉은 후 유희상 선배님이 대표로 나서서 내가 이곳에 불려 온 이유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혹시 ‘캐릭터 세상’이란 프로그램 보신 적 있어요?”

“네, 평소에 좋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집에서 쉴 때 예능 프로그램만 보거든요. 요즘 가장 재밌게 시청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이야, 프로그램 보는 눈도 좋은 친구네. 아주 마음에 들어.”

갑자기 끼어드는 유재성 형님을 보고 유희상 선배가 타박했다.

“넌 빠져. 내가 설명하는데 끼어들면 어떡하냐?”

유재성 형님은 자신보고 빠지라고 하는 유희상을 보며 황당한 듯 물었다.

“이거 내 프로그램인데?”

“지금 그게 중요해? 아무튼. 시끄러우니까 넌 빠져 있어.”

아주 단순한 논리로 유재성 형님을 제압한 유희상 선배는, 나를 보며 설명을 계속 이어 가셨다.

“이번에는 쟤가 그렇게 노래 부르던 댄스 가수로 데뷔를 하려고 해요. 그래서 여러 작곡가에게 곡도 받고 있고요. 근데 쥐뿔도 모르는 게 눈만 높아서 좋은 노래들을 모조리 까고 있어요.”

“아니 쥐뿔도 모른다니? 거, 형님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갑자기 유명 영화 속 인물을 패러디하며 끼어드는 유재성이었다.

그의 순발력 넘치는 재치에 녹화장은 다시 웃음바다로 변해 버렸다.

이래서 저 형님이 대한민국 최고 예능인이라는 찬사를 듣는 것일 테다.

근데 나는 여기에 왜 온 거지?

그 점이 궁금하여 직접 물었다.

“그럼 저도 댄스곡을 드려야 하나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곡을 쓰는 것 뿐이기에 그렇게 물어보았다.

내 질문이 있고 난 후 이번에는 우리 회사 대표님이 갑자기 나섰다.

“지금 우리 이서준 작곡가가 하는 일이 많아서 곡까지 쓰게 하는 건 무리인 거 같고… 내가 혹시 몰라 준비하던 곡이 있는데, 같이 들어 보고 서준이가 좋은 의견을 덧붙이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오, 그거 괜찮네.”

졸지에 대표님의 곡을 평가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었다.

내가 주로 형님에게 평가를 받아 왔는데 이번에는 입장이 바꾸게 된 셈이니 재미있는 구도가 생긴 것이다.

김진영 형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준비한 곡을 재생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집중하여 경청했다.

노래는 여름 느낌이 물씬 나는 곡이었다.

일단 비트가 신이 나는 느낌이었고, 기타 프레이즈가 듣는 사람을 저절로 흥분시킬 정도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2분 정도의 노래가 끝이 나고 자리에 앉아 있던 모두는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일제히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가 쳐다보는 대상은 곡의 주인인 유재성이었다.

‘헉, 이런…….’

안타깝게도 유재성 형님의 표정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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