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49화 (49/189)

49. 음악 방송 출연(2)

실물로는 처음 보는 거라 10명도 채 안 되는 이서준의 팬들은 모두 감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실물을 보니 진짜 잘생겼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 몸매는 어찌나 멋이 흐르던지, 체형도 보통의 아이돌처럼 작은 키에 삐쩍 마른 몸매가 아니라 거의 화보에 나오는 모델과 같이 멋있었다.

그런 멋진 남자가 자신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마 준비한 응원 문구와 방금 외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들이 본인의 팬임을 알아챈 모양이다.

그렇게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온 이서준은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물었다.

“혹시 제 팬으로 여기 와 계셨던 거에요?”

목소리부터 게임 오버였다.

스윗하면서도 남자다운 목소리.

아마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멋진 왕자님들의 목소리가 바로 저런 목소리일 것이 분명했다.

모두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려 이서준의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덕질 경험이 많은 ‘서준사랑’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오빠가 물은 질문에 성실히 답을 해 주었다.

“네, 오빠 팬이에요. 회사에서 오늘 오빠가 처음으로 음방 한다고 해서 저희끼리 응원하러 왔어요.”

‘서준사랑’의 대답을 들은 이서준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의 반응에 모여 있던 팬들은 심장이 심하게 뛰어 죽을 거 같았다.

그는 갑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방을 열고는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혹시 이거라도 드실래요? 제가 여러분께 너무 감사한데 가지고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요. 제가 오늘 방송국에서 회사 식구들과 나눠 먹으려고 미리 준비한 건데, 여러분이 아침부터 이렇게 응원하러 와 준 게 너무 고마워서 이거라도 괜찮으시면 드리고 싶네요.”

샌드위치와 과일, 그리고 과자, 음료 등을 한 아름 꺼내 놓는 이서준이었다.

순수한 모습으로 자신이 먹을 걸 팬들을 위해 내놓는 가수.

그리고 팬들의 이름을 일일이 물어보면서 눈까지 맞추며 고마움을 표하는 정성 어린 모습에 이서준 때문에 모인 팬들은 물론이고 다른 아이돌의 팬들까지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약속된 시간 때문에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아쉬움에 손까지 흔들며 사라지는 이서준의 모습에 팬들은 감동의 열매를 일인당 일만 개는 먹은 사람처럼 감동에 절어 있었다.

너무나 큰 행복감에 젖어 버린 까닭에 정신을 차릴 수 없어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서준사랑’은 자신과 조금 전에 싸웠던 친구를 향해 승자를 미소를 지었다.

“170, 172, 176, 170.”

갑자기 의문의 숫자를 나열하는 친구의 모습에 그녀의 친구가 물었다.

“지금 네가 지껄인 숫자들은 도대체 뭐야?”

친구의 물음에 ‘서준사랑’은 ‘씩’하고 웃으며 설명했다.

“뭐긴 뭐야, 네가 좋아하는 샤크 오빠들의 키지. 너도 아까 우리 서준 오빠 봤지? 샤크 오빠들처럼 키 높이 깔창 따위는 전혀 필요 없는 모델 체형이었잖아. 그리고 얼굴은 또 어땠어? 오늘 여기를 지나간 남자 가수 모두를 압살하는 미모를 보고 너도 아마 심장이 두근거렸을 거다. 게다가 목소리는 또 어땠니? 목소리만 들어도 잠이 올 정도로 감미롭지 않았어? 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될 정도의 목소리였어.”

분명 이서준을 찬양하는 말이었는데도 샤크의 팬인 그녀의 친구는 웬일인지 아무런 반론도 못 하고 듣고만 있었다.

그녀 역시 이서준을 실제로 본 사람이라 친구의 말을 부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수 준비한 음식까지 다 주고 가는 이 따뜻함. 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멋진 남자야. 네 생각은 어때?”

“…….”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침묵을 택한 친구의 모습을 보며 ‘서준사랑’은 그제야 하고 싶던 말을 드디어 꺼내었다.

“진짜를 봤으니 이제부터라도 나와 함께하자. 너 아까 분명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어. 내가 널 모르냐? 그러니 이제라도 나와 함께 우리 서준 오빠의 따뜻한 품으로 와.”

그리고 천천히 손을 내미는 그녀.

친구가 내민 손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갈등하고 있는 그녀의 마음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았다.

* * *

대기실로 들어온 은비가 나를 향해 따졌다.

“아, 우리 준다고 준비해 온 먹을 걸 다 주고 오면 어떡해요? 나도 배고프단 말이에요.”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우선 진심으로 사과했다.

“미안, 내가 너무 심하게 감동을 받아서 나도 모르게 그랬어. 나중에 매점에서 네가 먹고 싶은 걸 사다 줄 테니 그만 화 풀어.”

내 사과를 들은 은비는 어느새 화내던 눈 대신에 웃음 띤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아, 오빠 장난이에요. 만약 오빠가 나 준다고 매점 갔다 오면 나만 욕먹어요. 스텝이 가수를 챙겨야지, 가수가 스텝을 챙기는 경우가 어딨어요? 더군다나 오늘 음방 하러 왔는데 그런 일 일어나면 저 이 바닥에서 인성 쓰레기라고 소문날 거예요.”

“그래도 내가 너무 미안해서…….”

미안한 나머지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보며 조 실장님이 말했다.

“배고픈 은비는 회사 카드로 내가 챙길 테니 서준이는 걱정 안 해도 돼. 오늘 리허설만 3번인 거 아까 설명 들었지? 그러니 넌 컨디션 조절하며 기다리고 있어.”

