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72화 (72/189)

72. 연이은 성공 행진(2)

연경이의 성공에 가장 배가 아픈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얼마 전까지 함께 동고동락하며 같은 그룹에서 활동했던 전 멤버였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세진이었고, 그녀는 꼴 보기 싫은 연경이를 팀에서 내쫓기 위해 여러 가지 공작을 펼쳤던 장본인이기도 했다.

원래라면 캔디컬에서 메인 보컬을 맡아야 할 연경이었지만, 그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향하는 게 싫었던 세진은 제임스 권이라는 사장 아들을 자신의 치마폭으로 싸 버리면서 노래의 춤과 노래를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해 버렸다.

그렇게 그룹 내 실세가 된 자신에게 여전히 딱딱한 시선을 보내는 연경이 갈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고, 결국 그녀를 그룹에서 쫓아내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미래는 원래 자신이 상상하던 그림과 많이 달랐다.

조연경이란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 대신 자신이 캔디걸의 중심이 되었지만, 두 번의 미니 앨범은 처참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실패하였다.

회사의 전폭적인 투자와 비교해서 캔디걸이 얻은 성과가 너무 미비하자 회사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듣도 보도 못한 각종 지방 행사에 캔디걸을 억지로 돌리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가 보는 시골 장터와 같은 무대 같지 않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자신들과 달리 초라하게 회사에서 쫓겨났던 조연경은 마치 보란 듯이 멋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솔로 가수로 제대로 성공해 버렸다.

그런 그녀 때문에 배가 아파진 세진은 오늘도 자신의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 주는 회사 내 실세이자 비밀 남자 친구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하소연했다.

“오빠, TV 봤어? 연경이 그 계집애가 방송에 나와서 내숭 떠는 가증스러운 모습 봤냐고?”

오전부터 자신의 방으로 찾아와 듣기 싫은 말을 쫑알거리듯 내뱉는 세진의 모습 때문에 제임스 권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결코 부드러울 수는 없을 것이다.

“아침부터 시끄럽게 왜 이래? 그런 소리 하러 온 거면 그냥 나가. 너 아니고도 내 골치를 아프게 할 일 엄청 많으니까 너까지 더하지 말고.”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그의 말에 쫑알거리며 말하던 세진은 덜컥 겁을 먹었다.

성격이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제임스 권이 아침부터 저기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그녀가 아니었다.

회사에서의 공적인 관계는 가수와 제작자 겸 프로듀서의 관계였지만, 둘만 있는 사적인 공간에서는 연인 관계에 있던 두 사람이기에 세진은 다혈질이고 자존심 강한 제임스 권을 다룰 줄 아는 잔머리라 부를 수 있는 지혜로움이 있었다.

그녀는 겁은 났지만 억지로 미소 지은 후 제임스 권의 곁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의 뭉친 어깨를 마사지하며 애교를 부렸다.

“어머, 어깨가 왜 이렇게 많이 뭉쳤어? 우리 오빠가 회사를 이끌어 나간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보네.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없겠지? 그래서 내가 요즘 마사지 배우잖아. 우리 오빠 뭉친 어깨 다 풀어 주려고.”

부드러운 여성의 손길이 싫은 남자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여성이 눈을 번쩍 뜨게 할 정도의 섹시함을 겸비한 미녀라면 아무리 화가 나도 풀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세진의 애교에 조금씩 표정이 풀리던 제임스 권은 어느새 그녀의 손길을 느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연경이가 설치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건 너만이 아니야. 내가 다 생각하고 있는 게 있으니까, 넌 그냥 조용히 구경만 하고 있으면 돼. 내 말 알아듣겠어?”

“그럼 당연히 알아듣지. 히히, 조만간 좋은 소식 들리겠네.”

“그건 모르지. 걔가 하필 상대하기 껄끄러운 JYK로 갔잖아. 다만 혼자 재미 보게 둘 수는 없지. 우리도 걔 덕 좀 봐야 하지 않겠어?”

제임스 권은 어깨를 주무르던 세진은, 그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속을 가진 건지 궁금했지만,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만약 궁금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다시 짜증 섞인 반응이 날아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눈치를 계속 보고 있다가 그의 기분이 좋아 보일 때 슬쩍 물어본다면 의외로 순순히 불지도 모르는 사람이 제임스 권이었기에 지금의 궁금증은 속으로 꾹꾹 눌러 담아 두었다.

