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60화 (60/189)

60. 미니 앨범(1)

“일단 가장 중요한 일은 네 다음 2집 작업을 하는 거야. 내가 제대로 물어본 적은 없지만, 네가 스케줄 마치고 작업하는 거 보니까 이미 준비하고 있는 거 같던데… 맞지?”

나는 실장님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을 해 줬다.

“뭐 곡 작업은 항상 하고 있죠. 근데 2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작업을 한 거는 아니에요.”

“그래? 뭐 곡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하니 2집 준비도 하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지금 작업하는 곡이 네 2집에 들어갈 곡이 될 수도 있는 법이잖아.”

“그럴 수도 있죠. 근데 뭐 이거다 싶은 곡은 아직은 없어요.”

“작업하다 보면 분명 좋은 곡이 나올 테니까 조바심은 절대 가지지 마. 가수한테 조바심만큼 나쁜 영향을 끼치는 놈도 없으니까.”

“네.”

“그리고…….”

갑자기 하던 말을 멈추고 잠시 뜸을 들이는 실장님.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건지 모르지만, 일단 가만히 기다렸다.

“내 생각에는 2집을 내기 전에 미니 앨범 활동을 잠깐 했으면 좋겠어.”

한 번도 생각 못 했던 제안이었다.

“미니 앨범요?”

“응, 프로젝트 앨범 형식으로 말야. 예를 들어 다른 가수와 콜라보하는 식의 기념 앨범을 발표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지금 회사로 너와 콜라보하고 싶다는 제의를 보내는 가수들이 꽤 많거든.”

오호, 콜라보라…….

뭐 듀엣 같은 곡을 발표하는 건가?

그리고 나와 콜라보하고 싶다는 제의를 보내는 가수들이 많다는 말도 기분이 좋았다.

이전에도 제의는 있었지만, 꽤 많다는 설명을 할 정도면 여러 사람이 회사로 공식 제의를 보냈다는 말이잖아.

이거 인정받는 거 같아 기분이 꽤 좋은데?

“너만 괜찮다면 내가 제안을 하나 해도 될까?”

“제안요? 뭐 그렇게 어렵게 이야기하세요? 우리 사이에…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하하, 알겠어. 회사에 제의를 보낸 가수 중에 내 생각에 너랑 콜라보했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한 가수가 한 명 있어.”

“오, 누군지 은근 설레는 마음이 드네요. 실장님이 생각하는 가수가 누구예요?”

난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실장님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 내 표정이 웃겼는지 실장님은 갑자기 웃음이 터트리며 내게 말했다.

“하하, 뭐 그런 표정으로 나를 보니? 누군지 그 정도로 궁금해?”

“네, 너무 궁금해요. 그러니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 주세요.”

“하하, 알았다. 지금 바로 말할게. 내가 추천하고 싶은 가수는 바로 이세린이야.”

이름을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

“헉! 이세린요?”

“그래. 내가 알고 있고 너도 알고 있는 그 이세린이 회사로 정식으로 오퍼를 보냈다고 하더라. 내 생각에도 네가 크는 데 이세린하고 한번 작업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거 같아.”

“와, 대박…….”

내가 이렇게 크게 놀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놀랄 수밖에 없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 정도로 이세린의 이름값은 정말 대단하니까.

대한민국 가수 중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대중에게 정확히 인식시켜 준 가수가 도대체 얼마나 될까?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대답이 나오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절대 많은 사람이 거론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정도의 음악적 입지를 가진 가수가 가요계의 오랜 시간 동안 활동해 온 레전드분들처럼 그리 긴 시간 노래를 한 분이 아니라 지금 한창 음악적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는 가수라고 그 범위를 좁히면 위에서 말한 질문에 관한 답에 이름이 거론될 가수는 진짜 몇 명 남지 않게 된다.

위에 질문에 관한 답으로 분명 이세린이란 이름 석 자를 언급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거라 확신한다.

남녀를 떠나서 이제 막 30대를 넘은 젊은 가수 중에는 독보적인 음악성을 인정받은 몇 안 되는 싱어송라이터가 바로 그녀였으니까.

그런 대단한 가수가 나에게 콜라보 제의를 했다는 말을 들었으니 내가 놀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어때? 생각 있어?”

“당연히 있죠. 전 무조건 콜입니다. 제가 이세린 선배 노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무조건 콜라보할 테니 제발 성사시켜 주세요. 제가 오히려 이세린 선배에게 부탁하고 싶네요.”

