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58화 (58/189)

58. 처음으로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다(1)

바람이 불고 있다는 김윤정의 말처럼 지금 이서준에 관한 대중의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특히 이서준이 토크 버스킹 프로그램 중에 부른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는 누적 조회 수가 벌써 300만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 노래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 그대로 이서준에게로 전달되고 있었기에 그에 따라 이서준의 대중적 인기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린 이대진은, 미소를 띤 얼굴로 김윤정에게 말했다.

“방송의 힘이 크긴 크다. 그지?”

“정말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요. 그러니까 많은 연예인과 관계자들이 구닥다리 교양 프로그램이라도 한번 나가 보려고 방송국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머리를 조아리며 굽실거리는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 만약 우리가 JYK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영세 기획사에서 일했으면 우리 회사 연예인들 방송에 꽂으려고 이리저리 연락하느라 목이 다 쉬었을 거야.”

“전 당장 회사 그만두었을 거예요. 그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해요?”

JYK라는 큰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들의 현실에 다시 한번 감사하는 순간이었다.

“근데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어요.”

“재밌는 사실? 그게 뭔데?”

“sight 외에 다른 노래들도 뜨기 시작했어요.”

잠시 이야기가 다른 곳에 샜지만, 어느새 다시 업무 이야기로 복귀한 두 사람이었다.

“혹시 우리 서준 씨가 토크 버스킹 방송에서 불렀던 노래들?”

“네, 예쁘다와 빨래방이요. 그리고 그런 인기에 편승해 정규 앨범 판매량도 계속 늘고 있어요. 회사에서 관리하는 팬클럽 회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요. 이러다 정규 앨범 판매량도 10만 장 넘길 거 같아요.”

홍보팀 직원의 입장에는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아까 말한 노래들 순위가 어떻게 돼?”

새롭게 차트 인한 노래들의 음원 차트 성적을 묻는 이대진의 말에 김윤정은 여러 차트의 순위를 합친 평균 순위를 알려 줬다.

“예쁘다는 35위, 그리고 빨래방은 29위요. 엄청나게 가파른 상승곡선이에요.”

“흐흐, 기분 좋은 소식이네. 그럼 우리가 불이 난 곳에 휘발유를 좀 뿌려 볼까?”

“좋죠. 아주 제대로 뿌리자고요. 그래서 대표님께 고개 빳빳이 들고 당당하게 특별 보너스 좀 달라고 해 봐요.”

“크크, 우리 윤정 씨가 직접 총대 메시게?”

“아뇨, 우리 팀에는 이대진 팀장님이라는 대장이 있는데 말단 사원인 제가 나서면 되나요?”

혹시 모를 불편한 일은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는 그녀였다.

“크크, 좋아. 만약 서준 씨 음원 1위라도 찍는 날이면 내가 아주 당당하게 대표님 찾아가서 보너스 달라고 할게.”

“그런 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너무 비싸서 못 산 화장품이 있거든요. 보너스 받으면 그거 사야겠다.”

이서준 덕분에 특별 보너스를 향한 꿈을 꾸기 시작한 두 사람이었다.

* * *

“엄마, 저 왔어요.”

매일 늦게까지 야간 자율 학습 한다고 초저녁에는 얼굴 보기 힘든 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엄마의 눈이 놀라서 동그랗게 변했다.

“어머, 오늘은 엄청 일찍 왔네. 무슨 일 있어?”

엄마에 물음에 이수정은 약간 삐친 얼굴로 대답했다.

“엄마,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딸의 일상에 관해 너무 관심이 없는 거 아냐? 나 매주 수요일마다 특별 활동하니까 수요일만 빨리 오잖아. 오늘은 야자가 없단 말이야.”

딸의 대답을 들은 엄마 김영희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고, 엄마가 그걸 잊고 있었네. 미안해 딸. 엄마가 고3인 우리 딸을 제대로 못 챙겨서 항상 미안하게 생각해.”

그냥 농담 섞인 투정을 했을 뿐인데, 엄마가 조금 심각하게 받아들이자, 놀란 이수정은 얼른 웃는 얼굴로 엄마의 팔에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엄마, 장난이야. 무슨 농담 한마디를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 엄마랑 아빠랑 나 키운다고 엄청 고생하시며 일하는 거 다 아니까 다시는 나한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셈. 알았지?”

웃는 얼굴로 열심히 애교를 떨며 엄마를 달랜 이수정은, 곧장 방으로 가 교복을 편한 사복으로 갈아입고 방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엄마를 향해 물었다.

