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88화 (88/189)

88. 드라마 대박 행진(2)

나를 보자마자 흥분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들은 갑자기 내 쪽을 향해 움직이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많은 인파의 움직임 때문에 누가 다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나는, 마침 옆에 서 있던 스텝이 들고 있던 확성기를 빼앗아 들고 소리쳤다.

“여러분 진정하세요! 지금 통제를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움직이시면 누군가 다치는 분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움직이지 마세요! 정말 부탁드립니다!”

내가 그렇게 소리치니 나를 향해 뛰어오려던 사람들이 순간 멈칫하며 제자리에 서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다시 확성기를 들고 사람들에게 외쳤다.

“여러분이 통제를 잘 따라 주시면 녹화 끝나고 따로 시간을 내어 사인도 해 드리고 사진도 찍어드리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진행 요원들의 통제를 반드시 따라 주시길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환호했다.

“와! 진짜요?”

“오빠, 꼭 해 주셔야 해요! 저 오빠 보러 진짜 멀리서 급하게 날아왔단 말이에요!”

내 깜짝 발표가 마음에 들었는지 자연스럽게 진행 요원들의 통제에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한 후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로 돌아갔다.

잠시 후 차 앞에 나타난 실장님.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보며 웃으며 말씀하셨다.

“후후, 아까 놀랬지? 정말 위험할 뻔했는데 잘했어. 네가 나서는 바람에 다시 통제할 수 있었잖아.”

“저도 너무 놀랐어요. 사람들이 한꺼번에 달려오려는 줄 알고…….”

“근데 녹화 끝나고 사인회를 해도 정말 괜찮겠어? 촬영까지 하고 온 터라 오늘 많이 피곤하잖아.”

실장님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약속했는데 지켜야죠. 아무쪼록 저 때문에 고생이 심하시네요.”

“하하, 이런 고생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지. 내 연예인이 인기가 많아지는 건 우리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겐 정말 축복이니까. 진짜 문제는 인기가 없어 너무 한가한 거야.”

웃으며 말을 마친 실장님은 목이 타신지 생수병을 꺼내 물을 마셨다.

갈증을 해소해서 기분이 좋으신지 실장님은 나를 보며 다시 웃으며 말했다.

“오늘 거의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너를 보러 여기까지 왔어. 정말 대단하지?”

“와아, 천 명이나 돼요? 정말 엄청난 사람이 몰린 거네요. 그분들이 정말 저 때문에 여기 오신 거 맞나요?”

“맞아. 이번 드라마 덕분에 네 인기가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어.”

“그렇긴 그렇나 보네요. 사실 아직까지 실감이 잘 안 나요.”

“후후, 그럴 수 있지.”

‘토크 버스킹’이란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이름처럼 버스킹을 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다.

사전에 버스킹 할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해당 지자체에 미리 연락을 취해 허락을 얻긴 하지만, 철저히 당일까지 촬영 장소에 대해서는 비밀로 숨겼다.

그런 프로그램 사정상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물론 오늘 촬영하는 부산 시민공원이 원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핫’한 곳이고,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시간적 특성까지 고려하면 다른 곳보다 많이 인원이 촬영 현장에 몰리는 현상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닌데, 프로그램 녹화 시 자연스럽게 참석하는 인원 외에 나를 보기 위해 따로 모인 별도의 사람들이 거의 천 명에 육박한다는 점은 분명 놀라운 현상이었다.

갑자기 많은 인파가 몰린 이유에 대해 난 이렇게 판단했다.

“드라마가 파급력이 세긴 세네요.”

“그렇지? 아무래도 드라마 속에서 내 얼굴을 직접 보는 게 네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는 확실히 파급력이 세지. 그리고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의 숫자도 무시할 수 없고…….”

“그러니까요…….”

최근 ‘목소리3’이 방영되는 횟수가 늘어 갈수록 내 인기도 그에 따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남자 솔로 가수 중에는 충분히 입지를 다졌다고 할 수 있었지만, 음악적 취향 때문에 연령에 따라 계층이 나누어지는 음반 시장의 특성상 아직도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내 인지도가 다시 수직 상승하고 있었다.

내 인지도가 이렇게 수직 상승한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가 팬분이 만들어 주신 내 드라마 출연 장면을 모아 놓은 짤이었다.

‘국민 연하남’이란 이름의 동영상이었는데, 내가 드라마에서 여자주인공인 강선영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들만 모아 편집한 영상이었다.

사람들은 이 영상이 마음에 들었는지 너튜브에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조회 수가 무려 300만이 넘어 버리는 유명 짤이 되어 버렸다.

아무튼 이런 일들 덕분에 내가 출연하는 토크 버스킹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오늘 녹화 잘해. 알았지?”

“네, 열심히 할게요.”

어쨌든 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연예인인 나로서는 무척 감사한 일이었다.

그래서 힘들게 여기까지 와 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오늘 녹화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 * *

엄청난 인파가 몰린 여파는 녹화 중에도 여러 장면에서 드러났다.

내가 무슨 멘트만 하면 사람들이 엄청난 호응을 보내 주셨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 팬 미팅 현장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제영이 형님은 역시 프로답게 이런 상황을 오히려 이용하는 재치를 보여 주셨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자, 오늘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신 판치 씨가 저희 제작진에게 미리 부탁을 하나 했습니다. 맞죠?”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오늘의 게스트인 판치 씨는 제영 형님의 물음에 수줍어하며 대답했다.