그리고 미녀에게 안마를 받고 있던 제임스 권은 눈을 감은 채 혼자 생각했다.

‘이번에 투자한 드라마가 잘되고, 실패했던 캔디걸은 성공한 연경이 년이랑 잘 엮어서 다시 일으켜 세우면 지금까지 잘 안 된 건 한 방에 다 만회하게 되는 거야.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내 체면도 살고…….’

계속된 실패에 자존심이 상할 때로 상한 제임스 권이었기에 이번에 제대로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심정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자신의 숨겨진 계획에 따르면 꼴 보기 싫은 애물단지 같던 조연경이 이렇게 성공한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 * *

‘다 아는 형님들’ 녹화장.

오늘 나는 연경이와 이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했다.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섭외가 들어왔는데, 너무 바쁜 나머지 이제야 시간이 만들어져 뒤늦게나마 출연을 하게 되었고, 그 사이 연경이가 뜬 덕분에 제작진의 요청으로 동반 출연까지 하게 된 것이다.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유독 좋은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 프로그램이 바로 ‘다 아는 형님들’이란 프로그램이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덕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연예인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예능감 좋은 고정 출연진들이 알아서 잘 이끌어 주었기에 게스트로 출연한 연예인들은 가만히 있어도 재밌는 방송이 만들어졌기에 연예인이라면 모두가 출연하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이 프로그램이었다.

나 역시 장시간 녹화로 몸은 점점 지쳐 갔지만, 생각보다 재밌는 녹화에 마음만은 아직 지치지 않았다.

녹화 전반부에는 연경이와 나의 개인적인 이력 사항을 주제로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신인 작곡가에서 가수까지 하게 되었고, 더군다나 누구나 알 만한 대히트곡을 만든 사람이란 사실 등은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마치 동화 속 신데렐라처럼 실패를 겪고 회사에서 나오기까지 했던 연경이가 다시 도전해 보란 듯이 성공했기에, 그런 그녀의 사연 역시 재밌게 이야기를 나눌 좋은 주제가 되었기에 아주 뜨거운 분위기로 녹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제작진들도 방송 분량이 충분히 나오고 있다고 판단했는지, 이제는 농담과 장난이 섞인 토크 파트를 끝내고 가수 두 명이 출연한 김에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프로그램 내용을 자연스럽게 전환하고 있었다.

“야, 내 요즘 가장 최애 가수 2명이 나왔으니까 노래 한번 들어 보자.”

“좋지. 얼마나 잘하길래 요즘 그렇게 난린지 우리가 직접 한번 들어 보고 평가해 보자고.”

운동선수에서 방송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서장현 형님이 먼저 우리의 노래를 유도하는 멘트를 던졌고, 가수 선배인 이성민 선배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렇게 나는 연경이와 함께 준비했던 미니 콘서트를 시작하려고 했다.

“오늘은 특별하게 우리 두 사람이 곡을 바꿔서 노래해 볼게. 내가 연경이가 부른 위로를 부를 거고, 연경이는 내가 만든 노래들을 부를 거야.”

내 말을 들은 김희찬 선배가 매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가 만든 노래? 너무 많잖아. 그중에 어떤 노래?”

형님의 질문에는 연경이가 웃으며 답했다.

“놀자랑 love me를 부를 거야. 괜찮겠지?”

“와, 안 그래도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노래였는데… 잘됐다. 자 모두 앉아. 애들이 좋은 노래 불러 줄 거야.”

모두 잔뜩 기대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앉아 우리를 바라봤다.

기타를 든 나는 연경이와 눈을 맞춘 후 연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연경이는 내 연주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한 노래였는데, 그 전에 불렀던 것보다 연경이의 매력이 더 잘 드러나도록 다시 한번 편곡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는 ‘다 아는 형님들’ 출연진들의 표정은 노래가 주는 감동에 흠뻑 빠진 듯했다.

‘제법 괜찮은가 보네?’

편곡 버전이 잘 먹혀드는 것 같아 속으로 어느 정도 안심을 한 나는 더욱 힘을 내어 연주했다.

어느새 연경이의 노래가 끝나고 나는 기타를 내려놓은 후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위로’를 부르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향해 기대감이 가득 찬 표정으로 바라봤다.

조금 전의 노래가 정말 좋았기에 저절로 생겨난 기대여서 저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더 감동시키겠다는 결심과 함께 내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작된 내 노래.

