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84화 (84/189)

84. 드라마 방영(2)

원래 드라마는 공중파 방송국의 자존심과 같은 존재였다.

기존의 공중파 방송국들은 여러 드라마의 성공 덕분에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고, 국내를 넘어 해외에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었다.

그러나 갑자기 우후죽순 생겨난 여러 케이블 방송국.

그중 몇몇 방송국에서는 기존의 공중파에서 보지 못한 참신한 기획과 구성을 가진 웰메이드 드라마들을 속속들이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제는 드라마에서만큼은 공중파 방송국보다 케이블 방송국에서 만든 드라마가 더 높은 시청률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공중파 방송국들은 드라마 왕국이라는 자랑스럽던 옛 명성을 되찾아 오기 위해 절치부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케이블 드라마의 저력은 강했고, 아직까지 두 방송국 간의 싸움은 누가 이겼다고 판가름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드라마의 방송국 간의 경쟁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번에 방영될 ‘연애할까요?’와 ‘목소리3’의 맞대결은 단순히 두 드라마 간의 단순 대결의 의미를 넘어서서 공중파 방송국과 케이블 방송국 간의 자존심 싸움의 일환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럼 이 대결의 승자를 사람들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은 ‘연애할까요?’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예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두 드라마의 주연 배우의 인지도를 비교하면 ‘연애할까요?’ 쪽의 압승이었기 때문이다.

‘목소리3’의 주인공 이하니와 이진석은 그냥 마니아 팬층을 가진 평범한 인지도를 가진 배우인 데 비해, ‘연애할까요?’의 두 주연 배우 민지연과 이민규는 탈대한민국적인 글로벌한 인기를 가진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었다.

드라마에서 주연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서 판단할 때 이건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한쪽의 일방적인 압승이었다.

그리고 ‘목소리3’은 이미 두 번이나 방영되었던 시즌제 드라마였다.

그래서 과거의 시청률을 토대로 시즌 3의 예상 성적을 쉽게 산출해 볼 수 있는데, 시즌 1이 평균 시청률이 3.2% 정도였고, 시즌 2는 평균 시청률이 5.3% 정도였다.

그러므로 더 좋은 반응을 얻을 거라 예상해도 약 7% 정도의 예상 시청률을 산출할 수 있었다.

이것은 케이블에서 방영된 드라마라는 현실적 핸디캡을 생각하면 매우 높은 시청률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공중파에서 잘됐다고 할 정도의 시청률과 비교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 주연 배우가 빵빵한 ‘연애할까요?’가 터진다는 가정하에 양쪽을 비교하면 무조건 이쪽이 이길 수밖에 없는 불리한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결국, 사람들은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서 ‘연애할까요?’의 손을 들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예상은 예상일 뿐.

실제로도 그렇게 될지는 무조건 지켜봐야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가에서도 이 두 드라마의 성적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 * *

“엄마, 이불도 사야 해. 수정아, 위층으로 가자. 네 이불 사러.”

내 말을 들은 엄마는 철없는 소리를 내뱉는 아들의 등을 매운 손으로 찰지게 때렸다.

찰싹.

“아야, 왜 때려, 엄마?”

“집에 쓰던 이불이 천지로 있는데, 그걸 왜 또 사? 돈 함부로 쓰고 다닐 거야?”

엄마가 내 등을 내리친 이유를 듣고 난 억울한 마음에 엄마를 향해 항변했다.

“아니야, 엄마. 그럼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불을 들고 와야 하잖아. 그럼 수송비가 더 나와.”

엄마와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동생 수정이가 이런 내 항변에 곧바로 지원 사격을 해 줬다.

“맞아, 엄마. 오빠 차로 이불을 실어 나른다고 해도 기름값하고 도로비만 계산해도 약 20만 정도 나올 거야. 그리고 돈만 들어? 우리 오빠의 아까운 시간도 낭비해야 하잖아. 다른 분들한테 부탁해도 너무 미안한 일이고. 그러니 오빠 말이 맞아, 엄마.”

수정이까지 그렇게 말하니 이제야 한발 물러서는 엄마.

“…그러니?”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기에 화를 내던 엄마는 곧 표정을 풀어야만 했다.

결국, 억울하게 한 대 맞은 나는 그런 엄마를 보고 구시렁거려야만 했다.

