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42화 (42/189)

42. 방송 출연 효과

이수정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그녀의 발에는 새 신발이 신겨져 있었다.

어제 오빠의 고마운 명령에 따라 백화점에 안 가시려는 엄마, 아빠를 억지로 끌고 가서 함께 쇼핑한 결과물이었다.

그동안 솔직히 갖고 싶던 브랜드의 신발이었지만, 너무 비싸서 살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최애 신발을 돈 잘 버는 오빠를 둔 덕분에 어제 드디어 구매에 성공했다.

새 신을 신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학교를 향하는 발걸음이 더욱 가벼운 거 같았다.

‘히히, 오빠 찬스 너무 좋아.’

친구들이 엄마 카드 찬스, 아빠 카드 찬스로 뭘 샀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런 말들은 자신과는 인연이 없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수정도 갑자기 돈 잘 벌게 된 오빠가 생긴 덕분에 어제 드디어 오빠 찬스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해 봤다.

자신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빠까지 오빠를 뺀 가족 모두가 오랜만에 함께 쇼핑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다 보니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다.

항상 학교에 일찍 오는 편인 그녀는, 오늘도 반에서 3번째로 빨리 등교한 학생이었다.

이수정은 언제나처럼 직접 만든 영어 단어집을 꺼냈다.

항상 학교에 오면 수업 시작 전까지의 자투리 시간을 영어 단어를 공부하는 데 사용했다.

오늘도 하던 대로 이전에 배운 영어 단어를 반복 학습하고 있는데,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인 소현이와 미연이가 함께 교실로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관계로 항상 같이 등교했다.

“왔어?”

이수정은 볼 때마다 반가운 친구들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아침 인사를 건넸다.

자신이 이렇게 인사를 건네면, 장난이 심한 미연이는 본인의 예쁜 얼굴을 함부로 움직여 웃긴 표정을 지을 것이고, 수줍음이 많은 소현이나 약간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자신을 보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야 정상적인 아침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어쩐 일인지 그런 거 모두를 생략한 채 심각한 얼굴로 자신의 옆으로 와 앉았다.

이상한 친구들의 행동에 이수정은 약간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야, 너희들 갑자기 왜 이래?”

놀란 이수정이 이유를 물으니 옆에 앉은 미연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수정을 향해 작게 속삭이며 물었다.

“야, 이수정. 너 왜 우리에게 거짓말했어?”

“엉? 내가 언제 너희에게 거짓말을 했어?”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수정을 향해 미연이 다시 설명했다.

“너희 오빠 매니저 아니잖아.”

이수정은 그제야 친구들이 자신에게 거짓말이란 단어를 꺼낸 이유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아, 너희 어제 방송 봤구나.”

“당연히 봤지. TV에 네 오빠가 나오는 거 보고 놀라 쓰러질 뻔했다. 그리고 그렇게 대단한 작곡가인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고.”

어제 이서준은 ‘캐릭터 세상’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나왔다.

프로그램 주인공인 유재성이 댄스곡을 만드는데, 편곡자로 출연한 것이다.

이수정도 어제 오빠에게 갑자기 연락을 받아 부모님과 함께 백화점에 있다가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겨우 본방 사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

모처럼 엄마, 아빠와 백화점까지 나간 김에 맛있는 식당에서 외식도 하려고 했는데, 오빠가 TV에 나오는 장면을 보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집으로 돌아와 집밥을 먹어야 했다.

“히히, 우리 오빠 화면발 죽이지? 내 오빠지만 정말 잘생겼더라. 실제보다 훨씬 잘생기게 나왔어.”

오빠 자랑을 시작하는 이수정을 보고 보통 때라면 재수 없으니 닥치라며 난리를 쳐야 정상이지만, 웬일인지 미연이도 수정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 너희 오빠 진짜 잘생겼더라. 우린 서준 오빠를 직접 본 행운아들이잖아. 그래서 원래 잘생긴 줄은 알았지만, 화면에 그 정도로 잘생기게 나올 줄 우리도 정말 몰랐어.”