“하하하, 알겠어. 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니 이세린 소속사랑 잘 의논해 보도록 할게.”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 주니 실장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실장님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내가 미니 앨범 활동을 제안하는 진짜 이유가 뭔지 혹시 알겠니?”

응?

진짜 이유?

그런 게 따로 있었나?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 보지 않았는데…….

내 표정만 봐도 내가 실장님의 물음에 대한 답을 모른다고 확신하셨는지 본인이 직접 진짜 이유라는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가수로서 최고 중요한 활동은 콘서트라고 생각해. 그리고 넌 내 생각에 콘서트장에서 더욱 빛날 수 있는 가수고. 그러니 최대한 빨리 콘서트를 열도록 하는 게 네 담당 매니저로서 옳은 판단을 내리는 거겠지? 미니 앨범으로 음악적으로 대중에게 더 인정을 받은 후 2집을 발표하고 나면 아마 네 팬덤도 꽤 단단해졌을 거라 생각해. 그럼 그때가 콘서트를 열 최상의 시기겠지. 그게 내가 구상하고 있는 이서준이란 가수의 앞으로 계획이야.”

방금 실장님이 언급한 단어는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단어였다.

“콘서트요?”

“그래, 콘서트. 넌 가수로서 콘서트 하고 싶지 않아?”

“너무 하고 싶어요.”

“너도 그렇지? 그럼 이번 콜라보 활동도 제대로 대박 내. 그럼 콘서트까지의 일정은 내가 멋지게 뽑아 줄 테니.”

“네, 알겠어요. 이거 열심히 해야 하는 큰 이유가 생겨 버렸네요.”

이세린 선배와의 콜라보와 콘서트라니…….

회식하는 식당 앞에서 들은 이 두 단어 때문에 내 심장은 흥분으로 인해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 *

“다녀왔습니다.”

연경은 저녁이 되어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에 서서 힘들게 신발을 벗고 있는데, 오랜만에 부모님이 함께 저녁을 드시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 아빠 일찍 들어왔네요?”

아빠는 그런 딸의 말에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집에서 아빠를 보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누가 지금 네 이런 모습을 보면 내가 이 집에 온 손님인 줄 착각하겠다.”

옆에서 아빠 말을 들은 엄마가 말없이 웃고 계셨다.

그러나 문득 딸의 식사 여부가 궁금했는지 물으셨다.

“저녁 먹어야지? 어서 손 씻고 와서 앉아. 엄마가 얼른 차려 줄게.”

오늘 힘든 하루를 보냈기 때문에 너무 피곤하여 입맛이 없었던 연경은 아빠와 엄마를 보며 서둘러 거짓말을 했다.

“아뇨, 저녁은 밖에서 먹었어요. 그러니 두 분이나 계속 드세요. 전 제 방에 들어가서 좀 쉴게요.”

연경은 부모님께 그런 말을 남기고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심신이 많이 지친 탓에 계속해서 웃는 얼굴로 말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만약 자신이 부모님 앞에서 힘든 내색이라도 비친다면 가뜩이나 갑자기 소속사를 나오게 된 사실 때문에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할 것이다.

털썩.

방에 들어온 연경은 자신의 책상에 힘없이 너부러졌다.

그리고는 책상에 뺨을 붙이며 오늘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머릿속에 찬찬히 떠올려 보았다.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장이란 곳에 출근한 날이다.

어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해 왔던 탓에 사회 경험이 전무한 자신의 삶에서 매우 의미가 깊은 날이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부터 백화점으로 출근하는 길을 걷는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그런 떨리는 마음으로 첫 출근에 성공했지만, 처음으로 맛본 실제 사회생활은 절대로 상상처럼 달콤하지 않았다.

오늘은 앞으로 일하게 될 직장에서 필요한 연수를 받는 날이라 자신 외에도 처음 보는 22살짜리 여자분도 함께했었다.

그런데 연수를 시작하자마자 자신과 또 한 명의 신입 직원이 너무나 크게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나이가 오히려 자신이 더 많았지만, 선배 직원분의 설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쪽이 훨씬 뛰어났다.

연경도 지금까지 살면서 편의점 같은 데서 알바를 해 본 적은 분명 있었지만, 캔디걸로 데뷔한 이후에는 가수 활동 이외의 사회생활을 해 본 적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연수를 받는 내내 선임 직원의 설명을 이해하고 숙지하는 부분에서 큰 애로 사항을 겪었다.

