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71화 (71/189)

71. 연이은 성공 행진(1)

안심하는 내 모습이 신기했는지 형님이 웃으며 내게 물었다.

“넌 우리 회사가 진짜로 좋은가 봐?”

“그럼 당연히 좋죠. 저에겐 의미가 남다른 회사거든요.”

“어떤 의미가 있길래 그렇게 표현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때의 떨리던 장면을 다시 생생하게 기억하도록 하는 질문이었다.

“날 처음으로 인정해 준 회사가 바로 JYK잖아요. 너무 하고 싶었던 일이긴 한데, 제가 이 일을 도전해도 될까 하는 걱정도 많았거든요. 음악이란 게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 일인데, 전 그때까지 하고는 싶지만, 저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확신은 없었어요. 그런데, 그걸 공식적으로 인정해 준 회사가 바로 JYK니까… 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죠.”

내 말을 들은 형님은 생색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너의 재능을 유일하게 알아보고 뽑자고 한 사람이 바로 나란 걸 절대 잊지 말자. 알았지?”

“하하하, 네.”

농담처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형님은 나를 보며 갑자기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서준아.”

“네, 형님.”

“난 그동안 꿈꿔 왔던 일들을 대부분 현실에서 이루었어. 꿈이 사라진 셈이지. 근데 네 덕분에 최근에 새로운 꿈이 생겼어.”

궁금증이 저절로 생기는 말이었다.

“그 꿈이 뭔데요, 형님?”

“너 우리 회사가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에는 시가총액으로 따졌을 때 1위에 오른 거 알지?”

“뭐… 그런 기사를 본 적 있는 거 같아요.”

“그런 우리 회사도 일본이나 중국, 미국의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비교하면 규모로서는 비교조차 안 돼. 규모 면에서 아직 우리나라는 일본조차 못 이기는 상황인 거지. 결국 인프라 면에서는 아직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서지 못했다는 말이야. 그래서 내 새로운 꿈은 우리 JYK를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우는 거야. 그래서 우리 K팝이 진정으로 세계 음악의 중심이 되는 토대를 쌓는 거지.”

형님의 엄청난 스케일의 꿈에 듣고 있던 나는 그저 압도되어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 어깨에 손을 올린 형님은 부담이 ‘팍팍’ 되는 말들로 나를 계속 압박했다.

“그리고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넌 내가 최근에 본 사람 중에 가장 뛰어난 작곡가이자 가수야. 그러니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말 네가 많은 힘을 보태 줘야 해. 내 말 알겠지?”

“네, 형님.”

다행히 진지한 이야기는 이제 다 끝났는지 형님은 아이처럼 내 팔을 잡은 후 나를 끌고 갔다.

아마 또 형님 작업실에 숨겨 놓은 고급 와인을 꺼내 한잔씩 하자는 뜻이 분명했다.

“내가 널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건지 알겠지?”

“네 당연히 알죠… 그리고 이왕이면 연경이도 함께 데리고 가죠. 형님의 숨겨 둔 애장품인 고급 와인을 한잔 따라 주면서 오늘 대표님의 눈에 든 사실을 축하해 주면, 정말 제대로 축하해 주는 그런 느낌이 날 거 같기도 한데요.”

“그럴까? 그럼 연경이도 같이 데리고 가자.”

신이 나서 앞장서는 형님을 보며 제발 오늘은 사옥 옥상에서 벌어지는 술자리가 길어지지 않도록 해 달라는 아주 자그마한 소원을 속으로 빌어 보았다.

* * *

드라마 ‘목소리3’ 오디션장.

오늘은 아직 캐스팅이 안 된 배역의 오디션을 보는 날이었다.

오디션 심사위원석 중앙에는 이번 시즌 감독으로 새로 영입된 이진섭이 앉아 있었고, 그 좌우에는 작가인 최은희, 그리고 tgn 드라마 국장인 박철민이 앉아 있었다.

“네, 수고했어요. 이제 밖으로 나가셔도 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꼭 뽑아 주십시오!”