평소에 말이 적고 얌전한 소현이도 웬일인지 흥분한 얼굴로 이서준 TV 출연 이야기에 동참했다.

“지금 너희 오빠 실검 1위야. 알고 있었어?”

“뭐? 우리 오빠가 실검 1위라고?”

“그래, 직접 확인해 볼래?”

놀라는 이수정을 보고 소현은 직접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유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보여 주었다.

1. 이서준

2. 캐릭터 세상 훈남 작곡가.

3. love me 작곡가.

…….

놀랍게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이 모두 자신의 오빠인 이서준으로 도배가 된 상황이었다.

이수정은 그걸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우리 오빠가 실검 1위라니…….”

소현이는 친구 수정이를 더 놀라게 할 작정인지 그녀가 모르고 있는 깜짝 놀랄 소식까지 더불어 알려 주었다.

“캐릭터 세상 게시판도 난리 났어. 네 오빠 이야기로 게시판이 도배가 되었다는 말이지. 한 번 볼래?”

여전히 많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수정이를 보며 소현이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통해 곧바로 캐릭터 세상 게시판으로 이동했다.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이 이서준에 관해 적은 글로 가득 차 있었다.

이서준의 외모에 대한 찬양 글부터 그의 천재적인 작곡 능력을 보고 너무 놀랐다는 내용의 글 등 아주 다양한 내용의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중 이수정의 눈길을 끄는 글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이서준이 커버 노래를 부른 영상이 있다는 한 시청자의 제보성 글이었다.

이분 노래 부른 영상 있어요.

작곡 천재지만, 이 영상 보시면 이분 진정한 노래 천재라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너튜브 검색창에 바람의 기억이라고 검색해 보세요.

그럼 금방 나와요.

글을 읽은 이수정은 더욱 커진 눈으로 중얼거렸다.

“노래도 불렀다고?”

그 모습을 본 미연은 경악하며 물었다.

“뭐야? 동생인 네가 오빠가 노래 부르는 영상 올린 것도 몰랐어?”

이수정은 본인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허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몰랐어.”

그녀의 대답을 들은 두 절친은 안타까움에 자신의 손으로 이마를 쳐야만 했다.

“오, 이런…….”

“너희 오빠도 잘못했네. 그런 걸 올렸으면 적어도 너한테는 말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수정은 갑자기 노래 영상에 대한 궁금증이 크게 일었는지 소현이의 스마트폰을 들고 너튜브 채널로 가 오빠가 노래 부른 영상을 찾았다.

“진짜 있네…….”

실제 존재하는 영상을 확인한 이수정은 서둘러 재생 표시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오빠 목소리.

대충 들어도 오빠의 노래가 정말 엄청나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옆에서 같이 듣던 두 친구가 이서준의 노래에 놀라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어머, 대박! 왜 이렇게 잘해? 너희 오빠 진짜 노래 잘한다. 작곡만 할 게 아니라 가수까지 해도 되겠어.”

“아니, 이건 반드시 가수를 해야만 하는 실력이야. 이런 실력을 가지고 노래를 안 부르면 하늘에서 벌 받을 거야. 가수 하라고 준 재능을 따르지 않고 썩인 죄로 말이야.”

“맞아, 지옥 가야 돼.”

놀란 이수정은 열심히 떠드는 두 친구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오빠는 이 정도로 노래를 잘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아는 오빠와 다르게, 엄청난 노래 실력을 보인 오빠의 모습을 보고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도대체 서울에서 뭘 하며 지냈기에 이렇게 달라진 거야?”

그렇지 않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질문이었다.

“맞다. 네 오빠한테 부탁 좀 해. 우리 스트리트 키즈 오빠들 컴백 곡 하나만 주라고 말이야. 우리 오빠들 저번 미니 앨범 성적이 그 앞 앨범보다 별로 안 좋았어.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보여 줘야 한단 말이야. 그러니 네 오빠 곡이 반드시 있어야 해. 내 말 오빠에게 전해 줄 거지?”

