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50화 (50/189)

50. 음악 방송 출연(3)

방금 농담에 섞여 드라이 리허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음방에 나온 가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이른 시간에 시작되는 드라이 리허설 무대였다.

눈을 뜬 지 몇 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무대이니 어느 가수가 그 무대가 편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신인의 경우는 열에 아홉은 음이탈 같은 사고가 나는 무대로 악명이 높았다.

아침이라 목도 잠긴 상황에 게다가 첫 음방 무대이니 신인 가수 입장에서 얼마나 긴장이 많이 되겠는가?

그러다 보니 실수는 어쩌면 당연히 발생해야 하는 일과 같았다.

그러나 지금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신인 가수는 아침부터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고 있었다.

덕분에 잠이 부족한 아이돌 가수들답게 앉은 자리에서 졸고 있던 가수 모두가 눈을 번쩍 뜨고 무대를 지켜 보고 있었다.

“어, 나 저 사람 알아. 캐릭터 세상에 나왔던 이서준이란 작곡가야.”

“아, 맞다. 워너비 걸즈와 쓰리타임즈의 이번 노래 작곡한 사람이야. 근데 여긴 왜 나왔대?”

“가수로 데뷔한다는 기사를 본 거 같아. 그래서 오늘 음방에 나오는 모양이야. 근데 아침인데도 노래를 너무 잘하는 거 아냐?”

웅성웅성.

드라이 리허설 무대에 선 이서준 때문에 가수들 사이에 제법 큰 소란이 발생했다.

이서준이 가지고 있던 가수로서의 남다른 존재감 때문에 그가 동료 가수들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 * *

드라이 리허설이 끝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나는 본격적으로 조상구 실장님과 함께 선배 가수들에게 인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나이로 따지면 족보가 매우 복잡해지지만, 우리나라 가요계는 데뷔를 기준으로 서열을 정하기 때문에 난 오늘 이곳에서 가장 막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편한 것이 생겼으니 오늘 이곳에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냥 깍듯하게 인사를 하면 되었기에 그런 부분은 분명 편했다.

오늘 같이 인사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조상구 실장님은 역시 여유가 있는 분이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하지만, 이상하게도 상대가 조 실장님에게는 함부로 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뿜어내셨다.

쉽게 말하면 이상한 아우라 같은 것이 있다고 할까?

그리고 실장님이 아는 사람은 어찌나 오늘 많이 만나는지…….

오늘 만난 가요계 관계자들 3명 중 2명은 실장님과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인 거 같았다.

내가 정중히 인사하면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고 반가운 모습으로 반응한다는 점도 신선했다.

“아이고, 이 잘생긴 분은 누구신가? 내가 얼마 전에 JYK에서 잘생기고 노래 잘하는 대형 신인 가수가 나온다는 얘기는 벌써 들었는데, 오늘에야 직접 만나게 되어 영광이네요. 정말 반가워요.”

마치 이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사람인 양 엄청 반갑고 친절하게 응대를 해 주시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그리고.

“아이고 선배님이라고 하지 마세요. 저 24살입니다. 형님보다 어리죠. 그러니 앞으로 제가 편하게 형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어머, 오빠. 너무 반가워요. 그리고 데뷔 축하드려요.”

선배라고 할 수 있는 아이돌 가수들도 모두 나를 살갑게 대해 주어 감사했다.

그리고 이런 반응들도 예상과 달라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JYK에 들어오고 회사 사람들과 가진 술자리 같은 데서 음악 방송에 관한 썰을 재미로 많이 들었었다.

그 당시 들었던 썰들은 음방이라는 곳이 아주 살벌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센 것들이었는데, 그런 이유 때문에 사실 오늘 많은 걱정을 가진 채 조심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그러나 내 예상과 걱정과 달리 직접 만난 음방 쪽 사람들은 생각보다 따뜻한 반응을 보여 줬기에 내게 없던 혼란스러움이 생겼다.

결국, 혼란스러움에 괴로워하던 나는 함께 걷던 실장님께 이렇게 물었다.

“예전 술자리에서 음방에서 벌어졌던 아주 무섭고 살벌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 직접 겪어 보니 모두 다 과장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그런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이 술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 재밌으라고 MSG를 엄청 친 이야기를 제가 멍청하게 다 사실이라고 믿었나 봐요.”

내 말을 들은 조 실장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럴 때 보면 서준이 네가 아직은 순진한 면이 많은 거 같아.”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갑자기 나보다 순진하다고 하는 실장님의 말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런 내 반응과 상관없이 실장님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은 네가 들었던 이야기보다 훨씬 더 살벌하고 무서운 곳이야. 아마 이야기 속 등장인물의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같은 것이 걸려서 제대로 다 말하지 못한 것이 더 많을 거다.”

“네? 이곳의 실상이 제가 들은 이야기 속 모습보다 더 그렇다는 말씀이세요?”

“그렇지. 어떻게 보면 사회의 각 분야 중에 가장 더럽고 추악한 곳이 바로 연예계니까.”

지금 실장님은 내가 만나서 본 얼굴 중에 가장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 계셨다.

“아까 사람들이 네게 친절하게 대해 준 이유는 그들이 친절해서 그런 게 아니라 네가 가지고 있는 힘 때문이야.”

힘?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갑자기 힘이야?