“엄마는 잘 모르면서 일단 화부터 내. 아들 등이 엄마가 맘껏 후려 패라고 넓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리고 엄마는 나이도 안 먹나 봐. 팔 힘이 예전과 똑같이 세셔.”

수정이는 투덜거리며 아파하는 내가 불쌍했는지 자신의 손으로 내 등을 쓰다듬어 주며 위로했다.

“오빠, 많이 아팠지? 내가 쓰담쓰담 해 줄 테니까 그만 화 풀어.”

동생의 다정한 손길은 언제나 내게 큰 위안을 주는 법이다.

“역시 내가 동생 하나는 잘 키웠구나. 그럼 이불 사고 곧바로 네 옷 사러 갈까? 너 대학에 입학하면 옷 필요할 거 아냐?”

“정말? 아싸, 너무 좋아. 나 예쁜 거 많이 사 줘야 해.”

“크크, 알았어. 어서 앞장서.”

“네~~~엡”

한껏 업된 수정이는 즐거운 발걸음으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동생의 모습은 진심으로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모습 때문에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각 가장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지금 나는 백화점에 와 있었다.

오랜만에 일에서 해방되어 서울에 올라온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쇼핑에 나선 상황이었다.

동생 수정이는 다행히 한국대에 합격해서 공식적으로 내 후배가 되는 경사가 있었다.

그래서 이젠 서울로 올라와서 한동안 지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나는 그에 맞춰 이번에 동생과 함께 지낼 만한 집을 새롭게 구하게 되었다.

숙소에서 나와 함께 지내던 찬식이가 계속 나랑 같이 지내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히 피력한 관계로 나와 수정이, 그리고 찬식이가 함께 지낼 26평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를 새롭게 구했다.

집값이 비싼 서울이라 그런지 사지는 못하고 전세로 계약하여만 했다.

가능하다면 살까 하는 생각도 있던 터라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처음 서울살이가 습기 찬 반지하에 시작했던 때와 비교하면 정말 성공한 인생이란 생각이 들어 흐뭇했다.

돈을 벌고 나서 부모님이 사시던 집도 드디어 옮겨 드렸다.

원래 사시던 맨션을 판 돈에다가 내가 모자란 부분을 보태 드려서 같은 동네에 있는 2층짜리 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기셨다.

나는 솔직히 괜찮은 아파트로 집을 옮기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엄마와 아빠 모두가 갑갑한 아파트보다는 주택이 좋다고 하셔서 결국 아파트가 아니라 주택으로 옮기시게 되었다.

주택 구매에 제대로 된 집수리까지 하는 바람에 제법 많은 돈이 들어갔지만, 역시 서울과 비교해서는 집값이 매우 싼 지방이었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돈의 범위 안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께는 원래 일하시던 시장 안에 새로 점포도 내드렸다.

돈을 많이 벌게 된 덕분에 생전 해 보지 못한 효자 플렉스를 제대로 실현한 셈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전세 아파트까지 얻게 되었으니 정말 단돈 10만 원 통장에 없어 핸드폰 비용 걱정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한 마디로 용이 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인생 역전이었다.

엄마와 동생과 함께하는 쇼핑은 무척 즐거웠다.

이젠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모자에 마스크까지 한 수상한 외형으로 쇼핑에 나섰다.

그 꼴을 하고 백화점을 누비고 다녔지만, 엄마와 동생과 함께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정말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근데,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중무장을 하며 나란 존재를 감췄는데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내 주위를 맴돌던 여자 두 분이 살며시 내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저기… 혹시 … 서준 오빠 아니세요?”

“아… 네.”

예상외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자 나는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그런 나의 모습에 날 알아봤던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여성 2분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했는데, 서로 손을 맞잡고 방방 뛰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다시 내게 다가와 부탁했다.

“괜찮으시면 사진 좀 같이 찍어 주시면 안 돼요?”

“네, 찍어 주세요. 우리 두 사람 오빠 팬이란 말이에요. 오빠 시디도 샀어요. 아, 가지고 올걸. 오빠 친필 사인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두 사람은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런 두 사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두 여자분을 시작으로 갑자기 사람들이 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도 팬이에요. 사진 좀 찍어 주세요.”

“오빠, 너무 잘생겼어요.”

어느새 내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했다.