“네.”

“네, 맞다고 하네요. 그럼 그 부탁 내용이 뭔지 본인이 직접 여기 계신 관객들에게 소개해 주세요.”

김제영 형님의 말을 들은 판치 씨가 놀라며 형님에게 되물었다.

“제가요?”

“네, 본인이요. 뭐 이야기 못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니 편하게 말씀 좀 해 보세요.”

김제영의 재촉에 판치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어떤 이유인지 슬쩍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제작진에게 미리 부탁한 내용을 설명하는 순간에 도대체 왜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내 머리에는 물음표 하나가 만들어졌다.

“사실… 제가 이서준 씨 엄청난 팬이거든요.”

와아아.

판치 씨의 내 팬이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변에서 엄청난 함성이 들렸다.

이서준의 팬이라는 판치 씨의 고백에 주변에 있던 내 팬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이런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고 이와 동시에 약간 머쓱한 마음도 들었다.

진행자인 제영이 형님은 약간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판치를 향해 웃으며 물었다.

“크크, 혹시 너도 쟤가 나오는 드라마 보니?”

“어? 어떻게 아셨어요? 원래 음악적으로도 팬이긴 했는데… 이번에 드라마 보고 완전 찐팬 됐어요.”

판치에 대답을 들은 김제영은 웃으며 주변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 당신과 같은 이유로 얘한테 빠진 분들이 무려 천 명이 넘게 오셨거든요. 원래 우리 프로그램이 잔잔한 감동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인데… 이 녀석 때문에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흔들릴 지경이네요. 소소하게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졸지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바뀌어 버렸어요. 야, 이서준. 너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질 거야?”

웃으며 말하던 형님이 갑자기 나를 향해 원망의 화살을 마구 쏘아 대자 순간적으로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좋은 방법이 지금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데… 혹시 좋은 방법 떠오르신 거 있나요?”

막막했던 나는 김제영 형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형님은 마치 재밌는 장난을 치고 있는 개구쟁이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흐흐, 그럼 판치 씨 부탁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판치 씨 부탁이요?”

“네.”

제영 형님은 오늘의 초대 가수인 판치 씨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이미 어떻게 흘러가는지 감을 잡은 판치 씨는 제영 형님과 같은 약간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오늘 처음 본 두 사람이 합이 맞는 장면이었다.

“사실 제가 오늘 제작진에게 이서준 씨 노래를 듣고 싶다는 요청을 했었거든요. 제가 원래 이 프로그램 엄청 좋아하는데 요즘 서준 씨가 연주에 힘쓴다고 노래를 많이 안 하시더라고요. 전 서준 씨 팬이니까 서준 씨가 노래 부르는 장면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보고 싶은 게 평소 소원이었어요.”

와아아아.

사람들은 이번에도 그녀의 말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최근 내가 노래를 많이 부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외부에 공개하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게스트로 나온 가수들이 나와 비교가 되기 때문에 출연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노래를 많이 줄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과 주변의 열화와 같은 호응이 끝나자 김제영 형님이 갑자기 녹화 현장 가운데 서서 모든 사람들에게 선언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겁니다. 소소한 분위기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 토크 버스킹은 지금처럼 버라이어티하게 가는 겁니다. 원래 진정한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게 진짜거든요. 함께 출연하는 서준이가 인기가 많으니 우리도 그에 발맞춰 인기 프로그램이 되면 되잖아요.”

진지하게 말하는 형님의 모습이 오히려 보고 있는 사람을 더 재밌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러니 이서준 씨는 판치 씨 요청대로 제대로 노래하세요. 앞으로도 우리 프로그램에 많은 분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듣는 사람들 바로 쓰러질 정도로 멋진 노래를 한 곡 해 달라 이 말입니다. 제 의견 어떻습니까, 여러분?”

까아아악.

김제영 형님의 말을 들은 관객들은 다시 열화와 같은 호응을 보여 주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가수가 직업이 되고 난 뒤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바로 지금과 같은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고 싶어 하고 내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 모습이야말로 내가 노래를 부르게 되는 가장 주된 힘이었다.

사람들의 뜨거운 성원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내가 부를 노래에 대해 소개했다.

“제 노래를 기대해 주시는 많은 분들을 위해 진짜 열심히 노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부를 노래는 여러분 모두가 잘 아시는 ‘한숨에’라는 곡입니다.”

내가 곡명을 말하자 관객들 모두가 기대가 되는지 약간 웅성웅성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명곡을 내가 부른다고 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서준이 이 노래를 부르면 어떤 느낌일까?

이게 매우 궁금할 거다.

감정을 잡기 위해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이 노래는 사연이 많은 노래였다.

노래를 만든 사람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노래 가사를 살펴보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내용의 가사인데, 멜로디 자체는 매우 슬픈 느낌을 풍기는 곡이다.

어쩌면 이 곡을 만들 때 그 가수가 심정이 바로 반영이 되어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추측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 곡을 진정한 느낌의 위로송으로 편곡해서 부를 생각이었다.

눈을 뜬 나는 건반 위에 손을 올리고 잠시 뒤 연주를 시작했다.

♩♩♪ ♪♪♩

원곡의 느낌과 다르게 보다 따뜻한 느낌이 드는 소리를 녹화 현장에 들려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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