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53화 (53/189)

53. 내가 만든 노래를 불러 줄 디바를 만나다(1)

쓰리타임즈의 나영은 오랜만에 쉬는 날이 생기자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연경아, 나야.”

오랜만에 듣는 친구의 목소리에 나영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영이?]

“응, 나야, 연경아.”

[이야, 김나영. 오랜만에 네 목소리 들으니 너무 반갑다. 잘 지냈지?]

“헤헤, 나야 그냥 회사에서 짜 준 스케줄 소화한다고 정신없었지. 너도 안 그래? 너희 회사도 소속 가수 빡세게 굴리는 걸로 유명한 회사잖아.”

나영은 통화 중인 친구 연경이 역시 정식으로 데뷔한 걸그룹 소속 가수이니 자신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방금 한 그녀의 말에 대한 친구의 반응이 이상했다.

[…난 지금은 한가해. 어쩌다 보니 팀을 나오게 되어서 덕분에 시간이 많아졌거든.]

오랜만에 한 전화 통화를 통해 듣게 된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나영은 너무 놀라 일순간 움직일 수 없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팀을 나오게 됐다니… 왜 네가 팀을 나와?”

[얘기하자면 좀 긴데…….]

“그럼 우리 만날까? 나 오늘 스케줄 없어. 쉬는 날이야. 그러니 너만 괜찮으면 우리 만나서 얘기하자.”

친구에게 큰일이 생긴 거 같아 나영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일단 친구를 만나서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들어 봐야 마음이 어느 정도 놓일 거 같았다.

[그래, 만나자. 나도 너한테 하소연해야 정신 건강에 좀 도움이 될 거 같아. 근데 우리 어디서 봐?]

“내가 자주 가는 카페가 있어. 우리 삼촌이 하는 가게야. 괜찮으면 거기서 볼래? 주소는 내가 톡으로 찍어 줄게.”

[그래, 거기가 좋겠네. 그럼 나중에 보자.]

“응.”

전화를 끊은 나영은 황급히 외출 준비에 나섰다.

외출 준비 때문에 부산스러운 나영을 보며 이제 막 낮잠에서 깬 지호가 물었다.

“언니 어디 나가?”

“응, 연경이 만나기로 했어.”

연경이란 이름에 지호의 얼굴이 잠이 오는 얼굴에서 깜짝 놀라는 얼굴로 변하였다.

“우리 회사에서 같이 연습생 했던 연경 언니? 지금 그 언니 만나러 가는 거야?”

“응, 네가 말한 그 연경이 맞아.”

“나도 그 언니 소식 너무 궁금했는데… 언니는 계속 연락하며 지냈구나.”

“나야 친구잖아. 그리고 연습생 중에 나랑 가장 친한 사이였어. 지금도 그렇고.”

말하다 보니 연경과의 추억이 생각하는 지호였다.

“연경 언니가 노래 정말 잘했잖아. 그리고 나한테 노래도 많이 가르쳐 줬어. 월말 평가 때 어려운 곡 불러야 하면 항상 연경 언니를 찾곤 했지. 나도 연경 언니 보고 싶은데, 같이 갈까?”

지호의 말에 나영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에는 나 혼자 다녀올게. 연경이한테 안 좋은 일 생긴 거 같아서 그래.”

“뭐? 안 좋은 일? 연경 언니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데 그래?”

“나도 구체적인 건 아직 몰라. 일단 다녀와서 얘기해 줄게.”

나영은 왠지 다급해 보이는 모습으로 숙소를 빠져나갔다.

지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걱정 가득 한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 * *

나영의 삼촌이 운영하는 카페 2층에는 직원들이 쉬거나 사장인 본인이 업무를 볼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었다.

테이블이나 소파 같은 것은 손님이 이용해도 괜찮을 만큼 좋으면서 칸막이가 쳐진 관계로, 나영은 누군가를 만날 일이 있을 때 이곳을 자주 애용했다.

마음 편하게 친구와 이야기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자신만의 아지트와 같은 이곳에, 같이 JYK 연습생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와 만났다.

브런치를 파는 카페라 간단한 음식까지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카페라서 그녀들이 앉은 테이블 위에도 역시나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두 사람의 포크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을 뿐이었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진짜 너무한 거 아냐?”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열 받는 사연을 들은 나영은, 마치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한 사람처럼 화가 난 상태였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처음부터 그 회사에 들어가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내가 한 선택이니 누굴 탓하겠니?”

후회가 가득한 친구의 말에 나영 역시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정말 노래를 잘하고 열심히 하는 친군데, 어떻게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생각만 해도 속상했다.

큰 힘이 되어 줄 수 없다면 오늘 하루 친구에게 작은 위로라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괜히 더 오버스럽게 말했다.

