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미니 앨범 대박(2)
뮤직 파라다이스 녹화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괴물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서준이 먼저 녹화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어 버렸고, 이어서 무대 위에 올라온 이세린이 ‘good day’를 부를 때는 모두가 노래방에 온 사람들처럼 한목소리로 이세린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공연이었기에 관객들은 마치 무대에서 공연한 가수처럼 기진맥진한 상황이었다.
“하아, 하아, 이제 좀 쉬자. 너무 힘들어.”
“하악, 나도 그래. 나 지금 땀도 엄청나게 흘렸어. 하하하.”
“땀은 나도 났어. 뮤직 파라다이스 방청하러 와서 이렇게 땀을 흘릴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땀이 나도 좋아. 오늘 정말 최고야.”
“맞아, 최고야.”
잠시 한숨을 돌릴 시간이 주어지자 방청객들은 서둘러 흐르는 땀을 닦아야만 했다.
그리고는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 준 가수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너무 즐거웠기 때문이다.
오늘 노래를 불러 준 두 명의 가수 덕분에 그들은 너무나 즐거웠고, 덕분에 행복했다.
“어, 다시 시작한다.”
간단한 무대 정비가 끝나고 다시 공연이 이어졌다.
어느새 무대 위의 조명은 꺼지고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핀 조명을 맞으며 이서준이 등장했다.
음악을 듣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생소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처음 듣는 노래의 반주에 지금 이서준이 부르려고 하는 노래가 무슨 곡인지 전혀 몰랐기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표정이었다.
그렇게 관객들에게 많은 의문을 가진 채 이서준의 노래를 기다렸다.
반주가 끝나자 이서준은 감미롭지만 슬픔이 가득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잘 지내고 있나요♩
그의 목소리가 녹화장에 울려 퍼지자 노래를 듣고 있던 관객들의 탄성이 곧바로 터졌다.
“어머!”
“너무 좋아.”
“어쩜 목소리만 들어도 이렇게 좋냐…….”
이전에 불렀던 노래와 다른 느낌의 곡이기 때문에 이서준의 목소리에 담긴 매력이 저절로 관객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어느덧 이서준이 부르는 파트가 끝나고 이세린의 차례가 되었다.
이세린 역시 핀 조명을 맞으며 이서준 옆으로 걸어왔다.
♪보고 싶어요. 그리워요.♩
이세린의 목소리는 듣고 있던 관객들은 이번에도 이세린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세린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몸을 배배 꼬이게 만드는 신비한 마법도 부렸다.
마치 깃털 같은 것으로 온몸을 간지럽히는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가진 마성의 힘은 관객들의 감성을 사정없이 간지럽히고 있었다.
“언니…….”
“아, 목소리만 들어도 죽을 것처럼 짜릿해.”
관객들은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노래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리고 말았다.
노래는 점점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에 따라 처음에는 잔잔했던 관객들의 감성의 바다에 노래 때문에 생겨난 격정의 풍랑으로 인해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파도는 커다란 해일로 변해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삼켜 버렸다.
♩너무 사랑해서 헤어질 수 없어요.♪
두 사람의 애절한 목소리가 절묘하게 어울리며 슬픈 감정은 배가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의 이서준의 절규에 가까운 애드리브가 듣고 있는 관객들의 마음을 그대로 뒤흔들었다.
그가 엄청난 고음을 터뜨렸을 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팔을 쓰다듬었다.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확 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영원히 함께해요~~♩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 노래가 드디어 끝이 났지만, 이상하게도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
녹화장에는 정적만이 흘렀는데, 그 이유는 관객 모두가 감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정신이 멍했기 때문이다.
그들 중 가장 먼저 정신을 추스른 관객 한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 박수를 두 사람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그리고 그것이 기폭제라도 된 것처럼 곧 녹화장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해졌다.
“너무 좋아요!”
“와, 소름… 진짜 최고다!”
“서준 오빠! 그냥 날 가져요!”
“세린아! 너무 사랑한다.”
관객들의 반응에 열창으로 인해 숨을 헐떡거리던 두 사람도 그제야 마주 쳐다보며 웃을 수 있었다.
첫 라이브 무대였는데,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 자신들의 노래가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가수로서 이것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기에 두 사람은 아이처럼 해맑게 웃게 된 것이다.
* * *
음원 강자인 이세린이 부른 노래라서 그런지, ‘love letter’는 정식 발매가 되자마자 음원 사이트에 ‘차트 인’을 하였다.
그리고 두 사람이 처음으로 녹화했던 유희상의 ‘뮤직 파라다이스’ 방송이 TV로 방영되고 난 후부터는 노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가히 폭풍과 같았다.
일단 음원 사이트 1위에 올랐다.
그리고 두 사람이 직접 출연한 뮤직 비디오 조회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love letter’의 인기는 팬들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냈는데, 그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은 ‘love letter’ 따라 부르기였다.