그러나 그런 자신과 다르게 또 다른 연수생은 비록 나이는 자신보다 어릴지라도 이런 식의 일을 많이 해 봤는지 연수해 주던 직원의 말을 곧바로 알아들으며 해 보라는 일 역시 척척 해내는 부러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 때문에 연수받는 내내 연경은 자괴감을 느끼게 되었다.

연수해 주던 주임이란 직책의 직원분도 겉으로 전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말을 못 알아듣고 어리숙한 모습을 보인 자신보다 다른 연수생이 더욱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분명 두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분명 달랐던 거 같기도 했다.

‘에휴~ 내일은 좀 더 잘해야 할 텐데…….’

내일도 연수받으러 회사에 출근할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왔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기에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를 켰다.

자신이 앞으로 일하게 될 브랜드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아 두는 것이 연수를 잘 받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리며 엄마가 방으로 들어왔다.

“우리 딸, 뭐 하니?”

“그냥 있어. 왜?”

“괜찮으면 잠깐 거실로 나올래? 아빠가 부르시네.”

“…응.”

연경을 아빠가 부른다는 말에 마지못해 엄마와 함께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 나가보니 식탁 위에 자신이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초코케이크가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흐흐, 왔어? 아빠가 오랜만에 우리 딸이 제일 좋아하는 초코케이크를 사 왔지. 어릴 때부터 초코케이크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며 달려들던 너였잖아. 어서 이리 와 앉아서 아빠가 사 온 케이크 먹으렴.”

연경이 엄마는 딸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자, 일부러 손을 잡아끌고 식탁으로 가 앉혔다.

그리고는 직접 포크로 케이크를 조금 떠서 입에 넣어 주었다.

케이크를 억지로 먹은 연경의 눈이 함지박만 하게 커졌다.

“이거 옛날에 살던 동네 빵집에서 팔던 거네?”

놀라서 하는 그녀의 말에 아빠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우리 딸이 어릴 때 먹었던 초코케이크 맛을 기억하고 있었네? 맞아. 아빠가 오늘 우리 딸 먹이려고 특별히 예전에 살던 동네까지 가서 사 왔어. 넌 어릴 때부터 유독 그 집 케이크가 맛있다고 했잖아.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케이크와 맛이 다르다면서.”

자신을 위해 그 먼 곳까지 갔다 온 아빠의 모습이 순간 떠올라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우는 것보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더 원하실 걸 잘 알기에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꾹 참으며 케이크를 먹었다.

“우유랑 같이 먹어.”

옆에 앉은 엄마가 우유까지 따라 주자 마치 어린 시절의 연경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예전처럼 초코케이크에 코를 박고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연경은 어릴 때부터 이유는 모르지만, 초코케이크를 좋아했었다.

입에 넣은 케이크가 사르르 녹으면서 짜릿한 단맛이 느껴지는 순간 너무 행복했었다.

연경의 부모님은 케이크를 맛있게 딸을 흐뭇한 눈으로 보면서 옛 생각이 떠올랐는지 예전 추억을 다시 떠올리셨다.

“우리 연경이가 어릴 때부터 단 음식을 참 많이 좋아했었지.”

“분명 그랬죠. 유난히 단 음식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그 덕에 항상 볼이 빵빵하고 귀여웠는데…….”

분명 연경은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약간 통통한 체형의 소유자였다.

“그랬던 딸이 어느 순간부터 단 음식을 딱 끊어 버렸지. 아마 연습생 생활을 시작할 때였어. 아빠는 그걸 보고 생각했단다. 우리 딸이 정말 가수가 되고 싶은 거구나… 그러니 저 좋아하는 초코케이크도 바로 끊어 버리는구나… 이렇게 생각했지.”

분명 그랬다.

연경은 연습생이 되고 항상 체중 관리를 지시받았었다.

데뷔를 하기 위해서는 몇 kg를 넘으면 안 된다는 기준 때문에 좋아하던 음식을 모두 다 멀리해야만 했다.

케이크를 먹던 연경은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는 케이크 먹어도 돼요. 가수는 그만두었으니까요. 이제부터는 케이크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겠네요.”

그녀의 말을 들은 아빠는 자신의 딸을 찬찬히 바라보며 말했다.

“요즘 사는 게 재미없지?”

“…….”

갑자기 묻는 아빠의 질문에 연경은 대답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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