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47화 (47/189)

47. 드디어 데뷔하다(2)

김진영 형님의 실언 섞인 답변이 끝나고, 드디어 긴장한 나에게도 기자들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데뷔하시게 되었는데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최근 유명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시다가 갑자기 가수로 데뷔하시게 된 이유는 뭡니까?’ 등 미리 예상했던 질문들이어서 어젯밤 늦게까지 준비한 대로 잘 대답했다.

근데, 이런 이상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도 있었다.

“뮤직비디오에 최근 함께 작업한 쓰리타임즈와 워너비 걸즈도 출연을 했던데요. 개인적으로 이서준 씨는 누가 가장 이상형이신가요?”

“…친동생 같은 사이라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그래도 대답을 실수 없이 잘한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저 기자는 그런 질문은 대체 왜 하는 거야?

기자 회견이 끝나고 내 쇼케이스를 보고 계신 분들께 내 정규 앨범 수록곡인 ‘sight’와 ‘빨래방’을 들려줄 순간이 되었다.

엄청나게 긴장했던 기자회견장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지금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했다.

지금 현재 내 쇼케이스는 국내 유명한 포털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되고 있었다.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 노래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가득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자, 난 힘차게 외쳤다.

“휴~ 원, 투, 쓰리, 포.”

♪♩♩♪ ♪

내 외침과 함께 준비한 공연이 시작되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내 음악을 대중에게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소개하게 된 것이다.

* * *

눈앞에서 펼쳐지는 가수의 멋진 공연에 연예부 기자 3년 차 성지원 기자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노래까지 라이브로 듣고 있으니 이제 두 번째 듣는 곡이 되는 셈이지만, 벌써 노래의 매력에 푹 빠져 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던 가수가 노래 중간중간에 짓는 미소는 어찌나 상큼해 보이던지…….

그러고 보니 이서준이란 가수가 정말 잘생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부 기자라는 직업적 정체성 때문에 지금 노래 부르는 저 남자에게 빠져 덕질할 위험은 없지만, 만약 자신의 직업이 연예부 기자가 아니라면 저 남자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렸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공연을 보고 있는데, 그녀의 가까이에 서 있던 다른 기자가 그녀의 팔을 치며 말했다.

“성 기자, 정신 차려. 기자가 팬이 되면 어떡해?”

그녀에게 장난 섞인 말을 던진 남자는 얼마 전까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남기윤 기자였다.

그는 최근에 다른 언론사를 직장을 옮겼기 때문에 더 이상 같은 회사 선배 기자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여전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 중 하나였다.

성지원은 자신을 타박하는 남기윤 기자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남 선배, 기자는 뭐 사람 아니에요? 사람이라면, 더군다나 여자라면 저 모습 보고 어떻게 안 반해요?”

성지원의 말을 들은 남기윤 역시 방금의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멋있다는 건 나도 인정. 저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 남녀 구분 없이 인정이야. 그리고 저 친구 남자가 봐도 진짜 잘생겼어.”

이서준의 외모를 칭찬하는 남기윤의 모습에 성지원은 손뼉까지 쳐 가면서 그의 말을 반가워했다.

“그렇죠? 선배가 보기에도 잘생겼죠?”

“그래, 잘생겼다. 근데, 이게 네가 좋아할 일이야?”

“어머, 그건 그렇네요. JYK가 나한테 특별하게 챙겨 주는 것도 없는데… 그런데도 내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죠?”

그녀의 말을 들은 남기윤 기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미 늦었네. 너 완전히 저 친구한테 완전히 빠졌어.”

“에이 상관없어요. 그렇다고 해도 기사는 쓸 수 있으니까.”

“대신 팬처럼 편애하며 쓰겠지. 기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객관성이란 사실을 잊어버린 채 말이야.”

“이거 왜 그러세요? 저도 할 때는 제대로 해요. 기자 밥 3년째 먹고 있는데, 그 정도도 제대로 못 하겠어요?”

“오, 그럼 내가 이번에 우리 성 기자가 내는 기사 제대로 읽어 볼 거야. 정말 지금 호언장담하는 것처럼 제대로 썼는지 체크하는 의미로.”

“그러시던지요. 전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요.”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던 두 사람의 시선은 어느새 다시 노래하는 이서준에게로 향했다.

때마침 이서준의 고음이 공연장에 메아리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집중해서 보고 있던 남기윤은 다시 감탄하듯 말했다.

“이번에 JYK에서 괴물 가수가 한 명 나왔어. 안 그래도 잘되던 회사가 앞으로 더 잘될 모양이야. 어떻게 저런 인재를 찾아냈을까?”

“복 받은 거죠. 그리고 이쪽 바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도 해요. JYK란 회사가 신인들에게 워낙 인지도가 좋잖아요.”

“근데 그 인지도는 아이돌 한정 아니야?”

“아이돌 중심이긴 한데… 좋은 작곡가도 JYK에 몰린 지 꽤 됐어요. 공모전도 오래전부터 꾸준히 했었고요. 저 친구도 공모전 출신이라고 하더라고요.”

“대박 인재가 알아서 회사 문을 노크했다는 말이네. 운도 좋아.”

“그렇죠. 작곡한 노래도 연달아 계속 성공시켰잖아요. 거기다가 노래까지 되는 싱어송라이터니까… 저 친구 이번 정규 앨범 전곡을 본인 혼자 다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그럼 정말 괴물급이네…….”

다시 들리는 노래에 빠져 이서준의 공연에 몰두하는 두 사람.

어느새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 쇼케이스를 위해 준비했던 이서준의 노래도 모두 끝났다.