“…혹시 소속사 힘 때문에 저들이 제게 친절하게 군다는 말씀이세요?”

“물론 그것도 조금은 이유가 되겠지. 어쨌든 지금 이 바닥에서 JYK가 최고인 것은 맞는 말이니까. 근데 그것보다 큰 이유는 네 작곡가로서의 능력 때문이지.”

순간 망치로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제 작곡 실력 때문이라고요?”

“그렇지. 우리같이 노래밥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네 작곡 능력은 마치 신화의 나오는 미다스 왕의 손과 같은 거야. 네가 만들어 내는 노래의 멜로디가 우리에게는 그 어떤 황금보다도 빛나는 존재이니까.”

그럼 아까 보았던 반응들은 모두 내게 잘 보이기 위해 했던 가식적인 행동들이었단 말이 된다.

“너는 저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이야. 왜냐하면, 히트곡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네게 잘 보이고 싶은 거지. 잘 보여야 네게 곡을 받을 기회가 생길 수도 있는 거고.”

“그럼 친한 척하던 선배 가수들도 그런 이유로 제게 친절하게 대했던 거에요?”

“그렇지. 너한테 제대로 된 곡 하나 받으면 인생이 바뀔 수도 있잖아.”

마치 보지 말아야 할 무서운 세계의 이면을 들여다본 것 같은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난 그저 노래가 좋아 이쪽 일을 시작했을 뿐인데,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이곳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닌 모양이었다.

“마음 단단히 먹어. 그리고 앞으로 말과 행동 조심하고. 아까 네게 친한 척했던 친구 있지?”

“아, 제게 전화하라고 하며 번호 알려 줬던 선배님요?”

“그래, 그 친구. 가능하면 그런 친구와는 가깝게 지내면 안 돼.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친구 노는 물이 좋지 않다는 말들이 많아.”

노는 물?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일까?

“어떤 식으로 놀기에 그런 이야기가 돌아요?”

내 물음에 실장님은 진지한 말투로 설명했다.

“연예계에서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게 몇 가지 있지. 대표적인 것들이 술과 마약이야. 그 친구는 그것들과 연관되었다는 루머가 많아. 물론 이 바닥 사람들 사이에서만 도는 이야기지.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저녁 뉴스에서 저 친구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오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게 이쪽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야. 혹시라도 네가 저 친구와 친하게 지내다가 저 친구가 잘못되면 아무런 잘못 없는 네게도 억울한 피해가 생기는 거지. 그러니 사람 조심하라는 내 말을 항상 명심하며 생활해야 돼.”

들으면 들을수록 오싹한 기분이 드는 말들이었다.

지금 실장님이 예로 든 선배 가수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 누구보다 순진한 얼굴로 웃고 있던 그 사람이 그런 질이 나쁜 루머의 주인공이었다니…….

나보고 친하게 지내자며 연락처도 먼저 물어봐 주었는데, 실장님께 미리 들었던 주의 사항 때문에 연락처 교환을 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쩐지 실장님도 알아서 상대가 무안하지 않게 거절하게 도와주셨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실장님이 왜 그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끼어드셨는지 그 이유도 알 거 같았다.

밝아 보이던 세계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 조금 알게 되어 생각이 복잡해진 채로 나는 다음 대기실에 인사하기 위해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간 나는 순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대기실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나를 보고 멈칫한 반응을 보이는 제임스 권이었다.

순간 그냥 이대로 나갈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의외로 제임스 권이 내게 먼저 웃으며 다가왔다.

“와, 이게 누구야? 놀자와 love me의 주인공 이서준 작곡가님이시잖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밝게 웃으며 말을 먼저 건네는 그를 보며, 나 역시 그에게 인사의 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아, 이번에 앨범을 내서 대기실 위주로 인사 돌고 있었어.”

“하하, 이젠 메가 히트곡 작곡가에서 가수로까지 변신한 거야? 사실 네 노래 이미 들었어. 정말 좋더라. 데뷔 축하해.”

“으, 응, 고마워.”

익히 알고 있던 본인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는 제임스 권 때문에 또 다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우리 서준이랑 아는 사이신가 보네요.”

“네, 제가 얼마 전까지 JYK 작곡가 팀에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 친구랑 워너비 걸즈 타이틀곡을 주제로 경쟁도 했었어요. 물론 결과는 아시는 대로 제가 패했지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 친구가 너무 셌어요.”

이 쿨한 반응은 도대체 뭘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남자는 제임스 권과 얼굴과 같고 안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주범인 이 남자는 멍한 표정을 짓고 서 있는 나를 향해 자신의 현재 근황을 설명했다.

“난 요즘 아버지 회사에서 프로듀서 역할을 맡고 있어. 여기 있는 애들이 요즘 내가 키우고 있는 걸그룹이고. 야, 인사드려. 내 친구인 이서준이야.”

“안녕하세요? 캔디걸입니다.”

여섯 명의 예쁜 소녀들이 나를 보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인사를 하러 와서 오히려 인사를 받게 되니 많이 얼떨떨했다.

“오늘 녹화 잘해.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어.”

“그래, 나도 반가웠다. 캔디걸 선배님들도 오늘 녹화 잘하세요.”

“네. 수고하세요.”

인사를 마치고 나오면서도 여전히 나는 무엇에 홀린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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