스트리트 키즈에 대한 팬심으로 무장한 미연은 수정을 향해 애원하듯 부탁했지만, 자신의 오빠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힘든 이수정의 귀에는 그녀의 말이 여전히 들리지 않고 있었다.

* * *

방송에 모습을 비춘 후 작곡가 이서준에 관한 관심이 뜨거웠다.

그런 관심 덕분에 이서준의 이름이 계속 실검 상위권을 차지했고, 가만있다가 덩달아 행복해진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후니의 스튜디오’이란 채널의 주인인 유도훈이었다.

“헉, 벌써 200만이야.”

그는 미친 듯이 오르는 조회 수를 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에 이서준이 TV에 나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그는, 미친 듯이 올라가는 조회 수를 보며 자신의 눈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

그러나 곧 이서준의 방송 출연 사실을 알게 되어 조회 수 폭등의 원인은 다행히 알게 되었다.

이서준 관련 영상의 폭발적인 조회 수 증가만 보더라도 이서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가히 열풍이라고 불러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회 수 때문에 과하게 흥분한 유도훈은, 가만히 있질 못하고 영상의 주인 이서준에게 연락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니야. 이 좋은 소식을 서준이에게 알려야 해.”

이서준에게 연락하기 위해 자신의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리고 그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무슨 일인지 이서준은 유도훈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 하는 중인가?”

이젠 이서준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역시 잘 알았기에 전화 통화가 되지 않는 것에 그다지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

몇 번 더 전화를 걸어도 연락이 닿지 않자 그는 어쩔 수 없이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했다.

“네가 방송 탄 덕분에 내 채널 영상 조회 수 엄청나게 올라가는 중. 시간 되면 확인해 보고 연락 한번 주셈. 형이 기다릴게. 새벽에 연락해도 아무 상관 없음. …이렇게 보내면 되겠지?”

유도훈은 이서준에게 연락이 올 때까지 올라가는 조회 수나 구경하며 기다릴 작정이었다.

이서준에게 한 곡 더 부르도록 부탁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 기다림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 * *

뮤직비디오 촬영은 여러 곳에서 진행되었다.

촬영 콘티상 여러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편의점, 패밀리 레스토랑, 극장, 사무실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sight’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할 필요가 있었다.

쓰리타임즈 멤버들과 워너비 걸즈 멤버들은 오늘만큼은 이서준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총출동하였다.

그녀들은 이서준의 성공적인 데뷔를 위해 뮤직비디오 대기 중에 실시간 방송까지 켠 상태였다.

쓰리타임즈의 채연은 지금 한창 촬영에 열중하는 나영과 정현의 곁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방송을 킨 채 팬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언니들 지금 커리어 우먼으로 변신했어요. 우리 나영 언니 저런 유니폼이 왜 이렇게 잘 어울려? 너무 예뻐요.”

실시간 방송 중 팬들이 무슨 촬영을 하냐고 그녀에게 채팅창 글을 올리며 물었다.

팬인 그가 알기로는 지금 쓰리타임즈가 뮤비를 찍을 이유가 없었다.

“아, 우리가 왜 뮤비를 찍고 있는지 궁금하시죠? 사실 저희 뮤비가 아니에요. 그냥 저희는 오로지 연기하기 위해 나오는 거죠. 누구 뮤비냐고요? 뮤비의 주인공은 저희에게 명곡을 만들어 주시고 프로듀서까지 해 줬던 이서준 작곡가 오빠예요. 그 오빠가 곧 가수로 데뷔하거든요. 다음에도 좋은 곡 받으려면 미리 이렇게 약을 쳐 놔야 되지 않겠어요?”

그녀의 설명을 들은 팬들은 그제야 그녀들이 뮤직비디오 촬영에 나선 이유를 알게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