모두 보고 난 남기윤 기자는 함께 관람한 성지원을 보며 말했다.

“저 친구 담당이 조상구 실장이라고 하던데… 성 기자는 혹시 조상구 실장 알아?”

“아뇨, 잘 몰라요. 선배는 알아요?”

“난 조금 안면만 있어.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고… 그래서 걱정이다. 내 예감에 저 친구 더 크게 뜰 거 같은데… 조상구 실장하고 친한 사이가 아니니까 인터뷰 같은 거 독점으로 달라고 할 수가 없잖아. 성 기자가 아는 사이면 한 다리 건너서 친해지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 되겠네.”

“크크, 여기 있는 기자들 모두 선배와 같은 고민 중일 거예요. 오늘 이후로 조상구 실장이란 사람 핸드폰에 불나겠네요.”

남기윤 기자는 자신이 가진 기자의 감으로 봤을 때 이서준은 뜰 수밖에 없는 가수라고 생각했다.

하긴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외모 되고 노래 되는 가수가 뜨지 않을 리가 없었다.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치면, 문제는 어느 정도 높이까지 뜨냐의 문제였다.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가수가 되고, 거기에 가수로서 정점까지 찍는 몇 안 되는 슈퍼스타급의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과 외모 외에 다른 것도 필요했다.

연예부 기자들은 다른 누구보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직업상 재능 많고 실력 있는 가수들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라진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걸 알고 있는 남기윤은 이상하게 이서준이 엄청난 가수가 될 거란 예감이 들었다.

오랜 기자 생활 동안 몇 번 찾아오지 않은 예감이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그는, 이서준과 연결된 좋은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 * *

드디어 정식 데뷔에 성공했다.

내 정규 앨범이 유통사로부터 정식으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쇼케이스가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된 오후 5시를 기점으로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도 내 뮤직비디오가 정식으로 올라왔다.

노래도 발표하고 정식으로 데뷔 무대도 마쳤으니 그다음으로 내 시선이 향한 곳은 음원 차트 순위였다.

먼저 결과부터 말하면 놀랍게도 데뷔한 그다음 날 음원 차트에 내 노래 ‘sight’가 차트 인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sight’의 첫 차트 인 순위는 54위였다.

어떻게 보냐에 따라 조금 아쉬운 성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JYK라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 소속 가수인 내가 쓰리타임즈나 워너비 걸즈와 같이 신규 앨범 발매와 동시에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가는 게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음원 시장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일차원적 생각이다.

현재 음원 시장은 팬덤의 힘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자신의 가수를 맹목적일 정도로 지지하는 팬덤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팬들의 화력이 남다르다 보니 음원 스트리밍 순위 역시 높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면 누구나 인정하는 아티스트의 경우는 그들이 가진 인지도란 무기 덕분에 음원 차트에서 곧바로 상위권에 진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처럼 이번에 처음 데뷔한 신인의 경우는 아직 팬덤도 없고 대중에게 인지도도 부족한 실정이니 데뷔하자마자 차트 인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나마 데뷔 전에 운 좋게도 아주 유명한 방송에 출연했었고, 쓰리타임즈와 워너비 걸즈 곡를 만든 작곡가라는 좋은 타이틀도 단 상태였다.

거기다가 개인 SNS에 화제가 된 30초짜리 짤도 있었고 JYK라는 거대 엔터테인먼트의 빵빵한 홍보 지원도 있었으니 그나마 데뷔하자마자 차트 인을 하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내 노래가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의 앨범 활동이 매우 중요했다.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내 노래를 알리는 일이 지금 내게 주어진 중요한 숙제란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쇼케이스 다음 날부터 매우 활발하게 스케줄을 소화해야만 했다.

* * *

JYK 본사 회의실.

회의실에는 JYK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여 이서준의 앨범 활동에 관한 회의에 한창이었다.

회사 대표인 김진영은 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이서준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자, 모두 좋은 아이디어를 내 봅시다. 우리 서준이 곡을 더 알리려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의 물음에 기획실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아무래도 인지도를 얻는 게 곡을 알리는 데 가장 중요한 방법 아닙니까?”

그의 말을 들은 김진영은 추가로 물었다.

“그럼 어떤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신인이니 될 수 있으면 많은 방송에 노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의 말을 들은 김진영은 곧바로 반대 의견을 냈다.

“아뇨. 그건 아닌 거 같아요. 난 우리 서준이가 그냥 일반적인 가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회사에서 활동한 어느 아티스트보다 더 뜰 수 있는 가수란 말이죠. 그러니 방송 내내 웃고만 있을 방송에는 내보내지 않는 것이 좋을 거 같아요. 그건 그냥 이미지만 축내는 거잖아요.”

기획실장은 김진영의 말에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워낙 단호한 표정으로 하는 말이라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가만히 있으니 다른 사람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방송 출연을 안 시키겠다는 뜻이신가요?”

그의 물음에 김진영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건 아니에요. 인지도를 올리려면 방송을 안 할 수는 없죠. 단 아무 방송이나 잡히는 대로 마구잡이 출연은 시키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이왕이면 방송 출연은 최소화하고 홍보 효과는 극대화되는 방송 스케줄을 잡으면 좋겠네요.”

그의 말을 들은 직원들은 ‘그런 방송이 대체 뭔데?’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용기를 가진 사람은 회의실에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 * *

아침 5시부터 샵에 가서 머리와 메이크업까지 한 후 곧바로 오늘 스케줄을 시작했다.

내가 아침부터 이렇게 일찍 샵에 다녀온 이유는 오늘 내가 소화해야 할 스케줄이 음악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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