“아빠는 오늘도 시장에서 소주 한잔하시나?”

일주일에 한두 번 시장에서 친해진 분들과 술자리를 갖는 아빠의 행동 패턴을 잘 알기에 그럴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확인차 물은 것이다.

“아마도 그러시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빠한테 전화해 봐.”

“됐어. 그냥 시장에 가서 직접 아빠 찾아볼 게. 갑자기 짠 하고 예쁜 딸이 나타나야 아빠가 날 더 반가워하지.”

그제야 김영희는 자신의 딸이 어딜 가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시장에 아빠 모시러 가게?”

“응, 오랜만에 아빠랑 이야기도 하면서 모시고 올게. 그러니 내 저녁은 신경 쓰지 마. 아마 아빠가 한잔하시는 곳에서 얻어먹을 거 같으니까.”

“알았어.”

가끔 이수정은 일한다고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시장에 가곤 했다.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오기 위해서였다.

항상 아빠를 생각하는 기특한 딸의 모습을 엄마 김영희는 흐뭇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조심히 다녀와. 혹시 아빠 못 찾으면 바로 전화하고.”

“응, 엄마. 바이. 다녀올게.”

그렇게 집을 나온 이수정은, 즐거운 발걸음으로 아빠가 일하는 시장으로 향했다.

어릴 때부터 오빠의 손을 꼭 잡고 보고 싶은 엄마, 아빠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기에, 이수정에게는 시장으로 향하는 이 길을 걸으면 너무나 기분이 좋고 행복해졌다.

즐거운 마음으로 걸으니 발걸음도 더 빨라졌는지 어느덧 시장에 도착했다.

시장에 도착한 이수정은 전혀 주저하지 않고 시장 안 어딘가를 향해 빠르게 걸었다.

아마 거의 백 퍼센트에 가까운 확률로 아빠가 있을 만한 곳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착한 ‘경주식당’이란 작은 간판이 붙은 가게 앞.

가게 안을 슬쩍 바라보니 익숙한 아빠의 등이 보였다.

‘훗, 역시 아빠는 뛰어 봐야 내 손바닥 안이야.’

오늘도 단골 가게에서 친한 분들과 소주잔을 나누고 있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이수정은 가게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식당 안에 들어온 이수정을 가장 먼저 반기는 사람은 이 가게의 주인인 경주댁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시댁이 경주에 있어 시장 사람들 모두는 이 할머니를 경주댁이라고 불렀고, 이수정은 이런 호칭에 할머니를 덧붙였다.

“경주댁 할머니 저 왔어요.”

“아이고, 우리 예쁜 수정이가 왔네. 아빠 보러 온 거야?”

반기는 할머니의 물음에 이수정은 애교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히히, 아빠도 보고 할머니가 해 주신 맛있는 밥도 먹으려고요. 할머니 나 배고파요.”

“아이고 우리 예쁜 강아지가 배고프면 안 되지. 얼른 저기 아빠 옆에 가서 앉아 있어. 이 할미가 갈치조림 만들어 놓은 거 있으니, 그거 얼른 데워서 밥이랑 줄게.”

“이야, 맛있겠다. 할머니 나 배고프니까 많이 주세요.”

“그려, 그려. 많이 줄 테니 걱정하지 마.”

경주 식당 주인 할머니와 이수정이 시끄러운 인사를 나누는 통에 이수정의 아빠 이광철은 자신의 딸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애교 섞인 식사 주문을 마친 딸이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빠와 함께 술자리를 하시는 시장 상인 분들에게 먼저 살갑게 인사를 건넨 이수정은 아빠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놓인 안주에 관심을 보였다.

“우와, 정말 맛있겠다. 오늘은 닭볶음탕하고 소주 마시고 계셨어? 아빠 나도 좀 먹어도 되지?”

자리에 앉자마자 젓가락을 들고 살이 많은 한 점을 먹기 시작하는 딸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광철은 그런 딸을 향해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혹시 아빠 보러 왔어?”

입가에 닭볶음탕 양념을 가득 묻힌 이수정이 입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으며 대답했다.

“그럼, 당연히 아빠 보러 왔지. 오늘은 야자 없는 날이라 집에 일찍 왔거든. 난 고3이라 학교에서 산다고 바쁘고, 아빠는 새벽부터 일한다고 바빠서 우리 서로 얼굴 보기가 너무 힘들잖아. 그러니 이런 날에 아빠 얼굴 많이 보려면 내가 직접 아빠를 데리러 와야지. 안 그래, 아빠?”