“에이, 기분도 꿀꿀한데 술이나 한잔하자. 어때? 한잔 가능해?”

연경 역시 답답한 마음에 술 생각이 간절했지만, 자신과 달리 편하게 술집에 들어갈 수 없는 친구가 나영이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물어보았다.

“네가 괜찮겠어? 술집 가면 사람들이 막 쳐다볼 수도 있잖아. 나야 워낙 인지도가 낮았던 그룹 소속이었고, 게다가 그중에서도 가장 구석에 있던 사람이니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게 분명하지만, 너는 나와 다르잖아? 많이 불편할 수도 있어.”

연경의 말에 나영은 쓸데없는 걱정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 다른 술집 안 가고 여기서 먹을 거니까.”

“여기? 여기 술도 팔아?”

“당연히 안 팔지. 근데 우리 삼촌이 맥주를 워낙 좋아하셔서 가게에 사 놓은 맥주가 많을 거야. 그냥 그거 가져와서 먹자. 화덕 피자랑 같이.”

역시 먹을 줄 아는 나영답게 요즘 최고 궁합을 자랑하는 피맥 콤비를 외쳤다.

그러나 장소가 장소인지라 걱정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괜찮을까?”

“그럼 당연히 괜찮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삼촌 가게잖아. 걱정할 필요 아무것도 없어.”

그 말을 끝으로 나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나타난 그녀는 맥주캔을 한 아름 안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초저녁부터 맥주 파티를 벌이기 시작했다.

술이 한 모금 몸으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좀 더 밝게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대화 주제도 처음과 달라졌다.

두 사람은 JYK에서 함께 연습생 생활을 오래 했었기에 연습생 시절에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 등을 주제로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열심히 수다를 떨다 문득 생각이 났는지 연경이 나영에게 물었다.

“쓰리타임즈 이번 노래 만든 사람이 이서준 맞아? 이번에 솔로 가수로 데뷔한 사람이기도 하고.”

“응, 맞아. 이번 우리 노래 작곡과 편곡, 그리고 프로듀싱까지 해 줬어.”

“그래? 그 사람 혼자서 다?”

“응, 혼자 다. 혼자서 몇 사람 몫을 그냥 척척 해내니 다른 사람이 필요가 없더라고. 같이 일해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오빠야.”

연경은 약간 홍조 띤 얼굴로 말했다.

“나 직접 봤어. 회사 나오기 전 음방 무대에서. 녹화 순서가 바로 내 뒤 순서였거든.”

“어머, 진짜?”

그 순간 나영은 연경의 얼굴에 생긴 홍조를 발견했다.

“어, 너 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야? 혹시 서준 오빠 직접 보니 마음이 설렜어 두근두근했어?”

“그게 무, 무슨 소리야. 그냥 그랬다는 말이지. 얘가 내 얘기를 이상한 데로 엮어 가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표정은 분명 그게 아니었기에 나영은 집요하게 계속 캐물었다.

“그럼 지금 말하면서 얼굴은 왜 계속 빨갛게 변해? 너 지금 엄청 수상해.”

“아니라니까 얘가 자꾸 이러네… 뭐 솔직히 잘생기긴 잘생겼더라.”

이제야 조금 솔직해지는 친구의 모습에 나영은 웃음이 터졌다.

왜냐하면,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테이블 위에 놓였던 나영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전화는 아니고 메시지가 온 모양이었다.

“응?”

갑자기 온 연락에 나영은 핸드폰을 확인한 후 재밌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와, 이 오빠도 양반 되기는 글렀다. 자기 이야기 하는 거 어떻게 알고 지금 연락하냐?”

그 말을 들은 연경은 깜짝 놀라 물었다.

“연락 온 사람이 이서준 씨야?”

“응, 오빠한테서 연락 왔어. 통화되냐고. 나 잠시만 통화 좀 할게.”

나영은 핸드폰을 들어 곧바로 이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빠 나야. 웬일로 연락을 다 주셨어?”

[아, 내가 고민하는 문제가 생겨서. 아무래도 우리 선배님이 나보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 경험이 많으시니 내 고민을 듣고 좋은 조언을 해 주실 수가 있을 거 아냐.]

“히히, 오빠가 나 보고 선배님이라고 하니 웃기네. 오빠, 지금 어디야?”

[나? 숙손데…….]

숙소에 있다는 그의 말에 나영은 조용히 미소지었다.

“그럼 여기로 올래? 나의 금쪽같은 조언을 들으시려면 그 정도 노력은 하셔야 되지 않을까?”

[…거기가 어딘데?]