“네, 실장님.”

실장님 말대로 난 오늘 음악 방송에서 리허설만 3번을 해야 하는 강행군의 일정을 겪어야 했다.

드라이 리허설, 중간 리허설, 마지막 카메라 리허설까지 한 후 최종적으로 사전 녹화를 하는 것이 오늘 내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정이었다.

음악 방송에는 단 한 번만 나오는데, 왜 이렇게 많은 리허설을 해야 하는지는 그 이유는 아직까지 몰랐다.

신인인 내 입장에는 그 이유를 알기보다는 그저 열심히 할 생각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음악 방송 대기실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내가 얼떨떨한 모습을 보이는 와중에 방송 스텝으로 보이는 분이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서준 씨?”

웬 남자의 물음에 조 실장님이 환히 웃는 얼굴로 나섰다.

“네, 여기가 신인 가수 이서준의 대기실이 맞습니다. 서준아, 이리와.”

실장님의 부름에 난 냉큼 의문의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인사드려. 음악 방송 스텝이셔. 오늘 너 때문에 고생하실 분이니 인사부터 드려야 도리겠지?”

그 말을 들은 나는 얼른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신인 가수 이서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조연출 최성국이에요.”

군대에서 사단장을 만난 이등병처럼 깍듯이 인사를 했건만, 상대의 반응은 한마디로 그저 그랬다.

가까이서 스텝이라 생각되는 남자의 얼굴을 살펴보니, 떡진 머리와 수염이 가득한 모습에 눈동자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외형만 보고도 ‘정말 피곤한 모양이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외모였다.

잠도 못 자고 일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런 상태라면 내 인사를 저렇게 성의 없게 받는 것도 순간 이해가 갔다.

그는 오늘 음악 방송 일정표를 대기실 문에 붙이며 말했다.

“일정은 이거 보고 확인하시고요. 혹시 상황에 따라 일정이 바뀔 수도 있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계셔야 합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우리가 추가 지시를 드릴 테니 실수 없이 잘 따라 주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10분 뒤에 드라이 리허설 시작하니 바로 준비해 주시고요. 제 말 다 이해하셨죠?”

“네, 이해했습니다.”

실장님의 대답을 들은 사내는 역시나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생각보다 차가운 방송국 사람들의 반응에 방송 초짜인 나는 이곳에 적응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었다.

* * *

드디어 음방 첫 스케줄인 드라이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드라이 리허설 때문에 오늘 음악 방송에 출연하는 모든 출연진이 좌석에 앉아 있었다.

자신의 차례가 아닌데도 왜 쉬지 못하고 여기에 앉아 이걸 보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유를 모르는 관례들이 무척 많은 방송국이었기에 모두 그러려니 하고 앉아 있었다.

드라이 리허설 순서는 거의 짬밥에 의해 결정된다.

신인일수록 먼저 하게 되고, 짬이 되고 소속된 회사가 크거나 혹은 인기가 많을수록 뒤쪽에 배치된다.

지금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신인 가수도 신인이기 때문에 순서가 가장 먼저였다.

신인 가수가 드라이 리허설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자리에 앉아 있던 ‘핫걸’의 채은은 안됐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에휴, 저 신인도 지금 무대 위에서 죽을 맛이겠지? 지금 시간이 아침 7시 30분인데 노래가 제대로 나올 리가 없잖아.”

그녀의 말을 들은 같은 그룹 멤버인 소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더군다나 신인이면 지금 아마 첫 무대라 제정신이 아닐걸? 그러니 얼마나 긴장되겠어? 아침이고 긴장까지 한 상태니 노래가 제대로 될 리가 없지.”

소희의 말을 들은 채은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아, 그래서 우리 소희 양이 드라이 리허설 때 음이탈 사고를 치셨구나. 이제야 그때 그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이해가 가네.”

자신을 놀리는 채은의 말에 소희는 그녀를 째려봤지만, 장난을 치는 것에 신난 채은은 멈출 생각이 아직은 없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첫 무대라 긴장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고, 잠에서 깬 지 몇 분 되지도 않은 아침이라서 우리 노래 잘하는 소희 양도 음이탈을 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는 이 얘기지?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거 맞아?”

자신을 놀리는 동갑내기 친구이자 단짝 멤버인 채은을 째려보는 소희였다.

“야, 좋은 말로 할 때 그만해라.”

더 놀리면 진짜 삐칠 거 같은 소희의 반응에 채은은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히히, 이젠 안 놀릴게. 화 풀어. 솔직히 말하면 난 우리의 첫 드라이 리허설 날, 우리 메보가 실수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인간적이냐 하는 생각을 했어. 실수 전에는 소희 네가 노래를 너무 잘해서 사람 같지 않아 보였거든.”

친구가 그녀의 노래 실력을 칭찬하는 말을 하니 그제야 표정이 풀리는 소희였다.

“나쁜 기집애, 이게 날 가지고 멕였다가 풀었다가 하면서 완전 가지고 놀아. 너 이럴 때 보면 정말 못됐어.”

“히히, 너만 보면 이상하게 장난을 치고 싶어진단 말이야. 이게 다 네가 너무 매력적이라 생기는 일이야.”

두 사람이 절친 케미를 뽐내며 사담을 나누던 중 드디어 신인 가수의 드라이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

신인 가수의 노래를 들은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그들이 놀란 이유는 아침인데도 신인 가수가 노래를 너무 잘해서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