노래를 직접 만든 사람답게 원곡이 가진 이 노래의 감수성을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다면 원곡의 가진 감수성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린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땀을 흘릴 정도로 열심히 부른 내 노래는 어느새 끝이 났고, 출연진과 전 스텝이 동시에 열화와 같은 함성을 질러 줬다.

“와아! 대박!”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잘 불러? 소름에 소름이…….”

“와아, 오빠. 저보다 잘 부르시면 앞으로 전 노래를 어떻게 해요?”

선배님들의 감탄과 내 노래에 듣고 절망에 빠진 연경이의 애교 섞인 투정까지 들으니 내 노래가 제대로 먹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가수 선배인 김희찬 형님이 나를 보며 진심으로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목소리가 완전히 돌덩이 같아. 그렇게 세게 부르는 거 같지도 않은데 목소리가 그냥 반주 소리를 다 뚫고 나오네. 처음에는 피아노 반주라서 사운드가 비어 그런가 하고 생각했는데… 노래를 다 들어 보니 그게 아니라 내 목소리 톤이 장난 아니게 단단한 거였어.”

김희찬 선배의 말에 또 한 명의 가수 선배인 민경환 형님도 이렇게 말했다.

“맞아. 얘가 예전부터 락 음악을 하길래 내가 관심을 가지고 이 친구 노래를 들어 봤거든. 그때 나도 방금 희찬이처럼 생각했었어. 목소리가 정말 단단한 쇠 같다고.”

두 사람의 말을 듣던 맏형 강호성이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두 사람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가수가 아니다 보니 두 사람의 설명이 잘 와 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목소리가 단단하다는 게 가수로서는 정말 좋은 거야? 난 도대체 너희가 왜 그런 말을 하면서 감탄하는지 잘 모르겠어.”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은 또 한 명의 가수 선배인 이성민이 나서서 해 주었다.

“목소리도 악기라고 치면 목소리 자체가 가진 음색이 중요하다는 뜻이 되잖아요. 그리고 톤이 단단하다는 것은 목소리가 다른 소리를 이겨 낸다는 뜻이니까 듣는 사람의 귀에 그만큼 전달이 잘 되겠죠. 노래에 따라 정해진 음정과 박자로 가사를 전달해야 하는 가수의 입장에서 이보다 축복받은 재능은 더 없죠.”

“맞아. 고음이 많이 올라간다고 좋은 가수가 되는 게 아니야. 목소리의 색깔이 얼마나 또렷하고 강하냐가 훨씬 중요하지.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 나온 두 사람은 천상 노래를 부를 재능을 이미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인 거지. 천생 가수 해야 할 팔자인 사람들이야.”

“…아직도 무슨 소리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 두 사람이 가수로서 타고난 재능이 남다르다는 말 같은데… 그렇게 이해해도 돼?”

“하하하, 돼. 그렇게 생각하면 정확한 거야. 와, 우리 호성이 이해력이 남다른데…….”

“얼핏 들으면 칭찬 같지만, 자꾸 생각하면 욕 같아. 뭐가 맞는 거야?”

“칭찬이야, 호성아. 좋게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자.”

“…그래.”

사뭇 진지한 말을 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농담을 섞어 버리는 프로 방송인들의 기량에 혼자 속으로 감탄하면서 그렇게 녹화가 끝이 났다.

연경이와 나는 대기실을 돌며 ‘다 아는 형님들’ 출연진과 스텝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차에 올랐다.

서둘러 회사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이진섭 감독님이 오늘 회사로 오시겠다고 연락을 주셨기 때문이다.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먼저 주셨는데… 스케줄이 많아 난색을 표했더니 늦게라도 회사로 와 주신다는 고마운 말씀을 해 주셨다.

그래서 녹화가 끝난 후 회사에서 뵙기로 약속했다.

혹시라도 먼저 와 기다리고 있을 줄도 모르니 서둘러 회사로 가야 했다.

회사를 향해 차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때, 내 뒤에 앉아 있던 연경이가 갑자기 사색이 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오빠, 어떡해요?”

연경이의 놀란 목소리에 나 역시 놀란 얼굴이 변하며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저와 함께 캔디걸로 활동했던 멤버가 지금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내용이 너무 무서운 내용이라서…….”

“어떤 메시지를 보냈길래 그래?”

“MBT가 계약 문제로 저에게 소송을 걸려고 한다는 내용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

순간 나도 머릿속이 뒤죽박죽으로 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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