장소를 묻는 이서준에게 삼촌의 카페 주소를 알려 준 나영은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는 자신의 친구를 쳐다보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야, 너 친구 잘 둔 덕분에 네가 잘생겼다고 한 남자랑 오늘 바로 만나게 되었어. 그러니 나한테 고마워해.”

나영의 말을 들은 연경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지금 여기 온대?”

“응, 바로 오기로 했어. 오빠 숙소가 여기서 가까운 데 있으니 한 20분 정도 기다리면 올 거야.”

나영의 말을 들은 연경은 자신의 가방에서 무언가를 급하게 꺼냈다.

그것은 바로 손거울이었다.

거울을 보며 얼굴 상태를 점검하는 친구의 모습에 나영은 다시 웃음이 터뜨렸다.

“엉? 하하하,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오빠 온다니까 급 외모 체크하는 거야? 하하하, 너 왜 이렇게 귀여워?”

나영의 웃음에 연경을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 바쁘니까 말 시키지 마. 그래도 처음 만나는데 생얼은 예의가 아니잖아. 립밤이라도 발라야 경우에 맞는 거 아니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풀메이크업을 할 기세로 가방을 뒤지기 시작하는 연경이었다.

* * *

나영의 전화에 나는 부리나케 외출 준비를 마친 후 나영이 알려 준 카페로 향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 나영의 삼촌이라는 사장님께 인사를 드린 후 2층으로 올라가니 구석에 문이 하나 보였다.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맥주를 마셔서 그런지 약간 볼이 붉게 변한 나영이 눈에 보였다.

“오빠, 왔어요?”

“응, 왔어.”

나영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그제야 나영 옆에 앉은 여자 한 명이 앉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를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음방에서 내게 작은 충격을 준 후 스치듯 지나갔던 그녀가 나영 옆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 혹시 캔디걸 멤버분 아니세요?”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조연경입니다.”

“아, 제가 인사도 안 한 채… 죄송해요. 이서준이라고 합니다.”

나영이 곧바로 인사를 나누는 우리 두 사람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하하, 오빠도 연경이 기억하네? 안 그래도 얘가 오빠랑 음방에서 마주친 이야기를 했어. 웃긴 건 그때 바로 오빠한테 톡도 왔고. 그래서 내가 이것도 인연이란 생각에 오빠를 여기로 불렀지.”

난 나영의 말을 듣고 궁금한 걸 물었다.

“두 사람은 그럼 아는 사이야?”

“응, 같이 연습생 생활했어. 아, 참고로 MBT가 아니라 JYK에서.”

“아, 그렇구나.”

음방에서 내게 충격을 안겨 준 여자가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JYK의 연습생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어떻게 하다 보니 나도 두 사람이 벌이고 있던 맥주 파티에 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약간 낯을 가리는 모습을 보여 주더니 실제 성격은 많이 활발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오늘 처음 만난 연경이와도 많이 친해졌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전부터 묻고 싶었던 거 하나를 연경이에게 물었다.

“너 지금 노래 부를 때 목소리 일부러 바꾼 목소리지?”

내 말을 들은 그녀는 깜짝 놀라며 내게 물었다.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네 눈에는 내가 그렇게 안 보일 수도 있지만, 쓰리타임즈랑 워너비 걸즈 프로듀서 했던 사람이 바로 나야. 그러니 그 정도 알아내는 모습에 많이 놀라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그때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영이 그녀의 목소리에 관한 숨겨진 사연을 직접 밝혀 주었다.

“연습생 때 목소리가 너무 튄다고 지적을 많이 받았어. 연정이가 노래를 잘하는 거는 보컬 트레이너 쌤들도 바로 인정했는데, 걸그룹 멤버가 되기에는 목소리가 너무 튀면 안 된다는 설명이었지.”

자신의 이야기라 그런지 자연스럽게 나영의 말을 받는 연경이었다.

“그때부터 목소리를 튀지 않게 바꾸기로 마음먹었어. 물론 타고 난 목소리라 잘 안 되더라. 그래도 걸그룹을 목표로 연습 중이니 포기할 수는 없었지. 그렇게 죽어라 계속 연습했더니 그때부터는 그런 지적이 사라지더라. 아 물론 여전히 조금 튀어 보이기는 하지만… 근데, 오빠는 그걸 단번에 알아보네. 역시 노력을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게 있는 모양이야.”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약간 허무해 보이는 연경이이었다.

난 그런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을 꺼내었다.

“처음부터 잘못되었던 거야.”

“엉? 뭐가?”

“네 목소리가 문제라고 했던 그 이야기들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던 거라고.”

내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랐던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해 주고 싶던 말을 드디어 해 주었다.

“네 목소리는 하늘이 주신 축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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