“하하, 목소리가 아주 크고 좋네요. 연락 드릴 테니 기다려 주세요.”

“네!”

큰 목소리의 열정 가득한 지원자가 인사를 마치고 나가자 심사위원석에 앉은 세 사람은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의 의미는 제각각 달랐다.

박철민 국장은 패기 넘치는 지원자의 모습을 보고 기특한 마음에 웃음이 났고, 이진섭과 최은희는 오디션을 본 지가 세 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한 현실에 쓴웃음이 난 것이다.

그래서 최은희 작가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옆에 앉은 이진섭 감독을 향해 물었다.

“어쩌죠? 이 사람이다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없네요. 감독님은 어떠세요?”

그녀의 말에 이진섭 감독 역시 비슷한 표정으로 지원서를 뒤적거리며 말했다.

“저도 딱히… 이거 정말 미치기 일보 직전이네요. 이제 곧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니까요… 정말 큰일이네요.”

옆에서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박철민 국장은 약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물었다.

“신입 형사 역을 맡을 배우를 아직도 못 정한 거야? 오늘 10명이 넘는 사람을 오디션 했는데도 못 정했어?”

그의 물음에 이진섭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아무리 봐도 저희가 그렸던 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없네요. 순수하면서도 착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의 대답을 들은 박철민은 정말 질린다는 표정으로 따졌다.

“그냥 대충 가자. 사실 그렇게 중요한 배역도 아니잖아. 주요 인물 캐스팅을 그렇게 신경 쓴다면 내가 이해를 하겠지만… 출연 분량도 얼마 되지 않는 조연 역할을 뭐 그리 꼼꼼하게 따지면서 보냐?”

그의 말을 들은 최은희 작가가 순간적으로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며 따지고 들었다.

“아니 국장님.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세요? 중요하지 않은 배역이라뇨? 서지훈 형사가 범인하고 얼마나 중요한 장면을 만들어 내는지 정말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세요? 제가 드린 시놉시스 다 읽어 보셨을 거 아니에요. 그 신이 이번 드라마의 절정, 아니 클라이맥스 장면이라고요. 그러니 신지훈 역할을 맡을 배우가 얼마나 중요한 배우인데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드라마 국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무지하게 섭섭해지려고 하네요.”

“아니… 최 작가,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따지고 드는 최은희 작가의 모습에 박철민 국장은 순간으로 당황했다.

곤욕에 빠진 그를 구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두 사람 가운데 앉은 이진섭 감독이었다.

이진섭 감독은 박철민 국장에게 따지는 최은희 작가를 달래기 시작했다.

“최 작가님. 국장님 말씀은 그런 뜻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고 화 풀어요. 국장님 말씀은 신지훈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가 아니라 이 정도 오디션 봤으면 정하는 게 맞다고 하시는 말씀이세요. 그리고 솔직히 우리 두 사람이 신지훈 역할을 맡을 배우를 아주 깐깐하게 찾는 건 맞잖아요. 그러니 국장님이 그런 말씀 하실 만도 하니 이 정도로 화 풀어요.”

그리고 얼른 박철민 국장을 향해 궁금했지만 참고 있었던 질문을 던지며 화제를 돌려 버렸다.

최은희 작가가 혹시 다시 따질까 봐 화제를 바꿔 버린 것이다.

“국장님, JYK에서 정식으로 답변이 왔나요?”

이진섭 감독의 요청으로 tgn 드라마국에서는 JYK에게 정식으로 캐스팅 요청을 보냈었다.

물론 캐스팅 요청 대상은 이진섭 감독의 바람대로 이서준이었다.

이진섭 감독은 서지훈 형사 역할을 맡을 적임자는 처음부터 그밖에 없다고 여겼기에 방송국에서 정식으로 오퍼를 넣은 것이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캐스팅에 응하기 힘들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오늘과 같은 캐스팅 오디션 자리가 열린 것이다.

이서준에 대해 미련이 남은 이진섭은 드라마국에서 한 번 더 제의를 해 주길 바랐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결과를 지금 물었다.