대한민국의 노래 좀 한다는 남자와 여자가 함께 ‘love letter’를 커버한 영상을 온라인상에 많이 올렸는데, 재밌는 것은 이서준의 마지막 애드리브 부분을 제대로 부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서준은 애드리브에서 최고 음 3옥타브 레까지 소화했는데, 이 음 자체도 남자가 내기에 너무 어려운 높이의 음이었고, 그런 높은 음을 내면서 동시에 노래에 담긴 감정까지 표현해야 했기에 따라 부르기 난이도가 거의 헬급 난이도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런 극악 난이도의 곡 수준에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한마디로 따라부르기 열풍이 분 것이다.
그리고 덩달아 노래의 인기 역시 하늘을 뚫고 우주까지 뻗어 나갈 기세처럼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이세린과 이서준은 노래의 높은 인기를 거의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콜라보 앨범이었기 때문에 딱 2주간만 함께 활동했다.
각자의 스케줄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짧고 굵게 활동을 해야 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주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고, 그런 일정 속에서 높아진 인기를 만끽할 여유 따위는 전혀 없었다.
* * *
“서준아, 자니?”
갑자기 들려오는 실장님의 목소리에 난 화들짝 놀라 깰 수밖에 없었다.
나는 황급히 눈을 뜨며 실장님께 인사했다.
“아, 실장님. 오셨어요? 저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에요.”
깜빡 졸았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비몽사몽인 상태로 인사했다.
실장님은 그런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스케줄이 많아 너무 힘들지? 내일은 내가 일부러 스케줄을 오후부터 잡았으니 이번 녹화 끝나면 숙소로 가서 푹 자자. 그러니 조금만 힘을 내.”
“안 그래도 오늘은 밥도 안 먹고 푹 잘 생각이었어요. 잠이 부족하니 조금 힘드네요.”
앨범을 발매한 후 공식 활동 기간에 모든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가수 생활에 아직까지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나였다.
조상구 실장님은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기분 좋은 소식을 전했다.
“네 공식 팬클럽 회원 수가 조금 전 10만이 넘었다.”
“네? 정말요?”
“그래, 정말이다. 내가 듣기론 솔로 남자 가수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팬클럽 회원 수가 증가한 사람이 바로 너라고 하더구나. 한국 가요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
“와…….”
내 팬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람이 10만 명이 넘었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와’라는 감탄사 외에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실장님이 내게 전할 기분 좋은 소식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금까지 일부러 자잘한 CF 제의는 회사 차원에서 거절해 왔는데… 처음으로 제대로 된 광고 제의가 들어왔다.”
어, 이 말은 내게 CF가 들어왔다는 말인가?
TV 속 스타들만 한다는 CF가 나에게도 들어왔다는 소식에 내 입은 여전히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혹시 CF요? 어떤 CF가 들어왔어요?”
실장님은 매우 궁금해하는 나를 향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스마트폰.”
“헉!”
스타 중의 스타들이 찍는다는 스마트폰 CF가 내게 들어왔다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다.
너무 놀라 몸이 굳어 버린 나를 향해 실장님은 설명을 이어 갔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에서 만드는 스마트폰 새 모델로 너를 내세우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 물론 신인급 최고 대우의 광고료로 말이야.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광고 찍을 거지?”
실장님의 물음에 난 황급히 대답했다.
“해야죠, 실장님. 광고 찍을 때까지 자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해도 참고 찍어야죠. 당연한 걸 왜 물어보십니까?”
“하하, 네가 광고를 그 정도로 찍고 싶어 했을 줄은 또 몰랐구나. 그리고 광고하고 잠은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푹 자도록 해. 알겠지?”
“네.”
내 노래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더니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났다.
내가 스마트폰 광고 모델이 되다니 꿈속에서도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놀랍게도 현실에서 생겨 버렸다.
그때, 내 스마트폰이 울렸다.
동생 수정이에게서 메시지가 온 것이다.
―오빠, 뭐 해?
―나? 대기실에서 방송 준비 중. 넌 뭐 해?
―고 3이 어딜 가겠어? 당연히 학교에 있징. ㅜㅜ
―열심히 해. 수능 끝나면 오빠가 맛있는 것도 사 주고 예쁜 옷도 사 줄게.
―알았엉. ^^
―아, 맞다. 아직 공식 계약 전이긴 한데…… 오빠 TV 광고 찍는다.
―헉!!! 무슨 광고????
―스마트폰 ^^
―…레알?
―응.^^
―…꺄아아악! 털썩.(기절 중)
동생에게 광고 계약에 대해 자랑한 후 난 메시지를 종료했다.
그때, 토크 버스킹 스텝이 나를 데리러 왔다.
“서준아, 준비됐어?”
“네, 형님. 나갈까요?”
“그래, 이제 스텐 바이 하자.”
“네.”
날 데리러 온 스텝과 함께 대기실을 빠져나가면서 나는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잘하면 서울에서 집을 살 수도 있겠는데…….’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광고료를 벌써 받은 사람처럼 그 돈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기 시작하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