말도 참 예쁘게 하는 터라 이광철의 얼굴에는 더 화사한 미소가 피어났다.

아무리 일이 고되더라도 이런 딸의 애교 한 번이면 피곤이 싹 날아가고 없던 힘이 생기는 것 같은 것이 아버지란 존재였다.

이수정 덕분에 제대로 힐링을 받은 이광철은 웃는 얼굴로 딸이 먹을 음식을 손수 챙겨 주었다.

그리고 이수정은 아빠가 동석 중인 술친구들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 정육점 삼촌, 제가 술 한잔 드릴게요. 어서 남은 술 쭉 드세요. 어서요.”

“아이고 우리 수정이가 삼촌 소주도 따라 주게? 이거 황송해서 어쩌나? 하하하.”

아빠와 함께하는 지인들도 챙기는 이수정의 살가운 행동에 시장통 식당 안 작은 술자리의 분위기는 더욱 밝아졌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정육점 김 사장은, 최근 이광철의 자랑거리가 된 아들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광철 형님, 저번 주 일요일에 형님 아들 TV에 나오는 거 보셨습니까?”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슬쩍 입꼬리가 올라가는 이광철이었다.

“뭐 TV 방송 같은데 나오긴 하던데…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들어 대?”

이수정은 오빠 이야기에 기분이 좋아졌지만, 쑥스러운 마음에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아빠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혼자 킥킥대며 작게 웃었다.

“그게 대단한 일이지 그럼 도대체 뭐가 대단한 일입니까? 그 유명한 연예인들하고 촬영한다는 거 자체가 우리 같이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는 생각도 못 할 엄청난 일이죠. 그리고 방송에서 나왔다가 그냥 말없이 조용히 있다가 끝난 게 아니라 그 힘이 세다는 김정국을 감쪽같이 속여서 이름표를 뜯는 활약도 했잖아요. 그 명장면도 못 봤어요?”

“…방송에서 재밌으라고 짜고 하는 거지. 우리 서준이가 뭘 잘했다고 자꾸 대단하다고 해? 그런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내가 술이나 한잔 따라 줄 테니 어여 술잔이나 비워.”

아들의 TV 출연 이야기에 자꾸만 웃음이 나려고 했지만, 이광철을 꾹 참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려 애를 썼다.

그렇게 술자리는 계속 이어졌다.

이수정이 식당에 온 지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술자리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에 그냥 조용히 아빠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고3 여고생 입장에서 어른들의 술자리 대화가 재미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오빠 이야기에 기분이 좋아진 아빠의 얼굴을 보고는 집에 가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기다리는 것이 심심할 수도 있지만, 이수정 역시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기에 맛있는 안주와 콜라의 황금 조합을 먹으며 너튜브를 보며 기다릴 생각이었다.

평소 공부한다고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적은 이수정이었기에 오늘은 평소 때와 다르게 스마트폰을 이용해 여가를 만끽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이수정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수정에게 최근에 생긴 습관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음원 차트에서 오빠 노래 등수를 확인하는 습관이었다.

최근 오빠의 인기가 계속 올라가는 중이라서 꾸준히 음원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오빠의 노래가 다시 순위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에 틈이 날 때마다 음원 차트에서 오빠 곡이 몇 등인지 확인하는 재미가 너무 쏠쏠했다.

집에 오기 전 확인했을 때는 오빠 노래가 7위에 있었는데, 과연 이 잠시의 시간 동안 순위가 몇 계단이나 올랐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앱을 켜서 순위를 확인하던 이수정의 눈은 갑자기 찢어질 듯 커지며 소리쳤다.

“아빠!”

갑자기 비명을 지르듯 딸의 모습에 이광철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딸을 쳐다봤다.

그의 눈에 보인 딸 이수정은, 무엇에 놀란 모양인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왜 그래? 어디 다쳤어?”

딸을 걱정하는 아빠의 물음에 이수정은 자신이 놀란 이유를 설명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오빠 노래가 지금 1위야…….”

“…1위? 뭐가 1위라는 말이야?”

오빠가 해낸 이 대단한 성과를 이해 못 하는 아빠를 위해 이수정은 속사포처럼 빠르게 설명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인기 있는 노래가 바로 오빠 노래라고.”

“…….”

설명은 충분히 알아들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이광철은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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