이진섭 감독의 질문을 들은 박철민 국장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이번에는 단칼에 거절한 것은 아닌데… 기대는 가지지 마. 이 정도만 봐도 거절이라는 건 이 감독도 충분히 알 수 있잖아. 국장인 내가 직접 전화를 걸었으니 내 눈치를 봐서라도 대놓고 거절의 말은 못 했지만… 말하는 뉘앙스만 생각하면 정말 힘든가 보더라. 그리고 걔가 그동안 너무 컸어. 지금 장난 아니잖아. 우리 집 딸도 지금 걔 좋다고 난리다. 완전 이서준 신드룸 수준이야.”

정말 인연이 안 되려고 그러는지 캐스팅 대상자 이서준이 첫 제의를 할 때보다 너무 인기가 많아져 버렸다.

그때도 인기 급상승인 신인 가수였는데, 지금은 ‘love letter’라는 곡까지 대박 나면서 대세 중의 대세인 가수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캐스팅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어렵게 변하고 있는 셈이다.

박철민 국장의 대답에 이진섭 감독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공감한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미련을 버리긴 어려웠는지 마지막 시도는 해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제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직접 만나는 볼게요. 걔가 엄청 착하거든요. 제가 자기 뮤비를 세 번이나 감독해 주었으니 직접 만나서 부탁하면 혹시나 마음이 바뀔지도 몰라요. 미래는 모르는 법이니 할 수 있는 시도는 다 해 봐야지요.”

다부진 각오를 다지는 이진섭 감독을 보며 최은희 작가도 그런 그를 응원했다.

“감독님, 힘내세요. 저도 이서준 씨가 신지훈 역에는 딱이라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해요. 그래서 꼭 이서준 씨가 신지훈 역을 맡아 주었으면 좋겠네요. 감독님, 파이팅!”

“파이팅!”

자신을 향해 파이팅 포즈까지 취하는 최은희 작가의 응원에 이진섭 감독은 반드시 캐스팅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듯이 같은 포즈를 취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박철민 국장은 그런 그들을 딱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생각했을 때 이서준은 캐스팅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일에 미련을 못 버리는 미련한 두 사람이 그저 안 되어 보였다.

* * *

“제 생각에는… 이번에 무명 가수들을 재발견한다는 신생 프로그램에 우리 연경이를 출연시키는 것이 좋을 거 같아요. 왜냐하면, 연경이의 진짜 목소리를 들으면 시청자들이 엄청나게 놀랄 거고요, 저도 이제는 유명한 편이니 그런 저와의 인연 때문에 MBT에서 계약 해지 후 다시 솔로로 돌아오게 된 사연까지 자연스럽게 소개된다면 제대로 된 이슈 몰이가 될 거 같아요.”

나는 독립 후 처음으로 열린 레이블 회의에서 이렇게 의견을 냈다.

연경이의 프로듀서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내 의견에 회사 실무진들은 모두 괜찮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래서 연경이는 전격적으로 무명 가수 발굴 프로그램인 ‘싱 앤 어게인’에 출연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 방송에서 연경이는 내 예상대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캔디걸로 활동할 때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 멤버였고, 더군다나 그녀의 목소리조차 대중에게는 생소했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멋진 노래를 부르며 다른 출연자를 압살해 버리니 이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의 화제의 사건이었다.

그리고 소개된 사연들.

계약 해지 후 가수를 그만두려고 했던 사연과 나와의 우연한 만남이 만들어 낸 인연까지 소개되면서 그녀는 일약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받는 출연자가 되었고, 결국은 우승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승자 특전으로 얻게 된 신곡 발표 무대에서 연경이는 ‘위로’를 아주 멋지게 불러 낸다.

노래가 가진 힘 자체도 너무나 뛰어났는데, 거기다가 연경이의 유니크한 목소리와 폭발적인 가창력까지 더해지니 연경이의 신곡 무대는 일약 화제의 무대로 떠올랐다.

해당 노래 장면 짤이 1주일 만에 200만 뷰가 넘게 될 정도로 화제가 되었기에 곧바로 이어진 정식 데뷔에서도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연경이의 성공에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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