결국, 난 30분이 넘게 사람들 사이에 갇혀 팬 서비스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사진 포즈를 잡아 준 다음 우리 가족은 지친 발걸음으로 식당을 향해 움직일 수 있었다.

걸음을 옮기던 동생은 갑자기 내 팔을 툭 치며 나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오, 우리 오빠 연예인 맞네. 사람들이 오빠에게 사진 찍어 달라고 하는 거 보니까 처음으로 오빠가 연예인 된 게 찐으로 실감 난다. 크크크, 기분 너무 이상해.”

“그래?”

자신의 오빠가 연예인이란 사실이 아직까지 신기한지 수정이는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하긴 나 역시 아직 이럴 때마다 얼떨떨한 기분이니 얘가 이러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문득 엄마는 어떤 마음인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엄마를 돌아보며 직접 물어봤다.

“엄마는 사람들이 나보고 좋아하는 모습 보니까 어때?”

엄마 역시 웃는 얼굴로 내게 대답해주었다.

“너무 고맙지. 내 아들 좋아해 주시는 거니까 그것만큼 고마운 일이 다신 없지. 너 앞으로도 네 팬이라고 하시는 분들에게 잘해 드려. 그분들 덕분에 네가 좋은 집에 살고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는 거니까. 엄마 말 알아듣겠어?”

“응, 나도 알아. 엄마 말대로 팬들에게 잘할게.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가 웃으며 말 하시는 걸 보니 묘하게 뿌듯한 마음에 들었다.

내가 열심히 한 성과를 사랑하는 엄마에게 제대로 보여 줬다는 그런 비슷한 감정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이다.

아무튼, 기분이 묘한 뿌듯함이 가슴 가득 차올라 내 발걸음 역시 가벼워질 수밖에 없었다.

* * *

쇼핑과 식사를 끝내고 새로 구한 집으로 돌아왔다.

내 로드 매니저인 찬식이는 자기 친구들 만나러 나간 관계로 지금 집에는 우리 세 식구만 있었다.

엄마는 내일 내려가실 계획이기에 오늘은 우리 집에서 주무실 거다.

씻고 쇼핑한 결과물을 정리하고 나니 어느덧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 첫 드라마가 방영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엄마는 드라마 시작 시각에 맞춰 과일을 깎아서 담은 접시를 들고 소파로 오셨고, 수정이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소파에 와 앉았다.

나 역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소파에 앉아 드라마 시작을 기다렸다.

드라마 시작 5분 전쯤 되었을 때,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수정이가 갑자기 호들갑을 떨며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와아, 오빠. 오빠 팬클럽 사람들 지금 난리 났다. 모두 다 오빠 드라마 보려고 TV 앞에 기다리고 앉아 있나 봐. 사람들 진짜 웃겨.”

동생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며 물어보았다.

“뭐, 진짜? 근데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수정이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 얼굴 앞으로 들이밀며 대답했다.

“보여? 여긴 오빠 팬클럽 ‘서주니랑’ 팬사이트 실시간 채팅 창이야. 여기 채팅하는 사람들 다 오빠 드라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고. 사진도 있지? 크크, 재밌는 건 1인당 4명씩 오빠 나오는 드라마 보게 하겠다고 할당제 운동하고 있어. 오빠 팬들 진짜 웃기다, 그지?”

“그래? 내 팬들 너무 고맙네.”

내 팬들이 지금 나처럼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되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나도 인증 사진 하나를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생겼다.

“수정아, 나 좀 찍어서 올려 줘. 나도 내 팬들처럼 드라마 본방 사수하려고 TV 앞에 앉아 있단 걸 안다면 팬들도 좋아할 거 같아.”

“어머, 그거 좋겠다. 그럼 내가 바로 찍어서 올릴게. 오빠, TV 보고 있어. 자연스럽게 모습으로 말이야.”

수정이는 황급히 내 모습을 자신의 스마트폰 사진기로 찍었고, 곧바로 채팅방에 올렸다.

물론 채팅방은 내 사진 때문에 난리가 났다.

그렇게 정신없이 딴짓하다 보니 어느덧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어, 드라마 시작한다.”

우리 세 가족은 곧바로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으악, 무서워. 처음부터 뭐야?”

드라마 시작부터 등장하는 살인 장면.

처음부터 무서운 장면으로 시작된 ‘목소리3’은, 드라마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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